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봄
수필창작 강의내용
8 차 시: 알레고리Allegory와 순수서정
강의 날짜: 2022년 4월 26일 화요일
강의 방식: 비대면(언텍트)으로 강의
강 사: 권 희 돈(청주대 명예교수)
# 알레고리Allegory - 표면적인 이야기나 묘사 뒤에 어떤 정신적, 도덕적 의미가 암시되어 있는 비유. 우의 풍유로 불리기도 한다.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은 독재 정치에 대한 알레고리를 담은 소설.
〓 1교시: 알레고리적 비유의 수필 두 편
플루트 연주자/피천득
바통을 든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는 찬란한 존재다. 토스카니니 같은 지휘자 밑에서 플루트를 분다는 것은 또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인가. 그러나 다 지휘자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다 콘서트 마스터가 될 수도 없는 것이다.
오케스트라와 같이 하모니를 목적으로 하는 조직체에 있어서는 멤버가 된다는 것만도 참으로 행복된 일이다. 그리고 각자의 맡은 바 기능이 전체 효과에 종합적으로 기여된다는 것은 의의 깊은 일이다. 서로 없어서는 안된다는 신뢰감이 거기에 있고, 칭찬이거나 혹평이거나, ‘내’가 아니요 ‘우리’가 받는다는 것은 마음 든든한 일이다.
자기의 악기가 연주하는 부분이 얼마 아니 된다 하더라도, 그리고 독주하는 부분이 없다 하더라도 그리 서운할 것은 없다. 남의 파트가 연주되는 동안 기다리고 있는 것도 무음(無音)의 연주를 하고 있는 것이다.
야구 팀의 외야수(外野手)와 같이 무대 뒤에 서 있는 콘트라베이스를 나는 좋아한다. 베토벤 교향곡 제5번 ‘스켈소’의 악장 속에 있는 트리오 섹션에도, 둔한 콘트라베이스를 쩔쩔매게 하는 빠른 대목이 있다. 나는 이런 유머를 즐길 수 있는 베이스 연주자를 부러워한다.
전원 교향악 제3악장에는 농부의 춤과 아마추어 오케스트라가 나오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 서투른 바순이 제때 나오지를 못하고 뒤늦게야 따라나오는 대목이 몇 번 있다. 이 우스운 음절을 연주할 때는 바순 연주자의 기쁨을 나는 안다.
팀파니스트가 되는 것도 좋다. 하이든 교향곡 94번의 서두가 연주되는 동안은 카운터 뒤에 있는 약방 주인같이 서 있다가, 청중이 경악하도록 갑자기 북을 두들기는 순간이 오면 그 얼마나 신이 나겠는가? 자기를 향하여 힘차게 손을 흔드는 지휘자를 쳐다볼 때, 그는 자못 무상(無上)의 환희를 느낄 것이다.
어렸을 때 나는, 공책에 줄치는 작은 자로 교향악단을 지휘한 일이 있었다. 그러나 그 후 지휘자가 되겠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은 없다. 토스카니니가 아니라도 어떤 존경받는 지휘자 밑에서 무명(無名)의 플루트 연주자가 되고 싶은 때는 가끔 있었다.
〓 이해 및 감상의 길잡이
# 알레고리Allegory - 표면적인 이야기나 묘사 뒤에 어떤 정신적, 도덕적 의미가 암시되어 있는 비유. 우의 풍유로 불리기도 한다.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은 독재 정치에 대한 알레고리를 담은 소설.
# 주제: 전체의 조화를 위한 구성원의 역할의 중요성
# 피천득: 일상의 사소한 일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의미와 아름다움의 느낌과 기쁨을 잘 포착하여 특유의 우아하고 서정적인 문체로 그려내고 있다. 특히 그의 서정의 세계는 간결하고 다정다감하고 섬세하다.
