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눈이 왔던가 기억엔 없다. 그보다 난 기억을 믿지 않는다. 기억도 날 믿지 않을 것이다. 무슨 뜻이냐 하면, 우리는 서로 배반관계에 있었던 것이다. 기억이 날 배반하고 있다는 뜻도 된다. 나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것은 지난 사십 몇 년 간의 세월을 지내온 것으로 믿어지는 기억의 총합이겠지만 그 기억은 언제든 나를 배반할 준비가 돼 있었다. 한때 사랑했던 기억도, 절망했던 기억도 청회색 살의殺意의 기억도 매우 불분명한 형태로 나를 따라오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그 날 눈이 왔던가 기억에 없다. 다만 파편화되고 변색된 기억 조각들의 축조물 위에 배반을 게임처럼 설정하고 사귄 관계는 결코 배반의 쓰라림을 겪지 않아도 된다는 깨달음만 남아 있다. 얼핏 말장난 같지만 우리 선대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가령, 내가 어렸을 때 술청에 아버지를 모시러 갔다가 주모가 아버지 앞에서 이런 육자배기를 털어놓는 과정을 본 적이 있다. 내가 먼저 살자고 옆구리 푹푹 질렀나 네가 먼저 살자고 엉덩이 팍팍 질렀지.

코흘리개(나는 사실은 코를 흘리고 다닌 적이 없다. 집단 무의식이나 관습적인 추억이 심어놓은 저 기억의 가증스러운 허구성이라니!)는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옆구리 푹푹을 입에 올렸다가 호된 매를 맞았다. 이것 역시 기억에 흐릿하다. 난 기억을 믿을 수가 없다. 믿을 수 없는 그 기억이 나에게 끊임없이 퍼올리고 있는 과거는 매우 거추장스럽다.

그들은 장래에 대한 약속을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을 것이다. 그보다는 과거와 기억에 대한 배반을 상정하고 통정을 해도 했을 것이다. 배반을 하더라도 그것을 배반이라 말하지 말자고, 그렇게 약속하지 않았어도 그들은 이미 알았을 것이다. 배반이란 그런 것이라는 것을.

그 날 눈이 왔던가 기억에는 없지만 싸락싸락 뭔가 희끄무레한 것이 마당에 떨어지고 있었다는 영상이 아버지의 어깨 뒤로 펼쳐 있다. 우리는 4남 1녀로 총 일곱 식구였다. 누나가 맏이였고, 그 밑으로 남동생이 넷이었다. 나는 누나와 띠동갑 막내였다.

누나는 고등학교 졸업을 얼마 남겨 놓지 않았던 무렵 대학 진학을 포기한 채 가출을 했다. 누나의 가출은 희생정신과 낭만주의의 결합이라고 나는 추억하고 있지만 누나가 당대의 전 인생을 걸었다는 점을 의심하지는 않는다. 가출의 명분은 돈이었다. 돈을 벌어야 해. 아버지 봉급으로 너희들(남동생들)을 대학까지 가르칠 수 없잖아.

행랑채 기왓장 위로 대추알이 도르르 굴러 떨어지던 어느 날 오후 외동딸이 집안에서 사라졌다는 것을 확인한 아버지는 아내와 아들들이 있는 자리에서 거의 독백에 가까운 어조의 단 한마디로 자신의 심정을 압축했다. 못된 년, 멕여도 내가 멕이고 굶겨도 내가 굶겨. 지깐년이 뭘하겠다고.

누나는 대전으로 갔다고 했다. 대전에는 먼 일가가 조그만 방직공장을 하고 있었는데, 아마도 그 곳에 가서 취직을 부탁했을 것이라는 게 어머니와 큰형이 수집한 정보였다. 아버지는 오버코트를 몸에 두르고 중절모를 꺼내 쓰셨다. 평소에는 잘 입지 않던 옷이었다. 검정색에 가까운 짙은 회색 옷이었다. 아버지가 차비를 챙기고 검정색 구두를 싣고 나무로 만든 대문을 열고 나갈 때 그 곳까지 따라간 어머니가 조심해서 다녀오세요,라고 말했으나 아버지는 대답을 하지 않고 휑하니 골목을 빠져나갔다.

그러나 골목을 빠져나가는 아버지의 등은 무척 많은 대답과 질책을 하고 있었다. 당신, 딸년 하나 간수 못해서 어찌 집안 살림을 한다 하시오? 이게 얼마나 낯부끄러운 집안 망신이고 동네 망신인지 알기나 하시오? 만에 하나 그 아이가 나쁜 길로 빠지기라도 했으면 어쩔 것이오? 아니 긴 말 할 것도 없소 다 내 탓이오.

아버지는 내가 상상으로 꾸며낸 그 어떤 상황 속에서도 말을 길게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내가 보기에 아버지는 꼭 필요한 말의 절반만 하셨다. 나머지 절반은 상대편이 유추하면 됐다.

아버지를 보내고 대문을 잠그고 들어오다가 어머니는 마당 한가운데 우물 옆에 있던 대추나무 가지를 손으로 붙잡았다. 이미 잎을 모두 떨구고 서 있는 대추나무를 붙잡고 어머니는 뭐라고 중얼거렸다. 마루에 서서 물끄러미 어머니를 바라보고 있는 막내를 의식했는지 어머니는 잿빛 하늘을 올려다봤다. 나는 그때 어머니가 눈으로 눈물을 삼키는 기술을 갖고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됐다.

그 날 눈이 왔던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눈이 내린 게 그 다음날이었는지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버지는 하룻밤을 주무시고 돌아오셨다. 해거름이었다. 초겨울이나 늦가을, 그러니까 그해 11월 하순쯤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나는 물론이고 형들도 겉으론 아무런 동요 없이 그날 주어진 일정표 대로 자신들의 생활을 진행하고 있는 것 같았지만 온몸에 붙은 모든 신경다발은 대문에 가 있었다. 그리고 아버지는 우리 형제들의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듯이 대문이 소리나게 흔들리는 것과 동시에 그 뒤를 죄인처럼 손목을 잡힌 누나와 함께 걸어 들어오셨다.

대문 소리에 방에서 형들이 뛰쳐나온 것보다 부엌에서 저녁을 짓던 어머니가 더 빨리 마당으로 돌아 나왔다. 한동안 말이 없는 무성영화 같은 장면이 이어졌다. 형제들은 평소처럼 아버지 오셨습니까,라는 인사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버지 역시 아들들과 아내에게는 눈길 한 번 주지 않은 채 딸의 손목을 잡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토방 위에 아버지가 벗어놓은 구두도, 그리고 그 뒤를 따라가며 누나가 벗어놓은 운동화도 겉모양은 조금 흐트러져 있었으나, 신발의 분위기는 참 가지런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안심하고 있었다. 일이 잘 마무리되겠구나라는 마음이 가득 피어올랐다.

그 날 눈이 왔던가 기억에는 없지만, 밥을 짓기 위해 불을 땐 방안은 훈기가 돌았다. 어머니와 형들, 그리고 나는 아버지의 ‘마무리’를 보기 위해 방으로 따라 들어갔다. 누나의 볼은 발갛게 물들어 있었다. 행색은 그만하면 나쁘지 않았다. 아버지는 딸의 손목을 마치 뿌리치듯 하면서 아랫목에 앉혔다. 그리고 아버지가 큰 소리로 말했다. 네 이년, 넌 이제 내 딸이 아니다. 나가라. 집에서 썩 나가.

말하자면 나는 그때 처음으로 아버지의 문학을 느꼈다. 아하, 저렇게 하는 것이구나. 밤새 고생을 해서 데려온 딸을, 차가운 바깥바람에 퉁퉁해진 얼굴을 녹이라고 아랫목에 앉히면서까지 속마음을 숨기는 것이 바로 아버지의 문학이구나.

실컷 데려온 딸에게 이제 이 집을 나가라고 호통을 치는 아버지의 모습은 나에게 셰익스피어였다. 네 이년, 넌 이제 내 딸이 아니다. 나가라. 집에서 썩 나가. 그 말을 듣고 있었던 누나의 동생들과 어머니의 마음은 점점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어젯밤부터 조마조마 졸여왔던 마음의 먹줄을 튕길 필요 없이 그냥 천천히 먹통에 되감으면 될 것이었다. 누나는 아버지의 명령에 따라 집을 나가는 일이 결코 없을 것이며, 어머니는 다시 머릿수건을 쓰고 부엌으로 들어가 아무 말 없이 저녁을 지을 것이며, 누나도 안방 아랫목에서 잠시 몸을 녹인 후에 행랑채에 있는 자신의 방으로 옮겨가서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부엌으로 들어가 어머니의 상차림을 도울 것이다.

그 날 잠시라도 집을 나간 사람은 다름아니라 아버지였다. 집을 나가라고 호통을 친 다음, 딸과 아들들과 아내가 동작 그만! 이라는 군대식 명령을 받기라도 한 것처럼 가만 멈춘 상태로 숨을 죽이고 있는 것을 두어 호흡의 시간 동안 바라보고 있던 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방을 나가셨으며, 다시 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셨다. 틀림없이 아버지는 오늘 저녁에도 ‘옆구리 푹푹’ 집에 가서 몇 잔을 기울일 것이 틀림없었다. 그것이 아버지의 문학이 에필로그를 쓰는 방법이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그 에필로그를 집안 식구들은 들을 방법이 없었다는 점이다. 단 나만 빼놓고 말이다. 나는 식구들이 식사를 마친 후 어머니의 명령을 받을 것이다. 가서 아버지를 모셔 오너라. 나는 그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기라도 하듯 용수철처럼 튕겨 일어나 밖으로 나갈 것이다. 평소 같으면, 왜 만날 나만 보내는 것이냐, 형들도 있지 않으냐,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어머니의 명령을 늦추거나 뒤집으려는 노력을 했을 것이지만, 그날 저녁은 달랐다. 나는 한달음에 아버지가 계신 술청으로 가서 아버지의 동태를 살폈다. 그리고 아버지 앞에서 몇 마디를 얻어들었을 술집 여인의 푸념 섞인 타령들을 통해 아버지 문학의 에필로그가 어떻게 쓰였는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아무튼 11월이었다.

운다고 옛 사랑이 오리오마는, 눈물로 달래 보는 서글픈 이 밤 노랫가락은 술청을 채우고 있고 아버지는 고개를 반쯤 기울인 채 말이 없으셨다. 아버지는 전생애를 통해 단 한번도 무능한 적이 없으셨다. 언제나 꼿꼿하셨고, 언제나 부지런하셨다. 누구보다 일찍 일어나셨고, 누구보다 앞장서서 어려운 일을 울러메셨다. 콧날은 늘 서늘하셨고, 턱수염이 검어지도록 내버려두는 법이 없으셨다. 거만하지도 비굴하지도 않은 적당한 각도로 이마를 숙이시고 항상 생각을 하셨다.

그런데도 하나밖에 없는 딸아이로 하여금 가출을 결심하도록 만든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시절을 큰 걸음으로 앞질러 걷고 싶은 욕망이었을까? 처자식들에게 안분지족을 가르치지 못한 회한이 엄습하고 있었을까? 요동치는 격변의 1960년대에 나이 40대 중반을 넘기고 계셨던 아버지는 동생들을 가르치겠다고 집을 나간 큰딸을 찾으러 낯선 도시의 기차 정거장에 내려섰을 때 가슴에 와 닿았던 11월 하순의 찬바람이 얼마나 시려우셨을까?

나는 물론이었고 형들까지 합세한 우리는, 아니 어머니까지도 초미의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경주했다. 그러니까 아버지가 큰누나를 찾아낸 그 전날 밤부터 그 다음날 오전, 그리고 기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그 두 사람은 도대체 무슨 대화를 했을까이다.

우리는 아버지의 문학을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날 해질 무렵 돌아온 아버지가 누나를 아랫목에 팽개치듯 하면서 ‘썩 집을 나가라’고 하신 분위기가 다소 과장돼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모르긴 몰라도 아버지는 누나를 찾아내자마자 위아래 옷차림과 얼굴 표정을 살폈을 것이고, 근처에 있는 여관에나 들어가 방을 잡았을 것이며, 다시 누나를 데리고 어떤 음식점에라도 가서 우선 뭣이라도 먹였을 것이다. 그리고 많은 얘기는 아니더라도 다소간 몇 마디의 말씀이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그것이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나는 누나의 일기를 뒤졌다. 우리 형제들은 누나가 그 무렵 일기를 쓰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간혹 그 세계를 훔쳐보기 위해 특공조特功組를 조직하곤 했었다. 조금 조심스럽긴 했으나, 우리 형제들보다 훨씬 성숙해져버린 누나의 새로운 세계를 알기 위해서라도 낯선 도시에서의 며칠, 그리고 아버지와 1박 2일을 보내면서 무슨 일들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세밀한 행적조사가 필요했다. 누나가 손때를 묻힌 ≪말테의 수기≫에 어떤 쪽지글 같은 것을 남겨놓았을지도 모를 일이라는 둘째형의 코치에 따라 행동대원인 내가 이것저것 들춰보았지만 끝내 아무런 단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어머니도 어머니 나름으로 부엌에서 여러 가지 작전을 세워 누나의 입을 열어보려 했지만, 끝내 실패하고 계신 모양이었다. 그럴수록 우리는 점점 상상의 나래만 퍼득일 수밖에 없었고, 안달이 나서 못 견딜 지경이 돼갔으나, 어떤 고비를 넘으니 희한하게도 점차 시들해졌다. 철딱서니없는 사내들이란 그랬다.

그 때부터 많은 시간이 흐른 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머리 풀고 슬피 울던 시집간 누나의 독백에서 어떤 단서를 찾으려 해보았으나 그나마도 실패하고 말았다. 누나가 독백처럼 몇 마디 말을 했으나 워낙 설움이 큰 상태에서 눈물까지 어룽진 딸꾹질 발음이었기 때문에 알아듣기엔 너무 불명확했다.

이제 또 11월이 오고 있다. 11월만 오면 아버지의 문학이 생각나서 가슴이 감전된 듯 느닷없는 전압을 느끼곤 하지만, 누나는 여전히 함구하고 있다. 다만 내가 이제 그때 아버지의 나이가 됐다.

만약 내 큰아들이 집안을 건사한다는 명목으로 가출을 한다면, 나도 그 아이를 찾으러 떠날 것이다. 그리고 그 아이를 찾아낸 순간, 말에 앞서 그 아이의 행색을 살필 것이다. 눈동자는 여전히 맑은지, 그리고 이마는 여전히 거만하지도 비겁하지도 않은 각도로 사색에 잠겨 있는지를 확인하고 일단은 안도하고 싶어할 것이다.

이제는 누나를 설득해서 그 날의 대화를 털어놓게 한다는 것이 왠지 부당한 요구라는 생각마저 든다. 그저 내 큰아이가 가출했다가 다시 돌아오게 됐을 때 그 아이에게 나는 무슨 말을 들려줄 것인지, 내 가슴에 물어보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리고 내 가슴에서 우러난 그 말이 아버지가 누나에게 했던 말과 똑 닮지 않았을까 짐작하며 ‘11월이면 대추나무에서 들려온다는’ 집안의 전설을 만드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만약 올 11월 하순에 눈이라도 뿌린다면, 누나에게 대전행 열차 여행을 제안해볼까 생각중이다. 그 때 눈이 왔는지 기억에는 없지만. 



 

그 날 눈이 왔던가 기억엔 없다. 그보다 난 기억을 믿지 않는다. 기억도 날 믿지 않을 것이다. 무슨 뜻이냐 하면, 우리는 서로 배반관계에 있었던 것이다. 기억이 날 배반하고 있다는 뜻도 된다. 나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것은 지난 사십 몇 년 간의 세월을 지내온 것으로 믿어지는 기억의 총합이겠지만 그 기억은 언제든 나를 배반할 준비가 돼 있었다. 한때 사랑했던 기억도, 절망했던 기억도 청회색 살의殺意의 기억도 매우 불분명한 형태로 나를 따라오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그 날 눈이 왔던가 기억에 없다. 다만 파편화되고 변색된 기억 조각들의 축조물 위에 배반을 게임처럼 설정하고 사귄 관계는 결코 배반의 쓰라림을 겪지 않아도 된다는 깨달음만 남아 있다. 얼핏 말장난 같지만 우리 선대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가령, 내가 어렸을 때 술청에 아버지를 모시러 갔다가 주모가 아버지 앞에서 이런 육자배기를 털어놓는 과정을 본 적이 있다. 내가 먼저 살자고 옆구리 푹푹 질렀나 네가 먼저 살자고 엉덩이 팍팍 질렀지.

코흘리개(나는 사실은 코를 흘리고 다닌 적이 없다. 집단 무의식이나 관습적인 추억이 심어놓은 저 기억의 가증스러운 허구성이라니!)는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옆구리 푹푹을 입에 올렸다가 호된 매를 맞았다. 이것 역시 기억에 흐릿하다. 난 기억을 믿을 수가 없다. 믿을 수 없는 그 기억이 나에게 끊임없이 퍼올리고 있는 과거는 매우 거추장스럽다.

그들은 장래에 대한 약속을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을 것이다. 그보다는 과거와 기억에 대한 배반을 상정하고 통정을 해도 했을 것이다. 배반을 하더라도 그것을 배반이라 말하지 말자고, 그렇게 약속하지 않았어도 그들은 이미 알았을 것이다. 배반이란 그런 것이라는 것을.

그 날 눈이 왔던가 기억에는 없지만 싸락싸락 뭔가 희끄무레한 것이 마당에 떨어지고 있었다는 영상이 아버지의 어깨 뒤로 펼쳐 있다. 우리는 4남 1녀로 총 일곱 식구였다. 누나가 맏이였고, 그 밑으로 남동생이 넷이었다. 나는 누나와 띠동갑 막내였다.

누나는 고등학교 졸업을 얼마 남겨 놓지 않았던 무렵 대학 진학을 포기한 채 가출을 했다. 누나의 가출은 희생정신과 낭만주의의 결합이라고 나는 추억하고 있지만 누나가 당대의 전 인생을 걸었다는 점을 의심하지는 않는다. 가출의 명분은 돈이었다. 돈을 벌어야 해. 아버지 봉급으로 너희들(남동생들)을 대학까지 가르칠 수 없잖아.

행랑채 기왓장 위로 대추알이 도르르 굴러 떨어지던 어느 날 오후 외동딸이 집안에서 사라졌다는 것을 확인한 아버지는 아내와 아들들이 있는 자리에서 거의 독백에 가까운 어조의 단 한마디로 자신의 심정을 압축했다. 못된 년, 멕여도 내가 멕이고 굶겨도 내가 굶겨. 지깐년이 뭘하겠다고.

누나는 대전으로 갔다고 했다. 대전에는 먼 일가가 조그만 방직공장을 하고 있었는데, 아마도 그 곳에 가서 취직을 부탁했을 것이라는 게 어머니와 큰형이 수집한 정보였다. 아버지는 오버코트를 몸에 두르고 중절모를 꺼내 쓰셨다. 평소에는 잘 입지 않던 옷이었다. 검정색에 가까운 짙은 회색 옷이었다. 아버지가 차비를 챙기고 검정색 구두를 싣고 나무로 만든 대문을 열고 나갈 때 그 곳까지 따라간 어머니가 조심해서 다녀오세요,라고 말했으나 아버지는 대답을 하지 않고 휑하니 골목을 빠져나갔다.

그러나 골목을 빠져나가는 아버지의 등은 무척 많은 대답과 질책을 하고 있었다. 당신, 딸년 하나 간수 못해서 어찌 집안 살림을 한다 하시오? 이게 얼마나 낯부끄러운 집안 망신이고 동네 망신인지 알기나 하시오? 만에 하나 그 아이가 나쁜 길로 빠지기라도 했으면 어쩔 것이오? 아니 긴 말 할 것도 없소 다 내 탓이오.

아버지는 내가 상상으로 꾸며낸 그 어떤 상황 속에서도 말을 길게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내가 보기에 아버지는 꼭 필요한 말의 절반만 하셨다. 나머지 절반은 상대편이 유추하면 됐다.

아버지를 보내고 대문을 잠그고 들어오다가 어머니는 마당 한가운데 우물 옆에 있던 대추나무 가지를 손으로 붙잡았다. 이미 잎을 모두 떨구고 서 있는 대추나무를 붙잡고 어머니는 뭐라고 중얼거렸다. 마루에 서서 물끄러미 어머니를 바라보고 있는 막내를 의식했는지 어머니는 잿빛 하늘을 올려다봤다. 나는 그때 어머니가 눈으로 눈물을 삼키는 기술을 갖고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됐다.

