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째 새가 와서 한참을 울다 간다 허구한날 새들이 우는 소리가 아니다 해가 저물 고 있어서도 아니다 한참을 아프게 쏟아 놓고 가는 울음 멎게 술 한잔 부어 줄걸 그랬 나, 발이 젖어 오래도 멀리도 날지 못하는 새야
지난날 지껄이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술을 담근다 두달 세달 앞으로 앞으로만 밀며 살자고 어둔밤 병하나 말갛게 씼는다 잘난 열매들을 담고 나를 가득 부어, 허름한 탁자 닦고 함께 마실 사람과 풍경에 대해서만 생각한다 저 가득차 무거워진 달을 두 어곱 지나 붉게 붉게 생을 물들인 사람
새야 새야 얼른 와서 이몸과 저몸이 섞이며 몸을 마려워하는 병속의 형편을 좀 들여다 보아라
아직 얼마나 오래 그리고 언제 -이병률-
한 사내 생각이 났지요. 저만치 와 우는 새를 바라보는 사내. 그 울음의 단음계를 며칠째 듣고 있는 사내. 울음의 내력을 자상하게 살피는 사내. 그리고 술을
담그는 사내. 그리고 아마 춤곡을 들으며 병을 씻고 있을 사내. 미래의 시간을 미리 가늠해보기도 하는 사내. 식탁에 마주 앉을 사람을 떠올려 보는 사내. 문득 이 시가
물굽이처럼 전환이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군요. 새를 부르는 사내. 새가 된
사내. 멋지지 않나요. 이런 사내라면.
문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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