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만물이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새로운 삶을 설계하는 약동의 계절이다. 이러한 봄을 맞이하여 시인은 싱싱하게 물오른 자연의 활기찬 모습을 전통적 율조에 맞추어 예찬하고 있다. 우리에게 친숙한 제재를 한국적 정서(情緖)로 시화(詩化)한 이 작품은 김소월과 김영랑이 재창조해 놓은 전통적 ‘한(恨)’의 세계와 접맥되어 있다.
◇ 성격: 낭만적, 관조적, 심미적, 상징적
◇ 심상: 시각적 심상이 주조
◇ 운율: 3음보의 율격, 두운과 각운
◇ 표현: 봄비로 촉발되는 내면 풍경을 생동감 있게 묘사함.
◇ 어조: 봄비가 그치면 만물이 약동할 것을 기대하는 희망적인 어조
◇ 시상 전개: ‘내 마음 강나루’에서 시작하여 ‘보리밭길, 꽃밭, 들판’ 등으로 시야가 확대되면서 애상적 정서가 승화됨.
◇ 구성: 점층적 구성
① 기: 풀빛이 짙어 올 강 언덕(제1연)
② 승: 푸르른 보리밭길 종달새(제2연)
③ 전: 처녀애들 짝하여 설 꽃밭(제3연)
④ 결: 아지랑이 타오를 땅(제4연)
◇ 제재 : 봄비
◇ 주제 : 봄비 내리는 날의 애상적 정서
▶ 감상의 길잡이
이수복의 시는 일반적으로 섬세한 감성과 한국적인 정감을 한의 미학으로 승화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그의 시는 자연에 대한 관조적, 친화적 태도를 전통적 율조에 의탁하여 깔끔하게 형상화하고 있어서 전통시의 장점을 훌륭히 소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시는 곧 다가올 봄을 예상하며 겨울의 긴 잠에서 깨어나 약동할 자연의 충일(充溢)한 생명력을 노래한 작품이다. 시의 화자는 대지를 적시는 봄비를 바라보며 비가 그치면 강나루 긴 언덕의 풀빛이 더욱 푸르러지고 종달새가 노래하며, 처녀애들의 화사한 얼굴과 꽃이 서로의 아름다움을 다툴 것이라는 즐거운 공상에 잠긴다. 말하자면, 화자가 그리는 강나루 언덕, 보리밭의 종달새, 꽃밭과 처녀애는 실재하는 대상이라기보다 화자의 마음속에 있는 것, 즉 관념화된 대상일 뿐이다. 이것은 이미 이별한 화자가 겨우내 고통스러워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그렇기때문에 풀빛이 서럽게 여겨지고 보리밭에는 종달새만 외로이 날고 있는 것으로 그려진다. 이 시가 봄의 생명력을 노래하면서도 전통적 애상의 정서를 느끼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시에서 봄의 봄다움이 가장 선명하게 묘사된 곳은 제3연이다. 봄비가 그치면 다투어 필 온갖 꽃의 화사함과 역동성이 시 전체를 지배하는 감상성을 극복시켜 주고 있기 때문이다. ‘벙글어질’이란 시어는 곧 피어날 꽃의 다양한 모습과 처녀애들의 무르익은 육체를 동시에 연상시키는 효과를 자아낸다. 이것을 공감각적인 표현이라 보기는 어렵더라도 꽃과 꽃으로 상징되는 처녀애들을 ‘시새워 벙글어질’이란 구절로 결합시킨 솜씨는 매우 뛰어난 것으로 보인다.
제1연은 고려조의 뛰어난 시인 정지상의 ?송인(送人)?의 첫 구절을 연상케 한다. 참고로 ?송인(送人)?의 전문(全文)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雨歇長堤草色多 _비 갠 긴 언덕 위 풀빛 푸른데,
送君南浦動悲歌 _남포로 임 보내는 구슬픈 노래.
大同江水何時盡 _대동강 물이야 언제 마르리.
別淚年年添綠波 _해마다 이별 눈물 보태는 것을.
◇ 이수복(李壽福)
1924년 전라남도 함평 출생, 조선대학교 국문과 졸업
1955년 ?현대문학?에 <실솔>, <봄비> 등이 추천되어 등단
1957년 제3회 현대문학 신인문학상 수상
1969년 시집 ?봄비? 발간, 전남문화상 수상
1986년 사망
<시집>
[봄비](1969)
<재편집: 오솔향>
봄비 - 변영로
나즉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졸음 잔뜩 실은 듯한 젖빛 구름만이 무척이나 가쁜 듯이, 한없이 게으르게 푸른 하늘 위를 거닌다. 아, 잃은 것 없이 서운한 나의 마음! 나즉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아려-ㅁ풋이 나는, 지난날의 회상(回想)같이 떨리는, 뵈지 않는 꽃의 입김만이 그의 향기로운 자랑 안에 자지러지노나! 아, 찔림 없이 아픈 나의 가슴! 나즉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이제는 젖빛 구름도 꽃의 입김도 자취 없고 다만 비둘기 발목만 붉히는 은(銀)실 같은 봄비만이 소리도 없이 근심같이 나리노나 아, 안 올 사람 기다리는 나의 마음!
논개
- 변영로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
불붙는 정열은
사랑보다도 강하다.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아릿답던 그 아미(蛾眉)
높게 흔들리우며,
그 석류 속 같은 입술
죽음을 입맞추었네.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흐르는 강물은
길이길이 푸르리니
그대의 꽃다운 혼(魂)
어이 아니 붉으랴.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신생활>3호 1922.4.>에 실린 시이다. 중고생이면 이 시를 낭송하지 못하는 학생이 거의 없을 정도이고
특히 후렴구인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