그 날 눈이 왔던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눈이 내린 게 그 다음날이었는지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버지는 하룻밤을 주무시고 돌아오셨다. 해거름이었다. 초겨울이나 늦가을, 그러니까 그해 11월 하순쯤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나는 물론이고 형들도 겉으론 아무런 동요 없이 그날 주어진 일정표 대로 자신들의 생활을 진행하고 있는 것 같았지만 온몸에 붙은 모든 신경다발은 대문에 가 있었다. 그리고 아버지는 우리 형제들의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듯이 대문이 소리나게 흔들리는 것과 동시에 그 뒤를 죄인처럼 손목을 잡힌 누나와 함께 걸어 들어오셨다.

대문 소리에 방에서 형들이 뛰쳐나온 것보다 부엌에서 저녁을 짓던 어머니가 더 빨리 마당으로 돌아 나왔다. 한동안 말이 없는 무성영화 같은 장면이 이어졌다. 형제들은 평소처럼 아버지 오셨습니까,라는 인사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버지 역시 아들들과 아내에게는 눈길 한 번 주지 않은 채 딸의 손목을 잡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토방 위에 아버지가 벗어놓은 구두도, 그리고 그 뒤를 따라가며 누나가 벗어놓은 운동화도 겉모양은 조금 흐트러져 있었으나, 신발의 분위기는 참 가지런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안심하고 있었다. 일이 잘 마무리되겠구나라는 마음이 가득 피어올랐다.

그 날 눈이 왔던가 기억에는 없지만, 밥을 짓기 위해 불을 땐 방안은 훈기가 돌았다. 어머니와 형들, 그리고 나는 아버지의 ‘마무리’를 보기 위해 방으로 따라 들어갔다. 누나의 볼은 발갛게 물들어 있었다. 행색은 그만하면 나쁘지 않았다. 아버지는 딸의 손목을 마치 뿌리치듯 하면서 아랫목에 앉혔다. 그리고 아버지가 큰 소리로 말했다. 네 이년, 넌 이제 내 딸이 아니다. 나가라. 집에서 썩 나가.

말하자면 나는 그때 처음으로 아버지의 문학을 느꼈다. 아하, 저렇게 하는 것이구나. 밤새 고생을 해서 데려온 딸을, 차가운 바깥바람에 퉁퉁해진 얼굴을 녹이라고 아랫목에 앉히면서까지 속마음을 숨기는 것이 바로 아버지의 문학이구나.

실컷 데려온 딸에게 이제 이 집을 나가라고 호통을 치는 아버지의 모습은 나에게 셰익스피어였다. 네 이년, 넌 이제 내 딸이 아니다. 나가라. 집에서 썩 나가. 그 말을 듣고 있었던 누나의 동생들과 어머니의 마음은 점점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어젯밤부터 조마조마 졸여왔던 마음의 먹줄을 튕길 필요 없이 그냥 천천히 먹통에 되감으면 될 것이었다. 누나는 아버지의 명령에 따라 집을 나가는 일이 결코 없을 것이며, 어머니는 다시 머릿수건을 쓰고 부엌으로 들어가 아무 말 없이 저녁을 지을 것이며, 누나도 안방 아랫목에서 잠시 몸을 녹인 후에 행랑채에 있는 자신의 방으로 옮겨가서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부엌으로 들어가 어머니의 상차림을 도울 것이다.

그 날 잠시라도 집을 나간 사람은 다름아니라 아버지였다. 집을 나가라고 호통을 친 다음, 딸과 아들들과 아내가 동작 그만! 이라는 군대식 명령을 받기라도 한 것처럼 가만 멈춘 상태로 숨을 죽이고 있는 것을 두어 호흡의 시간 동안 바라보고 있던 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방을 나가셨으며, 다시 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셨다. 틀림없이 아버지는 오늘 저녁에도 ‘옆구리 푹푹’ 집에 가서 몇 잔을 기울일 것이 틀림없었다. 그것이 아버지의 문학이 에필로그를 쓰는 방법이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그 에필로그를 집안 식구들은 들을 방법이 없었다는 점이다. 단 나만 빼놓고 말이다. 나는 식구들이 식사를 마친 후 어머니의 명령을 받을 것이다. 가서 아버지를 모셔 오너라. 나는 그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기라도 하듯 용수철처럼 튕겨 일어나 밖으로 나갈 것이다. 평소 같으면, 왜 만날 나만 보내는 것이냐, 형들도 있지 않으냐,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어머니의 명령을 늦추거나 뒤집으려는 노력을 했을 것이지만, 그날 저녁은 달랐다. 나는 한달음에 아버지가 계신 술청으로 가서 아버지의 동태를 살폈다. 그리고 아버지 앞에서 몇 마디를 얻어들었을 술집 여인의 푸념 섞인 타령들을 통해 아버지 문학의 에필로그가 어떻게 쓰였는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아무튼 11월이었다.

운다고 옛 사랑이 오리오마는, 눈물로 달래 보는 서글픈 이 밤 노랫가락은 술청을 채우고 있고 아버지는 고개를 반쯤 기울인 채 말이 없으셨다. 아버지는 전생애를 통해 단 한번도 무능한 적이 없으셨다. 언제나 꼿꼿하셨고, 언제나 부지런하셨다. 누구보다 일찍 일어나셨고, 누구보다 앞장서서 어려운 일을 울러메셨다. 콧날은 늘 서늘하셨고, 턱수염이 검어지도록 내버려두는 법이 없으셨다. 거만하지도 비굴하지도 않은 적당한 각도로 이마를 숙이시고 항상 생각을 하셨다.

그런데도 하나밖에 없는 딸아이로 하여금 가출을 결심하도록 만든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시절을 큰 걸음으로 앞질러 걷고 싶은 욕망이었을까? 처자식들에게 안분지족을 가르치지 못한 회한이 엄습하고 있었을까? 요동치는 격변의 1960년대에 나이 40대 중반을 넘기고 계셨던 아버지는 동생들을 가르치겠다고 집을 나간 큰딸을 찾으러 낯선 도시의 기차 정거장에 내려섰을 때 가슴에 와 닿았던 11월 하순의 찬바람이 얼마나 시려우셨을까?

나는 물론이었고 형들까지 합세한 우리는, 아니 어머니까지도 초미의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경주했다. 그러니까 아버지가 큰누나를 찾아낸 그 전날 밤부터 그 다음날 오전, 그리고 기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그 두 사람은 도대체 무슨 대화를 했을까이다.

우리는 아버지의 문학을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날 해질 무렵 돌아온 아버지가 누나를 아랫목에 팽개치듯 하면서 ‘썩 집을 나가라’고 하신 분위기가 다소 과장돼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모르긴 몰라도 아버지는 누나를 찾아내자마자 위아래 옷차림과 얼굴 표정을 살폈을 것이고, 근처에 있는 여관에나 들어가 방을 잡았을 것이며, 다시 누나를 데리고 어떤 음식점에라도 가서 우선 뭣이라도 먹였을 것이다. 그리고 많은 얘기는 아니더라도 다소간 몇 마디의 말씀이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그것이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나는 누나의 일기를 뒤졌다. 우리 형제들은 누나가 그 무렵 일기를 쓰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간혹 그 세계를 훔쳐보기 위해 특공조特功組를 조직하곤 했었다. 조금 조심스럽긴 했으나, 우리 형제들보다 훨씬 성숙해져버린 누나의 새로운 세계를 알기 위해서라도 낯선 도시에서의 며칠, 그리고 아버지와 1박 2일을 보내면서 무슨 일들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세밀한 행적조사가 필요했다. 누나가 손때를 묻힌 ≪말테의 수기≫에 어떤 쪽지글 같은 것을 남겨놓았을지도 모를 일이라는 둘째형의 코치에 따라 행동대원인 내가 이것저것 들춰보았지만 끝내 아무런 단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어머니도 어머니 나름으로 부엌에서 여러 가지 작전을 세워 누나의 입을 열어보려 했지만, 끝내 실패하고 계신 모양이었다. 그럴수록 우리는 점점 상상의 나래만 퍼득일 수밖에 없었고, 안달이 나서 못 견딜 지경이 돼갔으나, 어떤 고비를 넘으니 희한하게도 점차 시들해졌다. 철딱서니없는 사내들이란 그랬다.

그 때부터 많은 시간이 흐른 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머리 풀고 슬피 울던 시집간 누나의 독백에서 어떤 단서를 찾으려 해보았으나 그나마도 실패하고 말았다. 누나가 독백처럼 몇 마디 말을 했으나 워낙 설움이 큰 상태에서 눈물까지 어룽진 딸꾹질 발음이었기 때문에 알아듣기엔 너무 불명확했다.

이제 또 11월이 오고 있다. 11월만 오면 아버지의 문학이 생각나서 가슴이 감전된 듯 느닷없는 전압을 느끼곤 하지만, 누나는 여전히 함구하고 있다. 다만 내가 이제 그때 아버지의 나이가 됐다.

만약 내 큰아들이 집안을 건사한다는 명목으로 가출을 한다면, 나도 그 아이를 찾으러 떠날 것이다. 그리고 그 아이를 찾아낸 순간, 말에 앞서 그 아이의 행색을 살필 것이다. 눈동자는 여전히 맑은지, 그리고 이마는 여전히 거만하지도 비겁하지도 않은 각도로 사색에 잠겨 있는지를 확인하고 일단은 안도하고 싶어할 것이다.

이제는 누나를 설득해서 그 날의 대화를 털어놓게 한다는 것이 왠지 부당한 요구라는 생각마저 든다. 그저 내 큰아이가 가출했다가 다시 돌아오게 됐을 때 그 아이에게 나는 무슨 말을 들려줄 것인지, 내 가슴에 물어보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리고 내 가슴에서 우러난 그 말이 아버지가 누나에게 했던 말과 똑 닮지 않았을까 짐작하며 ‘11월이면 대추나무에서 들려온다는’ 집안의 전설을 만드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만약 올 11월 하순에 눈이라도 뿌린다면, 누나에게 대전행 열차 여행을 제안해볼까 생각중이다. 그 때 눈이 왔는지 기억에는 없지만. 

[제5회 목포문학상 수필부문 당선작] 민혜 성윤제


본상
산 / 민혜(서울시 노원구)



  기억이란 세월과 함께 풍화 과정을 밟는다. 내 추억 속의 남산만은 어째 닳아지질 않는다. 유년 시절, 나는 매일 남산과 숨바꼭질을 하며 놀았다. 집 밖으로 나서면, 산은 같은 키로 늘어 서 있는 2층 적산가옥들에 가리어서 보이질 않았다. 샛골목으로 접어들어야 산은 숨겼던 그 몸매를 조금씩 내밀어 주었다.


  산은 언제나 가까운 듯 멀고, 먼 듯 가까웠다. 창밖으로 손을 내밀면 산은 쉽사리 내 손아귀로 들어왔지만 잡히지는 않았다. 남산은 하늘 아래 가장 높았고, 남산 보다 더 높은 건 없는 줄 알았다. 나는 고작 다섯 살이었다.


  아버지는 이따금 나를 데리고 남산엘 오르셨다. 아버지 어깨엔 묵직한 카메라가 걸려 있었다. 가는 곳은 약수터까지였지만 다섯 살 나이로는 적잖이 힘겨운 걸음이었으리라.


  봄이면 개나리가 남산 언저리를 눈이 부시도록 물들였다. 봄은 개나리의 노랑과 함께 찾아왔다. 그 무렵의 사진을 보면 한 여름에도 남산을 오른 흔적이 역력한데, 현기증이 나도록 노랬던 개나리의 잔영 때문인지 내 기억은 한사코 봄날에만 남산을 올랐다고 지금도 고집한다. 참말이지 개나리는 어디에 그 많은 물감들을 숨겨두었다 봄이면 그렇게 샛노란 빛깔을 쏟아내는지 모를 일이었다.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올라가면서 우리는 남산에 보다 더 가까운 동네로 이사를 갔다. 집이 바로 남산 밑인 데도 남산을 오른 적은 거의 없었다. 언젠가부터 아버지의 카메라는 보이지 않았고, 아버지는 더 이상 나를 남산으로 데려가지도 않으셨다. 무슨 일 때문인지 아버지와 어머니는 자주 다투었고 나는 그 소리를 숨죽여 들으며 이불 속에서 울음을 삼키는 일이 잦아졌다. 뭔가 크고 어둡고 불길한 것이 산처럼 우뚝하니 내 앞을 가로막고 있는 듯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느닷없이 빚쟁이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어디론가 종적을 감추었다. 집안에 큰 동공(洞空) 하나가 생겨난 것 같았다. 아버지가 빚을 지게 된 연유는 5.16으로 인한 사회적 변화로 빚어진 일이라고만 짐작했을 뿐이다. 가장이 사라진 집안을 어머니 홀로 힘들게 꾸려갔다. 엄동설한에 어머니는 우리 삼남매를 먹여 살리기 위해 공장에 취직하여 아침이면 어디론가 바삐 나가셨다. 하루하루 우리 가족이 넘어야 할 고개가 장애물 경주하듯 이어졌다. 고개는 높낮이가 다른 산의 능선과 같아서 어떤 것은 오를 만했고 어떤 것은 깔딱 고개처럼 나를 휘청거리게 했다. 끼니를 찾아 먹는 일, 중학교에 내야 할 입학금을 신경 써야하는 일, 빚쟁이로부터 알량한 재산을 지키는 일…. 아버지는 여전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하루는 긴 손톱에 새빨간 에나멜을 칠한 빚쟁이 아줌마가 찾아와 쌀자루를 들고 갔다. 사채업자였던 그녀는 검은 피부에 뾰족한 턱을 지녔고, 얼굴에 난 여드름 자국마다 밀가루 같은 분칠이 겉돌고 있어 짙은 화장에도 불구하고 인상이 여간 가년스러운 게 아니었다. 그녀는 쌀자루를 부여잡는 내 손등을 할퀴고 기어이 그것을 빼앗았다. 그녀의 손톱이 지나간 내 손등엔 이내 색연필로 그은 듯한 손톱자국과 함께 선홍색 핏방울이 내비쳤다. 나는 상처가 아픈 줄도 몰랐고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쌀자루를 포획하고 물러갔지만 다음 날이면 또다시 우리 집을 찾아 올 게 뻔했다. 하루하루 산마루를 넘고 또 넘어도, 넘어야 할 된비알은 다시 몸통을 들이밀며 앞을 가로 막았다. 끝이 도무지 보이질 않았다. 얼른 해 저물고 어둠 내려 잠자리에 들 시간이 찾아오기만을 나는 간절히 기원했다.


  내 앞에 다시 산이 다가온 것은 결혼한 뒤 오십 중반을 넘긴 어느 여름날이었다. 그 무렵 남편은 집안에만 칩거해 있었고 나는 맨살로 세파를 견뎌내고 있었다. 그 때 생각난 게 산이었다. 들짐승처럼 무작정 산속으로 숨어들고 싶었다. 그제야 비로소 서울의 산들을 둘러보았지만 높다랗게 우뚝한 산을 홀로 오를 엄두가 선뜻 나지 않았다.


  삼복염천에 나는 작정하고 매일 동네 한 바퀴를 1시간 여 돌고 돌았다. 산에 오를 체력을 키우기 위함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면 기력이 탈진하여 거실 바닥에 길게 뻗어 천정만 바라보기가 일쑤였다. 그러기를 한 달 여. 그 후 나는 산행 클럽에 가입하여 매주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산을 오르노라면 숨은 턱에 닿고 몸은 혹한에도 땀으로 질척였으며 옷 밖으론 허연 김이 연신 새어나왔다. 산에 오르면 의식이 아주 단순해지는 게 신기했다. 거대한 산이 나를 품어준 것만이 그저 고마웠다.


  1년 쯤 지나 나는 첫돌 맞은 아이 걸음 떼듯 홀로 하는 산행을 즐기기 시작했다. 고삐 풀린 망아지인양 산의 체취에 코를 박으며 흙 위에 뒹굴어도 보고 맨발이 되어 네 발(?)로도 산을 올랐다. 간단없이 흘러내리는 땀방울 속에 내 삶의 무거움도 함께 빠져나갔다. 봄비 내리는 연두빛 산도 걸어보고, 삭풍 부는 겨울날의 호젓한 산길을 걸어도 봤다. 그런 날 일반 등산로를 벗어나 인적 드문 길을 걷노라면, 낙엽을 밟고 지나간 사람 발자국이 보이던 조붓한 산길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아 길을 잃고 정처 없이 헤매기 십상이었다. 뼈 속 깊은 추위와 적막 가운데서도 이상스레 나는 겨울 산에 이끌렸다. 바람이 지날 때마다 겨울의 마른 숲은 잎새들의 서걱대는 소리와 함께 신음을 내지르며 나를 혼미하게 만들었다. 거대한 산의 암석도 맨몸으로 바람과 맞싸우다 언젠가는 닳아질 것이었다. 지표 위를 덮었던 낙엽들은 거센 바람에 몸부림을 쳐대며 뒹굴고, 어떤 것은 분수처럼 공중으로 치솟고, 어떤 것은 눈발처럼 위에서 아래로 나부끼다가 자취 없이 사라졌다. 수세를 자랑하던 낙락장송도 근육이 찢기는 소리와 함께 덧없이 꺾여 내렸다. 산이 그 품에 거느렸던 모든 식솔들은 강풍을 만나 맥없이 스러지고 흩어지며 숨어들었다. 산이란 바위를 뼈대로 솟아난 불굴의 뫼인 줄만 알았을 뿐, 그도 지난한 생명들을 품은 채 자기 식솔들의 생로병사를 지키며 온갖 풍상을 지긋이 견뎌내고 있다는 걸 예전엔 몰랐다.


  산 속에서 나는 나와 유사한 방랑객을 만나기도 했다. 김밥으로 궁색한 점심을 때우려는데, 내가 앉은 바위 밑으로 고양이 한 마리가 다가왔다. 고양이의 움직임은 눈송이처럼 사뿐하여 나는 그의 존재를 금방 알아채지 못하였다. 미풍조차 불지 않는 산은 온통 하얗고 두툼한 눈 이불을 뒤집어쓴 채 깊은 동면에 빠진 듯 했다.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하늘은 잡티 없는 코발트 불루를 풀어놓았고, 눈의 흡음(吸音) 효과인지 한낮임에도 비현실적 고요만이 온 산을 휘감았다. 그 아무도 이 순결한 고요를 방해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 나는 무위(無爲)의 순간을 호사스럽게 즐기고 있었다. 그 고요 속에서, 놀랍게도 고양이가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녀석은 내 손에 들린 김밥을 간절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몇 날을 굶은 듯 고양이의 몰골은 양 볼이 움푹하니 궁기가 가득한 모습이었다. 나는 김밥을 손에 들고 녀석에게 오라는 시늉을 했지만 놈은 한 발짝도 다가서지 않은 채 연신 침만 넘겼다. 남은 양식을 모두 고양이에게 내어주고 나는 휘적휘적 산길을 내려왔다. 녀석은 집둘레를 돌며 쓰레기를 뒤져 먹는 길고양이의 안전한(?) 삶을 버리고 어쩌다 이 산속까지 기어들어와 산고양이가 됐을까.


  너무나도 정확히, 산은 사람이 오른, 꼭 그만큼만, 자신을 열어 보인다. 실은 인생도 살아낸 그만큼만 실체를 보여준다. 산으로 오르는 길은 지름길도 있고 두름길도 있게 마련이다. 눈앞에 암벽이 가로막혀 끙끙거리며 바위를 오르고 났더니 바로 옆에 에움길이 있는 걸 보고 빙긋 웃음이 난 적도 있다. 산이란 오르막길에서도 내리막을 거쳐 가기도 하고, 내리막길에서도 오르막을 통과하기도 한다. 고봉준령을 넘어 정상에 올라 빛나는 깃발을 꽂는 이가 있는가 하면, 야트막한 산언저리나 겨우 오르다 가는 이도 있으니 이 또한 우리네 인생살이 아닌가.


  어린 시절 산을 보고 자랐던 나는 황혼녘이 되어서도 산을 보며 살고 있다. 내가 사는 아파트 창밖으론 북한산과 도봉산과 수락산이 보인다. 인근에 명산들을 끼고 있어 나는 한 동안 그 산들을 꽤나 많이 올랐다. 이제 내 유년의 봄날은 가뭇없이 사라졌고, 단내 나던 여름날도 강물처럼 흘러갔다. 지금 나는 가을을 살고 있고 내 기력은 해마다 쇠진하여 다시 산이 두렵다. 모든 산이 정녕 두려웁다.


  아무려나 언제고 나는, 내 평생을 오르내리며 웃고 울었던 삶의 산마루 고갯길에서 내려오다가 마른 들풀처럼 스러지고 말 것을 안다. 산은 그제야 곤고했던 나를 품어 넉넉한 잠을 허락해 줄 것이다.








