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 누구나 비슷하게 생긴 나이. 2세 직립보행을 시작하는 나이. 3세 간단한 의사소통이 가능한 나이. 4세 떡잎부터 다른 나이. 5세 유치원 선생님을 신봉하는 나이. 6세 만화 주제곡에 열광하는 나이. 7세 아무데서나 춤을 춰도 귀여운 나이. 8세 편지를 쓸 수 있는 나이. 9세 세상을 느낄 수 있는 나이. 10세 관찰일기를 쓰는 나이. 11세 할머니에게 살아가는 즐거움을 선물하는 나이. 12세 돈의 위력을 알 만한 나이. 13세 밀린 방학일기를 한꺼번에 쓰는데 익숙한 나이. 14세 얼굴에 하나, 둘 여드름 꽃이 피기 시작하는 나이. 15세 운동장에 누워 ‘한게임 더’를 외칠 수 있는 나이. 16세 의무 교육과정이 끝나는 나이. 17세 세븐의 ‘와줘’를 목청 높여 열광하는 나이. 18세 입시 스트레스로 치를 떠는 나이. 19세 어떤 영화도 볼 수 있는 나이. 20세 배낭여행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나이. 21세 사과같은 얼굴을 만들기 위해 변장하는 나이. 22세 몸무게에 민감한 나이. 23세 가끔 카드 연체료를 내기 시작하는 나이. 24세 후배들에게 사회 정의를 넘기는 나이. 25세 이것저것 다해도 시간이 부족한 나이. 26세 새로운 기록을 만들어내는 나이. 27세 공든 탑이 무너지는 것을 보기시작하는 나이. 28세 엄지 손가락 하나로 문자 보내기 힘든 나이. 29세 아무리 변장을 해도 진짜 물좋은 곳에는 못가는 나이. 30세 클래식의 선율에 귀가 반응하는 나이. 31세 아직 29세라고 우길 수 있는 나이. 32세 젊은 애들과 있으면 노장이라는 말을 듣는 나이. 33세 바이러스 걸린 컴퓨터를 너끈히 들 수있는 나이. 34세 꾸준히 민방위 훈련을 받을 나이. 35세 이제 효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엄청 느끼는 나이. 36세 절대 E.T. 생각을 못하는 나이. 37세 가족을 위해 캠코더를 사러가는 나이. 38세 책과 매우 멀어지는 나이 39세 서서히 편안한 여행만 찾는 나이. 40세 좋은 차에 유혹을 버릴 나이. 41세 가끔은 주책바가지 짓을 해서 남을 웃기는 나이. 42세 고등학교 때 배운 물리 공식을 까맣게 잊는 나이. 43세 영어 완전 정복을 포기하는 나이. 44세 약수터의 약수물도 믿지 않는 나이. 45세 변기에 앉아 돋보기 안경을 찾는 나이. 46세 남자도 화장을 해야겠다고 느끼는 나이. 47세 싸울 일이 있으면 자리를 피하고 보는 나이. 48세 통계학적으로 돈을 제일 많이 버는 나이. 49세 ‘누구는 덕이 없다’라는 말을 자주 하는 나이. 50세 다큐채널을 즐겨 보는 나이. 51세 약한자의 슬픔을 돌아보는 나이. 52세 ‘거 참 이상하다’라는 대사를 중얼거리는 나이. 53세 누구도 ‘터프가이’라는 말을 해주지 않는 나이. 54세 꿈의 왕국을 꿈 속에서 보는 나이. 55세 근육도 광택제를 발라야 빛나는 나이. 56세 아파트가 싫어지는 나이. 57세 슬슬 하느님을 찾는 나이. 58세 가끔 늙어서 복 터진 사람을 만나는 나이. 59세 성골 진골이 아니면 뭐든지 힘들다고 생각하는 나이. 60세 좋은 일이 있어도 건강이 걱정되는 나이. 61세 절대로 가까이에서 사진을 찍으면 안되는 나이. 62세 삼사십대 여자가 무서워보이는 나이. 63세 엽기에도 무감각해지는 나이. 64세 무리하면 바로 쓰러지는 나이. 65세 긴 편지는 두 번을 읽어야 이해가 가는 나이. 66세 학원간 손녀를 기다리는 나이. 67세 동갑내기 할아버지들에게 동정심을 느끼는 나이. 68세 생각을 뒤집으면 민망해 보이는 나이. 69세 상을 받을 때 고개를 숙이지 않아도 되는 나이. 70세 대통령 이름을 그냥 불러도 건방짐이 없는 나이. 71세 전설을 쓰기 시작하는 나이. 72세 서서히 하늘과 가까워지는 나이. 73세 누가 옆에 있어도 방귀를 뀔 수 있는 나이. 74세 잘 못을 해도 구속되지 않는 나이. 75세 살아온 이야기로 돈을 벌 수 있는 나이. 76세 ‘옹’자를 부쳐 주는 나이. 77세 콘돔없이도 sex를 즐길 수 있는 나이. 78세 대사가 있으면 절대로 영화에 출연할 수 없는 나이. 79세 무슨 일을 할 때마다 ‘마지막인가’를 생각하는 나이. 80세 아무에게나 반말을 해도 괜찮은 나이. 81세 이 자식이 뉘집 자식인지 잘 모르는 나이. 82세 뭘 하려고하면 주변 사람들이 괴로운 나이. 83세 말을 안해도 은은한 대화를 할 수 있는 나이. 84세 미물도 사랑스런 나이. 85세 칼을 들이대도 무서워하지 않는 나이. 86세 무슨 짓을 해도 그러려니 하는 나이. 87세 유령을 봐도 놀라지 않는 나이. 88세 뛴다고 생각하는데 걷고 있는 나이. 89세 얼굴 주름을 볼 수도 없는 나이. 90세 주민등록번호를 잊어버리는 나이. 91세 나이 자체가 작품이 되는 나이. 92세 게임의 룰을 지킬 수 없는 나이. 93세 한국말도 통역을 해주는 사람이 필요한 나이. 94세 사람이 왜 ‘무형문화재’인지를 보여주는 나이. 95세 무엇을 하던 주위에서 신기하게 보는 나이. 96세 간지러운 코도 다른 사람이 긁어주는 나이. 97세 노인대학에서도 받아주지 않는 나이. 98세 누가 아버지인지 누가 아들인지 구별이 안가는나이. 