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트하기이메일보내기MSN 보내기
까마득함 뚝뚝 떼어넣으며 수제비를 끓였습니다
도종환의 나의 삶 나의 시 ③
한겨레 최재봉 기자기자블로그
» 까마득함 뚝뚝 떼어넣으며 수제비를 끓였습니다
올려놓은 냄비에선 오래 물이 끓어도
멸치 팔러 간 어머닌 오시지 않고
동생들은 까무룩 잠이 들었습니다

청주에서 일을 찾아 증평으로 오신 아버지는 크고 작은 사업을 시작하셨습니다. 다른 지방에서 곡물을 사다 파는 일도 하셨고, 군납을 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강보에 싸인 채 증평으로 와서 열한 살까지 살았습니다. 증평에서 살던 10여년은 내게 여러 가지 행복한 기억을 남겨 주었습니다. 그러나 그 행복한 장면들은 열몇 살에 끝나고 말았습니다. 아버지가 군납을 하다 크게 실패하는 바람에 집안은 거덜이 나고 말았습니다.

갑자기 찾아온 파탄으로 식구들은 뿔뿔이 흩어져야 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는 강원도 원주로 떠나셨습니다. 무일푼에 적수공권으로 울면서 헤어져야 하는 이별이 찾아온 것입니다. 나는 외가에 몸을 의탁하게 되었고, 앞 못 보는 할아버지도 모시고 갈 수 없어 둘째고모 댁에 부탁을 하고 떠나야 하는 이별이었습니다. 그때 진 빚을 다 못 갚아 동업을 했던 이가 수십 년을 두고 찾아다니며 빚독촉하는 걸 지켜보기도 했습니다. 청주에서 중학교를 다닐 때 아버지와 동업을 했던 이가 학교로 찾아와 아주 친절하고 다정한(?) 목소리로 아버지 있는 곳을 찾고 물어보던 기억이 있습니다.

나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습니다. 초등학교 때도 신문지에 크레용으로 무언가를 그리는 게 좋았고, 중학교 때는 만화를 곧잘 그렸습니다. 만화 그려놓은 것을 동네 애들이 오원, 십원씩 주고 사가기도 했습니다. 미술시간에 크리스마스카드를 그려 그것으로 문화원에서 전시회를 열어 불우이웃돕기 바자회를 한 적이 있었는데, 다른 친구들의 카드는 보통 오백원씩 팔렸지만, 내 카드는 이천원, 삼천원에 나가곤 했습니다.

종례가 끝나면 나는 도서실로 달려가 책을 읽었습니다. 내가 다니던 청주중학교는 도내에서 제일 크고 좋은 도서실을 갖추고 있었는데, 완전 개가식으로 운영했습니다. 그래서 먼저 들어간 사람이 자기 마음에 드는 책을 직접 골라가지고 올 수 있었습니다. 도서실 서가에 들어가 이 책 저 책을 뒤적이는 일이 참 좋았습니다. 문학전집, 공상과학 소설, <학원> 같은 학생 잡지에서 과학잡지까지 닥치는 대로 읽었습니다.

친구들이 문제집 풀고 있을 때 도서실에서 책을 읽었습니다. 나도 참고서나 문제집 한 권씩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바랐지만 참고서를 사줄 아버지가 옆에 있지 않았습니다. 친구들이 수학여행을 갈 때 같이 갈 수 없었고 내일 소풍을 간다고 도시락을 싸달라고 말을 할 수가 없어서 그냥 빈손으로 소풍을 따라갔다 오곤 했습니다. 수학여행을 갈 형편이 안 되는 애들은 학교에 나와 있었는데 그 애들 중에 속리산으로 하루 여행을 다녀올 형편이 되는 애들은 돈을 걷어 선생님이 속리산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거기도 갈 수 없는 애들 몇은 남아서 정구장 롤러로 정구장 바닥을 다지는 일을 했습니다. 진종일 커다란 시멘트로 된 롤러를 끌면서 정구장을 밀고 났더니, 선생님은 다시 운동장 가에 심어져 있는 나무의 송충이 잡는 일을 시켰습니다. 친구들이 여행을 떠난 텅 빈 운동장 가에서 송충이를 잡아 깡통에 넣던 일은 상처가 되어 오래 남아 있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는 일 년에 두 번 방학 때가 되어야 볼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가 보고 싶을 때는 편지를 썼습니다. 어떤 때는 눈물을 질금거리며 ‘부모님전 상서’를 썼습니다. 국어선생님이 가르쳐 준 대로 계절 인사 몇 줄을 쓰기 위해 계절의 변화를 세심히 살폈고, 비가 오는지, 무슨 꽃이 피는지, 별이 어떻게 떴는지를 살피곤 했습니다. 그렇게 주위의 정경에 관심을 갖는 것이 글 쓰는 일을 하며 살아가는 데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습니다.

편지를 받을 때마다 아버지도 답장을 보내주시곤 했는데 편지는 올 때마다 주소가 바뀌었습니다. 편지봉투에 쓰여 있는 주소를 들고 방학 때면 아버지 어머니를 찾아 갔습니다. 외롭다는 생각, 혼자 있다는 생각, 가난 때문에 받았던 상처가 나를 글 쓰는 사람이 되게 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외가에서 먹여주고 돌봐 주셔서 3년간 중학교를 다닌 뒤 고등학교는 원주로 진학을 했습니다. 성적에 따라 학교를 어디로 갈 것인가를 생각하기보다 그냥 어머니 아버지와 같이 지내며 학교를 다니고 싶은 생각이 더 컸습니다. 고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어머니 아버지는 원주시 변두리인 태장동에 살고 계셨습니다. 구멍가게를 하기도 하고 국수틀을 돌리기도 하던 아버지는 거기서도 정착을 하지 못하고 떠돌았습니다. 그러다 경기도 어딘가로 또 떠나시고 어머니가 근교로 멸치 장사를 다니며 겨우겨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고등학생인 나는 멸치 장사를 나간 어머니를 기다리며 저녁 준비를 했습니다. 팔다 남은 멸치로 국물을 우려내며 수제비를 끓이는 날이 많았습니다. 땅거미가 지고 어머니가 오실 때를 기다리며 부엌에 올려놓은 냄비에선 오래 물이 끓어도 어머니의 귀가가 늦어지는 날이 있었습니다. 그러면 기다리던 동생들과 노래를 불렀습니다.

“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기가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바다가 불러주는 자장노래에 팔 베고 스르르르 잠이 듭니다” 하는 노래를 부르다가 눈물이 맺히곤 했습니다. 그 노래는 엄마를 기다리는 아기를 노래하기도 하지만, “다 못 찬 굴 바구니 머리에 이고 엄마는 모랫길을 달려” 오듯이 엄마도 아기가 걱정이 되어 달려오고 있을 거라고 믿는 마음이기도 했습니다. 노래를 불러도 불러도 어머니는 오지 않고 기다리다 허기에 지친 동생들은 들마루에 쓰러져 잠이 들었습니다. 잠든 동생들의 얼굴 위로 어둠이 점점 짙게 내려앉고 있었습니다.

