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
네가 나는 곳까지
나는 날지 못한다
너는 집을 떠나서 돌아오지만
나는 집을 떠나면 돌아오지 못한다
네 가슴의 피는 시냇물처럼 흐르고
너의 뼈는 나의 뼈보다 튼튼하다
향기를 먹는 너의 혀는 부드러우나
나의 혀는 모래알만 쏘다닐 뿐이다
너는 우는 아이에게 꿀을 먹이고
가난한 자에게 단꿀을 준다
나는 아직도 아직도
너의 꿀을 만들지 못한다
너는 너의 단 하나 목숨과 바꾸는
무서운 바늘침을 가졌으나
나는 단 한 번 내 목숨과 맞바꿀
쓰디쓴 사랑도 가지지 못한다
하늘도 별도 잃지 않는
너는 지난 가을 꽁꽁 언
별 속에 피는 장미를 키우지만
나는 이 땅에
한 그루 꽃나무도 키워보지 못한다.
복사꽃 살구꽃 찔레꽃이 지면 우는
너의 눈물은 이제 다디단 꿀이다
나의 눈물도 이제 너의 다디단 꿀이다
저녁이 오면
너는 들녘에서 돌아와
모든 슬픔을 꿀로 만든다
'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다의 미풍 / 말라르메 (0) | 2022.07.12 |
---|---|
옛날의 그 집 - 박경리 (0) | 2022.03.28 |
봄비 (0) | 2022.03.13 |
청춘/사무엘 울만 (0) | 2022.03.07 |
초원의 빛/월리엄 워즈 워드 (0) | 2022.03.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