99세 가끔 하나님과도 싸울 수있는 나이. 100세 인생의 과제를 다하고 그냥 노는 나이. Blue Gull왈 100세 이상 집에 누우나 산에 누우나 똑같은 나이
    Il Est Trop Tard (너무 늦었어요) / Georges Moustaki
    Pendant que je dormais Pendant que je r?vais Les aiguilles ont tourn? Il est trop tard Mon enfance est si loin Il est d?j? demain Passe passe le temps il n'y en a plus pour tr?s longtemps Pendant que je t'aimais Pendant que je t'avais L'amour s'en est alle? Il est trop tard Tu ?tais si jolie Je suis seul dans mon lit Passe passe le temps il n'y en a plus pour tr?s longtemps Pendant que je chantais Ma ch?re libert? D'autres l'ont encha?n?e Il est trop tard Certains se sont battus Moi, je n'ai jamais su Passe passe le temps il n'y en a plus pour tr?s longtemps Pourtant je vis toujours Pourtant je fais l'amour M'arrive m?me de chanter Sur ma guitare Pour l'enfant que j'?tais Pour l'enfant que j'ai fait Passe passe le temps il n'y en a plus pour tr?s longtemps Pendant que je chantais Pendant que je t'aimais Pendant que je revais Il ?tait encore temps 내가 잠자고 있던 동안, 내가 꿈꾸고 있던 동안 시계 바늘은 돌아가고 있었지. 너무 늦었어. 내 어린시절은 아득히 멀게만 느껴져. 벌써 내일인 걸. 시간은 흐르네... 아주 오래동안이라는 건 더이상 존재하지 않아. 내가 너를 사랑했던 동안, 내가 너를 가졌던 동안 사랑은 떠나 버렸어. 너무 늦었어. 넌 무척 예뻤지. 난 이제 혼자 침대에 있어. 시간은 흐르네... 아주 오래동안이라는 건 더이상 존재하지 않아. 내가 노래부르던 동안, 나의 소중한 자유를 다른 이들이 사슬로 묶어 버렸지. 너무 늦었어. 어떤 이들은 맞서 싸우기도 했지. 난 전혀 몰랐었어. 시간은 흐르네... 아주 오래동안이라는 건 더이상 존재하지 않아. 그럼에도 난 여전히 살아 숨쉬고, 그럼에도 난 사랑을 하고, 예전의 내 어린 시절을 위해 예전의 내 아이의 어린 시절을 위해 기타를 쳐가며 노래를 부르기까지 하지. 시간은 흐르네... 아주 오래동안이라는 건 더이상 존재하지 않아. 내가 노래부르던 동안, 내가 너를 사랑했던 동안, 내가 꿈꾸고 있던 동안, 그때는 아직 시간이 있었는데... 조르쥬 무스타키 Georges Moustaki 프랑스의 노래하는 음유시인 또는 고독의 음유시인이라 불린다. 이집트에서 태어난 그리스인으로 프랑스에 건너가 무명가수로 활동 하다가 시인 조르지 브라상을 만나고, 또 불멸의 샹송 가수 에디쁘 삐아프의 기타 반주자로 활약하면서 일약 프랑스 최고의 시인 샹송가수가 되었다. 그의 대표곡으로는 'Ma solitude(나의 고독)'과 'Il Est Trop Tard (너무 늦었어요)' 'Le Facteur(오지 않는 우편배달부)' 등이 있다. 'Il Est Trop Tard (너무 늦었어요)'는 중년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철학적인 노래다.
        출처 : 은혜(恩惠)
        글쓴이 : 은혜 (恩惠) 원글보기
        메모 :