» 올려놓은 냄비에선 오래 물이 끓어도 멸치 팔러 간 어머닌 오시지 않고 동생들은 까무룩 잠이 들었습니다

둔내장으로 멸치를 팔러 간

어머니는 오지 않았다

미루나무 잎들은 사정없이 흔들리고

얇은 냄비에선 곤두박질치며

물이 끓었다

동생들은 들마루 끝 까무룩 잠들고

1군 사령부 수송대 트럭들이

저녁 냇물 건져 차를 닦고 기름을 빼고

줄불 길게 밝히며

어머니 돌아오실

북쪽길 거슬러 달려가고 있었다

경기도 어딘가로 떠난 아버지는 소식 끊기고

이름 지을 수 없는 까마득함들을

뚝뚝 떼어 넣으며 수제비를 끓였다

어둠이 하늘 끝자락 길게 끌어

허기처럼 몸을 덮으며 내려오고 있었다

국물이 말갛게 우러나던 우리들의 기다림

함지박 가득 반짝이는 어둠을 이고

쓰러질 듯 문 들어설 어머니 마른 멸치 냄새가

부엌 바닥 눅눅히 고이곤 하였다.

- 졸시 <수제비> 전문

그래도 그때는 매일 저녁 팔다 남은 멸치 부스러기를 넣어 끓인 국물에 수제비 정도는 끓여 먹을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를 찾아 어머니마저 떠난 뒤에는 먹을 양식이 있다 없다 했습니다. 아르바이트 해서 연탄을 사기도 했지만 그것으로 연명을 하기는 힘들었습니다. 저녁을 굶고 학교에 남아 밤공부를 하다 허기를 못 참아 있는 돈을 다 털어 내가 마련할 수 있는 것이 건빵 한 봉지뿐이던 날도 있었습니다. 쌀이 떨어진 걸 보고 친구들이 자루를 들고 여러 친구 집을 다니며 한두 됫박씩 걷어다 마루에 던져두고 간 날도 있었습니다.

» 도종환 시인

수업료를 안 낸 사람이 나 혼자라서 교무실에 불려갔는데, 언제까지 낼 수 있느냐고 묻는 담임선생님 질문에 대답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언제까지 줄 수 있는지 물어볼 어머니 아버지가 옆에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학교에서 자전거를 타고 돌아오다 사는 게 너무 힘들어서 강둑에 자전거를 세워놓고 쪼그려 앉아 울었습니다.

서정주 시인은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바람이었다”고 노래했는데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가난함과 외로움이었습니다.

도종환 시인, 그림 이철수


유명 시인의 현대시 222 모음


- 가-

산에 언덕에(신동엽)

circle36_orange.gif

가는길(김소월)

circle36_orange.gif

산유화(김소월)

circle36_orange.gif

가을에(정한모)

circle36_orange.gif

살구꽃 핀 마을(이호우)

circle36_orange.gif

가을의 기도(김현승)

circle36_orange.gif

살아있는 것이 있다면(박인환)

circle36_orange.gif

가정(박목월)

circle36_orange.gif

상리과원(서정주)

circle36_orange.gif

가정(이상)

circle36_orange.gif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김춘수)

circle36_orange.gif

간(윤동주)

circle36_orange.gif

새(박남수)

circle36_orange.gif

갈대(신경림)

circle36_orange.gif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황지우)

circle36_orange.gif

강강술래(이동주)

circle36_orange.gif

샘물이 혼자서(주요한)

circle36_orange.gif

개화(이호우)

circle36_orange.gif

생명의 서(유치환)

circle36_orange.gif

거울(이상)

circle36_orange.gif

생의 감각(김광섭)

circle36_orange.gif

검은 강(박인환)

circle36_orange.gif

서시(윤동주)

circle36_orange.gif

겨울바다(김남조)

circle36_orange.gif

석문(조지훈)

circle36_orange.gif

견우의 노래(서정주)

circle36_orange.gif

설날 아침에(김종길)

circle36_orange.gif

고풍의상(조지훈)

circle36_orange.gif

설야(김광균)

circle36_orange.gif

고향(백 석)

circle36_orange.gif

설일(김남조)

circle36_orange.gif

고향(정지용)

circle36_orange.gif

성북동 비둘기(김광섭)

circle36_orange.gif

고향 앞에서(오장환)

circle36_orange.gif

광야(이육사)

circle36_orange.gif

성탄제(김종길)

circle36_orange.gif

교목(이육사)

circle36_orange.gif

성호부근(김광균)

circle36_orange.gif

국토서시(조태일)

circle36_orange.gif

손무덤(박노해)

circle36_orange.gif

국화 옆에서(서정주)

circle36_orange.gif

쉽게 쓰여진 시(윤동주)

circle36_orange.gif

국경의 밤(김동환)

circle36_orange.gif

슬픈 구도(신석정)

circle36_orange.gif

귀천(천상병)

circle36_orange.gif

승무(조지훈)

circle36_orange.gif

귀촉도(서정주)

circle36_orange.gif

시1(김춘수)

circle36_orange.gif

그 날이 오면(심훈)

circle36_orange.gif

신록(이영도)

circle36_orange.gif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신석정)

circle36_orange.gif

신부(서정주)

circle36_orange.gif

기항지 1(황동규)

circle36_orange.gif

십자가(윤동주)

circle36_orange.gif

길(김소월)

circle36_orange.gif

깃발(유치환)

- 아 -

circle36_orange.gif

껍데기는 가라(신동엽)

circle36_orange.gif

아버지의 마음(김현승)

circle36_orange.gif

꽃(김춘수)

circle36_orange.gif

아우의 인상화(윤동주)

circle36_orange.gif

꽃(박두진)

circle36_orange.gif

아직 촛불을 켤 때가 아닙니다(신석정)

circle36_orange.gif

꽃(이육사)

circle36_orange.gif

아침 이미지(박남수)

circle36_orange.gif

꽃덤불(신석정)

circle36_orange.gif

알 수 없어요(한용운)

circle36_orange.gif

꽃을 위한 서시(김춘수)

circle36_orange.gif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김수영)

circle36_orange.gif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김영랑)

circle36_orange.gif

어머니(정한모)

- 나 -

circle36_orange.gif

어서 너는 오너라(박두진)

circle36_orange.gif

나그네(박목월)

circle36_orange.gif

엄마 걱정(기형도)

circle36_orange.gif

나는 별아저씨(정현종)

circle36_orange.gif

여승

circle36_orange.gif

나는 왕이로소이다(홍사용)

circle36_orange.gif

여우난 곬족(백석)

circle36_orange.gif

나룻배와 행인(한용운)

circle36_orange.gif

연시(박용래)

circle36_orange.gif

나비와 광장(김규동)

circle36_orange.gif

오감도-제1호(이상)

circle36_orange.gif

나비의 여행(정한모)

circle36_orange.gif

오랑캐꽃(이용악)

circle36_orange.gif

나의 침실로(이상화)

circle36_orange.gif

오렌지(신동집)

circle36_orange.gif

낙화(조지훈)

circle36_orange.gif

오월(김영랑)

circle36_orange.gif

낙화(이형기)

circle36_orange.gif

옥수수밭 옆에 당신을 묻고(도종환)

circle36_orange.gif

와사등(김광균)

circle36_orange.gif

난초(이병기)

circle36_orange.gif

외인촌(김광균)

circle36_orange.gif

우라지오 가까운 항구에서(이용악)

circle36_orange.gif

우리가 눈발이라면(안도현)

circle36_orange.gif

낡은 집(이용악)

circle36_orange.gif

우리가 물이 되어(강은교)

circle36_orange.gif

남사당(노천명)

circle36_orange.gif

울릉도(유치환)

circle36_orange.gif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백석)

circle36_orange.gif

울음이 타는 가을 강(박재삼)

circle36_orange.gif

남으로 창을 내겠소(김상용)

circle36_orange.gif

위독(이승훈)

circle36_orange.gif

내 마음을 아실 이(김영랑)

circle36_orange.gif

유리창(정지용)

circle36_orange.gif

논개(변영로)

circle36_orange.gif

윤사월(박목월)

circle36_orange.gif

농무(신경림)

circle36_orange.gif

은수저(김광균)

circle36_orange.gif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신동엽)

circle36_orange.gif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김영랑)

circle36_orange.gif

이별가(박목월)

circle36_orange.gif

눈(김수영)

circle36_orange.gif

일월(유치환)

circle36_orange.gif

눈길(고은)

circle36_orange.gif

임께서 부르시면(신석정)

circle36_orange.gif

눈물(김현승)

circle36_orange.gif

입추(김현구)

circle36_orange.gif

눈이 내리느니(김동환)