# 플루트 연주자: 오케스트라에서 비록 플루트 연주자의 역할이 그다지 눈에 띄지는 않지만 그가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함으로써 전체의 조화가 이루어진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플루트 연주자는 눈에 띄지 않게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여 사회 전체의 조화를 이루는 보통의 사람들을 나타내는 비유. 작가가 이 글을 쓴 1960년대나 오늘날과 같은 혼란의 시대에도 교훈을 일깨워주고 있는 명수필
도하청장(淘河靑莊)/정민
박지원의 '담연정기(澹然亭記)'에 도하(淘河)와 청장(靑莊)이란 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둘 다 물가에서 고기를 잡아먹고 사는 새다. 먹이를 취하는 방식은 판이하다.
도하는 사다새다. 펠리컨의 종류다. 도(淘)는 일렁인다는 뜻이니, 도하는 진흙과 뻘을 부리로 헤집고, 부평과 마름 같은 물풀을 뒤적이며 쉴 새 없이 물고기를 찾아다닌다. 허둥지둥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부지런히 먹이를 찾아 헤매고 다니지만 종일 고기 한 마리 못 잡고 늘 굶주린다.
청장은 해오라기의 별명이다. 신천옹(信天翁)으로 불린다. 이 새는 맑고 깨끗한 물가에 날개를 접은 채 붙박이로 서 있다. 한 번 자리를 잡으면 좀체 옮기는 법이 없다. 물고기가 멋모르고 앞을 지나가면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고개를 숙여 날름 잡아먹는다.
도하는 죽을 고생을 해도 늘 허기를 면치 못한다. 청장은 한가로우면서도 굶주리는 법이 없다.
연암은 이 두 가지 새에 대해 설명한 후, 이것을 세상에서 부귀와 명리를 구하는 태도에 견주었다.
권력이든 명예든 쟁취의 대상이 되어서는 내 손에 들어오는 법이 없다. 갖고자 애쓸수록 멀어진다. 담백한 태도로 신중함을 지키고, 희로애락의 감정에 휘둘리지 않을 때, 보통 사람들이 밤낮 악착스레 얻으려 애쓰면서도 얻지 못하는 것들을 저절로 이룬다.
박지원에게 이 설명을 듣고 이덕무는 청장이란 새가 무척 마음에 들어 자신의 당호를 당장 청장관(靑莊館)으로 고쳤다. 신천옹, 하늘을 믿고 작위하지 않는 청장과 같은 삶을 살겠다고 다짐했다.
없어도 그만이다. 조금이면 만족한다. 그런 마음속에 넉넉함이 절로 깃든다. 아등바등 욕심만 부리면 먹을 것도 못 얻고 제 몸만 더럽힌다.
〓 이해 및 감상의 길잡이
# 알레고리Allegory - 표면적인 이야기나 묘사 뒤에 어떤 정신적, 도덕적 의미가 암시되어 있는 비유. 우의 풍유로 불리기도 한다.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은 독재 정치에 대한 알레고리를 담은 소설.