        '수필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길에 관한 명상 - 이외수  (0) 2009.06.23
        동백꽃  (0) 2009.04.28
        호롱불  (0) 2009.03.05
        [스크랩] 수필, 이것만은 알고 쓰자(2)/김학  (0) 2009.01.10
        [스크랩] 이정하의 서정시편과 죽절초  (0) 2008.12.17

        '수필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백꽃  (0) 2009.04.28
        [스크랩] 나이  (0) 2009.03.28
        [스크랩] 수필, 이것만은 알고 쓰자(2)/김학  (0) 2009.01.10
        [스크랩] 이정하의 서정시편과 죽절초  (0) 2008.12.17
        단풍  (0) 2008.11.25

        <수필, 이것만은 알고 쓰자 (2)>

        아는 것은 병, 모르는 것은 약

        김 학

         

         

        *어깨너머 공부와 요즘의 수필공부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이를 바꾸어 말한다면 아는 것이 병이요 모르는 것이 약이라는 말과 같다. 수필쓰기 초년병 시절 나 역시 다를 바 없었다. 4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수필 이론서가 거의 없었고, 수필을 가르치는 교육기관도 지방은 물론 서울에도 없었다. 그러니 어깨너머로 수필공부를 할 수밖에. 선배들이 발표한 수필작품을 읽으면서 스스로 수필 쓰는 요령을 터득해야 했다.

         제목붙이기, 서두쓰기, 내용전개, 결미쓰기를 눈여겨보면서 하나하나 익혀야 했던 것이다. 그러니 익히는 속도가 더딘 것은 당연했다. 수필쓰기에 대한 이론도 갖추지 못했었다. 그때에 비하면 요즈음은 전국 방방곡곡 어느 곳에나 수필을 배울 곳이 많다. 대학교 평생교육원을 비롯하여 문예지, 신문사, 백화점, 자치센터, 문화원, 노인복지회관 등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수필공부방들이 있다. 배우고 싶은 마음만 있다면 얼마든지 수필을 배울 수 있고, 그 연줄로 인하여 수필가로 등단할 수도 있다. 참으로 지금은 수필공부를 하기에 아주 좋은 세상이다.

         

        *수필공부를 하는 사람들의 자세

         

         대개 수필에 관심을 갖고 있던 분들이 수필공부방을 찾기 마련이다. 직업 일선에서 물러나 이모작 인생을 시작하며 소년소녀시절의 꿈인 문학을 찾아 나선 분들이 대다수다. 그들 중에는 처음부터 열심히 글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 비록 작품이 서툴지만 꾸준히 노력하니 발전 속도가 빠르다. 또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처럼 수필이론을 모르니까 그냥 버릇대로 수필을 쓰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이들 중에는 점점 수필이론을 알게 되면서 주눅이 들고 두려워져서 수필쓰기 속도가 느려진다. 이들은 아는 것이 병이라면서 쉽사리 다시 붓을 잡으려 하지 않는다. 그리고 수필은 쓰지 않지만 열심히 강의실에 나와 귀를 기울이는 사람들도 있다. 언젠가는 대박을 터뜨릴 듯 진지한 자세의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처럼 귀 명창으로 한두 학기를 보내고서도 결국 수필을 한 편도 쓰지 못하는 이들이 더러 있다. 잘 쓰든 못 쓰든 열심히 수필을 쓰는 수강생이 예쁘다. 어떤 분은 어김없이 매주 한두 편의 수필을 쓰는 이들도 있다. 70대 중반의 어르신도 그처럼 진지하게 수필에 접근하더니 드디어 1년 만에 등단의 관문을 통과하고 바로 처녀수필집을 펴낼 준비를 서두르기도 한다. 운동경기에서도 열성적인 연습벌레가 훌륭한 선수로 성장하듯 글쓰기 공부 역시 마찬가지다. 자꾸 글을 쓰면서 스스로 문리를 터득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려니 싶다.

