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림받으면 누구나 떠돌이가 된다
문화일보 | 노성열 기자 | 2003.05.02

버려진 개. 차창 밖으로 휙 던져진 개의 모습이 첫 장면이다.
꽁지에 불이 붙도록 죽어라 자동차를 뒤쫓아가는 개의 역동적인 선이
이야기의 속도감을 더해준다.
까맣게 멀어지는 자동차를 보며 지쳐가는 개.
이윽고 우두커니 멈춰서서 버려진 자신의 처지를 자각하는 개의 윤곽에서
고독과 슬픔이 묻어난다.
딴 차를 얻어 타보려다 사고만 일으키고,
꼬리를 뒷다리 사이에 끼운 채 겁을 잔뜩 집어먹은 표정이 애처롭다.
그래도 여유작작, 한 다리를 들고 쉬도 하고….
바닷가와 도시를 헤매다 아저씨한테 혼이 난 뒤
자신과 같은 처지(?)의 소년을 만나 애정을 나누는 장면에 이르면
해피 엔딩의 안도감이 느껴진다.

그 누군들 버림받은 쓰라린 기억이 없을까.
개 한 마리에 감정이입된 우리네 잠재의식 속 응어리가 다시 상처받긴커녕
동감의 카타르시스로 해소되면서 환한 해방감으로 일렁인다.
우리는 원래 그렇게 고독한 존재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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