- 자 -

circle36_orange.gif

능금(김춘수)

circle36_orange.gif

자모사(정인보)

circle36_orange.gif

님의 침묵(한용운)

circle36_orange.gif

자야곡(이육사)

- 다 -

circle36_orange.gif

자연(박재삼)

circle36_orange.gif

달밤(이호우)

circle36_orange.gif

자화상(서정주)

circle36_orange.gif

달.포도.잎사귀(장만영)

circle36_orange.gif

자화상(윤동주)

circle36_orange.gif

당신을 보았습니다(한용운)

circle36_orange.gif

작은 짐승(신석정)

circle36_orange.gif

저문 강에 삽을 씻고(정희성)

circle36_orange.gif

뎃생(김광균)

circle36_orange.gif

적군의 묘지 앞에서(구상)

circle36_orange.gif

도봉(박두진)

circle36_orange.gif

절정(이육사)

circle36_orange.gif

독을 차고(김영랑)

circle36_orange.gif

접동새(김소월)

circle36_orange.gif

동천(서정주)

circle36_orange.gif

정념의 기(김남조)

circle36_orange.gif

들길에 서서(신석정)

circle36_orange.gif

정천한해(한용운)

circle36_orange.gif

떠나가는 배(박용철)

circle36_orange.gif

조국(정완영)

circle36_orange.gif

또 다른 고향(윤동주)

circle36_orange.gif

조그만 사랑 노래(황동규)

circle36_orange.gif

종(설정식)

- 마 -

circle36_orange.gif

종소리(박남수)

circle36_orange.gif

마음(김광섭)

circle36_orange.gif

주막에서(김용호)

circle36_orange.gif

말(정지용)

circle36_orange.gif

진달래꽃(김소월)

circle36_orange.gif

머슴 대길이(고은)

circle36_orange.gif

모란이 피기까지는(김영랑)

- 차 -

circle36_orange.gif

목계장터(신경림)

circle36_orange.gif

참회록(윤동주)

circle36_orange.gif

목마와 숙녀(박인환)

circle36_orange.gif

청노루(박목월)

circle36_orange.gif

목숨(김남조)

circle36_orange.gif

청산도(박두진)

circle36_orange.gif

목숨(신동집)

circle36_orange.gif

청포도(이육사)

circle36_orange.gif

묘지송(박두진)

circle36_orange.gif

초혼(김소월)

circle36_orange.gif

무등을 보며(서정주)

circle36_orange.gif

추억에서(박재삼)

circle36_orange.gif

문의 마을에 가서(고은)

circle36_orange.gif

추일서정(김광균)

circle36_orange.gif

민간인(김종삼)

circle36_orange.gif

추천사(서정주)

circle36_orange.gif

민들레꽃(조지훈)

circle36_orange.gif

춘향유문(서정주)

- 바 -

- 타 -

circle36_orange.gif

바다와 나비(김기림)

circle36_orange.gif

타는 목마름으로(김지하)

circle36_orange.gif

바라건대는 우리에게 보습...(김소월)

- 파 -

circle36_orange.gif

바라춤(신석초)

circle36_orange.gif

파도(김현승)

circle36_orange.gif

바위(유치환)

circle36_orange.gif

파도타기(정호승)

circle36_orange.gif

밤바다에서(박재삼)

circle36_orange.gif

파랑새(한하운)

circle36_orange.gif

방랑의 마음(오상순)

circle36_orange.gif

circle36_orange.gif

백자부(김상옥)

circle36_orange.gif

circle36_orange.gif

벼(이성부)

circle36_orange.gif

폭포(김수영)

circle36_orange.gif

별 헤는 밤(윤동주)

circle36_orange.gif

폭포(이형기)

circle36_orange.gif

병원(윤동주)

circle36_orange.gif

푸른 하늘을(김수영)

circle36_orange.gif

보리피리(한하운)

circle36_orange.gif

풀(김수영)

circle36_orange.gif

봄비(이수복)

circle36_orange.gif

풍장1(황동규)

circle36_orange.gif

봄비(변영로)

circle36_orange.gif

플라타나스(김현승)

circle36_orange.gif

봄은(신동엽)

circle36_orange.gif

피아노(전봉건)

circle36_orange.gif

봄은 간다(김억)

- 하 -

circle36_orange.gif

봄은 고양이로다(이장희)

circle36_orange.gif

하관(박목월)

circle36_orange.gif

봉황수(조지훈)

circle36_orange.gif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김남주)

circle36_orange.gif

북(김영랑)

circle36_orange.gif

향수(정지용)

circle36_orange.gif

불놀이(주요한)

circle36_orange.gif

향현(박두진)

circle36_orange.gif

비(정지용)

circle36_orange.gif

해(박두진)

circle36_orange.gif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이상화)

circle36_orange.gif

해마다 봄이 되면(조병화)

- 사 -

circle36_orange.gif

해바라기의 비명(함형수)

circle36_orange.gif

사령(김수영)

circle36_orange.gif

화사(서정주)

circle36_orange.gif

사슴(노천명)

circle36_orange.gif

휴전선(박봉우)

circle36_orange.gif

사평역에서(곽재구)

circle36_orange.gif

사향(김상옥)

circle36_orange.gif

흥부 부부상(박재삼)

circle36_orange.gif

산(김광림)

circle36_orange.gif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김광규)

circle36_orange.gif

산도화(박목월)



출처 : 文學과 詩人
글쓴이 : 淸巨/박근석 원글보기
메모 : ㅅ

 

 

제주어로 쓰는 글 원고를 마치고 나서, 자료 사진을 찍으러 동문

시장으로 가 보았다. 내가 안 보던 사이에도 동문시장은 그대로

열려 온갖 상품이 진열되어 있다. 그리고 바람 불어 혹 내가 찍으

려는 자리돔과 갈치가 없으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웬걸 여기저기

많이 놓여있다. 아는 집에 가서 오랜만에 인사를 나누고 자리돔을

찍은 다음 미안해서 5천원어치 사고, 다시 할머니에게 가서 갈치를

잘라 쟁반에 맵시 있게 놓아둔 것을 찍고 1만원이라기에 소금쳐

달래서 샀다. 핑계김에 반찬거리가 늘었다.


범부채는 붓꽃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높이는 50~100cm이며, 잎은

좌우로 편평하다. 7~8월에 누런 붉은색에 짙은 반점이 있는 꽃이

산상(傘狀) 꽃차례로 피고 열매는 삭과로 타원형이다. 뿌리줄기는

‘사간’이라고 하여 약재로 쓴다. 관상용이고 산지나 바닷가에

저절로 나는데 우리나라, 일본 등지에 분포한다.