         

        *수필의 길이

         

         수필의 길이가 200자 원고지 몇 장이어야 한다는 명문규정은 없다. 원래 수필의 길이는 신문이나 잡지 편집자들이 수필에 배려하는 지면이 얼마냐에 따라 그 지면에 맞추려고 원고지 5매, 10매, 15매, 20매라고 정했던 것이다.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그것이 하나의 관례가 되어 수필 한 편이라고 하면 원고지 10매 내외로 굳어지다시피 하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 수필문학의 선구자 윤오영, 피천득 등이 쓴 대부분의 수필이 원고지 5~7매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짧은 수필인데도 얼마든지 깊이와 아름다움을 담을 수 있다는 본보기를 보여 주지 않았던가.

         수필쓰기 초심자들은 처음엔 원고지 5매를 채우는데도 힘들어 한다. 그러나 습작기간이 길어지고 창작능력이 향상되면 자꾸 원고길이가 길어진다. 원고지 20매를 훌쩍 넘기는 일이 비일비재다. 글을 다듬으면서 잘라내라고 권하지만 아까워서 스스로 싹둑 가위질을 하지 못한다. 그럴수록 과감하게 잘라낼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하다. 독자가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군더더기를 꼭 잘라 주어야 한다.

         지금은 인터넷 시대다. 대부분의 독자들은 긴 수필보다는 짧은 수필을 좋아한다. 컴퓨터 화면 하나에서 읽을 수 있으려면 원고지 5매 정도가 알맞다. 그걸 장편수필(掌篇隨筆)이라고 한다. 요즘엔 인터넷에서도 원고지 5매 소설이 나온다. 그것을 일컬어 미니픽션(Mini Fiction)이라고 한다. 소설도 그렇게 짧아지는데 수필이 어찌 옛날처럼 길어야 할 것인가.

         또 한 가지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가 있다. 시나 소설은 그 범주가 넓고 큰데도 그 길이의 길고 짧음에 따라 가르지 내용의 무겁고(重) 가벼움(輕)이나 부드럽고(軟) 딱딱한(硬) 것으로 나누지 않는다. 소설은 내용과는 상관없이 길이에 따라 콩트, 단편, 장편, 대하소설 등으로 나누지 않던가? 수필도 이제는 내용에 따라 분류하지 말고 길이에 따라 분류하면 어떨까 싶다.

         

        *수필의 구성

         

         수필의 길이가 짧던 길던 상관없이 제목과 서두, 내용, 결미가 있기 마련이다. 그 네 가지 중 어느 한 가지만 없어도 그걸 수필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들 네 가지 가운데 독자가 맨 처음 만나는 것이 제목이다. 제목은 독자의 궁금증이나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야 좋다. 문예지나 동인지를 받으면 먼저 목차를 펼쳐 본다. 그 목차에서 내 작품이 없다면 아는 분들의 작품을 찾고, 그 다음에는 좋은 제목을 골라 읽게 된다.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책을 펼치면 그 작품의 서두와 만난다. 그 서두에서 매력을 느끼지 못하면 책을 덮거나 다른 작품으로 건너뛰게 된다. 수필의 서두 몇 줄이 그 작품의 성패를 결정짓는다는 말에 귀를 기울일 일이다. 수필가는 독자가 한 눈을 팔지 못하고 끝까지 읽도록 자기 수필에 문학적 장치를 해야 한다. 텔레비전 일일드라마가 어떻게 시청자로 하여금 다음날 또 보고 싶도록 유도하는지 음미해 보고 배울 일이다.

         내용 전개 역시 독자가 지루한 느낌을 받지 않고 그 작품에 빠져들도록 유도해야 한다. 독자가 이 정도까지 따라왔다면 이는 성공적이다. 그러나 또 알아 둘 게 있다. 내용이 너무 평범하다 보면 독자에게 감동을 줄 수 없고, 감동을 주지 못하면 그 작품을 문학으로 대접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평범한 내용은 금물인 것이다.