신인상

아버지의 전축 / 성윤제(충남 예산군)



  시골집 사랑채 옆에는 조그만 마루가 하나 딸려있다. 우리 형제들은 어렸을 적부터 이곳을 사랑마루라고 불렀다. 사랑방 옆에 딸린 작은 마루였기 때문이다. 할아버지가 직접 집을 짓고 그곳에 마루를 내어 살아생전에 요긴하게 사용하던 곳이다. 저녁마다 등잔불을 밝혀놓고 긴 곰방대를 입에 문채 돗자리를 짜고 새끼를 꼬던 모습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 할아버지의 일상이 펼쳐지는 독립된 공간이었다. 점심을 드신 뒤 목침을 베고 편하게 낮잠이라도 주무실 때면 참으로 아늑해 보이기도 했다.
사랑방 옆에 마루가 딸리는 것은 충청도와 경기도를 비롯한 중부지방의 전형적인 가옥형태다. 사랑채 옆에 달아놓은 일종의 툇마루였다. 우리 집은 튼ㅁ자형의 집구조로 내가 중학교 다닐 때 지어졌다. 본채에는 안방 윗방이 나란히 붙어 있고 이어서 대청마루가 있고 그 옆에 사랑채가 연결돼 있는 형태다. 그리고 그 끝에 조그만 사랑마루가 놓여 있다.


  이곳은 우리들에게도 둘도 없는 비밀의 공간이었다. 우리는 수시로 이곳에 모여 다양한 놀 거리를 만들어 시간을 보내곤 했다. 봄철에는 칡뿌리를 캐다 잘라먹고 여름에는 참외를 서리해와 들킬세라 숨어서 먹던 공간이다. 가을철에도 옹기종기 모여서 알밤을 까먹던 기억이 새롭고 겨울철에는 썰매나 팽이를 깎기도 했다. 사시사철 소일꺼리를 제공해주던 아지트 같은 곳이다. 지금도 가만히 눈을 감고 있으면 아름다운 추억들이 줄줄이 머리를 비집고 올라온다. 사랑마루는 그렇게 퍼내도 줄지 않는 샘물 같은 추억의 보고인 곳이다.


  사랑마루 주변은 비밀의 공간에 어울리지 않게 꽤나 운치도 있었다. 바로 앞에는 잘 가꾸어진 화단이 자리하고 있어 사시사철 다양한 꽃들을 피웠다. 특히나 봄철에는 라일락이 그윽한 향기를 드리우고 자목련 또한 도도한 자태로 우리들을 현옥시켰다. 나무 주변은 하얀 백합이 순결한 자태로 고개를 숙이고 있어 늘 서정적인 풍경을 자아냈다. 가끔은 라디오를 틀어놓고 음악을 들으며 라일락 향에 취해 릴케나 바이런의 시를 탐닉하기도 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사랑마루는 대를 이어 아버지의 공간이 되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어떤 연유인지 별로 이곳을 사용하지 않으셨다. 어쩌면 그곳에서 당신의 아버지가 떠올라 그랬을 수도 있다. 그 뒤로 얼마 동안은 선반 위에 할아버지가 돗자리 짤 때 사용했던 고드래돌과 왕골로 만든 실타래 몇 개만 놓여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몇 해 지나지 않아 이런 것들도 하나둘 사라지고 나중에는 아버지가 쓰던 대패나 작은 연장 몇 개만 얹어져 있었다. 그 뒤로는 아예 미닫이 유리창을 달아 허드레 창고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런 뒤로 주인 없는 성처럼 사랑마루의 존재는 거의 내 기억에서 지워져 있었다.


  그런데 올 여름방학이었다. 방치된 시골집에 잡초라도 제거하려고 들렀다 우연히 사랑마루를 둘러보게 되었다. 당연히 허드레 물건이 쌓여있든가 텅 비어있으려니 했다. 하지만 생뚱맞게 부피가 큰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가 구석에 뽀얗게 먼지에 뒤덮여 있었다. 의아해서 살펴보니 아버지가 생전에 구입하신 것이었다. 겉에는 가죽으로 씌워져 손잡이 까지 달려있고 당시에는 최신식 모델로 꽤나 값이 나갔던 것이다. 15년여 만에 다시 보게 되니 감회가 새롭고 어떻게 저것이 지금까지 치워지지 않고 남아 있을까 신기했다. 구입한 것으로 치면 20년이 훌쩍 넘은 물건이다.


  당시에 우리들은 그것을 휴대용 전축이라고 불렀던 기억이 난다. 도시나 시골을 막론하고 그런 휴대용 전축이 한참 유행할 때였다. 들이나 산으로 놀러 나가면 너 나 할 것 없이 들쳐 메고 나갔다. 여기저기서 크게 틀어놓고 남녀가 뒤엉켜 관광버스 춤을 춰대던 때였다.


  처음 휴대용 전축이 우리 집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안 것은 이것을 구입하고 몇 개월이 지난 뒤였다. 우연히 사랑마루에 들렀을 때 한쪽 구석에 처박혀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순간 우리 집에 이런 것이 있었나 하는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론 누가 사다 놓고 듣지도 않고 방치해 놓았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평소 음악을 좋아하던 아버지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머니가 듣기 위해 사다 놓은 것은 더더욱 아닌 듯했다. 설령 아버지가 샀다고 해도 안방에 놓고 들을 일이지 사랑마루에 처박아 놓을 이유가 없었다. 생각할수록 궁금증이 증폭되었다. 분명 여기에 무슨 사연이 있을 것 같았다.


  더군다나 당시로서는 좀 비싼 가격대의 카세트 플레이어였다. 평소 누구보다 검소하고 계획성 있게 생활하시던 당신들이다. 아무리 음악을 듣고 싶었다고 해도 고가에 선뜻 구입했을 리가 만무했다. 처음에는 앞 개울가로 놀러왔다가 놓고 간 것을 주워왔던가, 아니면 차에 싣고 가다가 떨어트린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흠집 하나 없고 거의 사용하지 않은 상태다보니 그런 추측도 아귀가 맞지 않았다. 또 다른 추측은 노래를 듣고 싶어서 사기는 했는데 조작법이 까다로워 방치해 놓았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궁금증을 풀기 위해 어느 날 에둘러 아버지한테 휴대용 전축 얘기를 꺼냈다. 좋아하는 노래있으면 테이프를 구입해 드릴테니 심심할 때 들으라고 권했다. 그런데 돌아온 반응은 의외였다. 시큰둥한 표정으로 남에게 얘기하듯?나는 들을 일 없으니 너나 갖다 들어라?하시는 거다.


  나를 주려고 샀으면 미리 모델이나 기능에 대해서 물어봤을 분이다. 그리고 벌써 가져가라고 전화라도 했지 사랑마루에 처박아 놓을 리가 없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 그렇다고 더 이상 물어볼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저런 추측을 해보아도 선뜻 마음에 짚이는 것이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마을에 나갔다가 우연히 답을 얻게 되었다. 저녁 무렵 아들 녀석의 손을 잡고 마을 쉼터를 둘러보는데 마침 아버지 친구 분들이 막걸리를 들고 계셨다. 모처럼만에 인사라도 드리고 술 한 잔씩 따라 드리려고 다가갔다. 그런데 한 분이 뜬금없이 나를 보자마자?네 아비가 장사꾼한테 속아서 산 전축 좀 가져와 틀어라?하시는 거다. 어찌 말투가 평소 말투와 다르게 놀리는 듯한 뉘앙스가 풍겼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가 감이 오지 않았는데 잠시 생각해보니 사랑마루에 처박혀 있는 휴대용 전축이 떠올랐다. 모르는 척 시치미를 떼고?우리 집에 무슨 전축이 있고 속아서 사다니요?하고 되물어보았다. 그랬더니 휴대용 전축을 구입하게 된 사연을 자세히 말씀해 주셨다.


  당시에는 떠돌이 박물장수처럼 마을을 돌아다니며 약이나 불량한 가전제품을 팔러 다니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 사람한테 아버지가 휴대용 전축을 샀다는 것이다. 그것도 속아서 말이다. 도무지 믿기지가 않았다. 요즘에도 나이 드신 노인들을 상대로 건강식품이라고 해서 사기를 치는 사람들이 많아 사회 문제로 이슈화되기도 한다. 하지만 평소 아버지와 어머니는 쉽게 이런 수법에 넘어갈 분이 아니셨다. 오히려 주변 분들에게 못 사게 설득하던 분이다. 단언컨데 속아서 사신 것은 아니고 무슨 사연이 숨겨져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는데 아버지라고 넘어가지 말란 법이 없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일반적으로 장사꾼들이 자주 써 먹는 고전적인 수법 중에 하나가 당신 같은 분은 돈이 없어서 이런 것을 살 수 없다고 은근히 무시하는 거다. 그 말에 남자들은 자존심이 상해서 보란 듯이 물건을 구입한다는 것이다. 특히나 피해 의식을 가지고 계신 시골 분들한테는 절대적으로 통하는 수법이라고 들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이런 수법을 꿰뚫고 계셨기 때문에 분명 속임수에 넘어간 것 같지는 않았다.


  어느 날 여기에 대한 궁금증을 우연한 자리에서 아버지를 통해 직접 듣게 되었다. 아버지 친구 분 중에 떠돌이 장사꾼 물건을 잘 사시는 분이 계시다. 집안 형편이 어려운데도 일단 배짱 있게 할부로 사고 본다. 그런데 어느 날 쉼터에 떠돌이 장사꾼이 휴대용 전축을 팔러 온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아버지 친구 분이 보란듯이 할부로 구입하신 것이다. 그러면서 아버지에게도 물건이 좋다고 부추긴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가 충동적으로 구입하실 리가 없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던 장사꾼이 아버지한테 새로운 수법을 쓰신 것이다. 아저씨는 돈은 좀 있어 보이는데 남자로서 배짱이 없어서 못살 것 같다고 한마디 던진 것이다. 이에 아버지가 자존심이 상하시고 감정을 자제하지 못해 보란 듯이 그것도 현찰로 사신 것이다. 나보다 못사는 친구도 배짱 있게 사는데 왜 못사나 싶어서였다고 했다. 장사꾼의 고도의 심리전술에 낚인 것이다.



  아버지는 누구보다도 사리분별이 확실하시고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분이다. 동네에서 큰 일이 발생하면 아버지한테 자문을 구하고 평소 아버지 말이라면 모두 인정하고 잘 따랐다. 그런 아버지가 잘 알면서도 전축을 샀다면 장사꾼의 속임수보다 친구 앞에서 힘없고 능력 없는 남자로 보이기 싫으셨던 심리가 더 작용했을 것 같다. 남자들만이 가지고 있는 특성인지도 모른다. 남자들은 본래 친구들 앞에서 기죽기 싫어하고 힘이나 배짱을 과시하려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장사꾼이 이런 남자의 가장 중요한 감정 영역을 건드린 것이다. 어쩌면 당신은 그런 것까지도 알고 계셨을 것이다. 단지 친구 앞에서 자존심이 무너지는 것에 스스로가 상처받고 싶지 않은 자격지심 때문이었을 것이다.

  평소 당신 스스로 남자의 위엄을 지니고 배짱과 뚝심으로 어려운 집안을 건사해 오신 가장이었다. 누구보다 뛰어난 재능을 지니셨고 출중한 외모에 운동신경까지 남달랐던 분이다. 하지만 어려운 집안 형편에 많은 식구를 건사하느라 품었던 뜻을 평생 펼치지 못하셨다. 평생 가정을 먼저 생각하고 절제하며 다른 생각을 못하신 것이다. 가끔 술이라도 한잔하시면 푸념처럼 내뱉던 말이 생각난다. ?내가 조금이라도 움직일 수 있는 형편이었다면 어떻게라도 성공해서 한자리 했을 텐데……. ?하시던 분이다. 말은 안 해도 피해 의식을 가지고 계신 분이다. 아버진들 자존심이 없고 배짱이 없었겠는가. 누구보다도 남자다웠던 분이다. 그 순간 친한 친구 앞에서 평소 당신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집어 보이고 싶었던 것이다. 나한테 구입하게 된 이유를 얘기했다는 것도 그런 의미가 담겨있다는 것을 피력하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어쨌든 그렇게 해서 생긴 것이 우리 집 휴대용 전축이다. 구입해서 듣고 안 듣고는 문제가 아니었다. 아버지 마지막 자존심의 산물이었다. 아버지가 남겨 논 유형의 마지막 유산처럼 느껴졌다. 평소 노래 듣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자 괜히 객기를 부렸다는 생각이 들어 사랑마루에 처박아 놓게 된 것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도 10여 년이 넘었다. 아버지 흔적이 남아 있는 것은 이제 거의 없다. 그런데 사랑마루 한쪽 구석에서 아버지의 굳건한 자존심이 지금껏 살아서 우리를 지켜주고 있었던 것이다. 거기에 놓여있는 휴대용 전축은 용도 폐기된 낡은 그런 물건이 아니다. 평생 동안 굳건히 우리 집을 지탱하고 건사해 오신 아버지의 분신이었고 자존심이자 사랑 그 자체였다.


  나는 무심코 전축의 플러그를 꽂았다. 아직도 10여 년 전에 꽂혀있던 테이프에서 신기하게 이미자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그동안의 긴 세월이 한순간에 증발해 버린 느낌이었다. 나는 바쁘다는 핑계로 세월에 치어 아름다운 추억을 잊고 아버지의 기억도 지워가고 있었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마루 구석에서 지금껏 따스한 사랑의 온기를 지닌 채 홀로 버텨내고 있었는데 말이다. 멍하니 서서 노래를 듣고 있자니 처음 휴대용 전축을 사들고 오셨을 아버지의 마음이 읽혀졌다. 나도 이런 것쯤은 살 수 있을 만큼의 여유와 배짱 있는 남자라며 스스로 자랑스럽게 들고 오셨을 것 같다. 돌아가시고 10여년이 흐른 지금 먼지가 뽀얗게 쌓인 사랑마루에서 따스한 아버지의 또 다른 모습을 본 것이다. 당신도 남들 앞에 자존심과 배짱을 내보이고 싶었던 평범한 한 남자였다고 생각하니 더욱 친근하게 느껴진다.


  돌아오는 내내 당신께서 생전에 유일하게 흥얼거리시던 이미자의 섬마을선생 노래 소리가 계속해서 귓가에 들려오는 듯했다.









『제5회 목포문학상』수필부문 예심평 / 예심위원 정정길 주광현
1. 알아 두기(신인•기성 공통)


◎ 응모자는 응모 요강을 정확하게 파악해 두어야 한다. 작품 분량이 ‘200자 원고용지 20매 내외’라는 조건을 제시했으므로 작품 내용이나 수준은 차치하고라도 최소한은 이 주문에 응해야 한다. 이는 공모를 주관하는 공모자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이자 응모자의 겸허한 자세이기 때문이다.
공모는 일종의 공개경쟁을 전제로 하고 있으므로 동일한 조건에서 작품을 꼲고 가려야 하는 잣대이자 공정을 유지하는 저울이 되므로 어떤 경우에서나 이는 지켜져야 한다. 따라서 제출한 두 편 중의 한 편이라도 이 조건을 충족시키지 않았으면 예심에서 과감하게 제외하였다.


◎ 작품을 창작하는 문인, 특히 산문을 쓰는 작가는 우리말의 쓰임에 매우 정확하고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 외래어나 영어, 한자에는 획 하나, 점 하나를 놓고도 시비를 가리면서 우리말에는 너무 너그러우면서 소홀하게 여기는 경향이 짙다. 대화하는 문장에서는 흠이 될 수 없으나 본문에서는 지극히 조심해야 하는 사투리가 그러하지만 맞춤법과 띄어쓰기는 더욱 그러하다. 우리말의 바탕이 되는 맞춤법과 띄어쓰기에 소홀하면서 글을 쓴다는 것은 모래 위에 높은 집을 짓는 일과 무에 다른가. 더불어 우리 고유의 낱말에도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말의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아무렇지 않게 여기고 글을 쓰는 작가는 그 품격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굳이 육필 원고만을 원하지 않고 한글 문서라는 매체로 규격 용지에 쓰기를 바란다. 이때 꼭 유의할 점은 원고 말미에 원고 분량을 밝혀 두는 친절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컴퓨터에 자기 나름대로의 문서 규격을 만들어 두는 정성을 쏟으면 매우 편리하다. 규격 용지가 A4이므로 전후좌우의 여백과 행간•자간•서체•글자 크기 등 원고 작성에 필요한 조건을 조절해서 규격 용지 한 장에 원고용지 4~5 장 정도가 넣어지도록 편집해 두면 꼭 육필만을 요구하는 주문이 아니면 전부 응할 수 있다.


◎ 예심을 통과한 신인상의 여섯 작가 여덟 편, 기성 문인 일곱 작가의 열한 작품을 일일이 소개할 수 없는 점을 양해하기 바란다.
공모자에게 접수된 순서에 따라 붙인 번호와 제목만을 보고 예심을 진행했으므로 실명을 알 수 없는 탓도 있지만 열아홉 편 모두의 심사평을 일일이 열거할 만한 공간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여타 응모자와 다음을 위하여 일부러 사족을 붙이거니와, 한 응모자가 작품 두 편을 앞뒤로 바꿔 붙여서 시간차를 두고 이중으로 응모했다면 부러 그러한 것이 아니라 깜박 잊고 다시 보내는 수고를 했다고 생각해서 위로의 말씀을 전하는 바이다.


2. 신인 작품상 예심


수필의 주인공은 한 마디로 작품을 쓰는 작가 자신이다. 따라서 작품 내용의 범주가 자칫 자신의 주변으로 제한 받게 되어 감동과 공감을 얻지 못하기 마련이다.
경험했던 사실의 단순한 나열이나 전시, 지식의 소개에 그치게 되면 수필이 추구하는 관조와 깊은 사색으로 추구해야 할 감동은 사라지게 되어 있다. 신인들의 응모 작품 대부분이 바로 이러한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아내와 남편, 직계 존비속과 지인과의 인연에 대한 회억(回憶)에서 멈추는 경향이 심했다. 수필에서 지극히 경계하고 조심해야 할 대목을 짚어 가지 않았다는 말이다.
제목이 싱그럽고 서두가 제법 그럴듯하기에 한눈을 팔지 않고 재미를 붙여 한창 읽어 가는데 갑자기 뚱딴지같은 이야기가 툭 불거지면서 분위기가 딴통같이 바뀌니까 그 순간 고조되어 가던 감동이 홍로점설같이 사라져지고 말았다. 즉 아내와 남편의 투병기, 사랑을 다지고 기념하기 위한 여행 기록, 타인의 작품을 지루하게 인용하여 문맥이 산란해져 버렸으니 그럴 수밖에 없을 일이다.
특히 아쉬운 점은, 응모한 두 편 중 한 편은 쏠쏠한 맛이 있어 맘에 쏙 꼽히는데 함께 제출한 다른 작품은, 앞의 작품을 쓴 능력을 감안하여 아무리 후하게 생각하고 싶어도 이에 미치지 않는다면 심사자가 꼭하다거나 태만은 되지 않으리라.
심사운영위원회는, 예심에 들어가기 전에 예년과는 달리 본심으로 넘기기로 약속한 다섯 분에 머무르지 말고 놓아 버리기 아까운 작품도 선정해 달라는 주문이 있어 내심 반가웠으나 수필로서의 격(格)을 갖춘 작품을 더 많이 추려내기 어려워 난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겨우 한 분의 한 작품을 더 올리는 욕심으로 만족해야 했다.
글쓰기를 처음으로 배울 때 으레 듣게 되어 있는 “많이 읽고 많이 쓰라.‘는 지극히 평범한 가르침을 원리이자 진리로 여기고 깊이 새겨 좀 더 많은 관심을 갖기 바란다.