 

♧ 마음속의 부채 하나 - 권태원

 

차디찬 샘물을 길어 오고

청솔 솔가지들을 주워다가


아무도 없는 심산유곡의 선방에서

차 한 잔을 달여 마신다


솔바람 차 향기

문지방 대발에 잠시 걸어 두고


스님들의 휴식처인 지대방에서

금강경 화엄경도 잠시 벗어 던지고


파란 하늘 호수 아래에서 낮잠에 빠진다

해는 서산 너머 이미 다 져 버렸는데


바람 소리 계곡 물소리만

이따금 소쩍새 울음처럼 들려오네


오랫동안 가슴 속에 품어 온

마음속의 부채 하나



 

♧ 범부채 - 김승기

 

겨우 이슬로 꽃을 피우는

그 얇고 가는 부챗살로

어찌 시원하게 바람을 일으킬 수 있겠느냐

혼자서만 아프게 아프게 팔 휘저으면

세상이 너무 달아올라

한여름 뙤약볕

뜨거워진 지구를

식힐 수 있는 바람 부를 수 있겠느냐

개발과 오염으로 파헤쳐지고 죽어 가는

모든 곳이 쓰레기장

부패와 비리와 폭력과 무질서

마약과 범죄와 도박과 음란으로 얼룩진

열기 가득한 도가니 속

썩어나는 것뿐인 세상을

한 번에 날릴 수 있는 바람

보고 싶구나

더는 앉아서 못 보겠구나

네게로 가서

부채질에 힘을 더하면

선풍기로도 에어컨으로도 안 되는

달구어진 땅 식혀 줄

한 점 자연의 바람 일지 않겠느냐

범부채로 일으키는 작은 몸짓이어도

북극의 바람 불러올 수 있지 않겠느냐

 



 

♧ 너의 자유는 부채처럼 내 옆구리에서 - 허순위


그것은 집, 밥, 옷처럼

눈물과 sex처럼

네가 내 가슴에 넣어준 큰

나뭇잎사귀처럼

절대희망처럼

꽃처럼

한숨처럼

불타는 나의 옆구리에서

활짝 펼쳐진

성 금요일 저녁으로부터

멀리멀리 달아나는 망명길처럼



 

♧ 부채살을 펴는 바다 - 김여정


팔월엔 바다가 부채살을 편다.


팔월엔 바다의 부채살 사이에서

태양꽃이 피어나 불타고

산호꽃이 피어나 불타고

푸른 파도에 아이들이 태어나 춤추는

팔월엔 바다의 부채살 사이에서

죽었던 사랑이 아네모네 꽃으로 피어나고

죽었던 언어가 계수나무잎으로 피어나고

죽었던 추억이 물망초꽃으로 피어나는


팔월엔 바다의 부채살 사이에서

잊었던 분노가 살찐 고래로 살아서 돌아오고

잊었던 절망이 살찐 상어로 살아서 돌아오고

잊었던 권태가 살찐 물개로 살아서 돌아오는


팔월엔 바다가

하늘의 부채살을 펴서

태극의 바람을 휘몰아 온다.

 


 

♧ 부채 - 공석진


눈이 부셔

숨 막히게 그리운 날

내게 바람을 피워다오


앞가슴 발그레 열어헤쳐

엉덩춤 살랑살랑 흔들어

남정네를 유혹해 보렴

몸 뜨거운 열정은

네게 주는 무한애정이다


흐린 날

가을바람 불어오는 길목에

냉정한 비가 쏟아져

아쉬움이 사라진대도

변함없이 사랑하리니


여인이여

내게 애향 간절한

정욕 바람을 피워다오   


출처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글쓴이 : 김창집 원글보기
메모 : ㅏ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의 삶 나의 시  (0) 2010.09.22
[스크랩] 유명 시인의 현대시 222 모음  (0) 2010.08.29
[스크랩] 유명 시인의 현대시 222 모음  (0) 2010.03.30
[스크랩] 담쟁이 외 / 도종환  (0) 2009.09.30
외로움  (0) 2009.04.29

유명 시인의 현대시 222 모음


- 가-

산에 언덕에(신동엽)

circle36_orange.gif

가는길(김소월)

circle36_orange.gif

산유화(김소월)

circle36_orange.gif

가을에(정한모)

circle36_orange.gif

살구꽃 핀 마을(이호우)

circle36_orange.gif

가을의 기도(김현승)

circle36_orange.gif

살아있는 것이 있다면(박인환)

circle36_orange.gif

가정(박목월)

circle36_orange.gif

상리과원(서정주)

circle36_orange.gif

가정(이상)

circle36_orange.gif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김춘수)

circle36_orange.gif

간(윤동주)

circle36_orange.gif

새(박남수)

circle36_orange.gif

갈대(신경림)

circle36_orange.gif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황지우)

circle36_orange.gif

강강술래(이동주)

circle36_orange.gif

샘물이 혼자서(주요한)

circle36_orange.gif

개화(이호우)

circle36_orange.gif

생명의 서(유치환)

circle36_orange.gif

거울(이상)

circle36_orange.gif

생의 감각(김광섭)

circle36_orange.gif

검은 강(박인환)

circle36_orange.gif

서시(윤동주)

circle36_orange.gif

겨울바다(김남조)

circle36_orange.gif

석문(조지훈)

circle36_orange.gif

견우의 노래(서정주)

circle36_orange.gif

설날 아침에(김종길)

circle36_orange.gif

고풍의상(조지훈)

circle36_orange.gif

설야(김광균)

circle36_orange.gif

고향(백 석)

circle36_orange.gif

설일(김남조)

circle36_orange.gif

고향(정지용)

circle36_orange.gif

성북동 비둘기(김광섭)

circle36_orange.gif

고향 앞에서(오장환)

circle36_orange.gif

광야(이육사)

circle36_orange.gif

성탄제(김종길)

circle36_orange.gif

교목(이육사)

circle36_orange.gif

성호부근(김광균)

circle36_orange.gif

국토서시(조태일)

circle36_orange.gif

손무덤(박노해)

circle36_orange.gif

국화 옆에서(서정주)

circle36_orange.gif

쉽게 쓰여진 시(윤동주)

circle36_orange.gif

국경의 밤(김동환)

circle36_orange.gif

슬픈 구도(신석정)

circle36_orange.gif

귀천(천상병)

circle36_orange.gif

승무(조지훈)

circle36_orange.gif

귀촉도(서정주)

circle36_orange.gif

시1(김춘수)

circle36_orange.gif

그 날이 오면(심훈)

circle36_orange.gif

신록(이영도)

circle36_orange.gif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신석정)

circle36_orange.gif

신부(서정주)

circle36_orange.gif

기항지 1(황동규)

circle36_orange.gif

십자가(윤동주)

circle36_orange.gif

길(김소월)

circle36_orange.gif

깃발(유치환)

- 아 -

circle36_orange.gif

껍데기는 가라(신동엽)

circle36_orange.gif

아버지의 마음(김현승)

circle36_orange.gif

꽃(김춘수)

circle36_orange.gif

아우의 인상화(윤동주)

circle36_orange.gif

꽃(박두진)

circle36_orange.gif

아직 촛불을 켤 때가 아닙니다(신석정)

circle36_orange.gif

꽃(이육사)

circle36_orange.gif

아침 이미지(박남수)

circle36_orange.gif

꽃덤불(신석정)

circle36_orange.gif

알 수 없어요(한용운)

circle36_orange.gif

꽃을 위한 서시(김춘수)

circle36_orange.gif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김수영)

circle36_orange.gif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김영랑)

circle36_orange.gif

어머니(정한모)