         결미는 서두 못지않게 중요한 역할과 기능을 한다. 결미를 쓸 때는 감동적인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생각하면서 쓰면 좋을 것이다. 어떤 라스트 신이 오래 기억에 남던가? 수필의 결미는 바로 그렇게 끝나야 한다. 좋은 수필을 쓰려면 좋은 영화를 자주 감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수필의 문장

         

         수필의 성패는 그 문장에 달려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수필은 문장으로 꾸며지는 문학인 까닭이다. 일찍이 허세욱 교수는 수필의 문장은 원고지 위에 설지언정 누워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 말은 서서 달릴 수 있는 자세라야지 누워서 잠을 청하는 자세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동사나 형용사 등 묘사를 위한 서술어가 많을수록 문장이 서서 달리지만, 명사나 부사 등 개념을 집합한 논리체가 많을수록 문장은 동맥경화를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수필의 문장은 서술인데 이를 두고 형상(形象)이라 했다.

         어떤 수필가는 수필문장에서 지름길을 두고 빙 에둘러 가는 표현을 사용하는 수가 있다. 그것은 바른 수필의 길이 아니다. 한 글자라도 더 줄일 수 있으면 줄여야 하는 게 수필의 문장이다. 나는 그걸 언어의 경제학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또 수필의 문장은 물이 흐르듯 자연스러워야 한다.

         수필의 문장은 작가가 어휘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그 맛이 다르다. 부드럽고 아름다운 우리말을 활용하는 게 가장 좋다. 그러려면 한자말은 가능한 한 모두 아름다운 우리말로 바꾸어야 하고, 외래어 역시 순수한 우리말로 바꾸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그것은 문학의 사대주의에 다름 아니다. 문장을 엮을 때 번역문 투인지 아닌지 잘 살펴야 한다. 그것은 우리 스스로가 번역문인지 아닌지 분간을 못할 정도로 혼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필문장을 엮어 갈 때 토씨[助辭]를 잘 활용해야 한다. 문장의 리듬을 살리려면 토씨를 넣어야 할지 빼야 할지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토씨를 넣어야 할 곳에서 빼고, 빼야할 곳에서 넣는다면 마치 학교 앞 도로의 턱을 만들어야 할 곳에 턱을 만들지 않고, 없애야 할 곳에 턱을 만드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토씨에는 주격 토씨와 목적격 토씨가 있다. 주격 토씨에는 ‘이’와 ‘은(는)’이 있고 목적격 토씨에는 ‘을’과 ‘를’이 있다. 어떤 글자가 들어가느냐에 따라 문장의 흐름이 달라진다. 우리글은 그렇게 섬세하다. 외래어가 어떻게 감히 우리 한글을 따라올 것인가?

         

        *수필가의 바른 자세

         

         수필가는 모름지기 시인이나 소설가, 희곡작가, 평론가 등 다른 어느 문인보다도 더 철저한 한글 파수꾼이 되어야 한다. 세종대왕께서 창제한 한글을 제대로 지키고 발전시켜야 하는 게 바로 수필가들의 임무라는 이야기다.

         이 세상에는 6,500개 언어가 있고 그 언어 가운데 문자로 표현할 수 있는 언어는 400개라고 한다. 유네스코가 이들 400개 문자 가운데 문자가 없는 6,100개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문자를 가르치면 좋을지 연구한 결과 우리 한글이 1위로 뽑혔다고 하지 않던가? 이런 한글을 우리 수필가들이 갈고 닦고 지키지 않으면 누가 그 일을 할 것인가?

         수필은 서른여섯 살이 넘은 중년이 쓰는 글이라는 피천득 수필가의 이야기는 이제 바뀌었으면 좋겠다. 소년소녀나 청년들도 자기가 살아 온 역사가 있는 만큼 그 나름의 체험을 바탕으로 수필을 쓸 수 있고 또 써야 할 것이다. 수필을 쓰는 데 나이제한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수필문단이 결코 늦깎이들만의 문학경로당이어서는 안 될 것이다.

