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심장을 바치러 온다
                           문태준
나는 심장을 바치러 온다
호두나무 잎에 어둠이 뭉쳐있을 때 그 끝에서 새벽을
기다리는 외로운 산까치처럼 나는 살아왔다
거친 꽃을 내뱉으며 늙은 영혼의 속을 꺼내 보이는
할미꽃처럼 나는 살아왔다
그러나,
허물을 벗어놓고 여름을 우는 매미처럼
하나의 열망으로 노래하리니
꾹꾹 허공에다 지문을 눌러찍으며 물결쳐 가는 노래여
절절끓는 아랫목으로 불 들어가듯 가는 노래여
더 슬픈 노래여
나는 이제 심장을 바치러 온다.
-문태준 시집 '맨발' 중에서(2004.8.창비시선 238)
출처 : 딩아돌하
글쓴이 : 단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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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로잉 7/문태준

—湖面

 

 

 




옛 생각을 하게 하는군

나를 자꾸 들추는군

 


속울음을 울게 하는군

 


수몰된 골목과 동산과 별

우물과 돌선이네와 느티나무

그리고 훤한 마당과 담장

그 너머 죄(罪)

 


넘실넘실 넘쳐오는군








 








출처 : 아트힐
글쓴이 : 꽃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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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돌아보지 마라 돌아보지 마라
매달려 있는 것은 그대뿐이 아니다.
나무들이 모두 손들고 있다.
놓아도 잡고 있는 이 손
목마름,
서편에 잠시 눈구름 환하고
목마름,
12월 어느 짧은 날
서로 보이지 않는
불 켜기 전 어둠.

 

 

뒤돌아보지 마라/황동규

 

 


 

 

 

 

 

 

 

 

 

 

 

 

 

 

 

 

 

1악장 Allegro


2악장 Adagio


3악장 Allegro assai

 

 

Wolfgang Amadeus Mozart (1756-1791)

Piano Concerto No.23 in A major K.488

피아노 협주곡 23번 A장조

vladimir ashkenazy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들은 그 정묘한 맛과 향취, 피아노와 관현악의밀고 당기는 듯한 미묘한 경쟁, 관악기와 피아노 독주와의 대화가 주는절묘함 등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중 이 협주곡은 그의 전성기 때 쓴 것으로(쾨헬 넘버 400번대) 이때가 모차르트의 가장 질 높은 피아노 협주곡들이 탄생하던 시기였다.

D minor의 20번을 시작으로 2악장이 유명한 21번, 멋있는 22번, 그리고이 곡을 거쳐서 24번으로 마무리되는 그의 전성기 피아노 협주곡들은 하나같이 그 나름대로의 가치가 있다고 보여진다.그 중에서도 모차르트의 장조협주곡의 세계를 이해하려면 당연히 이 곡을 들어야 한다. 21번에서 시작하여 23번을 거쳐 25, 26, 27로 이어지는 장조 협주곡 군에서 이 곡은 가히 최고봉에 우뚝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23번은 모차르트 특유의 아이러니라고나 할 수 있는 우는 듯한 웃는 듯한 그 느낌을 가장 잘나타내준다.

이런 느낌은 특히 1악장에 잘 나타나 있는데 현악기가 유도하는 제1주제가 그 대표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피아노는 화려하게 움직이고 관현악도 이에 맞추어서 들어갈 시간에 들어가고 나갈 때 나가는 앙상블을 보여준다. 이 곡의 1악장이 주는 아이러니는 형식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고 멜로디가 주는 느낌이다. 절묘하게 조가 바뀌면서 분위기가 슬며시 변했다가도로 돌아온다. 슈베르트가 전조로 인한 감정전환에 아주 능한데, 모차르트의 이런 면을 보고 배우지 않았나 싶다.

