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청렴하면서 능력 있는 사람 없나?


박종국(교사, 수필가)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있을까. 공자나 예수, 부처 같은 성인들이야 감당할 수 있는 일이다. 그렇건만 보통 사람의 삶 언저리에는 으레 고만고만한 때가 끼기 마련이다. 살면서 찌든 때가 쌓이는 것은 당연하다고 여긴다. 그래서 그럴까? 정부 고위공직자들의 국회청문회를 보고 있으면 시골집 문지방 닳아 반질반질한 땟국도, 얼기설기 다 헤어진 속곳 걸레도 오히려 친근타(그래도 걸레는 걸레라고 우겨댄다면 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요즘 세상은 대청마루 엉겨 붙은 땟국은 대접받지 못한다. 집집마다 진공청소기가 시시콜콜한 흙먼지를 다 빨아들이고, 드럼세탁기로 옷 때를 죄다 훑어내기에 옴 붙듯 먼지가 남아있을 까닭이 없다. 설거지를 해도 고약한 세제를 듬뿍 뿜어다가 자동세척기 찜질까지 마친다. 그러니 생활 집기며 옷가지 모두가 깔끔하다. 그것만이 아니다. 여느 사람 할 것 없이 무시로 샤워를 해서 반질반질하다. 때문에 요즘 사람들은 털어서 먼지가 나지 않는다.


헌데, 정부의 소폭 개각 이후 분분하게 이는 먼지로 세상이 시끄럽다. 한 나라에 국무총리 장관할 사람이 그렇게도 없단 말인지. 채 빗질도 하지 않았는데 새까만 흙먼지를 풀풀 날리고 중도하차 했다. 소위 도청살림은 운위했다는 분이 그 정도다. 물론 청와대가 주도면밀(?)하게 공들여 인선했을 것이다. 근데 걸레로 훔친 물기가 마르기 전에 퀴퀴한 땟국이 잘잘 묻어났다. 인사청문회라면 으레 단골메뉴로 떠오르는 이야기들, 세금탈루에다 부동산 투기, 위장전입, 병역의혹, 논문포절 및 이중게재 등 어쩌면 그렇게 똑같을까.


정치인, 경제인, 대학교수 할 것 없이 고위 공직자로 낙점만 받으면 청렴성에 흠집이 난다. 도덕성에 심각한 구멍이 뚫린다. 치욕적이다. 이는 국무총리나 장관 후보자들을 두고 하는 얘기가 아니다. 이 나라 청렴하면서 능력 있는 사람이 없다는 안타까움이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낯부끄럽다는 자괴감이다. ‘고소영’ ‘강부자’ 운운하는 것만 해도 살맛이 떨어지는데, 정작 믿었던 도끼에 발등 찍히고 보니 이 땅의 국민으로서 슬프다.


말로는 공정한 사회라 일컬으면서 행동은 이중 잣대로 하겠다는 건지. 공직자로서 적격, 부적격사유를 떠져서 완벽한 위법 사실이 밝혀졌다면 불법, 그 자체만으로 엄연한 논란거리다. 그래도 흠집이 덜하다며 나머지 일곱 장관 청장을 선뜻 임명하는 것을 보면 겁난다. 법을 어긴 것만큼 더 이상 무슨 결정적인 흠이 또 있나? 정부나 여권은 그러한 사실을 너무나 가볍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한 가벼운 생각들이 ‘공정사회’의 근간을 흔들어 놓는다.


일례로 위장전입으로 국민들 중 5천여 명은 처벌을 받았다. 그런데도 고위공직자들은 면죄부를 받아야 하나? 위장전입은 명백한 편법이고, 불법이며, 주민등록법 위반이다. 그것은 ‘사회적 합의의 법’을 모독하는 것이다. 국민 여론 조사 결과, 60% 이상이 위장전입은 능력에 관계없이 고위직 공무원에 임명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국민의 뜻을 잘 살펴야 한다. 국민들이 많이 화가 났다. 도덕성이 결여되고, 정책이 흐지부지하고, 신뢰성이 떨어지는 후보자들에 대한 시시비비를 분명히 가려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신뢰한다. 다시 총리 장관 후보자를 선임하려면 정말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국민의 뜻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살필 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어처구니없는 것은 불법표적 기준에 든 후보자들을 몇 달을 굶은 맹수처럼  죄다 까발리겠다고 벼르는 정치인들에 또 한번 아연실색한다. 과연 비토를 장담하고 드는 그들의 뒤꽁무니는 깨끗할까. 정말 탈탈 털어도 한 풀의 먼지가 나지 않을까. 가당찮은 꼬락서니를 지켜보자니 할 말을 잃는다. 마치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게 나무란다더니. 부정부패의 땟국 절은 사람을 인선하는 측이나 거기다가 개발새발하며 얼굴 부라리고 드는 사람 모두 그 나물에 그 밥이다.


국민을 기만하고 호도하는 철면피한 정치인들의 작태는 여야당 가릴 것 없이 똑같다. 그들은 오직 당리당락에만 관심이 있을 뿐 국민들이 도탄에 빠져 허덕이는 지난한 삶을 모른다. 그들은 오직 최상위층에만 충실할 뿐이다. 그게 그들의 삶의 잣대다. 지금과 같은 경제난국에서 정치인들이 젯밥에만 눈을 부라리고 서로 헐뜯기를 한다. 민의를 대변하라고 국회 보내놓으니까 하는 짓이 예닐곱 살 아이들 짓거리보다 못해서야 어디 쓰겠나. 국민의 뜻을 거역하는 정치인들은 깡그리 내쫓아야한다.


하여 요즘 텔레비전 라디오를 끄고 산다. 뉴스를 듣는 순간 불끈불끈 혈압이 도지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나만의 울화는 아닐 것이다. 적어도 나라 걱정을 하는 보통사람이라면 시시각각으로 불거지는 만성적이고 관행적인 답답증은 다 앓고 있을 것이다. 정녕 이 땅에는 모두에게 선뜻 존경받고 신뢰받을 수 있는 인물이 없을까. 국민에게 신선한 희망을 주고, 두 주먹 불끈 쥐며 이제는 좋은 마음으로 살아야겠다는 힘을 부추겨줄 수 있는 깨끗한 정치인이 없을까. 어디 청렴하면서 능력 있는 사람 없나? /2010. 08. 31.


출처 : 박종국의 "배꾸마당이야기"
글쓴이 : 박종국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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