         수필은 문학의 용광로다. 수필이란 용광로에 시를 넣으면 서정수필이 되고, 소설을 넣으면 서사수필이, 평론을 넣으면 비평수필이 된다고 하지 않던가. 이런 수필이 푸대접을 받아서는 안 될 일이다. 21세기에는 수필이 모든 문학 장르를 아우를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는 결코 헛된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김 학 약력

        1980년 월간문학 등단/<자가용은 본처 택시는 애첩> 등 수필집 10권, 수필평론집 <수필의 맛 수필의 멋>/펜문학상, 영호남수필문학상 대상, 한국수필상, 전주시예술상, 동포문학상 본상, 연암문학상 대상, 대한민국 향토문학상 등 다수 수상/전북수필문학회 회장, 대표에세이문학회 회장, 임실문인협회 회장, 전북문인협회 회장, 전북펜클럽 회장 등 역임/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전담교수,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부이사장/

        e-mail: crane43@hanmail.net http://crane43.kll.co.kr http://blog.daum.net/crane43

        출처 : 김학-두루미 사랑방
        글쓴이 : 두루미 원글보기
        메모 :

        '수필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나이  (0) 2009.03.28
        호롱불  (0) 2009.03.05
        [스크랩] 이정하의 서정시편과 죽절초  (0) 2008.12.17
        단풍  (0) 2008.11.25
        떠돌이  (0) 2008.11.21

         

        시 사랑 시의 백과사전 사이트에 가보면 찾는 빈도로 따지는지 ‘인기 시인’ 10인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해놓았다. 여기 올라 있는 그의 시를 읽어 보면 혹 여자로 착각할

        정도로 부드럽고 감성적이다. 이정하는 1962년 대구에서 태어나 원광대학교 국문과에

        재학 중이던 1987년 경남신문,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면서 문단에 나왔다.

         

        그의 시집 제목만 봐도 너무나 서정적이다. ‘우리 사랑은 왜 먼 산이 되어 눈물만 글썽

        이게 하는가(1991)’,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1994)’, ‘그대 굳이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1997)’, '당신이 그리운 건 내게서 조금 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1999)',

        '한 사람을 사랑했네(2000)' 등 여러 시집에 실려 있는 내용도 마찬가지이다.


        산문집도 비슷하다. ‘우리 사는 동안에(1992)’, ‘소망은 내 지친 등을 떠미네(1993)’,

        ‘나의 이름으로 너를 부른다(1996)’, ‘내가 길이 되어 당신께로(1997)’, ‘사랑하지 않아야

        할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면 1(1998)’, ‘사랑하지 않아야 할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면 2

        (1999)’, ‘아직도 기다림이 남아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1999)’, ‘돌아가고 싶은 날들의

        풍경(2000)’, ‘지금, 마지막이라 해도 마지막이 아닌 것처럼(2003)’ 등이다.


        죽절초(竹節草)는 홀아비꽃댓과의 상록 활엽 관목으로 높이는 1m 정도이며

        잎은 마주나고 톱니가 있다. 6~7월에 연한 녹색 꽃이 수상(穗狀) 꽃차례로

        피고, 열매는 둥근 핵과(核果)로 가을에 익는다. 산기슭의 숲 속에서 자라는데

        우리나라의 제주도, 일본, 대만, 중국, 인도, 필리핀 등지에 분포한다.

         

         

        ♧ 가까운 거리 - 이정하


        그녀의 머리냄새를 맡을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고 싶었습니다.

        가능하다면 영원히라도 함께 있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댄 이런 나를 타이릅니다.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함께 있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고.


        여전히 난 이해를 하지 못하겠습니다.

        그대와 함께 있으면 그렇게 좋은 수가 없는데

        왜 우린 멀리 떨어져서 서로를 그리워해야 하는지.

        왜 서로보다 하고 있는 일이 먼저인지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나중을 위해 지금은 참자는 말,

        그 말을 이해 못 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도 나 같은 마음을 갖고 있는지

        그것이 궁금할 뿐입니다.

         

         

        ♧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지만 - 이정하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지만

        가까이 다가갈 수 없었습니다

        내가 가까이 다가가면

        다가가는 만큼

        그대가 멀어질 것 같아서

        가까이 다가가면

        내가 다가가면

        그대는 영영

        떠나갈 것 같아서


        가까이 다가갈 수 없었습니다

        그대가 떠나간 뒤,

        그 상처와 그리움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서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지만

        더 이상 가까이 다가갈 수 없었습니다

        한 순간 가까웁다

        영영 그대를 떠나게 하는 것보다

        거리는 조금 떨어져 있지만

        오래도록 그대를

        바라보고 싶은 마음이 더 앞섰기에

         

         

        ♧ 갑자기 눈물이 나는 때가 있다 - 이정하


        길을 가다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때가 있다.