3. 기성 문인 작품상 예심


역시 달랐다. 문장 구성이 그러했고 어휘 선택이나 이의 운용 솜씨가 그러했으며 처음부터 끝까지 주제를 놓지 않고 이에 매달려 천착(穿鑿)하며 문장을 전개해 나가는 방법이 신인 작품들과는 사뭇 달랐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옥에 티가 아주 없지도 않았다. 기성 수필가라면 작품의 주인공이 자기 자신임을 익히 알았을 터, 그러함에도 가족의 역사와 주변 인물과의 관계를 지루하게 설명하는 등의 우를 범하는 작품도 발견할 수 있었다. 너무 자상하고 친절한 설명은 독자의 눈을 어지럽게 하고 머리를 둔하게 한다. 줄일 것은 줄이고 없앨 것은 과감하게 버리는 용기를 가짐으로써 독자에게도 생각하고 추상(抽象)하며 감동을 함께 느낄 수 있는 틈을 주는 아량을 베풀라는 말이다.
하나의 사상(事象)을 붙잡고 줄기차고 끊임없이 탐색하며 추구하는 수필 본연의 길에서 슬쩍슬쩍 벗어나고 있었다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심지어는 한 작품에서 ‘나’와 ‘내’가 마흔한 번에 걸쳐 반복되었다면 독자는 어디에 눈을 두어야 할까. 동일인의 다른 작품에서는 열여덟 번이었고 여타 몇몇 작품에서도 어슷비슷한 현상이 발견되었다는 점도 잊지 않아야 할 대목이다.
신인상 예심에서 잠깐 언급한 바 있지만 기성 문인 또한 풍부한 우리말을 충분히 활용하는 길을 들였으면 좋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몇 가지 예(例)만 들어도 우리말의 표현 방법이 얼마나 넉넉한가를 알 수 있다.
귀신의 경우, ‘강남도령’을 비롯해서 ‘하리’에 이르기까지 서른이고, 바람은 또 어떤가. ‘가맛바람’에서 ‘흙바람’까지 아흔여섯이며 구름만 하더라도 ‘겹구름’에서 ‘흙 구름’까지 쉰하나에, 잠을 말하자면 ‘갈치잠’에서 ‘헛잠’까지 쉰셋에 달한다.
기성•신인 작품 총 238편중에서는 개•이내를 비롯한 고유의 우리말을 기껏 넷밖에 발견하지 못했으니 씁쓰레한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
기성 문인 작품 또한 애초에 정한 다섯 분에서 자르지 말고 넉넉하게 올리라는 주문에 따라 두 분의 세 작품밖에 추가할 수 없었다는 점을 밝힌다.
끝으로,
선(選)에 들지 못한 작가들의 지금까지의 각고의 노력에 깊은 위로와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절차탁마(切磋琢磨)에 더욱 정진하여 다음 기회에 과감하게 도전하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바라마지않는다.




『제5회 목포문학상』수필부문 본심평 / 본심위원 정목일
(본상부문)


제5회 목포문학상 수필부문의 본심에 올라온 후보작은 기성과 신인을 합하여 총 13명의 26편이었다. 작품을 다 읽고 나서 느낀 소감은 문장의 수식과 묘사력은 인정되지만, 내용이 부실하다는 점이었다. 주제의 형상화가 부족한 편이었으며, 체험의 무게나 깊이를 드러내지 못하고 문장에만 신경을 쓴 듯한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다. 지나친 수식과 형용은 진실을 가리게 된다. 수필 문장에 있어선 압축과 간결한 문장이 돋보이는 법이다.
문장만을 볼 때는 나무랄 데가 없지만, 읽고 나서 무엇인가 남는 게 없다는 점이 허망하다. 주제의식이 선명하지 못한 까닭이다. 자신의 체험과 느낌과 생각만으로 된 작품으로 그쳐선 안 된다. 좋은 수필이란 체험을 통한 인생적인 발견과 깨달음으로 감동을 수반해야 한다.
미끈한 문장을 찾고자 하는 게 아니라, 인생적인 성찰과 발견, 깨달음과 감동을 주는 작품을 얻고자 했다. 심사위원이 되면 좋은 작가와 작품을 만나기를 기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기성 작가의 작품들을 일별하고 마음에 드는 작품을 골라낸 다음, 두 번씩 정독하였다. 군계일학의 작품이 나타나지 않아 꼼꼼히 다시 한 번씩 읽게 되었다. 특별하다고 할 만한 정도는 아니지만, <산>( 접수번호 250번)을 수필 본상 당선작으로 선정한다.
<산>은 주제의 통일성, 소제의 적절성, 효율적인 구성, 문장력 등이 조화를 이뤄 인생적인 무게를 지니고 있었다. 문장이 치장이나 과장법이 없이 진솔, 단아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점에서 작가적인 내공과 마음의 연마를 보았다. 이 작가의 또 하나의 작품인 <베토벤을 만났을까>도 3년 전에 타계한 남편을 회상하면서 쓴 글로써 자연스럽게 공감을 갖게 하는 작품이었다. 목포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더욱 분발하여 좋은 작가가 되길 바란다.


(신인상부문)


신인상의 응모작품 중, 결심에 올라온 작품은 여섯 분의 13편이었다. 신인이란 기성의 틀과 형식을 깨고 새로운 작품세계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알려야 한다. 기성의 틀과 형식에 따르는 현실주의를 지양해야 한다. 합리와 전통에 따르려 하지 않고 실험과 시도가 필요하다. 주제나 소재 면에서 새롭고 개성적인 작품을 만나길 기대했다. 신변잡사의 서정수필에서 벗어난 자신 만의 빛깔과 광채를 보이는 작가를 발굴하고자 했다.
응모작들이 기성 수필가들의 작품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평범하고 첨예성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중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작품세계를 가꾸어 갈 저력과 안목이 깃든 것을 찾아보려고 애쓴 끝에 <아버지의 전축>(접수번호 333번) 신인상 당선작으로 골라냈다.
<아버지의 전축>의 작가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비로소 출발선에 섰다는 것을 잊지 말라는 것이다. 언제나 초발심을 잊지 말고, 수필쓰기에 정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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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 속 명언 ♥ 정호승

 

실패를 기념하라

무엇을 시작하기에 충분할만큼 완벽한때는 없다

 

 

 

견딤이 쓰임을 결정한다

모짜르트가 되기보다 살리에르가 되리라

 

눈을 짊어지고 우물을 메우는 것처럼 공부하라

해가 질때까지 분을 품지마라

 

스스로 자기자신의 스승이 되어라

두주먹을 쥐고 분노하기보다

두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것이 낫다

 

가시많은 나무에 장미 같이

아름다운 꽃이 피었다고 생각하라

 

참지 못하면 이길수 없다

고통은 극복이 아니라 그냥 견디는 것이다

 

목적을 버려야 목적에 다다른다

고통은 그 의미를 아는순간 더 이상고통이 아니다

 

산이 내게 오지않으면 내가 산에게로 가면된다

다람쥐는 작지만 결코 코끼리의 노예가 아니다

 

꽃한송이가 밥 한그릇보다 더 귀할수있다

밤하늘은 별을 사랑해도

자신을 온통 별로 채우지않는다

 

행복할때는 매달리지 말고 불행할때는 받아들여라

아무도 미워하지않고 살게되기를

 

 

 

​피라미드를 쌓는일도 처음엔 돌 하나를 나르는 일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만선의 기쁨을 누리기 위해서는 그물 깁는 시간이 필요하다

가진것을다 버려라

너 자신만 안버리면 된다

 

금이 아름답다는 것을 알게되면

별이 아름답다는 것을 잃어버린다

 

걱정은 돌하나도 옮길 수 없다

남에게 자신을 설명하는것은 자신감의 결여다

 

내일의 빵을 굽기워해서는 고통이라는 재료가 필요하다

풀을 베는 사람은 들판의 끝을 보지않는다

 

막걸리를 먹으면서 와인향을 그리워하지마라

남을 용서하지 못하면 내가 죽는다

 

무슨일이 있어도 괜찮아 하고 말하라

길이 끝나는 곳에 길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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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 정호승

 
 
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  정호승
갈릴래아 호수에 가보았습니다. 멀리 수평선이 보일 정도로 망망한 바다 같았습니다. 문득 이런 갈릴래아 호숫가에서 예수를 만났을 가난한 어부 베드로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그물이 찢어지고 배가 가라앉을 정도로' 물고기가 잡혔다.'는 성서의 이야기도 떠올랐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누구인지 잘 알지 못하는 예수의 말을 그따랐습니다. 저는 갈릴래아 푸른 물결을 오랫동안 바라보며 베드로의 이 점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베드로는 누구보다도 고기를 잘 잡는 어부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남의 충고를 받아들이는 겸손한 자세를 보여주었습니다. 이는 자기주장만 하고 다른 사람의 말에는 아예 귀를 닫아버리는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자세라고 생각됩니다. 예수는 베드로의 일을 자기 일처럼 여기고 참견합니다. 예수의 이러한 태도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공동체적 삶의 자세입니다.

그 '깊은 데'의 의미를 제 인생에 이익이 되도록 이해하고 살아왔습니다. "젊을 때는 인생의 꿈과 목표를 크게 잡아라. 처음부터 깊은 데에 그물을 던져라. 고래가 바닷가에 살지 않듯이 큰 물고기는 얕은 데 살지 않는다."
예수가 말한 그 '깊은 데'란 인생의 외형적 목표와 규모에 대한 것이 아닐 것입니다. 인생의 내면적 깊이, 깊은 사상과 정의가 있는 영혼의 깊이를 의미할 것입니다. 인생은 상대적 넓이도 중요하지만 절대적 깊이도 중요합니다. 인생은 바다이면서 우물입니다. 우물은 넓이도 중요하지만 결국 깊어야 우물로서 존재가치가 형성됩니다. 인생은 넓은 바다가 되기만을 바랄 게 아니라 깊은 영혼의 우물을 지닐 수 있는 존재가 되어야 합니다. 특히 젊음의 인생은 바다만 되기를 바랄 게 아니라 우물이 되기도 바라야 합니다. 가장 소중한 것은 가장 깊은 데에 있습니다. 청년들의 인생이 깊어지려면 꿈과 목표가 있어야 하고, 그 꿈과 목표라는 그물을 반드시 깊은 데에 던져야 합니다.

우리는 지금 인간으로 태어나 살고 있습니다. 이는 참으로 소중한 현재적 가치입니다. 이런 가치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인생의 그물을 얕은 물에 던지거나 아예 던지지도 않는다면 그 인생이 어떻게 되겠습니까. 인생은 각자 다 다르고, 다른 만큼 소중합니다. 인생은 어떤 의미에서 나의 인생이지만 나의 것이 아닙니다. 스스로 소중히 여겨야 할 객체이며, 그 객체는 진정한 예의와 책임을 요구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꿈을 크게 가져야 하고 깊은 곳에 그물을 던질 수 있어야 합니다. 물고기가 많이 잡히기만 바라는 평범한 어부로 하여금 깊은 데에 그물을 던지게 함으로써 인간을 낚을 수 있는 진리의 어부가 되게 했습니다. 이것은 베드로의 삶의 내면이 깊어짐으로써 그 인생의 깊이 또한 깊어진 것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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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매일 신춘문예/단편소설] 닭을 먹다-김호애

문화부
매일신문 입력 2017-01-02 04:55:01 수정 2017-01-02 04:55:01
삽화:전숙경 작가
김호애

닭을 먹다/김호애

오늘도 또 우리 암탉이 막 쫓기었다.( ※김유정 「동백꽃」의 문장을 빌려 바꿈.)

마루에서 단잠에 빠져 있다 푸드덕 소리에 잠에서 깼을 때였다. 그 먼 길을 어떻게 찾아온 건지 수탁네 수탉이 우리 집 앞마당까지 찾아와서는 내 귀여운 암탉 목덜미에 콱콱 부리를 박고 있었다. 암탉은 반항 한 번 못하고 이리저리 도망 다니기 바빴다. 발이라도 빠르면 모를까, 한 번 쪼이고 얼마 못 가 또 붙잡혀 쪼이는 꼴을 보고 있자니 속이 상했다. 안 그래도 수탁에게 빌린 돈 때문에 하루가 멀다 하고 쪼이는 마당에, 닭까지도 수탁네 닭 앞에 맥을 못 추는 걸 보니 자존심이 상했다. 막대로 바닥을 때려 수탁네 닭을 쫓아내고 우리 집 암탉을 두 손에 번쩍 들어 올렸다.

"몸은 비리비리. 눈빛은 흐리흐리. 네 부리는 멋으로 달고 다니냐?"

나는 암탉에게 소리를 질렀다. 닭은 두리번댔다. 찢긴 면두가 덜렁였다.

"뭐하니?"

마당에 들어선 아내가 한심한 듯 물었다. 지친 얼굴엔 짜증이 한 가득이라 나는 절로 움츠러들었다.

아내는 수탁네 마누라에게서 꿔온 보리쌀 한 자루를 평상 옆에 기대어 놓고 그걸 세게 찼다. 자루는 꿈쩍하지 않았다. 아내는 니가 그렇게 잘났어? 어? 어?, 하며 자루를 세 번 더 찼다. 기어이 자루가 옆으로 쓰러지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아내는 평상에 배를 보이고 누워 주르르 눈물을 흘렸다.

"아휴, 여편네. 잘난 척은. 열 받아, 정말."

아내는 누운 채 눈을 치떠 나를 올려다보았다.

"자꾸 괴롭히지 마라. 콱 잡아먹어 버리기 전에."

암탉이 내 팔목을 차고 품에서 빠져나갔다. 뛰어내린 닭은 곧장 자루 쪽으로 향했다. 그러곤 바닥에 떨어진 곡식 낱알을 쪼아 먹기 시작했다. 아내는 눈물을 훔치고 몸을 일으켜 가만, 닭을 내려 보았다. 나는 아내를 피해 방으로 들어갔다.

방엔 지난해 아흔을 넘긴 노모가 자고 있었다. 움직임이라곤 전혀 없는 납작한 등에 놀란 것도 잠시, 노모가 부스스 일어나 앉았다. 내 쪽으로 등을 돌린 채 눈곱을 떼고 옷매무새를 만지고 손에 흘러내린 머리칼을 훑어 귀 뒤에 바짝 대 꽂은 다음에야…… 나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가릴 것 없는 앞섶을 가리며 공손히 인사를 했다.

"이데야 오세요."

노모는 이가 다 빠진 입으로 수줍게 웃었다. 손으로 입을 가렸는데, 막상 입보다도 손이 작아 오그라든 인중이 훤히 보였다.

"막녀는 또 어딜 갔대요?"

노모가 물었다. 여기서 막녀란 젊었던 시절 노모의 시중을 들던 몸종 이름이었다. 이래 봬도 노모는 가진 건 땅밖에 없는 집안의 외동딸로 마을에서 유명했는데, 그 유명세는 가진 건 몸뚱어리밖에 없는 아버지와 결혼을 하고 정확히 십오 년 만에 끝이 났다. 아버지는 노름으로 전답을 몽땅 날린 것도 모자라 나중엔 바람까지 나 집을 나간 것이고…… 하필 그 상대가 막녀였다. 남자는 집에만 머물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가정의 평화에 이롭다는 걸 어머니는 깨달았다. 가세가 기울 때도 끄떡없던 어머니가 막녀와 남편의 야반도주에 무너진 것도 그때였다. 그 후 어머니는 이십 년에 가까운 시간을 산송장처럼 누워 지내왔다. 말도 않고 잠만 자다가 끼니때에나 겨우 일어나 밥을 먹고 다시 눕기 일쑤였다. 오히려 아예 치매에 걸린 후, 내 쥐고 있던 현실의 끈 하나를 놓고 나서야 증세가 좀 나아진 편에 속했다. 며느리를 막녀로, 아들인 나를 남편으로 대하면서 전에 있던 활기를 조금이나마 찾은 것이었다.

나는 노모의 곁에 앉았다. 노모를 보니, 한 마리뿐인 우리 집 암탉이 건달 같은 수탁네 닭에게 수모를 당한 것도 있고 하여, 괜히 어리광부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노모에게 수탁네 수탉 이야기를 했다.

"어머니. 수탁네 수탉이 말이에요, 글쎄. 그게 어디 보통 수탉이에요? 하여튼 그 덩치 큰 그놈이 우리 암탉을 막 쪼는데, 어휴 피가 얼마나 나는지. 수탁이 그 새끼는 닭 관리를 어떻게 하는……."

내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노모는 화들짝 놀라면서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고, 기분 푸시라고 말했다. 나를 달래주는 그 말은 별 위로가 될 만한 말이 아님에도 그냥저냥 듣기 좋은 소리라 노곤하게 마음이 풀렸다. 그러다 갑자기 노모는 눈빛을 빛내며 뭔가 생각났다는 듯 호들갑스럽게 박수를 쳐댔다. 내가 바라보자 노모는 과장되었던 호흡을 진정시키고 침을 꾹 삼킨 뒤 속삭였다.

"그거 알아요? 사실 나는요, 수탁이 엄마가 차암 싫어요. 당신이 수탁이 엄마한테 감자 뒀잖아. 발뺌할 생각은 마요. 내가 봤으니까. 그 감자는 내가 당신 둔 거였는데. 나쁜 사람."

노모는 섭섭한 표정을 지었다.

"아버지가요?"

내 말에 노모는 나를 노려보았다. 입술을 어찌나 악물었는지 턱이 덜덜 떨릴 정도였다. 노모는 빼빼 마른 주먹을 꼭 쥐어 내 뺨을 세차게 때려 갈겼다. 내가 놀란 틈을 타 또 한 대, 피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 직전에 또 한 대. 나는 넋이 나간 채 그 매를 다 맞아냈다. 도합 세 대였다. 귀 아래가 뜨거웠다.

"감자 말고 또 뭘 뒀어요? 응? 이거 줬디?"

노모는 내 사타구니 사이를 쥐어 곧 뜯어낼 기세로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숨이 턱 멎었다. 쩔쩔매는 나를 보며 노모는 더욱 악을 썼다.

"내가 모를 줄 알아, 응? 내가 모를 줄 알아, 응?"

노모는 읊조리며 더 세게 힘을 줘 나도 모르게 노모를 세게 밀쳐버렸다. 나는 앞으로 고꾸라져 몸을 말았고 어머니는 뒤로 나자빠져 벽에 머리를 부딪쳤다. 그 통에 벽에 걸려 있던 말린 옥수수 다발이 떨어졌다. 사방으로 낱알이 흩어져 방 꼴은 금세 난장판이 되었다. 에쿠쿠, 하며 머리를 매만지던 노모는 고래고래 막녀를 부르기 시작했다. 아내가 방 꼴을 보면 또 한바탕 난리를 피울 게 뻔해, 나는 본능적으로 노모의 입을 틀어막았다. 입이 막힌 뒤에도 내내 나를 노려보던 노모는 나를 밀쳐내고 핑 돌아누웠다.

얼얼하던 아래가 진정이 되자 어머니가 한 말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그 말은 그리 놀랄 만한 게 아니었다. 아버지가 수탁네 엄마를 좋아했다는 건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었으니까. 마을에서 수탁네 엄마를 좋아하지 않은 남자는 없었다. 그러니 감자가 아닌 다른 무언가를 더 주었다고 해도 이해가 갔다. 그건 남우세스럽다 하여 숨길 일도 아니었을 뿐더러 모두가 알고 있어 어느 누구에게도 이상하게 생각되지 않는 일이었다.

수탁네 엄마는 젊고 희고 가슴이 큰 여자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수탁네 엄마가 머문 자리에서는 진한 꽃향기가 났다.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수탁네 엄마의 젊은 시절을 추억하다 나도 모르는 새 노모의 곁에 누워 까무룩 잠이 들었다. 그러다 노모의 살 냄새에 소스라치며 잠에서 깼을 때, 나는 일순간 몹시 불쾌해졌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저 수탁에게 복수하고야 말겠다는 결심만이 반듯하게 섰을 뿐이었다. 어머니나 암탉의 원수를 갚아주고 싶은 건 아닌 것 같았는데, 그것 말고는 이 결심의 시작을 달리 설명할 길이 없어 그저 그 즈음으로 생각을 정리했다.

나보다 덩치도 좋고 힘도 센 수탁을 어떻게 혼내줘야 좋을지 생각했다. 그때 밖에서 또다시 닭 두 마리가 엉겨 퍼덕거리는 소리가 났다.

마당 구석에 있는 닭장으로 가보니 언제 어떻게 들어간 것인지 수탁네 수탉이 닭장 안에서 내 암탉을 또 괴롭히고 있었다. 암탉은 좁은 닭장 속에서 도망도 못 가고 속수무책으로 픽픽 당하기만 했다. 나는 닭장 문을 열었다. 그 사이 푸득! 수탁네 닭이 날아올라 내 어깨를 딛고 밖으로 몸을 내뺐다. 나는 날렵하게 돌아섰고 이제 막 땅에 착지하려는 수탉을 발로 찼다. 푹신하면서도 묵직한 무게가 발끝에 걸렸다. 닭은 똥을 싸지르며 나동그라졌다.

닭을 찬 건 나였는데 순식간에 눈앞이 아득해진 건……. 나는 앞으로 고꾸라졌다. 오른쪽 귀와 광대가 흙바닥에 쓸렸다. 눈에 흙이 들어갔다. 온갖 구멍에 소금이 들어차는 느낌이 들었다. 까끌한 그 이물감은 정말이지 끔찍했다. 눈을 깜빡일 때마다 눈꺼풀이 찢어지는 것 같은 고통이 찾아왔다. 살 껍질이 벗겨져 촉촉하게 속살이 드러난 볼에서는 흙이 만져졌다. 나는 소리를 지르며 허공에 욕을 해댔다.

