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동생할거야

 

박종국(교사, 수필가)

 

수업시간이 한참 지났는데 진수가 시무룩한 얼굴로 나타났습니다. 딱히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녀석은 내내 심드렁한 표정으로 제대로 수업에 참여하지 않고 자꾸만 딴전을 피워댔습니다. 평소 같으면 좋게 기분을 누그려주었을 텐데, 괜스레 아이들 일에 끼어드는 것 같아 그냥 데면데면하게 지켜보기로 하였습니다.


그랬는데, 우리 반 소식통 혜경이가 다가오더니 살짝 귀띔을 해줍니다.

 

“선생님, 진수 있잖아요. 쉬는 시간에 동생하고 싸웠대요. 서로 동생 하겠다고요.”

“뭐, 서로 동생 하겠다고 우기며 싸웠다고?

“그랬나 봐요. 제 엄마가 동생을 더 좋아하고, 동생 편만 든다고 속상하대요.”

“거참 모를 일이구나.”

그렇습니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만나는 경쟁하고 갈등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입니다. 더구나 형제나 자매간에 엄마아빠의 사랑을 다른 사람과 함께 나눈다는 것은 받아들이기는 무척 힘이 드는 일입니다. 


형제간에 사이가 나쁘고, 서로 시기하는 것은 자신이 더 사랑받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럴 경우 어떻게 합니까? 부모가 나서서 무조건 싸우지 말라고 다그치거나 뜯어말리는 것은 좋은 해결방법이 아닙니다.


흔히 첫째 아이가 온통 부모의 사랑을 혼자 받다가 동생이 태어나면 좋다는 생각보다는 갑자기 아기 같은 행동을 하거나 조그만 일에도 사사건건 동생을 미워하고 못살게 굽니다. 그렇다고 첫째 아이의 이러한 행동을 무턱대고 불거진 게 아닙니다. 단지 부모의 온전한 사랑을 빼앗겼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첫째 아이의 입장에서 보면 이런 날벼락이 또 없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태어난 아기 하나가 온전히 내 것이었던 엄마아빠의 관심과 사랑을 모두 빼앗아 가버린 것입니다. 준수도 그래서 속상해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괜히 화가 나고, 동생이 미워지는 것입니다.  


첫째 아이가 생각하기에 답답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여태껏 엄마아빠의 사랑은 물론, 제 혼자만 가지고 놀았던 장난감을 동생이 독차지 합니다. 그래서 쌤통이 나고 신경질이 납니다. 게다가 미운 짓을 하는 동생을 툭 건드리고 나면 어떻습니까. 여느 엄마아빠 할 것 없이 이유를 따져보지 않고 동생 편을 들며 야단부터 칩니다. 


그 순간 첫째 아이의 마음은 어떠할까요?

그러한 대접을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들 것입니다. 한번쯤 아이의 눈높이에서 생각해 보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이해하게 됩니다. 그런데도 아이가 갑자기 그런 행동을 한다는 것만 따져 생각하기에 문제가 생깁니다. 사실 아이는 똑같은 양의 사랑을 바란다기보다는 믿음을 얻고 싶은 것입니다. 


아이들은 형제간의 다툼을 통해서 서로를 이해하고 생각의 차이를 조절할 줄 알게 됩니다. 또한 시기와 갈등을 겪음으로써 그것들을 원만하게 해결하는 능력을 터득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형제가 그렇게 치받으며 싸우지 않는다면 관심을 가지돼 속단하여 까여들지 말고 기다려 주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주면서 아이들을 대하는 일관성 있는 부모의 태도가 중요합니다. 


형제간에 다툼에 있어 부모가 아이들의 서운한 마음을 읽어낼 수 있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아이들의 관계는 우호적으로 변합니다. 그게 아이들입니다. 하지만 눅진하게 관심을 갖고 충분히 기다려주었는데도 아이들의 갈등이 그치지 않는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그게 무엇일까요?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특별한 시간을 가지는 것입니다. 서로 보듬고 껴안고 이야기를 하는 게 좋습니다. 아이들에게 충분한 스킨십은 그것만으로도 부모의 사랑에 흠뻑 젖어듭니다. 공감하며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아니면 손을 잡고 숲길을 걷는 것은 어떨까요? 


조그만 감정으로 응어리진 아이를 품어 안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먼저 텔레비전과 인터넷을 끄고 온 가족이 재미있게 놀아 주는 것만으로도 닫혔던 아이들의 마음을 풀어 주기에 충분합니다. 아이의 얼굴을 마주보며 오늘 어떤 일이 있었는지 들어주는 엄마아빠가 아이들은 얼마나 사랑하는지 느끼게 해 주어야합니다. 그것이 부모라면 당연히 해야 할 자녀사랑법입니다. 


그러한데 아이들이 더 이상 자기들끼리 티격태격할 까닭이 있겠습니까? 들판 알곡이 부지런한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여물듯이 아이들은 부모의 따스한 사랑과 관심으로 커갑니다. 내일 아침, 진수의 얼굴이 아침 햇살을 담뿍 받은 해바라기 마냥 해맑았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 박종국의 "배꾸마당이야기"
글쓴이 : 박종국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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