        따지고 보면 별일도 아닌 것에 울컥 목이 메어오는 때가 있는 것이다.

        늘 내 눈물의 진원지였던 그대.


        그대 내게 없음이 이리도 서러운가.

        덜려고 애를 써도 한 줌도 덜어낼 수 없는 내 슬픔의 근원이여,

        대체 언제까지 당신에게 매여 있어야 하는 것인지.

        이젠 잊었겠지 했는데도 시시각각 더운 눈물로 다가오는 걸 보니

        내가 당신을 사랑하긴 했었나 보다.

        뜨겁게 사랑하긴 했었나 보다.


         

        ♧ 그대를 내 안에 잡아두는 일 - 이정하


        쓸데없는 생각인 줄 알면서도 자꾸만 그대와 헤어질 것 같은

        망상에 사로잡혔습니다. 이런 내 망상들이 씨앗이 되어

        실제로 그런 일이 생기게 되면 어떡하나,

        은근히 불안해지기도 했습니다. 그대를 내 안에 잡아두는 일은

        왜 이리 힘이 드는지 모르겠습니다.


        사랑이 이런 거라면 애초에 시작도 하지 않았을 것을.

        그대가 언젠가 가버리고 말 사람이라면

        끝끝내 내 마음의 문을 열어주지 말았을 것을.

        이제 와 생각하니 모든 게 다 부질없습니다.

        그러나 그대여, 그런 후회가 일 때마다 나는 생각합니다.

        낙엽이 되어 떨어질 걸 뻔히 알면서도

        여름날, 그 뜨거운 햇볕을 온몸으로 받아

        열매 맺게 하는 나뭇잎, 그 섬세한 잎맥을 떠올립니다.


        온갖 수고로움으로 열매 맺게 한 뒤

        마침내 땅으로 떨어져 나무를 기름지게 하는 잎새.

        그 잎새가 자양분이 되어, 발목을 덮어주는 담요가 되어

        매서운 겨울을 견딜 수 있게 한다 생각하니,

        만나고 헤어지는 일에만 매달리고 집착한 내가 부끄러웠습니다.

        사랑을 저울질한 내 이기심의 잣대가 부끄러웠습니다.

         


        ♧ 기다림의 나무 - 이정하


        내가 한 그루 나무였을 때

        나를 흔들고 지나가는 그대는 바람이었네.

        세월은 덧없이 흘러 그대얼굴이 잊혀 갈 때쯤

        그대 떠나간 자리에 나는 한그루 나무가 되어 그대를 기다리리.

        눈이 내리면 늘 빈약한 가슴으로 다가오는 그대.


        잊혀진 추억들이 눈발 속에 흩날려도 아직은 황량한 그곳에

        홀로 서서 잠 못 들던 숱한 밤의 노래를 부르리라.

        기다리지 않아도 찾아오는 어둠 속에

        서글펐던 지난날의 노래를 부르리라.


        내가 한그루 나무였을 때

        나를 흔들고 지나간 그대는 바람이었네.

         

         

        ♬ 환상의 무드 클래식

         

        출처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글쓴이 : 김창집 원글보기
        메모 :

        '수필 '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호롱불  (0) 2009.03.05
        [스크랩] 수필, 이것만은 알고 쓰자(2)/김학  (0) 2009.01.10
        단풍  (0) 2008.11.25
        떠돌이  (0) 2008.11.21
        산길  (0) 2008.11.17

        함백산의 가을

        53.0 * 45.5

        2006년  진  상용작

         

          단풍

                     

                         글/최 수니

           

          애초, 연둣빛 순정으로

          솜사탕 같은 사랑만 할 생각이었지

          그런데 말이지

          산다는 게 마음대로 되는 것 아니더군

          그저, 놀리는 손길 따라 즐기려 했을 뿐인데

           

          어르고 뺨치는 그것들이

          열정으로 왔다가 간 후에

          무성한 솔밭 열기를 어쩌지 못해

          가슴에 열꽃이 피기 시작하더군.

           

          그이와 남몰래 손이라도 잡을라치면

          사타구니부터 뜨겁게 달아올라

          본심을 숨기려고 열두 폭 빨강치마를 두르고

          너무 붉은 듯하여

          노랑 저고리로 위장을 꿈꾸었더니

           

          원님 덕에 나팔 분다고

          이미 미처 버린 끼 어이 하리!

          마른 다리, 흰 다리 다 내어놓고

          화냥기 어린 춤으로

          지나는 길손 홀리다 보니

           

          아뿔싸! 가문에서 냉소적인 소박이라!