"그러게 누가 남의 닭을 차래?"

고개를 들어보니 수탁이 제 닭을 끌어안은 채 씩씩대고 있었다. 붉은 윤기가 좌르르 흐르던 수탁의 닭은 그새 그 빛을 잃고 초라하게 떨고 있었다. 그것도 수탁의 팔에 가래 같은 똥을 흘리면서 말이다.

그 모습을 보자 웃음이 났다. 닭만 건드려도 저렇게 벌벌 흥분을 해대니 어머니의 원수를 갚아주는 일도 손쉬울 것 같았다. 나는 덩치도 산만하고 기운도 장사 같은 수탁을 상대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저 저 수탉만 손본다면, 손대지 않고도 코를 풀 수 있는 것 아닌가. 통쾌한 생각에 절로 입이 벌어졌다. 흙이 들어간 눈에서는 눈물이 계속 흐르는지 찝찔한 무언가가 연신 입으로 흘러들었다. 나는 목젖을 보이며 크게 웃었다. 수탁은 한참 더 노려보다 병신, 고자 새끼, 각오해, 하고 엄포를 놓은 뒤 닭을 꼬옥 끌어안고 집으로 돌아갔다. 나는 흠씬 쪼임을 당하고도 천하태평 졸고 있는 암탉을 닭장에 고이 넣었다. 바닥에 떨어진 수탉의 꽁지깃을 주워 주머니에 넣었다. 부엌에서 나온 아내는 그런 나를 발견하곤 으레 짓던 짜증스러운 얼굴을 했다.

"지금 피눈물 흘릴 사람이 누군데. 쯧."

아내는 마당에 물을 한 바가지 쏟아버린 뒤 다시 부엌으로 들어갔다. 마침 집 안에서 막녀를 찾는 노모의 외침이 들려왔다.

"네. 가요, 가!"

아내의 대답을 끝으로 이내 사방은 고요해졌다. 수돗가 옆에 세워둔 깨진 거울에 얼굴을 비춰 보았다. 얼굴은 피범벅이었다. 눈에서 흐른 건 눈물이 아니라 피였다. 나는 그제야 아내의 말이 이해가 갔다. 흉측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수탁의 얼굴을 떠올리고는 기분이 좋아졌다. 그건 분명 겁에 질려 공포에 떠는 얼굴이었다. 나는 더 흉측한 표정을 연습했다. 입술을 위로 올려 잇몸을 더 드러내 보였다. 눈꺼풀이 절로 떨렸다.

손에 물을 받아 얼굴을 씻어내고 눈알에 물을 끼얹어 들어간 흙을 빼냈다. 피부 안쪽에 박힌 돌 알갱이들을 긁어내는 건 정말이지 최악이었다.

밤에는 아내가 상처에 약을 발라주었다. 내가 신음할 때마다 아내는 더욱 세게 볼을 긁듯이 발랐고 노모는 아내의 허벅지를 누르며 막녀야, 살살해야지, 하고 달랬다. 아내는 무릎을 들어 노모의 손길을 털어냈다.

상처가 베개에 닿지 않게 신경 쓰느라 깊이 잠들지 못했다. 내가 뒤척이자 옆에 자던 노모도 같이 뒤척였다.

"죄송해요, 어머니."

나는 속삭이듯 말했다.

"아니에요."

노모가 대답했다. 그 한마디로 잠깐이나마 잠에 들 수 있었다.

선잠에 들어 꿈을 꾸었다. 수탁에게 두들겨 맞는 꿈이었다. 꿈이었는데도 주먹질마다 고스란히 아팠다. 가까스로 꿈에서 깨어난 뒤에는 온몸이 뻐근했다. 나는 깨달았다. 내가 수탁의 닭을 죽이면…… 수탁은 바로 날 죽일 거라는 걸. 무식한 수탁이 놈이라면 그러고도 남을 거였다. 수탁을 이길 자신은 없었다. 그러니 아무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수탁네 닭을 처리해야 했다. 무슨 방법이 좋을까. 생각나는 게 없었다. 돌아가지 않는 머리가 원망스러워 뒤통수를 퍽퍽 쳤다. 그때 노모가 이쪽으로 돌아누우며 눈을 떴다. 달빛에 눈이 반짝였다. 그리고 다 안다는 얼굴로 어보, 닭 잡는 데는 뱀만 한 게 없디요. 한입에 삼키니까, 했다.

노모는 맑은 눈빛으로 웃었다.

뱀. 정답은 뱀에 있었다. 명쾌한 해결책이었다. 더군다나 뱀은 구하기도 쉬웠다. 마을 뒷산에만 올라가도 지천에 널린 게 각종 뱀이었다. 수탁네 수탉이 좀 많이 크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닭은 닭이었다. 그러니 주제도 모르고 뱀을 당해낼 수는 없을 것이었다. 내가 아닌, 뱀이 닭을 해친다면. 나는 수탁의 노골적인 분풀이 대상이 되는 것은 면할 수 있을 터였다. 물론 가장 아끼는 닭을 잃은 슬픔으로 얼마간은 까칠하게 굴 수는 있겠지만 말이다.

나는 뱀을 잡으러 가기 위해 해가 뜨기만을 기다렸다.

뱀들이 너른 바위에 몸을 말릴 시간이 되었다. 나는 튼튼한 가방을 메고 떠날 준비를 시작했다. 뱀을 때려잡을 긴 막대를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아내에게는 약초를 좀 캐오겠다 했다. 아무 풀이나 쑥쑥 뽑아오지 말라며 당부하는 아내의 얼굴엔 웃음기가 서려 있었다. 내가 모처럼 생산적인 일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아내는 만족한 듯 보였다. 나는 걱정 말란 의미로 막대를 휘젓다 아내의 옆구리를 깊이 찔렀고 나동그라졌던 아내는 벌떡 몸을 일으켜 내 등짝을 후려쳤다. 나는 손이 닿지 않아 문지를 수도 없는 등을 옴찔이며 대문을 나섰다.

"더를 두고 어디 가세요!"

뒤에서 노모의 절규가 들려왔다. 노모는 머리까지 풀어헤치고 신발도 신지 않은 채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가만 보니 바지도 홀랑 벗은 채였다. 늘어진 노란 팬티 아래로 허벅지 가죽이 덜렁였다. 아내가 어머니를 막았다. 어머니는 어디 더러운 손으로 나를 만지냐며 아내의 손을 거칠게 쳐냈다. 아내는 한 발짝 떨어져 질린 표정을 했다. 아내는 예, 예, 하며 빠른 걸음으로 방에서 노모의 바지를 가지고 나왔다. 입기 좋게 허리춤을 벌려주자 노모는 손끝으로 아내의 어깨를 짚고 선 채 바지를 꿰입었다. 노모의 허리는 어찌나 굽었던지 무릎이 가슴에 닿을 지경이었다. 다 입고 나서는 같이 가요. 혼자 안 보내요, 했다. 나는 차마 그런 어머니를 두고 갈 수 없어 위험하다는 걸 알면서도 어머니와 함께 뒷산으로 향했다.

어쩐 일인지 그 흔하던 뱀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사방에서는 나뭇가지 부러지는 소리, 바람에 잎사귀들이 몸을 비비는 소리만 시끄럽게 났다. 내가 이곳저곳, 바위틈, 나뭇잎 더미, 나무뿌리 아래를 휘젓고 다닐 때, 뒤따라온 노모는 빨간 점이 진하게 박히고 대가 긴 버섯을 귀에 꽂거나 팔목에 감는 놀이를 멈추지 않았다.

"어머니, 그거 절대 입에 넣으면 안 돼요. 먹으면 안 돼요. 알겠죠, 어머니? 네?"

나는 재차 말해 주의를 주며 땅에 시선을 떼지 않고 뱀의 흔적을 찾았다.

등 뒤의 노모까지 살뜰히 챙겨가며 곳곳을 들쑤셨다. 수탁의 뱀을 한 방에 삼킬 아가리가 큰 뱀을 찾아 헤맨 지 얼마나 지났을까. 무겁게 늘어져 반쯤은 엉덩이에 걸쳐진 바지를 추어올리는 노모와 눈이 마주쳤다. 불룩한 노모의 주머니에는 누가 봐도 독버섯인 것들로 가득했다. 노모는 지친 와중에도 그것들을 소중히 챙겼다. 못내 억울한 심정이 되었다. 모든 의욕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내가 누구 때문에……. 배가 고팠다.

"어머니, 좀 쉬었다 갈까요? 끼니도 좀 때우고요."

"네, 감사해요."

노모는 안심한 듯 웃었다.

평평한 나무 둥치를 찾아 노모를 앉히고 나는 그 옆 비탈에 기대앉았다. 가방에서 주먹밥 한 덩이를 꺼냈다. 노모가 따라올 줄 모르고 한 덩이만 챙긴 것이었는데 크기가 웬만한 아이 머리통만 해 둘이 나눠 먹어도 충분할 것 같았다.

주먹밥을 반으로 가르자 쉰내가 팍 터져 나왔다. 밥 안에 뭉쳐 넣은 나물에서 나는 것 같았다. 코를 깊이 박고 다시 냄새를 맡자 그리 쉰 것 같지는 않아 반쪽을 노모에게 건넸다. 나머지 반쪽은 내가 먹으려다 그냥 가방에 넣었다. 생각해 보니 안 먹어도 될 것 같았다. 그저 배가 고프지 않았을 뿐, 다른 이유는 없었다.

노모는 이도 없는 입 안으로 밥덩이를 밀어 넣기 바빴다. 다 먹은 뒤엔 내가 남긴 몫까지 몽땅 꺼내 먹었다. 대가 이거 좋아하는 둘은 어떻게 알고, 하며 허겁지겁 씹고 삼켰다. 목이 메는지 가슴을 치던 노모는 돌연 뒤로 벌렁 누우며 고통스러운 얼굴을 했다.

"아, 아. 어보, 어우."

노모의 얼굴은 삽시간에 창백해지다 입술 주위부터 푸르스름하게 변해갔다. 나는 놀라고도 덜컥 겁이나 노모에게서 멀찍이 떨어졌다. 노모의 눈알이 회까닥 뒤로 넘어갔다. 호흡은 딸꾹질을 하듯 간신히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식으로 이어졌다. 얼떨떨해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까지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목울대가 뜨거워졌다.

이 산을 내려가야 한다. 빨리.

머릿속에 번뜩인 건 이 생각뿐이었다. 몸보다 발이 한발 늦게 움직여 앞으로 넘어질 뻔했다. 이곳이 어디쯤인지를 가늠하고 돌아갈 길을 떠올렸다. 산 둘레를 천천히 돌았을 뿐 아주 깊은 산골짜기까지 들어온 것은 아니라서, 잘만 하면 금방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경련으로 위로 뻗친 노모의 한쪽 팔을 당기자 노모의 상체가 통째로 따라 올라왔다. 바람결같이 가벼웠다. 등을 노모의 가슴 앞에 바짝 대고 노모의 팔을 어깨 앞쪽으로 잡아끌었다. 그 반동을 타고 노모의 몸이 내 등위로 온전히 올라왔다. 그때 노모의 오른편 아래쪽으로 길게 늘어진 꼬리 같은 게 눈에 들어왔다. 무언가가 질질 끌리는 기분. 뭐에 걸렸나 싶어 아래를 흘긋 봤을 때 나는 매우 놀라 하마터면 나의 어머니를 내다 던질 뻔했다. 머리가 어른 손바닥만 한 노란 구렁이가 노모의 발 한쪽을 입에 쑤셔 넣고 있었다. 구렁이의 턱 아래가 부드럽게 움직일 때마다 노모의 복사뼈는 논바닥에 박히듯 서서히 그 자취를 감추었다. 노모는 몸을 푸르르 떨었다. 나는 노모를 등에 업은 채 뱀의 몸통을 힘껏 밟았다. 왼팔로 노모의 몸체를 단단히 받치고 오른손으로는 노모의 다리를 세게 잡아 뺐다. 노모의 작은 발이 쑥 빠졌다. 복사뼈부터 발등까지, 뱀 이빨에 찍힌 상처가 길게 그려졌다. 억, 하는 소리와 함께 노모의 고개가 뚝 떨어졌다.

뱀은 노란 침을 흘리며 몸을 뒤틀었다. 곧 기력이 다했는지 그 움직임은 서서히 잦아들었다.

나는 노모를 업고 산길을 뛰어 내려갔다. 땅 위로 솟은 돌부리를 밟고도 가까스로 중심을 잡아 다행히 넘어지지는 않았다. 뛰는 동안 나는 오로지 수탁을, 수탁의 수탉만을 생각했다. 이게 다 그놈들 때문이었다. 기다려라. 기다려. 조금만, 기다려라. 속으로 되뇌었다. 단박에 마을 초입에 다다랐다.

집에 도착해 마당의 평상에 어머니를 뉘이자 무언가를 직감한 아내가 방에서부터 뛰어나왔다. 아내를 보니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나는 주저앉았다. 방금까지는 미처 감각하지 못했던 통증이 뒤꿈치부터 엉덩이 위까지, 달군 불쏘시개로 쭉 긋듯 돋아났다. 빳빳하게 쥐가 나 다리에 경련이 일었다. 근육이 제멋대로 쪼그라들며 움직이는 게 보였다. 그 와중에 나는 어머니가 뱀에 물렸다고, 발이 통째로 뱀의 목구멍까지 넘어갔었다고, 억지로 잡아 뺐는데 이빨이 박혔을지도 모른다고, 아내의 단단한 어깨를 붙들고 울부짖었다. 아내는 침착하게 어머니의 귀 아래에 손을 대 맥을 짚은 뒤 발을 살폈다. 그러곤 대야와 수건을 가져오라고 소리쳤다.

아내의 불호령에 정신이 번쩍 들어 굽혀지지 않는 무릎으로 뛰어 대야와 수건을 갖다 바쳤다. 아내는 그사이 부엌에서 검은 액이 담긴 유리병을 몇 개 가져왔다. 오소리 기름이었다. 그녀가 믿는 만병통치약.

아내는 대야에 수건을 넣고 그것이 다 잠기도록 기름을 붓기 시작했다. 기름에 푹 젖은 수건을 건져내 어머니의 발목에 난 상처 위에 올렸다. 그리고 계속해 어머니의 손을 주물러 따뜻하게 했다. 나중엔 노모의 머리를 받쳐 들고 기름을 조금씩 입에 흘려 넣었다.

"소금."

아내의 말에 나는 냉큼 소금을 찾아왔다. 아내는 그것을 크게 한 줌 쥐어 노모의 발목을 덮고 있던 수건을 걷어내고 드러난 상처 위에 꾹꾹 얹으며 눌렀다. 몇 초 뒤, 정신을 잃었던 노모가 기적처럼 눈을 번쩍 뜨며 발을 찼다. 노모는 몸을 뒤틀어 평상 아래에다 위에 든 것을 모두 게워냈다. 불어터진 밥알들이 쏟아지고 이내 시큼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눈이 다 튀어나올 것처럼 기침을 해대던 노모는 겨우 정신이 좀 드는지 입맛을 다시며 사방을 둘러보았다. 나는 안도의 괴성을 지르며 노모를 힘껏 끌어안았다.

노모는 안정을 차츰 찾아가는 듯했지만 아내는 여전히 의문스러운 얼굴을 했다. 잇자국을 보면 독사가 아닌 건 분명한데 왜 이렇게 마비증세가 심했는지 모르겠다며 진심으로 궁금한 얼굴을 했다. 이거 먹었나, 하며 아내가 어머니의 주머니에서 떨어진 버섯 몇 개를 살폈다. 그러다 아냐, 조금만 더 빨리 기름을 먹였으면 괜찮았을 거야, 하고 읊조렸는데 나는 그 말을 못 들은 척했다. 못 들은 척해야 했다. 나 때문이라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사실 나는 노모의 발을 문 구렁이를 잘 알았다. 독은 없지만 먹성이 좋은 그 뱀은 어릴 때 본 적이 있었다. 그래서 뱀을 처음 발견했을 때의 나는, 겨우 발 한 쪽 물린 걸로는 어머니의 생명에 큰 지장이 없을 거라 확신한 게 맞았다. 나는 그 뱀이 욕심 났다. 그러니 어머니를 업고 산길을 뛰어 내려오는 길에도 그 뱀에 대한 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했던 건 당연했다. 정말이지 그 뱀을 이대로 놓치긴 아까웠다. 어머니를 모셔놓고 다시 돌아갔을 때 나 잡아가쇼, 하고 뱀이 그대로 있을 리 없었다. 무엇보다 저 정도 크기면 수탉을 한입에 넣고도 남을 뱀이 아닌가. 미련에 미련이 남아 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나는 정신을 잃은 노모를 잠시 내려놓고 되돌아 산으로 다시 올라갔었다. 비실거리는 뱀을 말아 가방에 넣었을 때, 어머니를 업었을 때만큼의 무게감이 느껴졌다. 나는 그렇게 뱀을 챙기고서야 노모에게로 돌아갔고 결국 아주 조금 늦게, 집에 도착하게 된 것이었다. 이건 나만 아는 비밀이었다.

나의 노모는 그 사고가 있고 주저앉은 뒤로 일어나지 못했다. 누워만 있어 등허리에는 욕창이 생겼다. 아내는 헛구역질을 하며 어머니를 돌보았다.

나는 아무도 모르게 뱀을 보살폈다. 노모까지 저렇게 된 마당에, 이 뱀이라도 잘 길들여 복수를 성공시켜야 했다. 그 마음 하나가 전부였다. 마을의 쥐를 잡아 뱀에게 먹여 몸보신을 시켰다. 장마가 시작되었다. 뱀은 살찌고 가죽에선 윤기가 흘렀다. 이제 때가 된 것 같았다.

나는 늦은 밤, 집에서 몰래 나와 뱀을 수탁의 닭장에 넣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오랜만에 아내를 안고 두 마리의 뱀처럼 엉겨 긴 잠을 잤다.

꿈에서 뱀은 수탁을 한입에 삼켰다. 수탁의 몸피만큼 부푼 뱀이 바닥을 굴렀다.

장마가 다 지날 때까지, 수탁에게선 어떠한 소식도 없었다. 수탁이 보이질 않으니 수탉이 죽었는지 안 죽었는지 알아볼 길이 없었다. 그렇다고 내가 나서서 그의 집에 찾아가볼 용기는 나지 않았다. 쌀독이 빈 핑계를 대 아내를 그 집에 보냈다. 낮에 나간 아내는 해가 다 떨어지고 나서야 작은 자루 하나 들리지 않은 빈손으로 돌아왔는데 그 이유를 묻는 내게 어떠한 설명도 해주지 않았다. 그저 넋을 놓고 앉아있을 뿐. 그 집에 다녀오고 나서 아내는 어머니의 부름에도 대꾸없이 평상에 앉아 있기만 했다.

볕 아래 오래 있었는지 얼굴이 벌겋게 익은 아내가 가만 나를 올려다보았다. 무서운 얼굴이었다.

"왜 그래?"

조금 떨며 물었다. 다시 보니 아내의 얼굴은 이상하게 야위어 있었다. 머리는 세어 희었다.

"배고프다. 배고파. 내가 너 먹여 살리려고…… 배가 고파."

아내는 중얼거리며 일어났다. 어지러운지 잠시 이마에 손을 짚었다가 그대로 대문을 나섰다. 그날 밤 아내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 다음 날도, 또 그 다음 날도 아내는 돌아오지 않았다. 꼭 요 앞에 마실 나가는 것 마냥 떠나버려 밤새 기다리게 만든 아내가 야속했다. 나는 아내를 기다리기로 했다. 돌아오면 잘해줘야지, 그 생각만 간절했다.

아내가 떠난 후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할 줄 아는 게 없었다. 노모를 씻기는 것은 물론 작은 수발을 드는 것조차도 버거웠다. 나를 남편으로 모시며 존대를 하던 어머니도 언제부턴가는 나를 막녀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노모는 점점 괴팍해졌다. 오소리 기름을 한 병 다 먹여도 증세는 나아지지 않았다. 배고픔이 계속되었다. 우리는 나날이 날카롭고 사나워졌다.

쌀독은 빈 지 오래였다. 나도 점점 힘이 빠지고 눈앞이 아득해질 때가 많았다. 어떻게 해야 쌀독에 쌀을 가득 채울 수 있을까. 아내는 그동안 어떻게 살아온 건가. 무엇을 하고 수탁네 집에서 쌀을 꿔온 것인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막녀야, 배고프다니까!"

노모는 누워 다급히 방바닥을 두드렸다. 무언가에 쫓기는 얼굴이었다. 나도 더 이상 지독한 허기를 참을 수 없었다. 집에 먹을 수 있는 건 정말이지 암탉 한 마리뿐으로 다른 건 하나도 없었다. 닭장에 가보았다. 그 닭마저도 굶주려 비실대고 있었다.

