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0 * 45.5
2006년 진 상용작
단풍
글/최 수니
애초, 연둣빛 순정으로
솜사탕 같은 사랑만 할 생각이었지
그런데 말이지
산다는 게 마음대로 되는 것 아니더군
그저, 놀리는 손길 따라 즐기려 했을 뿐인데
어르고 뺨치는 그것들이
열정으로 왔다가 간 후에
무성한 솔밭 열기를 어쩌지 못해
가슴에 열꽃이 피기 시작하더군.
그이와 남몰래 손이라도 잡을라치면
사타구니부터 뜨겁게 달아올라
본심을 숨기려고 열두 폭 빨강치마를 두르고
너무 붉은 듯하여
노랑 저고리로 위장을 꿈꾸었더니
원님 덕에 나팔 분다고
이미 미처 버린 끼 어이 하리!
마른 다리, 흰 다리 다 내어놓고
화냥기 어린 춤으로
지나는 길손 홀리다 보니
아뿔싸! 가문에서 냉소적인 소박이라!
개도 소도 외면할 마른 쫄가리,
허연 종아리에 불어 닥칠 한겨울 칼바람이야!
이재, 내 알 일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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