이 악장을 유심히 듣다보면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4번에 나타날 서정성의 극치를 미리 보는 것 같고 사실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4번이 베토벤의 3번 피아노 협주곡의 모델이 되었고 22번과 25번이 베토벤의 황제의벤의 3번 피아노 협주곡의 모델이 되었고 22번과 25번이 베토벤의 황제의모델이 되었다는 점에서 이 곡을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의 모델로 삼게되는 것에 망설이지 않게 된다. 바이올린 소나타 K.301의 1악장을 들어본사람은 그 곡이 주는 1악장의 극단적으로 아름다운 정신의 세계가 이 곡에서 어떻게 더욱 더 정화되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마음을 다스리다 다스리다 슬픔이나 아픔이

사그라지면

기쁨도 냄비의 김처럼 사그라지면

저림이 남을 것이다

 

쪽지 4/황동규

 

 

 

 

 

 

 

 

 

 

 

 

 

 

 

 

  


 

 

 

 

 

 

출처 : 아트힐
글쓴이 : 꽃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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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연 널 보낸 뒤에 홀로 오는 길 늘 기다리지 않아도 이별은 먼저 왔지 살아남은 걸 안도하면서 내 흘러내린 눈물로 너를 보낸 거야 미안해 이별을 몰라봤어 남은 시간이 많은 줄만 알았지 더 많이 사랑할 걸 그랬나봐 산을 만든 후회 뿐 때론 죽을만큼 슬픔에 안겨도 잠이 오고 낮은 소리로 웃기도 해 이런 내가 미우면 내게로 돌아와 나를 채울 사랑, 너일 수 있게
      
      
      포옹 / 이민영 그대가 무척
      보고 싶어질 때가 있다 
      그때에 
      그대는 새가 되었다 
      그대가 무척 
      보고 싶을 때가 있다 
      그때에 그대는 
      달이 되었다 
      그대가 
      그리워질때 별이 되었고 
      그대를 사랑할 때는 
      하늘에 있었다 
      겨울 하늘이 되었다 
      금방 울음같은 얼굴로 
      회색빛 하늘이 되었다. 
      기도가 
      하늘에 닿아 
      함박눈으로 오시는 날 
      부서 지도록 그대를 부르며 
      그대를 
      껴 안으며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행복한사랑1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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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

                                              권 순갑

째째하게  날벌레나   기다리지 않는다

음습한 지구에서  식욕마저 잃었다

내꿈은  은하를 건너 어둠으로 가는 거다

 

오전에 태양을  후딱 먹어치웠다

오후 내내 하늘에다 구름을 그물쳤다

지금은 나무에다 걸린 달을 노려보는 중

 

 

 

 

 

 

 

 

 

 

 

 

 

 

그대에게 가고 싶다...안도현
  

해 뜨는 아침에는
나도 맑은 사람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보고 싶은 마음 때문에
밤새 퍼부어대던 눈발이 그치고
오늘은 하늘도 맨 처음인 듯 열리는 날
나도 금방 헹구어낸 햇살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창가에 오랜만에 볕이 들거든
긴 밤 어둠 속에서 캄캄하게 띄워 보낸
내 그리움으로 여겨다오
사랑에 빠진 사람보다 더 행복한 사람은
그리움 하나로 무장무장
가슴이 타는 사람 아니냐

진정 내가 그대를 생각하는 만큼
새날이 밝아오고
진정 내가 그대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만큼
이 세상이 아름다워질 수 있다면
그리하여 마침내 그대와 내가
하나되어 우리라고 이름부를 수 있는
그날이 온다면
봄이 올 때까지는 저 들에 쌓인 눈이
우리를 덮어줄 따뜻한 이불이라는 것도
나는 잊지 않으리

사랑이란
또 다른 길을 찾아 두리번거리지 않고
그리고 혼자서는 가지 않는 것
지치고 구멍난 삶을 데리고
그대에게 가고 싶다
우리가 함께 만들어야 할 신천지
우리가 더불어 세워야 할 나라
사시사철 푸른 풀밭으로 불러다오
나도 한 마리 튼튼하고 착한 양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에게 가는 길 ...안도현


그대가 한 자락 강물로
내 마음을 적시는 동안
끝없이 우는 밤으로
날을 지새우던 나는 들판이었습니다

그리하여 밤마다 울지 않으려고
괴로워하는 별을 바라보았습니다

오래오래 별을 바라본 것은
반짝이는 것이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어느 날 내가 별이 되고 싶어서가 아니라
헬 수 없는 우리들의 아득한 거리 때문이었습니다

그때부터 나는 지상의 여기저기에
크고 작은 길들을 내기 시작하였습니다

해 뜨는 아침부터 노을 지는 저녁까지
이 길 위로 사람들이 쉬지 않고 오가는 것을
그대에게 가는 길이
들녘 어디엔가 있다는 것을 믿기 때문이랍니다

