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사랑 시의 백과사전 사이트에 가보면 찾는 빈도로 따지는지 ‘인기 시인’ 10인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해놓았다. 여기 올라 있는 그의 시를 읽어 보면 혹 여자로 착각할
정도로 부드럽고 감성적이다. 이정하는 1962년 대구에서 태어나 원광대학교 국문과에
재학 중이던 1987년 경남신문,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면서 문단에 나왔다.
그의 시집 제목만 봐도 너무나 서정적이다. ‘우리 사랑은 왜 먼 산이 되어 눈물만 글썽
이게 하는가(1991)’,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1994)’, ‘그대 굳이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1997)’, '당신이 그리운 건 내게서 조금 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1999)',
'한 사람을 사랑했네(2000)' 등 여러 시집에 실려 있는 내용도 마찬가지이다.
산문집도 비슷하다. ‘우리 사는 동안에(1992)’, ‘소망은 내 지친 등을 떠미네(1993)’,
‘나의 이름으로 너를 부른다(1996)’, ‘내가 길이 되어 당신께로(1997)’, ‘사랑하지 않아야
할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면 1(1998)’, ‘사랑하지 않아야 할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면 2
(1999)’, ‘아직도 기다림이 남아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1999)’, ‘돌아가고 싶은 날들의
풍경(2000)’, ‘지금, 마지막이라 해도 마지막이 아닌 것처럼(2003)’ 등이다.
죽절초(竹節草)는 홀아비꽃댓과의 상록 활엽 관목으로 높이는 1m 정도이며
잎은 마주나고 톱니가 있다. 6~7월에 연한 녹색 꽃이 수상(穗狀) 꽃차례로
피고, 열매는 둥근 핵과(核果)로 가을에 익는다. 산기슭의 숲 속에서 자라는데
우리나라의 제주도, 일본, 대만, 중국, 인도, 필리핀 등지에 분포한다.
♧ 가까운 거리 - 이정하
그녀의 머리냄새를 맡을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고 싶었습니다.
가능하다면 영원히라도 함께 있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댄 이런 나를 타이릅니다.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함께 있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고.
여전히 난 이해를 하지 못하겠습니다.
그대와 함께 있으면 그렇게 좋은 수가 없는데
왜 우린 멀리 떨어져서 서로를 그리워해야 하는지.
왜 서로보다 하고 있는 일이 먼저인지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나중을 위해 지금은 참자는 말,
그 말을 이해 못 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도 나 같은 마음을 갖고 있는지
그것이 궁금할 뿐입니다.
♧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지만 - 이정하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지만
가까이 다가갈 수 없었습니다
내가 가까이 다가가면
다가가는 만큼
그대가 멀어질 것 같아서
가까이 다가가면
내가 다가가면
그대는 영영
떠나갈 것 같아서
가까이 다가갈 수 없었습니다
그대가 떠나간 뒤,
그 상처와 그리움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서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지만
더 이상 가까이 다가갈 수 없었습니다
한 순간 가까웁다
영영 그대를 떠나게 하는 것보다
거리는 조금 떨어져 있지만
오래도록 그대를
바라보고 싶은 마음이 더 앞섰기에
♧ 갑자기 눈물이 나는 때가 있다 - 이정하
길을 가다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때가 있다.
따지고 보면 별일도 아닌 것에 울컥 목이 메어오는 때가 있는 것이다.
늘 내 눈물의 진원지였던 그대.
그대 내게 없음이 이리도 서러운가.
덜려고 애를 써도 한 줌도 덜어낼 수 없는 내 슬픔의 근원이여,
대체 언제까지 당신에게 매여 있어야 하는 것인지.
이젠 잊었겠지 했는데도 시시각각 더운 눈물로 다가오는 걸 보니
내가 당신을 사랑하긴 했었나 보다.
뜨겁게 사랑하긴 했었나 보다.
♧ 그대를 내 안에 잡아두는 일 - 이정하
쓸데없는 생각인 줄 알면서도 자꾸만 그대와 헤어질 것 같은
망상에 사로잡혔습니다. 이런 내 망상들이 씨앗이 되어
실제로 그런 일이 생기게 되면 어떡하나,
은근히 불안해지기도 했습니다. 그대를 내 안에 잡아두는 일은
왜 이리 힘이 드는지 모르겠습니다.
사랑이 이런 거라면 애초에 시작도 하지 않았을 것을.
그대가 언젠가 가버리고 말 사람이라면
끝끝내 내 마음의 문을 열어주지 말았을 것을.
이제 와 생각하니 모든 게 다 부질없습니다.
그러나 그대여, 그런 후회가 일 때마다 나는 생각합니다.
낙엽이 되어 떨어질 걸 뻔히 알면서도
여름날, 그 뜨거운 햇볕을 온몸으로 받아
열매 맺게 하는 나뭇잎, 그 섬세한 잎맥을 떠올립니다.
온갖 수고로움으로 열매 맺게 한 뒤
마침내 땅으로 떨어져 나무를 기름지게 하는 잎새.
그 잎새가 자양분이 되어, 발목을 덮어주는 담요가 되어
매서운 겨울을 견딜 수 있게 한다 생각하니,
만나고 헤어지는 일에만 매달리고 집착한 내가 부끄러웠습니다.
사랑을 저울질한 내 이기심의 잣대가 부끄러웠습니다.
♧ 기다림의 나무 - 이정하
내가 한 그루 나무였을 때
나를 흔들고 지나가는 그대는 바람이었네.
세월은 덧없이 흘러 그대얼굴이 잊혀 갈 때쯤
그대 떠나간 자리에 나는 한그루 나무가 되어 그대를 기다리리.
눈이 내리면 늘 빈약한 가슴으로 다가오는 그대.
잊혀진 추억들이 눈발 속에 흩날려도 아직은 황량한 그곳에
홀로 서서 잠 못 들던 숱한 밤의 노래를 부르리라.
기다리지 않아도 찾아오는 어둠 속에
서글펐던 지난날의 노래를 부르리라.
내가 한그루 나무였을 때
나를 흔들고 지나간 그대는 바람이었네.
♬ 환상의 무드 클래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