- 나 -

circle36_orange.gif

어서 너는 오너라(박두진)

circle36_orange.gif

나그네(박목월)

circle36_orange.gif

엄마 걱정(기형도)

circle36_orange.gif

나는 별아저씨(정현종)

circle36_orange.gif

여승

circle36_orange.gif

나는 왕이로소이다(홍사용)

circle36_orange.gif

여우난 곬족(백석)

circle36_orange.gif

나룻배와 행인(한용운)

circle36_orange.gif

연시(박용래)

circle36_orange.gif

나비와 광장(김규동)

circle36_orange.gif

오감도-제1호(이상)

circle36_orange.gif

나비의 여행(정한모)

circle36_orange.gif

오랑캐꽃(이용악)

circle36_orange.gif

나의 침실로(이상화)

circle36_orange.gif

오렌지(신동집)

circle36_orange.gif

낙화(조지훈)

circle36_orange.gif

오월(김영랑)

circle36_orange.gif

낙화(이형기)

circle36_orange.gif

옥수수밭 옆에 당신을 묻고(도종환)

circle36_orange.gif

와사등(김광균)

circle36_orange.gif

난초(이병기)

circle36_orange.gif

외인촌(김광균)

circle36_orange.gif

우라지오 가까운 항구에서(이용악)

circle36_orange.gif

우리가 눈발이라면(안도현)

circle36_orange.gif

낡은 집(이용악)

circle36_orange.gif

우리가 물이 되어(강은교)

circle36_orange.gif

남사당(노천명)

circle36_orange.gif

울릉도(유치환)

circle36_orange.gif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백석)

circle36_orange.gif

울음이 타는 가을 강(박재삼)

circle36_orange.gif

남으로 창을 내겠소(김상용)

circle36_orange.gif

위독(이승훈)

circle36_orange.gif

내 마음을 아실 이(김영랑)

circle36_orange.gif

유리창(정지용)

circle36_orange.gif

논개(변영로)

circle36_orange.gif

윤사월(박목월)

circle36_orange.gif

농무(신경림)

circle36_orange.gif

은수저(김광균)

circle36_orange.gif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신동엽)

circle36_orange.gif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김영랑)

circle36_orange.gif

이별가(박목월)

circle36_orange.gif

눈(김수영)

circle36_orange.gif

일월(유치환)

circle36_orange.gif

눈길(고은)

circle36_orange.gif

임께서 부르시면(신석정)

circle36_orange.gif

눈물(김현승)

circle36_orange.gif

입추(김현구)

circle36_orange.gif

눈이 내리느니(김동환)

- 자 -

circle36_orange.gif

능금(김춘수)

circle36_orange.gif

자모사(정인보)

circle36_orange.gif

님의 침묵(한용운)

circle36_orange.gif

자야곡(이육사)

- 다 -

circle36_orange.gif

자연(박재삼)

circle36_orange.gif

달밤(이호우)

circle36_orange.gif

자화상(서정주)

circle36_orange.gif

달.포도.잎사귀(장만영)

circle36_orange.gif

자화상(윤동주)

circle36_orange.gif

당신을 보았습니다(한용운)

circle36_orange.gif

작은 짐승(신석정)

circle36_orange.gif

저문 강에 삽을 씻고(정희성)

circle36_orange.gif

뎃생(김광균)

circle36_orange.gif

적군의 묘지 앞에서(구상)

circle36_orange.gif

도봉(박두진)

circle36_orange.gif

절정(이육사)

circle36_orange.gif

독을 차고(김영랑)

circle36_orange.gif

접동새(김소월)

circle36_orange.gif

동천(서정주)

circle36_orange.gif

정념의 기(김남조)

circle36_orange.gif

들길에 서서(신석정)

circle36_orange.gif

정천한해(한용운)

circle36_orange.gif

떠나가는 배(박용철)

circle36_orange.gif

조국(정완영)

circle36_orange.gif

또 다른 고향(윤동주)

circle36_orange.gif

조그만 사랑 노래(황동규)

circle36_orange.gif

종(설정식)

- 마 -

circle36_orange.gif

종소리(박남수)

circle36_orange.gif

마음(김광섭)

circle36_orange.gif

주막에서(김용호)

circle36_orange.gif

말(정지용)

circle36_orange.gif

진달래꽃(김소월)

circle36_orange.gif

머슴 대길이(고은)

circle36_orange.gif

모란이 피기까지는(김영랑)

- 차 -

circle36_orange.gif

목계장터(신경림)

circle36_orange.gif

참회록(윤동주)

circle36_orange.gif

목마와 숙녀(박인환)

circle36_orange.gif

청노루(박목월)

circle36_orange.gif

목숨(김남조)

circle36_orange.gif

청산도(박두진)

circle36_orange.gif

목숨(신동집)

circle36_orange.gif

청포도(이육사)

circle36_orange.gif

묘지송(박두진)

circle36_orange.gif

초혼(김소월)

circle36_orange.gif

무등을 보며(서정주)

circle36_orange.gif

추억에서(박재삼)

circle36_orange.gif

문의 마을에 가서(고은)

circle36_orange.gif

추일서정(김광균)

circle36_orange.gif

민간인(김종삼)

circle36_orange.gif

추천사(서정주)

circle36_orange.gif

민들레꽃(조지훈)

circle36_orange.gif

춘향유문(서정주)

- 바 -

- 타 -

circle36_orange.gif

바다와 나비(김기림)

circle36_orange.gif

타는 목마름으로(김지하)

circle36_orange.gif

바라건대는 우리에게 보습...(김소월)

- 파 -

circle36_orange.gif

바라춤(신석초)

circle36_orange.gif

파도(김현승)

circle36_orange.gif

바위(유치환)

circle36_orange.gif

파도타기(정호승)

circle36_orange.gif

밤바다에서(박재삼)

circle36_orange.gif

파랑새(한하운)

circle36_orange.gif

방랑의 마음(오상순)

circle36_orange.gif

circle36_orange.gif

백자부(김상옥)

circle36_orange.gif

circle36_orange.gif

벼(이성부)

circle36_orange.gif

폭포(김수영)

circle36_orange.gif

별 헤는 밤(윤동주)

circle36_orange.gif

폭포(이형기)

circle36_orange.gif

병원(윤동주)

circle36_orange.gif

푸른 하늘을(김수영)

circle36_orange.gif

보리피리(한하운)

circle36_orange.gif

풀(김수영)

circle36_orange.gif

봄비(이수복)

circle36_orange.gif

풍장1(황동규)

circle36_orange.gif

봄비(변영로)

circle36_orange.gif

플라타나스(김현승)

circle36_orange.gif

봄은(신동엽)

circle36_orange.gif

피아노(전봉건)

circle36_orange.gif

봄은 간다(김억)

- 하 -

circle36_orange.gif

봄은 고양이로다(이장희)

circle36_orange.gif

하관(박목월)

circle36_orange.gif

봉황수(조지훈)

circle36_orange.gif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김남주)

circle36_orange.gif

북(김영랑)

circle36_orange.gif

향수(정지용)

circle36_orange.gif

불놀이(주요한)

circle36_orange.gif

향현(박두진)

circle36_orange.gif

비(정지용)

circle36_orange.gif

해(박두진)

circle36_orange.gif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이상화)

circle36_orange.gif

해마다 봄이 되면(조병화)

- 사 -

circle36_orange.gif

해바라기의 비명(함형수)

circle36_orange.gif

사령(김수영)

circle36_orange.gif

화사(서정주)

circle36_orange.gif

사슴(노천명)

circle36_orange.gif

휴전선(박봉우)

circle36_orange.gif

사평역에서(곽재구)

circle36_orange.gif

사향(김상옥)

circle36_orange.gif

흥부 부부상(박재삼)

circle36_orange.gif

산(김광림)

circle36_orange.gif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김광규)

circle36_orange.gif

산도화(박목월)



출처 : 文學과 詩人
글쓴이 : 淸巨/박근석 원글보기
메모 : ㄹ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유명 시인의 현대시 222 모음  (0) 2010.08.29
[스크랩] 범부채로 부치는 바람  (0) 2010.08.22
[스크랩] 담쟁이 외 / 도종환  (0) 2009.09.30
외로움  (0) 2009.04.29
눈 내리는 날  (0) 2008.11.21