          개도 소도 외면할 마른 쫄가리,

          허연 종아리에 불어 닥칠 한겨울 칼바람이야!

          이재, 내 알 일 아니지.

        '수필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수필, 이것만은 알고 쓰자(2)/김학  (0) 2009.01.10
        [스크랩] 이정하의 서정시편과 죽절초  (0) 2008.12.17
        떠돌이  (0) 2008.11.21
        산길  (0) 2008.11.17
        [스크랩] 만추의 계절... 그 화려함 속으로...  (0) 2008.11.15

         

         


         


         


         


         


         


         


         


         


         


         


         


         


         


         


         


         

         


        - 버림받으면 누구나 떠돌이가 된다
        문화일보 | 노성열 기자 | 2003.05.02

        버려진 개. 차창 밖으로 휙 던져진 개의 모습이 첫 장면이다.
        꽁지에 불이 붙도록 죽어라 자동차를 뒤쫓아가는 개의 역동적인 선이
        이야기의 속도감을 더해준다.
        까맣게 멀어지는 자동차를 보며 지쳐가는 개.
        이윽고 우두커니 멈춰서서 버려진 자신의 처지를 자각하는 개의 윤곽에서
        고독과 슬픔이 묻어난다.
        딴 차를 얻어 타보려다 사고만 일으키고,
        꼬리를 뒷다리 사이에 끼운 채 겁을 잔뜩 집어먹은 표정이 애처롭다.
        그래도 여유작작, 한 다리를 들고 쉬도 하고….
        바닷가와 도시를 헤매다 아저씨한테 혼이 난 뒤
        자신과 같은 처지(?)의 소년을 만나 애정을 나누는 장면에 이르면
        해피 엔딩의 안도감이 느껴진다.

        그 누군들 버림받은 쓰라린 기억이 없을까.
        개 한 마리에 감정이입된 우리네 잠재의식 속 응어리가 다시 상처받긴커녕
        동감의 카타르시스로 해소되면서 환한 해방감으로 일렁인다.
        우리는 원래 그렇게 고독한 존재들이었다.




            
            산 길 / 전경애 시, 이안삼 곡  
            
            
            
            산길을 걷는다 고요한 산길을
            정다운 이야기는 추억따라 흐르고
            솔바람은 향기롭게 속삭이네
            오 외로운 산길 그대 찾아 가는 길 
            아름다운 너의 모습이 내 가슴에 피어나라
            아 산길은 꿈을 찾아 가는 길
            아 산길은 사랑 찾아 가는 길
            산길을 걷는다 아득한 산길을
            정다운 이야기는 추억따라 흐르고
            꽃과 나비는 나를 반겨 속삭이네
            오 외로운 산길 그대 찾아 가는 길 
            아름다운 너의 모습이 봉우리마다 맺혀있는
            아 산길은 꿈을 찾아 가는 길
            아 산길은 사랑 찾아 가는 길





        만추(晩秋)의 계절.... 그 화려함 속으로.....































































































        가을이 가네

            용 혜 원

                      빛 고운 낙엽들이 늘어놓은
                      세상 푸념을 다 듣지 못했는데
                      발뒤꿈치를 들고 뒤돌아보지도 않고
                      가을이 가네

                      가을이 가네
                      내 가슴에 찾아온 고독을
                      잔주름 가득한 벗을 만나
                      뜨거운 커피를 마시며 함께 나누려는데
                      가을이 가네

                      가을이 가네
                      세파에 찌든 가슴을 펴려고
                      여행을 막 떠나려는데
                      야속하게 기다려주지 않고
                      가을이 가네

                      가을이 가네
                      내 인생도 떠나야만 하기에
                      사랑에 흠뻑 빠져들고픈데
                      잘 다듬은 사랑이 익어가는데
                      가을이 가네


        Autumn Leaves

        Clarinet : Acker Bilk


        Piano : Giovanni Marradi


        Piano : Roger Williams




        출처 : 시어머니와며느리
        글쓴이 : 창공 원글보기
        메모 :

        '수필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떠돌이  (0) 2008.11.21
        산길  (0) 2008.11.17
        [스크랩] 관계 맺는다는 것과 길들여지는 것에 관하여 / 생텍쥐페리  (0) 2008.11.04
        [스크랩] 엄마의 편지  (0) 2008.10.22
        [스크랩] 메밀꽃 필 무렵  (0) 2008.10.22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