개학, 그 첫 마음
박종국(교사, 수필가)
모든 시작은 설레고 아름답다. 갓 태어난 아기가 처음 만나는 세상은 어떨까. 신비스러울까. 경이로울까. 아닐 거다. 아이가 처음 만나는 세상은 두려움 그 자체다. 열 달 동안 엄마의 심장소리만 듣다가 갑자기 아이가 만나는 세상은 그렇게 아름답지 않다고 한다.
아동심리학자의 말을 빌면 아이가 태어나 처음으로 만나는 세상은 바로 ‘공포 그 자체’란다. 정돈되지 않은 세상의 갖은 소음과 불빛, 그 밝음과 요란함이 아이를 당혹스럽게 한다. 그런데도 너무나 친절한(?) 어른들은 아이에게 안정감을 주기보다는 휘황찬란한 불빛으로 말 못하는 아이를 더욱 까무러치게 한다.
지금 내 반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어느 아이 할 것 없이 미운 데를 가진 녀석이 없다. 한달 여 만에 만난 아이들 한층 야무지다. 건강한 몸집이 눈에 띤다. 아이들이 자꾸만 내 곁을 파고든다. 말릴 게재도 아니다. 그 열기 뜨뜻하다. 열 살배기 아이들이 부셔주는 순수한 사랑 때문이리라.
아이들 하나하나를 훑어보니 어제그제 개학 준비로 바빴나 보다. 새 학기를 맞는 아이들의 마음가짐이 야무지고 당차다. 아이들도 어른 못지않게 생각가지가 많다. 그냥 아이라고 쉽게 생각해서 방학 동안 어떻게 보냈느냐고 물으면 빙충맞기 딱 알맞다. 코흘리개라고 함부로 대접해서는 원망을 듣게 마련이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한다. 마찬가지로 첫날 첫 수업에 임하는 아이들의 눈빛 하나하나가 학기를 가늠한다. 첫 수업시간, 아이들의 눈빛은 초롱초롱했다. 그것만으로도 새 학기 농사는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애써 마음 조리지 않아도 좋으리라. 다만 아이들의 존재를 인정하고 지지해 주는 역할에만 충실하면 교사로서의 내 소임은 충직한 것이다.
수업 중에도 짬짬이 내 손을 움켜잡는 아이들, 불쑥불쑥 질문을 쏟아내는 아이들, 그만큼 아이들은 방학 동안 일들을 자잘하게 늘어놓았다. 말소리가 힘차다. 개학을 맞는 첫 느낌은 신선했다. 첫 마음은 그 모든 행위의 준거가 된다. 장맛비 그친 하늘은 너무나 짙푸르다. /2010. 08.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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