 

 

 

 

담쟁이 /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 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시래기 / 도종환

 

 

저것은 맨 처음 어둔 땅을 뚫고 나온 잎들이다
아직 씨앗인 몸을 푸른 싹으로 바꾼 것도 저들이고
가장 바깥에 서서 흙먼지 폭우를 견디며
몸을 열 배 스무 배로 키운 것도 저들이다
더 깨끗하고 고운 잎을 만들고 지키기 위해
가장 오래 세찬 바람맞으며 하루하루 낡아간 것도
저들이고 마침내 사람들이 고갱이만을 택하고 난 뒤
제일 먼저 버림받은 것도 저들이다
그나마 오래오래 푸르른 날들을 지켜온 저들을
기억하는 손에 의해 거두어져 겨울을 나다가
사람들의 입맛도 바닥나고 취향도 곤궁해졌을 때
잠시 옛날을 기억하게 할 짧은 허기를 메꾸기 위해
서리에 맞고 눈 맞아가며 견디고 있는 마지막 저 헌신

 

 

 

 

 

 

 

 

 

 

여백 / 도종환 

 

 

언덕 위에 줄지어 선 나무들이 아름다운 건

나무 뒤에서 말없이

나무들을 받아 안고 있는 여백 때문이다

나뭇가지들이 살아온 길과 세세한 잔가지

하나하나의 흔들림까지 다 보여주는

넉넉한 허공 때문이다

빽빽한 숲에서는 보이지 않는

나뭇가지들끼리의 균형

가장 자연스럽게 뻗어 있는 생명의 손가락을

일일이 쓰다듬어주고 있는 빈 하늘 때문이다

여백이 없는 풍경은 아름답지 않다

비어 있는 곳이 없는 사람은 아름답지 않다

 

 

 

 

 

 

 

 

 

 

 

열쇠 / 도종환
 

 

세상의 문이 나를 향해 다 열려 있는 것 같지만
막상 열어보면 닫혀 있는 문이 참 많다
방문과 대문만 그런 게 아니다
자주 만나면서도 외면하며 지나가는 얼굴들
소리 없이 내 이름을 밀어내는 이데올로그들
편견으로 가득한 완고한 집들이 그러하다
등뒤에다 야유와 멸시의 언어를
소금처럼 뿌리는 이도 있다
그들의 문을 열 만능 열쇠가 내게는 없다
이 세상 많은 이들처럼 나도
그저 평범한 몇 개의 열쇠만을 갖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두드리는 일을 멈추진 않을 것이다
사는 동안 내내 열리지 않던 문이
나를 향해 열리는 날처럼 기쁜 날이
어디 있겠는가 문이 천천히 열리는
그 작은 삐걱임과 빛의 양이 점점 많아지는 소리
희망의 소리도 그와 같으리니

 

 

 

 

 

 

 

 

 

 

 

산경 /도종환



하루종일 아무 말도 안했다
산도 똑같이 아무 말도 안했다
말없이 산 옆에 있는 게 싫지 않았다
산도 내가 있는 걸 싫어하지 않았다
하늘은 하루 종일 티없이 맑았다
가끔 구름 떠 오고 새 날아왔지만
잠시 머물다 곧 지나가 버렸다
내게 온 꽃잎과 바람도 잠시 머물다 갔다
골짜기 물에 호미를 씻는 동안
손에 묻은 흙은 저절로 씻겨 내려갔다
앞산 뒷산에 큰 도움은 못 되었지만
하늘 아래 허물없이 하루가 갔다


 

 

 

 

 

 

 

 

 

 

 

 

 

 

 

 

 

 

 

 

 

 

 

 

 

 

 

 

 

 

 

 

        가구 / 도종환 

 

 


        아내와 나는 가구처럼 자기 자리에
        놓여 있다 장롱이 그렇듯이
        오래 묵은 습관을 담은 채
        각자 어두워질 때까지 앉아 있는 일을 하곤 한다
        어쩌다 내가 아내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아내의 몸에서는 삐이걱하는 소리가 난다
        나는 아내의 몸 속에서 무언가를 찾다가
        무엇을 찾으러 왔는지 잊어버리고
        돌아 나온다 그러면 아내는 다시
        아래위가 꼭 맞는 서랍이 되어 닫힌다
        아내가 내 몸의 여닫이문을
        먼저 열어보는 일은 없다
        나는 늘 머쓱해진 채 아내를 건너다보다
        돌아앉는 일에 익숙해져 있다
        본래 가구들끼리는 말을 하지 않는다
        그저 아내는 방에 놓여 있고
        나는 내 자리에서 내 그림자와 함께
        육중하게 어두워지고 있을 뿐이다
       

 

 

 

 

 

 

 

 

 

흔들리며 피는 꽃 /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었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어떤 마을 / 도종환

 

 

사람들이 착하게 사는지 별들이 많이 떴다. 

개울물 맑게 흐르는 곳에 마을을 이루고 

물바가지에 떠 담던 접동새 소리 별 그림자 

그 물로 쌀을 씻어 밥 짓는 냄새 나면 

굴뚝 가까이 내려오던 

밥티처럼 따스한 별들이 뜬 마을을 지난다. 
사람이 순하게 사는지 별들이 참 많이 떴다.


 

 

 

 

 

 

 

 

 

 

귀가 / 도종환

 

 

언제부터인가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은 지쳐 있었다
모두들 인사말처럼 바쁘다고 하였고
헤어지기 위한 악수를 더 많이 하며
총총히 돌아서 갔다
그들은 모두 낯선 거리를 지치도록 헤매거나
볕 안 드는 사무실에서
어두워질 때까지 일을 하였다
부는 바람 소리와 기다리는
사랑하는 이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고
지는 노을과 사람의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게 되었다
밤이 깊어서야 어두운 골목길을 혼자 돌아와
돌아오기가 무섭게 지쳐 쓰러지곤 하였다
모두들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라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의 몸에서 조금씩 사람의 냄새가
사라져가는 것을 알면서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터전과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시간을
벌기 위해서라 믿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 쓰지 못한 편지는
끝내 쓰지 못하고 말리라
오늘 하지 않고 생각 속으로 미루어둔
따뜻한 말 한마디는
결국 생각과 함께 잊혀지고
내일도 우리는 어두운 골목길을
지친 걸음으로 혼자 돌아올 것이다

 

 

 

 

 

 

 

   

 

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

 

 

작가의 산실, 회인산방을 찾아서 / 도종환 시인

 


느린 걸음으로 걷고 싶을 땐 직선보다 구불텅 휘어진 곡선의 길이 좋다.

급하게 달려온 걸음도 에워 안으며 돌아가는 길은 강퍅한 마음마저

여유롭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한 눈에 다 드러내기보다 사이사이

새롭게 내어주는 길은 그리운 이를 기다리는 마음처럼 설렌다. 

도종환 시인의 회인산방으로 가는 길 역시, 곡선이다.

도심을 벗어나 굽이굽이 돌아가는 피반령 고개는 조였다 풀었다

반복하며 발아래 자연 풍광을 펼쳐보이고, 부드러운 곡선의 길은

법주리에 자리잡은 회인산방까지 이어진다.

그렇게 도심에서 외곽으로, 외곽에서 시골 마을로, 마을에서도 깊은

산골짜기로 접어드는 동안, 길의 끝자락에서 만나게 될 사람을

가만히 생각하는 시간도 길이 주는 즐거움이다.

회인산방을 찾은 날, 시인은 겨울나기 준비로 분주했다.

창틀마다 떨어져 나간 황토를 덧바르고, 습기를 잡기 위해 구멍 낸

방바닥에 초배지로 도배하고, 아궁이에 불을 넣어 안으로 난 틈새

를 하나하나 점검했다.