죽어가는 닭을 잡는 건 쉬웠다. 닭은 금세 상에 올랐다.

노모는 씹을 이도 없으면서 허겁지겁 닭을 뼈째 입에 밀어 넣어가며 먹었다. 닭 기름으로 입 주위가 번들번들해진 노모를 바라보았다. 나도 내 몫의 고기를 챙기기 위해 두 손을 바쁘게 움직였다. 노계라 살이 질겼다. 그리고 그날 밤 노모는, 끝내 감은 눈을 뜨지 못했다.

내게는 아무도,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자존심 상하게도 수탁이 그리워졌다. 배가 고팠다. 음식을 얻으러 가야 했다. 수탁이 내 모든 계략을 눈치채 나를 때려죽인다고 해도, 두려울 게 없었다.

수탁의 집으로 가는 그 길은 멀게만 느껴졌다. 원래 이렇게 멀었던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두려운 마음은 한 조각도 없는데 걸음이 잘 걸어지지 않았다.

해가 기울었다. 길 위로 그림자가 늘어졌다. 수탁의 키보다도 길었다.

집 주변은 조용했다. 지독히 조용해서인지 지독한 냄새가 진동하는 것 같았다. 기웃기웃 집 주변을 돌다 그의 닭장 문이 훤히 열려 있는 걸 발견했다. 가까이 다가가자 닭이 본능적으로 내는 그 소리가 드문드문 들렸다. 그리고 나는 너른 닭장에 엎어져 있는 수탁을 발견했다.

터진 바짓단 아래로 이미 새카매진 다리가 드러나 있었다. 가랑이 사이엔 구더기가 들끓었다. 나는 구역질을 참을 수 없어 그 자리에서 위에 든 모든 것을 게워냈다. 흰 물이 와락 쏟아졌다. 닭 두어 마리가 다가와 내 토사물을 콕콕 쪼았다. 나는 수탁에게 더 가까이 다가갔다. 닭들은 나의 등장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수탁을 쪼며 구더기를 파먹기 바빴다. 수탁이 가장 아꼈고, 내가 발로 찬 적이 있는 그 수탉은 무리 중에서도 가장 적극적으로 행동했다. 검붉은 벼슬을 이마 아래까지 축 늘어뜨리고 수탁의 눈을 쪼고 있었다.

닭장을 나오면서는 바닥에 떨어져 있는 뱀의 허물을 주웠다. 그 길이와 무늬를 보니, 내가 풀어놓은 구렁이의 것이 맞았다.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몰라서 자꾸만 닭의 머릿수를 세고 또 셌다. 셀 때마다 그 수가 달랐지만 대충 봐도 열네 마리는 족히 넘는 듯했다. 당분간 끼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지. 다음 생각은 나중에 하기로 한 뒤, 마당에 있는 아궁이에 불을 피우고 물을 올렸다. 물은 금방 끓어올랐다. 나는 다시 수탁의 닭장으로 향했다.

수탁의 눈구멍에 대가리를 박고 정신없이 쪼아대는 수탉의 목덜미를 낚아챘다. 그 큰 닭은 갑작스러운 공격에 위협을 느꼈는지 양 날개를 뒤틀며 퍼덕였다. 내 상체만 한 닭의 세찬 날갯짓에 허둥거리다 그만 크고 날카로운 닭의 발톱에 턱 아래와 팔을 찍히고 말았다.

나는 이를 악물고 닭의 목을 움켜쥐었다. 마지막 남아있는 힘까지 끌어모아 닭의 목을 비틀었다.

으드득.

닭의 숨통이 끊어지는 느낌이 손을 타고 찌릿하게 전해졌다. 요령 없이 비튼 탓에 닭의 작은 눈알이 튀어나와 부리 옆으로 흘렀다. 부러진 부리 안쪽으로 주홍색 혓바닥이 보였다. 만지지 않아도 딱딱해 보였다. 나는 끓는 물에 닭을 넣었다 뺐다.

큰 몸에 빡빡하게 박힌 깃털을 뽑았다. 꼬랑지에 돋은 검은 깃털을 뽑을 때에야 비로소 내 마음속 어떤 응어리가 풀리는 것 같았다.

보이는 마른 것이란 죄다 솥에 넣었다. 마당 곳곳에 떨어져 있던 말라비틀어진 버섯까지도 한데 넣어 닭을 삶았다.

솥뚜껑을 열어보았다. 보얀 국물에 닭이 푸욱 삶아지고 있었다. 그 냄새는 수탁네 마당을 가득 채웠다. 마당뿐 아니라 마을까지 퍼질 기세였다. 누군가 찾아오지는 않을까, 뒤늦게 걱정이 됐다.

다 삶아진 닭을 큰 쟁반에 담았다. 모락모락 김이 나는 누런 살덩이는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수탁네 장독에서 간장을 덜었다. 닭과 간장. 이거면 충분했다. 상을 차리고 닭을 먹으려는데 집 안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그제야 무서운 현실감이 들었다. 집 안에 사람이 있다는 걸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수탁의 아내일까? 그래, 수탁의 아내일 것이다. 조심조심 그 여편네를 제압할 막대를 찾아 들고 그의 방 안으로 들어갔다.

수탁의 방엔 나의 아내가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그 옆으로 시퍼렇게 변한 사람 다리 같은 게 놓여 있었다. 켜켜이 쌓인 이불에 가려 있어 다리의 주인은 알 수 없었지만 여자 다리임엔 틀림없었다.

그건 누구의 다리이고 왜 당신은 여기에 있고 등등이 하나도 궁금하지 않았다. 나는 그저 아내의 팔목을 잡아끌고 밖으로 나왔다.

상을 가운데 두고 우리 부부는 마주 앉았다. 닭의 다리를 크게 뜯어 아내에게 건넸다.

"고생 많았네."

내 말에 아내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먹자, 하니 아내가 고개를 저었다. 나는 아내가 받을 때까지 고기를 건네는 손을 거두지 않았다. 내가, 내가 말하며 아내는 다리를 받아 들었다. 그러곤 작은 입으로 가져갔다. 머뭇거리다 이내 고기를 뜯고 오물오물 씹기 시작했다. 나도 다리 한 쪽을 뜯었다. 오래 삶은 탓에 닭 뼈가 쑥 뽑혔다. 수탁의 냄새일지 모를 누린내가 났다.

나는 이 모든 일을 먹어 없애기로 했다.

살코기를 씹다 보니 언젠가 먹어 본 적 있는 맛이 났다. 아버지가 집을 나가고 어머니가 나를 위해 삶아준 닭의 맛이 떠올랐다. 이 닭을 노모와 함께 먹지 못한다는 게 슬펐다. 내 슬픔을 보았는지, 아내도 전에 나를 보고 울던 것처럼 울었다.

우리 두 사람은 오래도록 천천히 닭을 먹었다.

◆[단편소설-당성 소감] "나를 믿고, 최선을 다해 짙어질 것을 약속"

제가 쓴 글과 그 글이 불러온 이 결과를 일단 한 번 믿어보자고 다짐부터 했습니다. 섣불리 무언가를 다짐하는 건 위험할 수 있지만 지금만큼은 섣부르더라도 나를 믿어봐야겠습니다.

각자의 방식으로 나를 견뎌준 아빠 김정일, 엄마 박정순, 오빠 김호조에게 고맙다는 말 먼저 전합니다. 아무쪼록 앞으로 더, 잘, 저를 부탁드립니다. 난데없이 걸려온 당선 전화를 받다가 둘 데 없어 내민 왼손을 맞잡고 기뻐해 주신 윤대녕 선생님. 그때의 선생님은 어쩌자고 제 맞은편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계셨나요. 그와 함께 김사인 선생님, 배삼식 선생님께도 이 소식을 전할 수 있게 되어 다행입니다. 제가 걱정되시죠? 저도요.

그리고 좋은 자극이 되어준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10학번, 너. 그래, 바로 너. 분에 넘치는 응원과 축하 건네준 후배님들, 선배님들. 잘 먹고 잘 노는 내 오랜 친구들. 2015년 여름, 증평에서 만난 귀한 인연들. 빠짐없이 한 분 한 분 고맙습니다.

심사를 봐주신 오정희 선생님, 하성란 선생님께도 고개 숙여 인사드립니다. 제 원고가 두 분의 손에 가 닿았다는 게……여전히 신기할 따름입니다. 그 기회를 열어준 매일신문사에도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너에게 상처주고 나에게 상처받고 엄한 데서 고집 부리다가, 제 풀에 지쳐 "이제 안 해!" 선언하며 자리 털고 일어났는데, "그냥 너 해!" 하고 무릎 꺾여 앉혀진 기분입니다. 이왕 앉아버린 거, 제대로 깔고 앉아 무겁게 둘러보며 건강하게 쓰겠습니다.

이제 겨우 김호애, 이름 하나 썼을 뿐이지만 내 글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닿을지도 모른다는 건 떨리는 일입니다. 쑥스러운 고백의 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최선을 다해서 짙어지겠습니다.

◇약력

김호애

1991년 서울 출생

동덕여자대학교 문예창작과 졸업

◆[단편소설-심사평] 곳곳에 시적 문장과 해학…다음 작품이 기대

본심에 올라온 열 편의 소설 중 마지막까지 논의된 소설은 세 편이었다. 은 뜻하지 않은 임신으로 결혼하게 되었지만 정작 자신의 아기는 남의 손에 맡긴 채 남의 집 아기들을 돌보며 근근이 살아가는 스물일곱 여자의 반나절을 담고 있다. 자신이 맡아 기르는 아기들의 아빠와 보낸 그 시간은 "정말 좋을 때"라는 젊음을 확인하는 소풍과도 같으면서 좀처럼 메울 수 없는 사람(계층) 간의 간극을 확인하는 시간이다. 툭툭 던지는 듯한 인물들의 대화로 감정 변화를 이끌어내는 솜씨 등에서 오랜 습작 기간을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도입부의 잘못된 BCG 예방 접종 시기는 물론이고 아쉬운 결말까지 성급하게 끝냈다는, 어쩌면 초고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었다. 이 소설의 단점은 누구보다 작가 자신이 잘 알 것이다.

의 인물들도 하루하루 목숨을 부지하며 살아가고 있다. 한 문장 한 문장 자신의 시선 안에 들어온 현실을 핍진하게 밀고 간 점이 큰 장점이었다. 하지만 '박카스 아줌마' '낙타 부대' 등 노인의 성문제와 성매매에 관한 익숙한 이야기를 어떻게 새롭게 푸느냐는 난제를 극복하지 못하고 아쉽게도 답습하고 말았다. 만복의 이름이 만복이 아니었더라면 소설은 좀 달라졌을지 모른다. 늙고 병든 복순을 감싸안는 것이 훈훈할지는 모르지만 문제 의식을 돋보이게 할 최선의 결말은 아니었을지 모른다. 개인적으로 신선했던 부분은 복순에게서 욕망이 일어나지 않는 만복의 모습이었다.

를 당선작으로 정해놓고도 오래 의논이 오갔다. 담대하다, 곳곳에서 시적인 문장이 발견된다는, 주로 장점에 관한 이야기였다. 는 김유정의 단편 의 첫 문장을 차용하면서 시작된다. 소설을 읽는 내내 해학적이고 서정적인 동백꽃의 주인공들이 어른거리는데, 이것은 주요한 장치이다. 시대를 알 수 없는 농촌, 치매에 걸린 노모와 옆집 수탉에게 당하기만 하는 암탉 같은 나, 끼니를 구해오는 아내가 있다. 어느 순간 이야기는 우리의 예상을 깨고 엇나가기 시작한다. 의문스러운 죽음과 비극을 암시하는 결말, 그런데도 여전히 김유정의 이 잔상처럼 남아 있다는 것이다. 두 소설 사이의 큰 간극 때문에 얼떨떨하다. 새로움에 대한 고민의 결과라는 확신이 들었다. 재기발랄한 신인의 출발에 박수를 보낸다. 작가에게 최고의 찬사는 다음과 같은 말이 아닐까. 누구보다도 이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오정희, 하성란)

1월 해오름달
새해 아침에 힘 있게 오르는 달

2월 시샘달
잎샘 추위와 꽃샘추위가 있는 겨울의 끝 달

3월 물오름달
뫼와 들에 물이 오르는 달

4월 잎새달
물오른 나무들이 저마다 잎 돋우는 달

5월 푸른 달
마음이 푸른 모든 이의 달

6월 누리달
온 누리에 생명의 소리가 가득 차 넘치는 달


7월 견우직녀 달
견우직녀가 만나는 아름다운 달

8월 타오름달
하늘에서 해가 땅 위에선 가슴이 타는 정열의 달

9월 열매 달
가지마다 열매 맺는 달

10월 하늘연달
하늘연달 밝달뫼에 아침의 나라가 열린 달

11월 마름 달
가을에서 겨울로 치닫는 달

12월 매듭달
마음을 가다듬는 한 해의 끄트머리 달



순우리말 날짜

1일 하루
2일 이틀
3일 사흘
4일 나흘
5일 닷새
6일 엿새
7일 이레
8일 여드레
9일 아흐레
10일 열흘
11일 열하루
12일 열이틀
13일 열사흘
14일 열나흘
15일 열닷새
16일 열엿새
17일 열이레
18일 열여드레
19일 열아흐레
20일 스무날
21일 스무하루
22일 스무이틀
23일 스무사흘
24일 스무나흘
25일 스무닷새
26일 스무엿새
27일 스무이레
28일 스무여드레
29일 스무아흐레
30일 서른날
31일 그믐날
* 그믐날이 :
매월의 마지막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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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접기 이춘희

 

  색종이 위에 온 마음을 담는다. 모서리를 맞추어 엄지로 지그시 누른다. 멀리 떨어진 꼭짓점을 맞대고 힘주어 문지른다. 접을수록 좁아지는 종이를 따라 마음도 쪼그라든다.

 

  종이접기는 유년의 나를 다양한 상상의 나라로 데려갔다. 비행기를 타고 구름 위를 올라 손오공을 만나고, 돛단배를 타고 무인도에 발을 디뎠다. 종이 인형에 빨간 저고리와 초록 바지를 입히며 엄마가 된 듯 흐뭇했다. 완성품을 만날 때마다 동심은 꿈속을 걸었다. 그 뒤로 성취감과 자신감이 따라왔다.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색종이는 시야에서 멀어졌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종이가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옳고 그름을 분별하지 못해 좌충우돌하며 마음의 종이를 무던히도 접었다. 교과서적인 자를 들이대고 접은 모서리는 칼날처럼 날카로웠다.

 

  결혼 후 사 년 만에 우리 부부는 생명의 싹을 얻었다. 마음속에 드리워져 있던 무거운 커튼이 걷혔다. 하지만, 쏟아져 들어오는 기쁨을 느끼는 것은 잠시였다. 어머님과 남편은 내 몸속의‘점’이 훌쩍 자라서 고등학생이 되기까지 성장 과정을 짚어가며 직장을 그만두도록 다그쳤다.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 한다는 어머님의 생각은 단호했다.

 

  팔 년 동안의 교직 생활은 어려움도 많았지만, 아이들과 만남에서 생기를 얻었고 보람도 많았다. 어려운 일을 함께 헤쳐나가고 꿈을 심어주는 일이 신나고 재미있었다. 직장을 그만두면 나는 없어지고 남편과 아이의 조력자로서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몰려왔다. 며느리와 아내의 삶에는 안중에도 없는 것 같아 시어머님과 남편에게 서운한 마음도 들었다. 나도 모르게 마음을 눌러 접었다.

 

  퇴직 결정을 해야 하는 한 달 동안 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드나들었다. 어린 시절의 날들이 스쳐 지나갔다. 학교가 끝나고 집에 왔을 때 혹시라도 엄마가 없는 날은 텅 빈 마음을 달래느라 괜히 문풍지를 뜯었다. 태어나는 아이에게 허전한 마음을 주고 싶지 않았다. 서늘했던 유년의 기억들이 접었던 마음을 펴라고 재촉했다. 마지막 출근하던 날 교정을 나서는 나를 향해 창문에 옹기종기 붙어서 손을 흔들던 아이들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크고 작은 차이는 있지만 사람 살이가 끊임없는 접고 펴기의 연속이 아닐까. 주먹을 꼭 쥐고 태어났지만 펴는 것은 나의 몫일 게다. 종이를 접을 때는 머리와 손이 속삭이며 신중하게 접는다. 하지만 펴는 것은 책장 한 장 넘기는 만큼이나 쉽다. 마음접기는 나도 모르게 접히고, 펴기는 너럭바위를 옮기는 만큼이나 어렵다. 이해, 용서, 사랑 같은 넓은 품이 필요해서이리라.

 

  몸속의 관절은 쉴새 없이 오므리고 펴는 곳에서 새로운 길을 만난다고 말한다. 관절의 접고 펴는 작동이 없으면 한시라도 살아갈 수가 없을 게다. 기지개를 켜면 혈관이 유연해지면서 온몸 구석구석으로 피가 흐른다. 새도 날개를 펼쳐야 높이 날아올라 먹이를 쉽게 찾을 수 있지 않은가. 마음을 편 길 위에 건강하게 성장하여 사회인이 된 두 아들이 서 있다. 내 이름을 남길만한 큰일은 못 했지만, 세상을 떠나더라도 나의 흔적이 남아 있다고 생각하니 든든하다.

 

  종이가 된 나무도 비바람과 해충, 아래로 향하는 자연의 힘을 견디려고 무던히도 접고 펴는 생이 있었으리라. 인고忍苦의 세월을 보낸 섬유소가 물에 부풀려져 체에 걸러지고 압착을 받아 종이가 되었다. 어쩌면 삶의 이정표가 되어 내 앞에 놓여있었는지도 모른다.

 

  바램을 실어 띄우던 종이배를 만든다. 접었던 흔적의 선들이 다음 접기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살면서 마음접기로 그어진 선들이 내가 가야 할 길을 안내해 주었던 게 아닐까. 접고 펼치기가 반복되는 과정이 있어야 작품을 완성할 수 있음을 다시 깨닫는다.

 

  요양보호센터 어르신들이 종이접기 하는 프로그램을 보았다. 굵은 주름이 생겨 고랑을 이룬 손으로 느리게 종이를 쓸어내린다. 신은 인간에게 빌려주었던 능력을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거두어가는 듯하다. 두뇌의 유연성, 고막의 탄성, 뼈의 강도, 근육의 힘을 반납 중이신 어르신들은 이 세상에 첫발을 디딜 때의 모습처럼 어눌하다. 신의 섭리 앞에서, 말라가는 줄기 끝에 물기를 공급하려는 듯 어르신들의 온 마음이 종이 위에 놓여있다.

 

  간단한 꽃을 만들고 나자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종이 색깔만큼이나 다양한 웃음 속에는 다사다난했던 인생이 보인다. 고단했던 삶을 이어준 힘은 종이접기가 끝났을 때 찾아온 기쁨이 아니었을까. 인생의 미로를 걸으며 마음을 접고 펴면서 수많은 완성품을 만들었지 싶다. 어르신들의 기억은 접촉 불량의 형광등처럼 불규칙적이지만, 느릿하게 종이접기를 하며 아직도 마음 접기를 하고 있으리라.

 

  책꽂이 한 편에 인생의 보물이 놓여있다. 교직 사 년째 새로운 보금자리를 틀던 날 아이들이 가져온 선물이다. 이사 다닐 때도 천 마리의 학이 든 유리병은 가장 먼저 자리를 잡았다.‘천 마리의 종이학을 접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라는 소문을 아이들은 믿었던 모양이다. 선생님의 행복을 바라며 유리병 속에 수천 번의 접고 펴기를 담았으리라. 생각이 실타래처럼 엉길 때 병을 보며 마음 펴자고 스스로 다독였다.

 

  헤르만 헤세는 세상에서 영원한 것은 변화와 도피뿐이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수십 번의 생일을 맞으며 끝이 없었던 나의 도피처는 마음속의 종이접기였다. 이순이 넘도록 꾸민 동산에 갖가지 꽃과 벌, 나비가 보인다. 꿈을 실어나르던 비행기와 배가 느리게 움직이며 여유로움을 운반한다. 마음을 접고 펴면서 만났던 다양한 인생길이 이제는 삶의 의미와 멋으로 다가온다.

 

  접었던 종이를 편다. 덩달아 넓어지는 마음 위에 한 마리의 학이 날개를 펼친다.

 

 

 



 

당선소감 / “학처럼 힘차게 나는 연습을”

 

 

   전화기 너머로 당선 소식을 듣는 순간, 제 손바닥에서 고이 잠들어 있던 종이학이 비로소 날개를 펄럭였습니다.