# 주제: 세상 사람들이 부귀와 명리를 구하는 태도
# 정 민: 충북 영동 출생, 한양대 국문과 교수, 박지원과 정약용을 합하면 무적이라고 말한 바 있다.
# 이덕무에 대하여 조사해 보세요.
# 도하청장: 부귀와 명리를 구하는 세상 사람들의 태도를 도하와 청장이라는 새의 습성에 비유하여, 해오라기가 먹이를 구하듯 담백함과 신중함의 태도를 지닐 것을 강조함.
# 도하라는 새와 청장이라는 새에 대하여 찾아 보시오.
〓 2교시: 순수 서정 수필 한 편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안톤 슈낙
울음 우는 아이들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정원 한편 구석에서 발견된 작은 새의 시체 위에 초추(初秋)의 양광(陽光)이 떨어져 있을 때, 대체로 가을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그래서, 가을날 비는 처량히 내리고, 그리운 이의 인적(人跡)은 끊어져 거의 일 주일이나 혼자 있게 될 때. 아무도 살지 않는 옛 궁성, 그래서, 벽은 헐어서 흙이 떨어지고, 어느 문설주의 삭은 나무 위에 거의 판독(判讀)하기 어려운 문자를 볼 때. 숱한 세월이 흐른 후에, 문득 돌아가신 아버지의 편지가 발견될 때. 그 곳에 씌었으되, "나의 사랑하는 아들이여, 너의 소행(所行)이 내게 얼마나 많은 불면(不眠)의 밤을 가져오게 했는가……." 대체 나의 소행이란 무엇이었던가? 혹은 하나의 허언(虛言), 혹은 하나의 치희(稚戱), 이제는 벌써 그 많은 죄상을 기억 속에 찾을 수가 없다. 그러나, 아버지는 그 때문에 애를 태우신 것이다. 동물원에 잡힌 범의 불안, 초조가 또한 우리를 슬프게 한다. 철책(鐵柵) 가를 그는 언제 보아도 왔다 갔다 한다. 그의 빛나는 눈, 그의 무서운 분노(憤怒), 그의 괴로움에 찬 포효, 그의 앞발의 한없는 절망, 그의 미친 듯한 순환(循環), 이것이 우리를 말할 수 없이 슬프게 한다.
횔덜린의 시, 아이헨도르프의 가곡(歌曲). 옛 친구를 만났을 때, 학창 시대의 동무 집을 방문하였을 때, 그리하여 그가 이제는 우러러볼 만한 사람의 고관대작(高官大爵)이요, 혹은 돈이 많은 공장주의 몸으로서, 우리가 몽롱하고 우울한 언어를 조종(操縱)하는 한 시인(詩人)밖에 못되었다는 이유에서, 우리에게 손을 주기는 하나, 그러나 벌써 우리를 알아보려 하지 않는 듯한 태도를 취할 때. 포수의 총부리 앞에 죽어 가는 사슴의 눈초리. 재스민의 향기, 이것은 항상 나에게 창 앞에 한 그루의 늙은 나무가 선 내 고향을 생각하게 한다.
공원에서 흘러오는 고요한 음악. 그것은 꿈같이 아름다운 여름밤에, 모래자갈을 고요히 밟고 지나가는 사람 사람의 발자국 소리가 들리고, 한 곡절의 쾌활한 소성(笑聲)은 귀를 간질이는데, 그러나 당신은 벌써 근 열흘이나 침울한 병실에 누어있는 몸이 되었을 때. 달리는 기차가 또한 우리를 슬프게 한다. 그것은 황혼의 밤이 되려 하는 즈음에, 불을 밝힌 창들이 유령의 무리같이 시끄럽게 지나가고, 어떤 예쁜 여자의 얼굴이 창가에서 은은히 웃고 있을 때. 찬란하고도 은성(殷盛)한 가면무도회에서 돌아왔을 때. 대의원 제씨(諸氏)의 강연 집을 읽을 때. 부드러운 아침 공기가 가늘고 소리 없는 비를 희롱할 때. 공동묘지를 지나갈 때, 그리하여 문득 "여기 십 오 세의 약년으로 세상을 떠난 소녀 클라라는 누워 있음."이라 쓴 묘지명을 읽을 때, 아, 그는 어렸을 적의 단짝 동무의 한 사람. 날이면 날마다 언제나 도회의 집과 집의 흥미 없는 등걸만 보고 사는 시꺼먼 냇물. 숱한 선생님들에 대한 추억. 수학 교과서.