겨울 준비는 이곳에서 다섯 번의 혹독한 시골 겨울을 보내며 얻은

소중한 경험이기도 하다. 시인이 회인산방에 옮겨 앉은 지도

올해로 꼭 5년째다. 갑자기 쓰러져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었을 때,

김이동 화가가 다짜고짜 차에 태워 내려놓은 것이 인연이 되어 

산방의 주인으로 눌러 앉았다.

"당시는 육체적으로도 힘들었지만 정신적으로도 힘든 시기였어요.

일만 하던 사람이 갑자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몸이 되어 이곳에

왔으니 얼마나 답답했겠어요. 불빛도 보이지 않는 산속에 들어앉아

2년 동안은 내가 뭘 잘못했는가, 왜 이런 곳에서 유배 아닌 유배를

해야하는가, 수없이 반문하며 보냈습니다"

끝 모를 절망으로부터 시인을 일으켜 세운 것은 믿음이었고 한다.

하늘은 날 버리지 않을 것이란 믿음. 그리고 데려간다 해도 이 또한

하늘의 뜻 일 거라는 믿음이 평정되찾게 했다.

"고요하게 내 처지를 받아들이게 되었어요. 고요한 이곳에서

고라니도 맨발로 다니는데, 책을 많이 읽고, 생각의 시간을 가져야

하는 글 쓰는 사람에겐 좋은 기회일 거 다라는 생각들더라구요.

평화로운 시간과 고요한 시간을 받아들이면서 평온한 마음을

되찾고, 여유로워졌어요"

나를 쓰러뜨린 삶이 생각을 깊게 하고 재충전의 기회가 되었다는

시인은 글이 조용한 시간을 만나 한 편의 시로 씌여지면서 용기를

얻었다고 한다. 긴 터널을 빠져나와 웃음으로 들려주는 이야기

는 추억의 이면에서 빛이 나지만, 당시 시인이 부둥켜안고 보낸

절망의 시간은 "천 권의 책을 읽어도 쓸쓸한 일에서 벗어날 수

없어"라는 '이 세상이 쓸쓸하여'라는 시에서 진하게 읽혀진다. 

산방에 가지런히 쌓여있는 책에서 시인의 온기가 느껴지는 것

이 때문이리라. 

산방의 적막은 시인에게 자연과 마주할 수 있는 시선을 선물

한다. 햇살이 모이는 마당은 다람쥐도, 무당개구리도, 뱀도,

박새도, 고라니도 모두가 주인이란 사실을 깨닫게 한다.

"친구들이 산방에 있는 나를 위해 숲 해설가 교육을 함께 신청

듣게 되었는데, 지금도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식이 처음에는 방해가 될 때가 있었지만, 숲에 대해 알면

알수록 나와 숲의 관계, 작은 우주로서의 관계를 들여다보게

되었어요"

숲에 대한 관심은 문학적 영역의 확장 뿐만 아니라, 시인의

삶을 자연과 하나가 되게 하고 있다. 시편마다 배경이 되어

주는 자연은 편안하면서도 깊고, 맑은 울림을 주며 독자들

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한국의 시인으로 손꼽히고 있다.

시 담쟁이는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으며 낭송되고 있는

시인의 대표 시 중 하나다.

 


담쟁이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 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산방에 든 지 5년, 시인은 시집과 동화, 에세이 등 여러

책을 출간하며 문학적 열정을 쏟아왔다.

새벽이 작업 시간이라는 시인은 글을 쓰기 전, 한 시간 정도

명상하며 생각을 모으고 정리한다고 한다.

아픈 몸을 치유하기 위해 찾아든 회인산방이지만, 이젠 글을

쓰기 위한 시인의 문학 산실이 된지 오래다. 그렇다고 시만

쓰지 않는다. 시인은 지역 문학의 뿌리 찾기에도 남다른

열정을 보이고 있다. 오장환문학제와 같은 일련의 작업들은

자기 안에서 거듭나고, 자가발전하고, 자신을 한 단계 끌어

올려야 한다고 주문하는 시인의 말을 실천으로 보여주고

있다.

크고 소리내지 않고 흐르는 강물처럼 시인은 그렇게 정지용,

홍명희, 신경림 등 충북문학의 큰 물줄기를 이으며 문학인

들의 든든한 기둥이 되어주고 있다.

 

가지끝에 걸린 감이 붉은 등처럼 따스해지는 계절, 산방에서

만난 시인은 고요하다. 투명한 시냇물을 바라보는 것 같다.

이러한 타인의 생각이 시인에겐 창살이, 벽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시인은 도심에 들어앉은 숲 같다.

 

 

 

 

 

 

 

 

 

 

속리산 자락 산방(山房)에서 느릿느릿 안분지족하는 도종환 시인

 
“빠른 삶은 병든 삶이요, 느린 삶은 건강한 삶, 조용한 삶은
거룩한 삶이라는 깨달음을 얻었지요”
 
그에게서 섬세하게 흔들리는 여린
감성을 보았다면 아마 맞을 것이다.
그에게서 굽힐 줄 모르는 지사적
면모를 발견했다면 그 역시 맞을
것이다.
시인 자신이 노래했던 ‘부드러운
직선'은 마치 자화상과도 같은
표현이다. 도종환은 부드럽고도
올곧은 시인. 성품이 그러하고
삶이 그러했다. 볕 좋고 바람
선선한 날, 속리산자락 그림 같은
산방으로 그를 만나러 갔다.

첩첩 산중에 그림처럼 서 있는
외딴 황토방

시인을 만나기 위해 시골길을 달렸다. 서울 밖으로
고작 두어 시간 나왔을
뿐인데 코끝에 와 닿는 공기의 감촉이 다르다. 순도 높은 바람이 가붓하게
불었다. 기분 좋은 세기로 뺨도 살짝 간질인다. 더 이상 차로 들어가기엔
길이 너무 좁아 보이는 지점에서 차를 내려 걷기로 한다.
마중 나온 도종환(52) 선생이 특유의 착한 미소로 서 있는 것이 보인다.

선생의 집은 굽이굽이 산길을 돌아 들어온 다음에도
한 번 산속에
파묻혀 있었다. 첩첩산중에 버섯 모양으로 자리 잡은 외딴 황토방.
‘거북이처럼 느릿느릿 오래오래 살라’는 뜻에서 구구산방(龜龜山房)
이란다.

앞마당에는 담요를 덮어놓은 듯 정갈하게 잔디가
깔려 있다.
마당 한 켠엔 멋스럽게 기운 넓적 바위 사이로 어여쁜 연못이
고여있다. 일부러 만들어 꾸민 것이 아니라 어느 날 저절로
만들어진 것이라니 더욱 어여쁘게 보인다.
집 앞엔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며 계곡이 흐른다. 하루에도 몇
번씩 고라니가 물을 마시러 오고 오소리, 너구리가 먹을거리
를 찾아 찾아든다고 한다.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청아하게
울려 퍼지는 풍경소리에 마음 뺏기기 십상이다.

“미술교사로 재직 중이던 후배가 암 판정을 받고
요양
지은 집이에요. 집 위쪽으로 법룡사라는 절이 있는
거기 스님이 후배에게 이 집터를 소개했다고 하더군요.
3년 전 후배가 저 세상으로 가 내가 여기 들어와 살게
됐지요.”