 

 인생길을 걸으며 마음을 접었다 펴기를 수없이 되풀이한 지난 나날들, 글을 읽고 쓰는 것이 좋아 어릴 때부터 꿈꿔 온 문학을 공부하고 싶었습니다. 직장을 구하기 쉬운 이공계로 전공을 선택하면서 글쓰기 꿈을 접었습니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홀로서기가 먼저였기 때문입니다.

 

 가정을 갖고 두 아이를 키우면서 사십 년이 훌쩍 넘어 눌러두었던 소망을 향해 걸음을 뗐습니다. 세상살이가 힘들어 마음 접을 일이 많더라도 순간순간 자신을 가다듬으며 희망을 품은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부족한 글에 때로는 날카로운 평으로, 때로는 따뜻한 격려로 보듬어 준 포곡수필과 수필과지성 문우들, 수필다운 수필을 쓰라고 항상 채찍과 당근을 번갈아 내리시는 교수님께 이 영광을 돌립니다.

 

 아울러 어깨가 처져있을 때마다 용기를 주는 남편과 두 아들 그리고 글로 인연을 맺은 모든 분과 기쁨을 함께하고 싶습니다.

 

 종이학의 날개에 힘을 불어넣어 주신 심사위원님과 전북도민일보에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좋은 작품으로 보답하도록 학처럼 힘차게 나는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겠습니다.

 

 

심사평

 

배귀선(수필가, 시인, 문학평론가)

 

  한 편의 수필이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삶의 양태를 개성적 색채로 그려내야 한다. 기본적으로 구성과 형식에 따른 어휘의 차용과 비유와 묘사에 더하여 논리적 사고뿐 아니라 강렬하면서도 잔잔한 스토리에 이미지가 덧입혀져야 한다. 수필도 소재를 이끌어나감에 있어 적절한 비유와 묘사를 통한 형상화와 그에 따른 주제의 구현이 필요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같은 장면의 표현이라 할지라도 어휘의 선택과 배열, 수식과 구성 등의 정도에 따라 감도가 달라지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일테면 진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경험현실에 작가만의 창의(견자)의 시각 도출과 그에 따른 사유의 확장이 요구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즈음하여 올해 응모작 작품 전반은 극과 극이었다. 시제와 형식이 미흡한 작품들은 차치하고 주최 측 규정을 살피지 않고 작품에 응모자의 이름을 표기하거나 기 발표된 작품의 내용을 부분적으로 사용한 자기표절의 예도 있었다. 그런가 하면 윤리와 도덕을 에둘러 표현하기보다는 직설적 아포리즘으로 표현하고 있었으며, 수식관계가 어색한 문장 또한 다수였다. 더불어 지나친 수식이 수필 문장의 의미를 퇴색시키는가 하면 감정의 과잉이 오히려 독자의 시선을 흩어놓는 작품도 다수였다. 더 안타까운 것은 소재의 협소함이었다. 응모작품 태반이 아버지, 어머니, 아들, 딸 등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 소재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었다. 물론 가족을 바탕으로 확장된 서사에 따른 휴머니즘을 배면한다면 문제가 없겠으나 진술에 그친 작품이 태반이었다. 신춘문예 응모작이 천편일률적으로 가족 소재로 흐른다면 이는 수필 문학의 가능성을 확장하기보다 고착화하는 것일 터, 작가정신에 즈음한 응모자만의 새로운 시각이 절실한 이유다. 다행히 몇몇 응모자는 형식과 구성 소재의 새로움에 대한 시도를 하였으나 작품 전반에 녹아들지 못해 안타까웠다.

 

  올해는 총 420여 편의 수필이 응모되었다. 밤을 새웠을 응모작 한 편 한 편이 소중하였기에 심사 내내 비평적 시각을 염두에 두고 세세하게 살폈다. 그 중 15명의 작품이 예심에서 가려졌고, 5편의 응모작이 최종심에 올랐다. 최종심에 오른 5편의 작품 중 안희옥의 <눈부처>는 관계의 삶과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이를 눈맞춤에 비유하고 있으나 예로 제시한 소재들이 긴밀하지 못해 주제의 집약이 흩어져 있어 아쉬웠다. 박덕은의 <신발>은 신발과 모자의 동질성과 상이성을 들어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비유하고 있지만 기본적인 글의 구성에서 실수가 엿보였다. 오미향의 <물허벅>은 비유와 상징이 상당한 수준에 있으나 같은 내용을 반복서술하고 있었으며, 특히 함께 제출한 응모작들에는 기 발표된 작품의 내용을 부분적으로 사용한 점이 옥에 티라 하겠다. 오은정의 <겨울 동화>는 탈북의 과정의 긴박함을 회상장면으로 보여주고 있으며, 자신의 이름인 동화(冬靴)가 군인들이 신는 겨울 동화의 이미지로 중의성을 담보하는 가운데 삶의 고달픔을 은유하고 있으나 문장의 헐거움은 물론 시제와 문법의 혼란이 아쉬웠다.

 

  늘 그렇듯 심사에서 한 명의 당선작을 선하는 일은 고통스러운 일이다. 최종심에 오른 5편 모두 약간의 흠결은 있으나 당선작에 올려도 손색이 없음을 먼저 밝힌다. 신춘문예 특성상 한 작품만을 선해야 하기에 심사자는 고심 끝에 이춘희의 <종이접기>를 당선작으로 정했다. <종이접기>는 종이를 접고 펴는 과정에 인간의 마음을 대입 비유함으로써 문학적 형상화를 이루었다. 예컨대 마음도 고달플 땐 접히고 그렇지 않을 땐 펴지는 전치의 효과와 그에 따른 성찰적 이미지의 구현이 돋보였다. 그러나 주제로의 집약이 다소 미약하다는 약점과 단락 간 긴밀성은 앞으로 보완해야 할 문제로 판단된다. 앞으로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당선작에 선한 만큼 정진하기 바란다.

 

  끝으로, 420여 편의 작품을 낱낱이 읽는 예심보다 최종심에서 한 편의 당선작을 가리는 일이 어려웠고 시간이 더 소모되었음을 고백한다. 당선자에게는 끝이 아닌 다시 시작이라는 권면과 함께 축하를 보내고, 아깝게 낙선한 분들께는 위로와 격려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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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말이 같은 순우리말 모음

  지난날 아이들이 즐겨 부르던 ‘리리 리자로 끝나는 말’이란 동요의 가사 중에  ‘괴나리 보따리, 댑싸리 소쿠리, 유리 항아리’란 노랫말이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 지금도 흥얼거려보면 혀끝에 말맛이 묻어나는 것 같다. 끝이 같은 말을 한 곳에 모아놓고 가만히 보면 말의 뿌리와 구조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 한 곳에 모아 보았다. 부족한 부분은 각자가 채워 넣었으면 하고 자리만 잡아둔 체 미완성으로 남겨두었다...

                                                                 2007년    孟夏에      李 鎭杰

 

◈가락(명):가늘고 길게 도막을 낸 물건

  물렛가락, 발가락, 별가락, 부젓가락, 새끼가락, 손가락, 숟가락, 엄지가락, 엿가락, 젓가락.

 

◈ ~갑다

  (가깝다, 고깝다)  달갑다, 반갑다, 살갑다, 차갑다.

 

◈ ~같다

   감쪽같다,  번개같다,  벼락같다,  벽력같다,  손살같다.

 

◈~개

  가리개, 갈지개, 귀이개, 날개, 노리개,  밑씻개,  발싸개, 사냥개, 삽쌀개, 소리개, 솔개, 자개, 젖을개, 조리개, 조치개,  찌개, 덮개, 고개, 노리개, 덮개, 망개,  무지개,  물개,  물방개, 번개,  베개, 보조개, 부침개,  불쏘시개,  빗치개,  삽살개,   소리개, 싸개, 쓸개, 오줌싸개,  올방개,  얄개, 조개,  조리개, 지칭개,  집개,  찌개.

 

◈ ~개비

   바람개비, 성냥개비, 장작개비.

 

◈ ~ 거리

  국거리  껑거리  네거리  도거리 동거리 떼거리  멋거리  모두거리 물거리  반찬거리 반찬거리  아침거리    이야기거    리  옷거리  일거리  저녁거리  탕거리  통거리    하루거리  이틀거리  달거리  해거리 

 

◈거리다<대다>

  가물~  겅둥~  곰실~  곰작~  겅둥~  기웃~  까딱~  까불~  꺼떡~  껄죽~  껍죽~  찌걱~  꾸벅~  꿈틀~      넘실~  달강~  달랑~  덜렁~  덜겅~   덜커덕~  덜커덩~  덤벙~  뒤적~  미루적~  미적~  반들~  번득~      번쩍~  발름~   삐꺽~  사각~  살강~ 살랑~  새록~ 수근~  술렁~ 스물~  시부렁~ 아롱~  아물~  어름~       어물~  어슬렁  ~어정  얼와각  ~와그락  와글~  우물~  욱신~  욱실~  욱적~ 울근~  울렁~  응얼~          작작름~  지글~  지금~  지딱~  지분~  질퍽~  집적~  찌걱~  찌그덕~  찌드럭~  철석~  파닥~  팔딱~       펄떡~  펄럭~  푸드득~  후들~  흥얼~  흥청~

 

◈ ~겁다

  뜨겁다  버겁다   싱겁다  즐겁다  헐겁다

 

◈ ~게

  가게  갈게 꽃게  무게  바지게 성게   족집게  지게  집게   참게

 

 ◈~결

  구름결  꿈결   눈결  머릿결  무심결  물결  바람결 비단결  살결  성결  손결  숨결  얼떨결  잠결             

 

◈ ~겹다

  눈물겹다    시름겹다  정겹다  지겹다  흥겹다  힘겹다

 

◈ ~궂다

  곰살궂다  새살궂다  심술궂다  암상궂다  짓궂다  험상궂다

                                                                

◈ ~귀

  노루귀  다다귀  당나귀  돌저귀  머귀  먹귀  사마귀  손아귀  어저귀  익더귀  자귀  지노귀  주머니귀   쥐발귀

 

◈ ~금

  깨소금  눈금 능금  뜬금 버금  빗금  소금  손금 쌀금 앙금  어금  오금  임금  조금

 

◈ ~ 기

  갈기  갈매기  고기  구더기  기러기  고트레기  군더더기 까끄라기  깜부기  껍데기  꼴뚜기  꾸러기  날치기 내기  노래기  누더기 담타기  덮치기  두루마기  댕기  따오기 딸기  뚝배기   뜸부기  마지기  막대기  맞발기  매자기  메기  메뚜기  모기  무수기  문지기  밥배기   베내기  배지기  번데기  보시기  보자기  볼기  볼기  볼때기  북더기  비둘기  뼘내기  싸라기  산지기  삼태기 새치기  새호리기  서대기  소나기  소매치기  손대기  솔기 쐐기  쇠뜨기  시래기  술래잡기  싸라기  쓰레기  아기  언덕베기   오독도기  오라기 욕심꾸러기  요떼기  웃기  슬기  이무기  자배기  쟁기  작대기  재주넘기 조기 조무래기  졸때기 줄기  줄다리기 줄넘기 진드기  짚세기  찌꺼기  찌르레기  차조기  치대기  푸서기  풀기  포기  포대기  해바라기

 

◈~기다

  남기다  넘기다  반기다  옮기다   즐기다  챙기다

 

◈길

 갈림길, 갓길, 거둥길, 곁길, 고갯길, 고생길, 고샅, 곧은길, 골목길, 굿길, 구실길, 기찻길, 꼬부랑길, 꿈길, 나그네길, 나뭇길, 내리막길, 논길, 논틀길, 논틀밭틀길, 농삿길, 눈길, 눈석잇길, 돈길, 돌길, 두렁길, 두름길, 두멧길, 둑길, 뒤안길, 뒷길,  망종길, 물길, 바닷길, 바른길, 밤길, 뱃길, 벼룻길, 벼슬길, 비탈길, 바단길, 산길, 살길, 샛길, 손길,  숫눈길, 숲길, 앞길, 언덕길, 에움길, 옆길, 옛길, 오르막길, 오솔길, 외길, 자갈길, 장삿길, 저승길, 지름길, 진창길, 찻길, 철길, 철롯길. 첫길, 초행길, 촌길, 큰길, 하룻길, 한길, 황천길, 황토길, 흙탕길.

 

◈ ~깨

  도리깨  두깨 들깨   어깨  참깨  홍두깨 

 

◈ ~꼽

  눈꼽  배꼽

 

◈~꾸러기

    말썽꾸러기   빚꾸러기  심술꾸러기   엄살꾸러기  욕심꾸러기   잔병꾸러기  잠꾸러기   장난꾸러기

    얌심꾸러기 

 

◈~꾼

  나무꾼  낚시꾼  노름꾼  도굴꾼   땅꾼  매질꾼  모군꾼 몰이꾼  사기꾼 사냥꾼  상두꾼 서리꾼  소리꾼 술꾼 심술꾼 싸움꾼  씨름군  야경꾼  염탐꾼  이야기꾼  태평꾼

 

◈ ~끼

  깨끼  도끼   다래끼  돌도끼  매끼  미끼  새끼  새새끼 수수깨끼  이끼  자리끼  장끼  조끼  찌끼  토끼

 

◈ ~나다

  겁나다  깨나다  덧나다  못나다  별나다  불나다  빛나다  성나다  신나다  일어나다  잘나다  짓나다  화나다  흥나다

 

◈ ~내

  구린내  노린내  누린내  단내(甘)  단내(熱)  미리내  비린내  사향내  암내  새물내  시내  자릿내

 

◈네

   김서방네   딸네  부인네  아들네  아저씨네  아주머니네  우리네  그네  나그네  쇤네  지네

 

◈ ~놓다

 내놓다  다가놓다  덫놓다  돌려놓다  들여놓다  떼어놓다  맘놓다  목놓다  불놓다  세놓다  손놓다  손발놓다  수놓다  침놓다  한숨놓다  훼방놓다

 

◈ ~늘

  그늘  마늘  미늘  바늘  비늘  오늘  하늘

 

◈ ~ 니

  가납사니 가랑니  가마니  고니  고라니  금니  꼬락서니  꼭두서니  꽁무니  끼니  나나니  논다니  도가니    망나니  매나니 바구니  방동사니 뺨따구니  뺑소니  사랑니  산지니  수지니  아주머니  악다구니 앞니 어금니  어머니 언니 오도카니  잘코사니  주머니  주니  할머니

 

◈ ~다리

  개다리  곁다리  고다리  고무다리  구름다리  굴다리  꺽다리  꽁다리  나무다리  널다리  넓적다리  늙다리  다목다리돌다리  뒷다리  방아다리  밭장다리  배다리  베틀다리  봉충다리  사다리  사닥다리  상다리  쇠다리  수중다리 앞다리  양다리  양쪽다리  오목다리  외다리  외나무다리  장다리  전짓다리  정강다리  종다리  줄사닥다리  지게다리  징검다리  책상다리  키다리  키꺽다리  팔다리  합각다리  헛다리

 

◈~답다

  꽃답다  남자답다  사내답다  사람답다  시답다  실답다  아름답다  여자답다

 

◈ ~대

  갈대  광대 그늘대 낚싯대 늑대 담뱃대  땅빈대  돌대  물빈대   빈대   삿대   순대  어릿광대  왕대  잔대    젓대

 

◈ ~두리

   가두리  넋두리  벼두리 선두리  송두리  전두리  족두리  테두리

 

◈ ~둥이

   검둥이  귀염둥이  바람둥이  쌍둥이  업둥이 점둥이

 

◈ ~들이

   들이  섬들이   말들이   되들이

 

◈ ~들이다

   공들이다 곁들이다  덧들이다  뜸들이다  맛들이다 맞아들이다  물들이다 받아들이다

 

◈ ~떨다

  극성떨다  내숭떨다 방정떨다 분산떨다 수다덜다 아양떨다 야살떨다  얌전떨다 재롱떨다 허풍떨다

 

◈ ~떡

  개떡  감떡  깨떡  돌떡  밀떡  밤떡  비지떡  빈대떡  수수떡  시루떡  쑥떡  재묻은떡  찰떡  콩떡  팥떡   풀떡         흰떡    오입장이떡  웃기떡

   

◈뚝:

    굴뚝  말뚝  우뚝

 

◈~뜨리다  ⇒트리다

 깨뜨리다 꿰뜨리다 넘어뜨리다 늘어뜨리다 떨어뜨리다 맞닥뜨리다 맞부딪뜨리다 뭉그러뜨리다 뭉크러뜨리다  버그러뜨리다  빠뜨리다  움추러뜨리다  자빠뜨리다  짜부라뜨리다  찌그러뜨리다  찌부러뜨리다   처뜨리다 퍼뜨리다

 

◈ ~ 라

  나라  보라  소라  오라  자라  지라

 

◈ 락

  가락  나락  옷자락  발가락  손가락  엿가락  젓가락

 

◈ ~람

  가람  꾸지람  아람  바람  보람  사람

 

◈ ~랍다

  반지랍다  보드랍다

 

◈ ~랑

  고랑  노랑  도랑  달랑  딸랑  사랑  살랑  아리랑  이랑  자랑  찰랑  파랑  홀랑

 

◈ ~ 래

  가래  갈래  걸래  고래  고드래  고무래   나래  노래   다래  달래   도르래  돌고래   또래   모래  민들레 방고래      사래  서까래  술래  아래  오래  진달래  타래  파래

 

◈ ~럽다

   간지럽다  깔끄럽다 껄그럽다  너그럽다  매끄럽다  미끄럽다  번드럽다  번지럽다  뿌끄럽다  부드럽다  부럽다  서럽다  시드럽다  어지럽다

 

◈ ~렁

   구렁 누렁 두렁 벌렁 설렁 수렁 시렁

 

◈ ~레

 걸레 겨레 고수레  구레  굴레  너스레  두레  둘레  둥굴레  물레  민들레  벌레 부레  수구레  수레  써레  어슴프레     지레 체면치레 치레  코뚜레 허드레

 

◈ ~렵다

   가렵다  두렵다  마렵다  어렵다

 

◈롭다: 

  가소롭다  공교롭다  괴롭다  까다롭다  대수롭다  따사롭다  번거롭다  보배롭다  새롭다  수고롭다  슬기롭다 신기롭다  예사롭다  정교롭다  한가롭다          

 

◈ ~ 롱

   다롱  대롱  아롱  초롱  호롱

 

◈ ~루

   가루  고루  그루  나루  노루  마루  머루  모루 바루  벼루 시루  자루  하루

 

◈ ~룩

  누룩  벼룩

 

◈ ~름

 가름  거름  거드름  게으름  고드름  고름  구름  기름(들,참,동백,..) 나름  노름  마름   보름  부스름  비름           시름  소름  쇠비름  씨름  아름  어름  어스름  여드름  여름  엿기름  옷고름  으름  이름  입씨름  조름 주름  지름

 

◈ ~ 리

 가두리  가리  가마리  가오리  개나리  개구리  개자리  고리 고마리  고사리  광주리  귀거리 귀리  길거리  거머리        

 꺽다리  껑거리 국거리 귀머거리 꼬리 꽈리 까투리 끼리 나리 낟가리 너구리 느타리 다리 대가리 도꼬마리                도토리  독수리 돗자리 동아리 둥우리 두루마리 댑싸리 딱다구리  떼거리  독수리 등어리 등거리 마구리 마리 머리  무수리  먹거리 멋거리  메아리  며느리 모두거리  몽구리  무녀리  무리 문고리  물거리  미꾸리  미투리  미나리  보리 발바리  방구리  볏가리 별자리 병아리 보금자리 보따리 볼거리  봉오리  봉우리  빗장거리  뿌리  사리 사다리  사투리 선두리  소리  소쿠리  송두리  송사리  실꾸리  싸리 아가리  아주까리  양미리  야마리  울타리  어리  언저리 엇가리 엉터리 오가리 오리  오소리 옷거리  우리 우무가시리 웃음거리 우수리  응어리 이파리 자리 작다리  잠자리 장다리  저고리  제비초리  지지리 종다리 장도리 차라리 코끼리 탯거리  털터리  파리  피리  해파리 항아리  해무리

 

◈ ~마

   가르마  가마  고구마  길마  다시마  도마  이마  차마 참마  처마  치마

 

◈ ~마루

   귀틀마루 널마루 다락마루  단골마루 단칸마루  대마루 대청마루  댓마루 뒷마루 등마루 물마루  산마루 연마루  용마루 우물마루  정강마루  쪽마루청마루  콧마루 툇마루

 

◈ ~맞다:

  걸맞다  궁상맞다  급살맞다 난장맞다  눈맞다  도둑맞다  도침맞다  된서리맞다  된서방맞다  때맞다  뜻맞다  매맞다  물맞다  물벼락맞다  바람맞다  발맞다  방정맞다  배맞다  밴덕맞다  벼락맞다  변덕맞다  별중맞다  빗맛다  뺨맞다  살맞다  서리맞다  서방맞다  소박맞다  수지맞다  알맞다  앙증맞다 야단맞다  얻어맞다 얼맞다 얼바람맞다  음충맞다  자빡맞다  종아리맞다  청승맞다  침맞다 칼맞다 

 

◈ ~맞추다

   눈맞추다  발맞추다  비위맞추다  입맞추다 짝맞추다

 

◈매:<일부 명사 뒤에 붙어>맵시나 모양을 뜻함.

