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붐
박종국(교사, 수필가)
나는 자동차는 그저 굴러가기만 하고, 휴대폰은 통화만 잘 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내 생각이 바뀌고 있다. 유행을 도외시한 생각들이 많은 부대낌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다들 뚝하면 최신형으로 차를 바꾸고, 새 휴대폰이 출시되자마자 손에 넣고 있다. 유행에 민감하다.
그런 점에서 보면 난 분명 유행 감각에 무딘 사람이다. 게다가 정보통신에 대한 친밀감도 떨어진다. 대문에 여러 모임자리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쉽게 꺼내는 ‘스마트폰’ 하나에도 주눅이 든다. 화재를 공유하려면 스마트폰을 갖춰야 할 상황이다.
한국 사회가 스마트폰 열풍에 휩싸인 지금, 인터넷 세상이 무색해지고 있다. 이제 스마트폰은 카페나 도서관은 물론, 해변이나 지하철, 심지어 강의실에까지 장소를 불문하고 일상화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엔터테인먼트를 즐기거나 대학 강의에 참여하고 신문을 본다. 스마트폰이 만들어 낸 신풍속도다.
스마트폰 문화는 버스를 탈 때 유감없이 발휘된다. 그 때문에 도서관 풍속도가 달라졌다. 도서관에서 자리를 잡거나 도서대출, 연체 상황도 당장에 조회 된다. 친구와 약속 장소를 정할 때도 긴요하다. 위치 파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비즈니스 미팅에 이르기까지 스마트폰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스마트폰을 활용하는 젊은층은 기성세대처럼 명함을 권내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명함도 다이어리도 필요 없다. ‘범프(BUMP)'을 설치하면 그냥 스마트폰을 한번 ’툭‘ 부딪치기만 하면 상대방의 이름과 연락처가 자동으로 저장된다.
스마트폰은 지난달 국내 판매량(누적) 300만대를 돌파한데 이어 연내 500만대, 내년 1000만대까지 팔릴 전망이고 보면, 현재 30-40대 직장인들에게는 이미 스마트폰이 다이어리의 대용품이다. 스마트폰의 일정 프로그램에 각종 회의나 약속 일정을 기록해 두면 된다. 무엇보다도 종이 면함이나 다이어리의 pc의 프로그램과 연동시킬 수 있기에 편리하다고 한다.
근데도 난 아직 구형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을 뿐 스마트폰 족에 편승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은연중에 스마트폰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고 있다. 언제쯤 내 손아귀에서 스마트폰의 마력이 넘쳐날 수 있을까.
그러나 벌써 ‘호사다마’를 호소하는 스마트폰 족이 생겨나도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왜냐? 되레 스마트폰으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스마트폰이 족쇄처럼 느껴진다고 한다. 특히 외국기업 한국지사에 근무하는 임원들일수록 심각한 폐해 양상을 보이고 있다(본사의 출근시간이 한국지사의 퇴근시간과 맞먹는 시차를 가진 업체라면 심각하다. 일단 블랙베리를 지급받은 이후 퇴근을 했더라도 본사에서 오는 이메일을 실시간으로 확인해서 답장을 보내야 하는 것이다).
친구 중에도 ‘스마트폰 붐’에 편승했다가 떨쳐버린 이가 있다. 그는 줄곧 인터넷 관련 업종에 종사하고 있다. 그런데 왜 그런 사람이 스마트폰을 마다했을까? 그의 말에 따르면 실제로 스마트폰을 써 보니까 말마따나 자주 사용하는 앱은 몇 개도 안 되고, 요금이 비싸 실속이 없다고 한다. 아직 사용해 보지 않은 사람은 그와 같은 고충을 이해할 수 없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스마트폰 족들이 족쇄처럼 느껴진다는 것으로 보아 꼭 필요한 것이지만 애물단지인 것은 사실인 것 같다. /2010. 08.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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