 

 

 

 

 

 

 

 

 

 

 

 

 

 

 

 

 

 

 

 

 

 

 


 

 

 

 

 

 

 

 

 

 

 

 

 

 

출처 : 시가 있는 동네
글쓴이 : 봉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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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째 새가 와서 한참을 울다 간다 허구한날 새들이 우는 소리가 아니다 해가 저물

고 있어서도 아니다 한참을 아프게 쏟아 놓고 가는 울음 멎게 술 한잔 부어 줄걸 그랬

나, 발이 젖어 오래도 멀리도 날지 못하는 새야

 

지난날 지껄이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술을 담근다 두달 세달 앞으로 앞으로만 밀며

살자고 어둔밤 병하나 말갛게 씼는다 잘난 열매들을 담고 나를 가득 부어, 허름한

탁자 닦고 함께 마실 사람과 풍경에 대해서만 생각한다 저 가득차 무거워진 달을 두

어곱 지나 붉게 붉게 생을 물들인 사람

 

새야 새야 얼른 와서 이몸과 저몸이 섞이며 몸을 마려워하는 병속의 형편을

좀 들여다 보아라

 

 

 

 

아직 얼마나 오래 그리고 언제

                               -이병률-

 

 

 

 

 

 

 

 

 

 

 

 

 

 

 

 

 

 

 

한 사내 생각이 났지요. 저만치 와 우는 새를 바라보는 사내.

그 울음의 단음계를 며칠째 듣고 있는 사내.

울음의 내력을 자상하게 살피는 사내.

그리고 술을 담그는 사내.

열매의 과육 같은 말들을 내부로 다 거둬들인 사내.

그리고 아마 춤곡을 들으며 병을 씻고 있을 사내.

미래의 시간을 미리 가늠해보기도 하는 사내.

식탁에 마주 앉을 사람을 떠올려 보는 사내.

문득 이 시가 물굽이처럼 전환이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군요.

그러나 몸이 섞이며 향기 좋은 술로 무르익는 날은 ‘아직 얼마나 오래 그리고 언제’인가요.

새를 부르는 사내.

새가 된 사내. 멋지지 않나요. 이런 사내라면.

 

문태준

 

 

 

 

 

 

 

 

 

 

 


 

 

 

 

 

 

 

출처 : 아트힐
글쓴이 : 꽃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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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외로움이 깊어지는 시간이 있다

 

 

 

 



 

 
 
 
 
살다보면 외로움이 깊어지는 시간이 있다
불어오는 바람 한 줄기, 흔들리는 나뭇잎,
가로등의 어슴푸레한 불빛,
사랑하는 사람의 전화 목소리조차
마음의 물살 위에 파문을 일으킨다.
외로움이 깊어질 때 사람들은
그 외로움을 표현하는 자신만의 방식이 있다.
 

 

 

 



 
 
어떤 사람은 밤새워 술을 마시고 어떤 사람은 빈 술병을 보며 운다. 지나간 시절의 유행가를 몽땅 끄집어내 부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오래전에 연락이 끊긴 이의 집에 전화를 걸어 혼곤히 잠든 그의 꿈을 흔들어놓기도 한다. 아예 길가의 전신주를 동무 삼아 밤새워 씨름하다 새벽녘에 한 움큼의 오물덩이를 남기고 어디론가 떠나는 이도 있다. 나는 인생이 아름다운 것은 우리들 삶의 한 골목골목 예정도 없이 찾아오는 외로움이 있기 때문이라고 믿는 사람이다.

 

 

 

 

 


 

 

 

외로움이 찾아올 때, 사실은 그 순간이 인생에 있어 사랑이 찾아올 때 보다 귀한 시간이다. 쓴 외로움을 받아들이는 방식에 따라 한 인간의 삶의 깊이, 삶의 우아한 형상들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곽재구의 ( 포구기행) 中에서-

 

 

 

 

 

 

 

 



 

 

 

 

 

 

 

 

 

 

 

 

 

 

 

 

 

 

 

 

 

 

 

 

 

출처 : 시가 있는 동네
글쓴이 : 봉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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