   눈매  몸매  물매  옷매  입매  

 

◈ ~맺다

   손끝맺다   손맺다 

 

◈ ~머리

  가랑머리  갓머리  개머리  거머리  건잠머리 고들개머리  골머리 곱슬머리  광대머리 괴머리 구변머리 굴머리 귀밑머리 귀퉁머리  귓머리  긴머리  깃머리  까까머리  껄머리  끄트머리 끝머리 노랑머리  논머리  누에머리  단발머리  대머리  다박머리  단발머리 대갈머리  더벅머리  더펄머리  덩덕새머리 뒷머리  들머리  등심머리 떠거머리  띠앗머리 말머리  맨머리  민갓머리  바둑머리  바람머리  발뒤꾸머리 밭머리발양머리  뱃머리 버르장머리 베갯머리  본머리  산머리 상고머리  새앙머리  생머리 선머리 성깔머리 실머리 소갈머리  소견머리 쇠머리 숯머리  실머리 싹수머리 아갈머리  아랫머리  앙달머리  앞머리  얹은머리 얀정머리  얌통머리 어여머리 염통머리  옆머리 용머리 용두머리  우두머리  윗머리 이자머리  인정머리  일머리 잔판머리 조짐머리  종종머리  주변머리  죽머리  쥐머리 찬바람머리 책상머리 첩지머리  첫머리  체머리  초두머리  치마머리  큰머리  트레머리  팔구머리 풋머리 합각머리 해토머리 후머리  흰머리 

 

◈ ~먹다

  객심먹다  겁먹다  귀먹다 까먹다 내리먹다  놓아먹다  누워먹다  더위먹다  들먹다  떠먹다 맞먹다  물먹다  배워먹다  베어먹다 비루먹다  빌먹다  빌어먹다  빗먹다 빼먹다  속여먹다 써먹디 애먹다 얻어먹다  얼먹다 엇먹다  엿먹다  욕먹다  우려먹다 잡아먹다  좀먹다  지어먹다  집어먹다 처먹다  퍼먹다 해먹다 

 

◈ 며느리~   ~며느리

  며느리고금  며느리밑씻개  며느리발톱  며느리배꼽  민며느리  쥐며느리

 

◈ ~모르다

   멋모르다  철모르다

 

◈ ~목

   갈목  골목  길목  노루목 대목  발목  배목  버선목  병목  손목  외목  외길목  웃목  아랫목  외통목  팔목  한목

 

◈ ~무

  고무 골무  나무 동무  순무  열무  올무  왜무  율무  풀무

 

◈ ~물

간물 감물 강물 겉물 고지랑물 국물 국숫물 군물 길물 꽃물 꿀물 나릿물 낙숫물 냇물 녹물 논물 누렁물 눈물 눈석임물 단물달물 더운물 뒷물 똥물 뜨물 마중물 맹물 목물 먹물 먼물 밀물 바닷물 발목물 밥물 밤잔물 백중물 벌물 벼룻물 복물 봄물 봇물 붉덩물 빗물 사기물 샘물 세숫물 센물 소금물 손숫물 쇠지랑물 순물 썰물 아랫물 암물 약물 양칫물 얼음물 여울물 엿물 오짓물 우물물 우숫물 웃물 윗물 은물 국물 장물 잿물 젓물 죽물 지랑물 짠물 참물 찬물 찻물 창포물 추깃물 칠석물 콧물 큰물 텃물 팥물 흙물 흙탕물

◈ ~미

  가자미  개미  거미   기미  귀뚜라미  꾸러미  눈썰미  다리미   더미   도미  동치미  두루미  땅거미    말끄러미 매미 맨드라미  멀미  목덜미  물끄러미 바구미 부구미  빌미  수세미  시치미   쓰르라미  아가미 어미  올가미  올미  올빼미  인절미  정나미   제미  주꾸미  중노미  지게미  지느러미  징거미  초로미  피라미  할미  호미

 

◈ ~밀

   메밀 호밀

 

◈~바람

갈마바람 갈바람 강바람 갯바람 건들바람 겨울바람 강쇠바람 고요 골바람 궁둥잇바람 꽃바람 꽃샘바람 남실바람 노대바람 높바람 돌개바람 맞바람 마파람 문바람 물바람 바깥바람 바닷바람 박초바람 밤바람 벌바람 벼락바람 봄바람 산들바람 산바람 살바람 새벽바람 색바람 샛바람 서릿바람 선들바람 서늘바람 선바람 센바람 소슬바람 소릿바람 손바람 손돌바람 솔바람솔솔바람 신마바람 신바람 오라바람 왕바람 왜바람 용숫바람 윗바람 재넘이 찬바람 춤바람 칼바람 큰바람 큰센바람 하늬바람 황소바람 회리바람 회오리바람 휘파람 흔들바람 흙바람

◈~바치 

   갖바치

 

◈~박다

  못박다  말뚝박다  쥐어박다  처박다  휘어박다

 

◈받다:

  맞받다  벌림받다  벌받다  불민받다  치받다

    

◈ ~밥

가윗밥 감자밥 개구리밥 개밥 고깃밥 고두밥 고봉밥 곱삶이 공깃밥 공밥 괭이밥 국밥 군밥 굴밥 굿밥 김밥 까치밥 깡밥 꽁보리밥 꽃밥 꿩의밥 눈밥 대궁 대통밥 대팻밥 더운밥 덮밥 도시락밥 도장밥 돌솥밥 된밥 됫밥 들밥 떡밥 마른밥 말밥 맨밥메밥 못밥 무밥 물밥 밑밥 바늘밥 밤밥 밤밥 배아미(胚芽米)밥 별밥 보리밥 볶음밥 비빔밥 사잣밥 삼신메 삼층밥 새벽밥 옥수수밥 옴밥 완두콩밥 이밥 잡곡밥 쟁깃밥 저녁밥 점심밥 제삿밥 주먹밥 죽밥 줄밥 지에밥 진밥 찬밥 찰밥 참밥 찹살밥 첫밥 초밥 칠분도밥 콩나물밥 콩밥 톱밥 팥밥 피밥 햅쌀밥 헛제사밥 현미밥 횟밥 흰밥

 

◈ 보

 곰보 꾀보 느림보 먹보 땅달보 떡보 뚱보 뚱뚱보 마음보 바보  심보  심술보  오줌보  울보  째보

◈뱅이

  가난뱅이  게으름뱅이  비렁뱅이  앉은뱅이  얼금뱅이  잡살뱅이 조뱅이 좁쌀뱅이  주정뱅이   장돌뱅이

 

◈버릇:①여러번 거듭하는 사이에 몸에 베어 굳어버린 성질이나 짓.

       ②한쪽으로 치우쳐서 고치기 어렵게 된 경향이나 습성.

         말버릇  손버릇  입버릇  잠버릇

 

◈~보다:

  가늠보다  간보다  겨냥보다  꼴보다  넘보다  눈여겨보다  돌보다  들여다보다 맛보다  망보다  맞보다 맥보다  빗보다  살펴보다  선보다  설보다  손보다  손금보다  얼보다 엿보다  욕보다 일보다  장보다  지내보다  쳐다보다 헛보다  흉보다 

         

◈~부리

   거짓부리  꽃부리  멧부리   돌부리  발부리  새부리  소맷부리 주전부리  총부리

 

◈~부리다

  거드름부리다 게염부리다  극성부리다  난봉주리다 꾀부리다  변덕부리다  새치부리다  심사부리다  심술부리다  아양부리다 야살부리다  오방부리다  재롱부리다 재주부리다

 

◈~불

겻불 군불 관솔불 깜박불 깜부기불 꽃불 담뱃불 도깨비불 된불 등걸불 등댓불 등불 등잔불 맞불 모닥불 물불 반딧불 번갯불벌불 벼락불봉홧불 산불 선불 솔불 숯불 쑥댓불 알불 움불 잔불 장작불 잿불 전깃불 줄불 쥐불 짚불 초롱불 촛불 큰불 향불호롱 불화롯 불화톳 횃불

◈~붙이다

   다붙이다  맘붙이다 메어붙이다 몸붙이다  쌈붙이다  이간붙이다  접붙이다  추격붙이다  흥정붙이다

 

◈ ~비

  가리비  가랑비  가문비  갈비  개개비  개비(세는 단위)  고비   구비  나비  너비  남비  누비  담비  도깨비            동고비  두꺼비  따개비  따비  모종비  바람개비  미얀마 재비  성냥개비  소낙비 수제비  싸리비  아비  아재비  오라    비  웃비  이랑나비 잔나비  장작게비  제비  조가비  족제비  팔랑개비 허깨비  허수아비 해오라비(해오라기의 옛말)      호랑나비  홀아비

 

◈ ~뿔

   귀뿔  쇠뿔  쥐뿔

 

◈~쁘다

   가쁘다 기쁘다 나쁘다 미쁘다 바쁘다 시쁘다(마음에 흡족하지 않다) 예쁘다

 

◈~새:[일부 명사 뒤에 붙어]됨됨이․상태․정도 따위의 뜻을 나타냄. 

    가막새  남새   남우새  매무새  생김새  억새  차림새

 

◈스럽다:(일부 명사 뒤에 붙어)`그러한 느김이 있다'는 뜻의 형용사를 만듦.

 가년스럽다  가살스럽다   간살스럽다  감격스럽다  걱정스럽다  게걸스럽다  게접스럽다  경망스럽다  곱살스럽다  곰살스럽다  공연스럽다  괜스럽다  까탈스럽다  남우세스럽다   다사스럽다 다정스럽다  단작스럽다  덕스럽다  덕성스럽다  뒤막스럽다  매정스럽다  망령스럽다  명예스럽다 무안스럽다  무참스럽다  민망스럽다  배스럽다  변덕스럽다  별스럽다   복스럽다  뻔뻔스럽다  뻔랑스럽다  사랑스럽다  상스럽다  상냥스럽다  성스럽다  쑥스럽다  암상스럽다  염려스럽다  영광스럽다  우세스럽다  우직스럽다  음흉스럽다  의심스럽다 재롱스럽다  잡스럽다  잡상스럽다  정성스럽다  천연스럽다  천연덕스럽다  촌스럽다  탄명스럽다

 

◈ ~스름하다

  가무스름하다  거무스름하다  까무스름하다  꺼무스름하다  넓적스름하다  노르스름하다   발그스름하다  불그스           름하다  뿔그스름하다  파르스름하다  푸르스름하다

 

◈ ~시

  모시  맵시  부시  접시

 

◈ ~썩

  들썩  털썩  펄썩  풀썩

 

◈ ~씨

  글씨  꽃씨  날씨  마음씨  말씨  불씨  솜씨  아가씨  아씨  아저씨

 

◈~아재비 

   게아제비  미나리아제비  바위돌나물아제비   범아제비 

 

◈~없다

 가없다 가뭇없다 간단없다 간데없다 값없다 거리낌없다 거침없다 겁없다 경황없다 계관없다 그지없다 기탄없다 까딱없다  꼼짝없다 꿈쩍없다 끊임없다 끝없다 난데없다 낯없다 내남없다 넋없다 느닷없다 다름없다 다시없다 대중없다 더없다 덧없다 드리없다 맛없다 멋없다 말없다 맥없다 무람없다 밥낮없다 버릇없다 보람없다 보잘것없다 보추(진취성)없다 본데없다 볼품없다  본데없다 부질없다 분개없다 분별없다 빠짐없다 상관없다 속절없다 스스럼없다 시름없다 실속없다 실없다 싹없다 싹수없다 쓸데없다 아김없다 아랑곳없다 얀정없다 얀정머리없다 어림없다 어이없다 얼씬없다 염치없다 영락없다 온데간데없다 유감없다 윤척없다 일없다 자발없다 주착없다 주책없다 찜없다 철없다 태없다 턱없다 틀림없다 티없다 푸접없다 하릴없다  하염없다 한없다 할일없다  허물없다 힘없다

 

◈ ~에

  누에  등에  멍에 성애  지에

 

◈ ~울

          개울  거울  너울  망울  밀기울 방울  서울   시울  울(울타리)  저울 터울  허울

 

◈ ~위

     가위  거위  더위  따위  머위  무자위  바위  사위  손위  시나위  시위  아가위  저따위  주사위  지다위  추위

     한가위

 

◈ ~을

          가을  고을  노을  마을

 

◈ ~음

    걸음 놀음 마음 묶음  미음  믿음 솎음 얼음 울음  웃음  졸음 죽음

 

◈ ~이

 가랑이  감돌이  거북이 검둥이  게으름장이 겨드랑이 고양이  곱사등이 구렁이 길이 깍정이  깜박이  깜작이  꺾꽂이  꽃           맞이  꽃송이  꾀통이  나들이  나이  난쟁이  냉이 놀이  누렁이  누이  늙은이  늦동이 다듬이  달맞이 담쟁이           도막이 동달이 동이  뒷밀이 들병이 딱정이 똘똘이 막나니 막난이 말쟁이 맞걸이  맞이  맞잡이  매잡이  맹꽁이           모이 몽당이 무텅이  문둥이  물받이  뭉텅이 미치광이  바랭이  반닫이  발등걸이  밤사이 밤송이 방망이 밴댕            이  벌거숭이  베짱이  베돌이  보리뺑이  삼돌이  삼발이  송이 아궁이 악돌이  앞잡이  열중이  앉은뱅이  어            린이 옥살이 옥장이  올챙이  옷걸이  왕퉁이  외눈이  젊은이  절름발이  젊은이 주둥이 지렁이  질경이 팽이             풍뎅이 헐렁이 호랑이 홀쭉이

 

◈ ~잡다

 거머잡다 걷어잡다  겉잡다  괴다리잡다  굽잡다  궐잡다  그러잡다  낫잡다  낮잡다  넉넉잡다  다잡다  마음잡다  맞잡다  바로잡다  바람잡다  받잡다  발그잡다  붙여잡다  붙잡다  빌미잡다  사로잡다  살아잡다  설잡다  손길잡다  손잡다  싸잡다  어림잡다  얕잡다  얼추잡다  우이잡다  움켜잡닾  줄잡다  지르잡다  채잡다  책잡다  치잡다  탈잡다  터잡다  트집잡다   헛잡다  흉잡다  흠잡다  휘어잡다

 

◈ ~잡이

  가락잡이  고기잡이  길라잡이  길잡이  돌잡이  마구잡이  막대잡이  막잡이  말잡이  바람잡이  부채잡이  쇠잡이  손    잡이  앞잡이 외궁둥잡이  왼손잡이  횃불잡이

 

◈장이:①일부 명사 뒤에 붙어, 수공업적인 기술로써 물건을 만들거나 수리하거나 하는 사람을 홀하게 이르는 말.

거짓말장이 겁장이  게으름장이 대장장이  도배장이  돌장이  떼장이  몽니장이 미장이  미련장이  벗장이 빚장이 석수장이 소목장이  소리장이  손금장이 솟대장이  실업장이  어야장이 오입장이  욕장이 옹기장이 욕장이 월급장이 중매장이  지랄장이  토담장이  통장이

 

◈ ~쟁이

  겁쟁이 게으름쟁이  고자쟁이  고집쟁이 난쟁이  담쟁이  뚜쟁이 노름쟁이 마전쟁이 멋쟁이 마술쟁이 무식쟁이 미련쟁이  바쟁이 야발쟁이 야살쟁이 욕심쟁이 빚쟁이  수다쟁이  심술쟁이 요술쟁이 욕쟁이 잔말쟁이 점쟁이  지랄쟁이 허풍쟁이

 

◈ ~적다

  괘다리적다  맥적다  맛적다  멋적다  열적다(열없다의 비표준어)

 

◈ ~주다

  닦아주다  못주다  벌주다  손주다  씻어주다  침주다  힘주다 

 

◈ ~죽다

  기죽다  숨죽다 풀죽다

 

◈ ~지

 가지  가락지  가마우지  강아지  거지  검지  귀지 꼬지  꼭지  꽁지  꽃다지 낙지 노다지  누룽지 달구지 도라           지  두더지 둥지 딱지 땅강아지 망아지 모래무지 미꾸라지  바가지 바지  벙거지  비지  삼지 소가지  선지 송아           지 아버지 애오라지  엄지 자지  점지  종지  차지  팔죽지  핫바지  할아버지

 

◈ ~지기

  고지기 마지기  문지기  배지기  산지기

 

◈ ~지르다

  고함지르다  내지르다  내리지르다  윽박지르다

 

◈ ~직하다

  굵직하다  나직하다  높직하다  눅직하다  느직하다  되직하다  됨직하다 듬직하다  먹음직하다  묵직하다  믿음직하다   바람직하다   

 

◈~질

가위질 강도질  걸레질   군것질 그물질 나래질 낚시질  낫질  다듬질  다듬이질  도둑질  돌질  땜질 뜸베질  마름질 망치질  매질  바느질  발길질 방망이질  벼름질  비게질  비질  사냥질  삽질  삿대질  새김질  서방질  손질  숟가락질  싸움질 써레질 양치질  요분질  용두질 이간질 쟁기질 젓가락질  주먹질 총질 칼질 투레질  톱질  팔매질  화냥질

 

◈ ~집다

  건너집다  건량집다  꼬집다  끄집다  넘겨집다  땡집다  바닥집다  비집다  헤집다

 

◈ ~짓다

  결론짓다  결말짓다  결박짓다  결정짓다  글짓다  궁짓다  귀정짓다  길마짓다  눈웃음짓다  떼짓다  매듭짓다  밥짓다  척짓다  편짓다  한숨짓다 

 

◈ ~짚다

  허방짚다  헛다리짚다

 

◈ ~쩍

 쓸쩍  어물쩍  펄쩍  풀쩍  훌쩍

 

◈ 쩡하다

  멀쩡하다   어정쩡하다

 

◈ ~찌

  꼴찌  버찌  애기찌  장아찌  팔죽찌

 

◈ ~체하다

  모른체하다 못본체하다 잘난체하다

 

◈ ~치

  가물치  갈치  고치   기름치 까치  꼬치 꽁치 날치 날림치  넙치  눈치  때까치 망치  멸가치  멸치 모가치  물치  버들치  삼치 상치  새치  수리치 여치 잔치  조금치 준치 쥐치 지치 참치  한치

 

◈ ~치기

   겹치기 공치기 날치기 두루치기  딱지치기 무릎치기 새치기 소매치기 손뼉치기 얼치기  엿치기  자치기 장치기

 

◈ ~치다

 가르치다 감치다  경치다 고치다  까무러치다 꼬리치다 넘치다  내치다  놓치다 다그치다 닥치다 떡치다  떨치다 매치다  무치다  뭉치다  미치다  밀치다  바치다  번개치다 벼락치다 부딪치다 부치다  뻗치다 삐치다  설치다 소리치다 시치다 야단치다 엎치다 장난치다 점치다  제치다  줄치다  치우치다  판치다 회치다  훔치다

   

 곤두박질치다  곱치다  공치다  꺽자치다  끼치다  내치다  넘치다  눈웃음치다  다닥치다 닥치다  달치다  덮치다  데치다  도망치다 독장치다  들치다  들이치다  메어치다 몸서리치다  무치다  물리치다  바치다  발버둥치다  벼락치다  비나리치다  비사치다  삐치다  서릿발치다  소리치다  손치다  솟구치다  야단치다  외딴치다  웃짐치다  점치다  족치다  죄어치다  죽치다  줄달음치다  진치다  줄치다  파도치다  풍치다  허발치다  허풍치다  헤치다  헤엄치다  훔치다  흙탕치다

 

◈ ~칙하다

   꺼름칙하다  깨름칙하다  발칙하다 

 

◈ ~톱

  모래톱  발톱 손톱 쇠톱 실톱

 

◈투리:

  까투리  꼬투리  미투리  사투리  자투리  분미투리

 

◈ ~퉁이

  귀퉁이 모퉁이  미련퉁이  심술퉁이

 

◈프다:

  가냘프다  고달프다 고프다  서글프다  슬프다  시프다(싫다)  애달프다  어설프다  헤프다

 

◈피우다

  게으름피우다   담배피우다  바람피우다  불피우다  향불피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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