오랫동안 사랑하는 이의 편지가 오지 않을 때. 그녀는 병석에 있는 것이 아닐까? 아니면 그녀의 편지가 다른 사나이의 손에 잘못 들어가, 애정과 동경에 넘치는 사연이 웃음으로 읽혀지는 것이 아닐까? 아니면 그녀의 마음이 돌처럼 차게 굳어버린 게 아닐까? 아니면 이런 봄밤, 그녀는 어느 다른 사나이와 산책을 즐기는 것이나 아닐까? 첫길인 어느 촌 주막에서의 외로운 하룻밤. 시냇물의 졸졸거리는 소리. 곁방 문이 열리고 속살거리는 음성이 들리며, 낡아빠진 헌 시계가 새벽 한 시를 둔탁하게 칠 때, 그 때 당신은 난데없는 애수를 느낄 것이다. 날아가는 한 마리의 창로(蒼鷺). 추수 후의 텅 빈 밭과 밭.
어렸을 적에 산 일이 있던 조그만 지방에, 많은 세월을 경과한 후에 다시 들렀을 때. 아무도 이제는 당신을 아는 이 없고, 일찍이 놀던 자리에는 붉고 거만한 옥사들이 늘어 있으며, 당신의 본가이던 집 속에는 알 수 없는 사람의 얼굴이 보이는데, 왕자같이 놀랍던 아카시아 수풀은 베어지고 말았다. 이 모든 것은 우리의 마음을 슬프게 한다.
그러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 어찌 이뿐이랴? 오뉴월의 장의 행렬(葬儀行列). 가난한 노파의 눈물. 거만한 인간. 보랏빛과 흑색과 회색의 빛깔들. 둔한 종소리. 바이올린의 G현. 가을밭에 보이는 연기. 산길에 흩어진 비둘기의 털. 자동차에 앉은 출세한 부녀자의 좁은 어깨. 흘러 다니는 가극단의 여배우들. 줄에서 세 번째 떨어진 광대. 지붕 위에 떨어지는 빗소리. 휴가의 마지막 날. 사무실에서 처녀의 가는 손가락이 때 묻은 서류 속에 움직이고 있는 것을 보게 될 때. 만월의 밤 개 짖는 소리. 크누트 함순의 이삼 절. 어린아이의 배고픈 모양. 철창 안에 보이는 죄수의 창백한 얼굴. 무성한 나무 위에 떨어지는 백설(白雪) − 이 모든 것이
또한 우리의 마음을 슬프게 한다.
〓 이해 및 감상의 길잡이
#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 누구나 살아가면서 느낄 수 있는 작은 슬픔의 편린들, 삶의 허무감에서 피어오르는 우수를 서정적인 언어로 표현하였다. 서정적 언어라 함은 슬픔의 편린들 회상하며 향기와 음향, 감촉 등 모든 감각을 동원하여 치밀하고 섬세하게 그려냈다는 의미이다
# 작품을 쓰기 위한 재료가 다양할수록 그 재료들을 취사선택하여 완성된 작품으로 만들기가 용이하다. 집을 지을 때 건축재료를 미리 준비해놓아야 집을 잘 지을 수 있는 것처럼 작품을 쓸 때에도 작품에 필요한 재료를 충분히 모아놓아야 작품을 잘 쓸 수 있다. 모든 재료는 지나간 것들이다. 인간은 지나간 것이나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을 아름답게 보는 속성을 지녔다. 지나간 것은 모두 우리의 뇌 속에 숨어 있다. 과거에 보거나 들은 모든 사건들은 뇌의 어디엔가 숨어 있다가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마치 어둔 하늘에서 별이 튀어나오듯이. 그러므로 뇌 속에 숨어 있는 것을 꺼내내어 모아놓는 것이 문학적 글을 쓰고자 하는 이의 일차적인 노력이다.(KHD)
# 안톤체홉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을 읽고 몇 개의 재료들을 동원했는지를 적어보고, 그 재료들을 어떻게 작품에 배치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시오.(1교시)
# 그런 다음 우리에게 그리운 것들, 우리를 갈라놓은 것들, 우리를 설레게 하는 것들, 우리를 기쁘게 하는 것들, 우리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것들, 죽어도 잊지 못하는 것들, 우리가 사랑하는 것들에 대하여 수필을 써 보시오.
# 안톤 슈낙과 크누트 함순에 대하여 찾아 보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