시인이 충북 보은의 이곳 산방에 머문 지도 어느새
3년
이다. 전교조 활동으로 해직됐다 어렵사리 복직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낯선 병이 들어 이곳으로 피신했다.
자율신경실조증. 이름조차 낯선 이 병은 특히 워커홀릭
들을 노리는 병이라 한다.
몸의 균형이 깨져 심신이 무기력에 빠지는 상태로, 이 병에
걸렸을 땐 잔병이 들어도 잘 낫질 않는다. 감기라도 한번
걸리면 주사, 약 다 써봐도 1년 넘게 낫질 않을 정도란다.
발병 당시 그는 전교조, 민예총, 지역 운동에 학교 일, 원고
마감, 방송 일까지 한꺼번에 너무 여러가지 일을, 그것도
너무 잘하려고 애쓰며 살았다.

“심신이 무기력하니 제자들
에게 활기찬 수업을 해주지
못하겠더군요.
몇 번의 휴직 끝에 결국 그만
둘 수밖에 없었지요. 이 집에
있다 보면 온종일 새소리를
들으며 사는데 한번은 새 한
마리가 처마 끝을 빙그르르
날면서 ‘선생님, 선생님’하더라
구요. 영락없이 그 소리예요.
그러면 ‘아 왜 자꾸 불러 임마’
하고 대꾸를 하지요. 아마 제자
들 생각이 나서 그렇게 들리는
건지….”

 
 
 
시인은 자연 치유의 힘을 몸소 체험하고 있었다

건강은 어떠냐고 물었더니 얼마 전
있었다는 에피소드로 답을
대신한다. 하루는 장미농원을 하는 친구가 장미꽃을 갖다가
산방 거실에 꽂아 놓았단다. 한 열흘이 지나도 꽃이 시들지 않아
기특하다 싶었다. 그렇게 20일이 지나고 또 한 달이 지나도
그 모양 그대로 있더란다. 거기서 또 한 달이 지나니까 이번엔
잎이 다 지더니 새잎이 돋더라는 것이다.
해준 것이라곤 물 준 것밖에 없는데 뿌리도 없는 장미꽃대는
그렇게 석 달을 살았다. 그런 걸 보면서 ‘이 집 안에 생명을
살게 하는 무엇인가가 있구나’하고 생각했다 한다.
황토와 숲, 맑은 공기 속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자연치유’
힘이 내재돼 있음을 느끼면서 정신적으로 큰 위안을 받았단다.

“여긴 TV도 없고 라디오도 없고 신문도 없으니
하루 종일
조용한 가운데 새 소리 외에는 아무 소리없어요.
이곳에서 내 삶의 패턴도 바뀌었지요. 몸의 균형을 되찾은
것 같아요. 그러면서 사고방식에도 변화가 생겼어요.
그전에는 전속력으로 달리는 삶이었다면 이제는 평온한 속도,
‘느림’을 실천한다할까요. 이곳에서 지내면서 무엇보다
많이 변한 것은 마음의 속도가 느려졌다는 것입니다.
빠른 속도의 삶은 병든 삶이요, 느린 속도의 삶은 건강한 삶,
조용한 삶은 거룩한 삶이라는 깨달음을 얻었어요.”

산방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찬사일색인 손님
에게 시인은
산방에서 겨울을 나는 혹독함을 넌지시 이야기했다.
봄, 여름, 가을은 더없이 아름답고 평온하지만 겨울이 되면
살을 에는 추위를 견뎌야 한다.
밤 10시부터 새벽까지 심야전기만 들어오기 때문에 나머지
시간에는 나무를 직접 해다가 벽난로에 불을 지펴야 한다.
한파가 몰아치면 수도가 꽁꽁 얼기 일쑤지만 산길이 얼어
버리면 수리하는 사람도 들어오질 못하니 꼼짝없이 며칠씩
물도 없이 지내야 때도 있다. 그럴 땐 눈을 퍼다가
녹여서 끼니를 끓여 먹곤 한단다. 겨울엔 그 혹독한 추위
정신이 다 가팔라지지만 그런 것도 작가에게는 필요한
시간이라 여기고 견딘다.

“식구들도 종종 다녀갑니다. 큰아이는 군대 가
있고 작은
아이는 서울에서 학교 다니고 있어요. 또 한 분(아내)은
직장 다니시고….(웃음) 외롭다는 생각이 안 드는 건 아니지만
외롭게 보내는 시간도 작가에게 꼭 필요한 시간이지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초여름 산방의 햇살즐기고 있자니
어느덧 점심때가 다 됐다. 시인은 늘상 먹는 대로 텃밭에서 나물
뜯어다가 비빔밥 정도 대접할 수 있다고 일어선다.
연못 위로 난 비탈길을 따라 몇 발자국 올라가소담스럽게
가꾼 자그마한 텃밭이 나온다. 쑥갓이며 아욱이며 상추며 고추며
하는 푸성귀들이 옹기종기 자라고 있다.
아직 다 자라지 않아 마냥 여리고 부드러운 푸성귀들을 따다
열무김치며 오이무침 따위와 함께 섞어 커다란 양푼에 참기름을
넣고 쓱쓱 비볐다. 시내에선 맛볼 수 없는 무공해 비빔밥은
소박하지만 한편 호사롭다. 밥값하겠다고 텃밭에 나가 잡풀
뽑고 설거지도 뚝딱 하고 나니 손님에게도 산방은 내집처럼
친근하다.

마음속의 풍랑이 가라앉아 고요한 상태로 가는 길

시인은 듣던 대로 정이 많은 사람이었다. 하기야
1백만 명의
심금을 울린 ‘접시꽃 당신’의 시인이 아닌가. 결혼 3년 만에
암으로 아내를 떠나보내고 가슴 저릿한 사부곡을 시로 노래한
것이 벌써 20년 전 일이다. 가장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겪은
후 자신마저 병마와 싸우면서 시인은 죽음에 대해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이가 아파서 이를 하나 뺀다고 할 때 처음에는
빼기가 싫죠.
빼고 나면 별거 아니에요. 아, 이게 내 것이 아니지 하는 생각이
드는 거지요. 내 몸의 하나하나가 다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걸 주신 분이 달라고 하면 다시 드려야 되는 것….
그것이 다리 한 쪽이 됐든 몸통이 됐든 내놓으라고 하면 그때는
전체라도 다 드려야 하는 것이 우리의 생명이 아닐까 싶습니다.
내 것이라고 하는 그 집착을 풀고 죽음 앞에서 언제든지 ‘네’
하고 대답하려면 수양하고 훈련하는 자세를 가져야 하겠지요.
가까운 사람의 죽음은 큰 고통입니다. 하지만 의미없이 오는
고통은 없지요. ‘죽음’에서 뭔가를 깨닫못한다면 그 무엇에
서도 깨닫지 못할 겁니다. 내 몸이 아플 때도 이것을 통해
내가 또 무엇인가깨달아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럼 무엇을 깨달아야 하나… 그 고민들이 이번 시집으로
묶여진 거구요.”

그의 신작 시집 「해인으로 가는 길」은
그가 산방에서 머물며 텃밭을 가꾸고
장작을 패고 책을 읽고 시를 쓰며 완성
했다. 지난해 2월부터 올 1월까지
‘아름다운 가게’ 홈페이지에 매주 한 편
꼴로 기증했던 60여 편의 시를 묶은
것이다. 시인은 시집 인세를 ‘아름다운
가게’에 기증하기로 했다.
수익금은 충북민예총을 통해 베트남
평화학교 짓기 사업에 쓰일 예정이다.

시집의 제목인 ‘해인으로 가는 길’은 곧
그의 산방 생활을 의미한다.
‘해인’은 풍랑이 가라앉아 고요한 상태를
말하는 불교 용어다. 말하자면 번뇌의 물결,
탐욕의 물결이 가라앉은 상태에 대한 시적 비유인 셈이다.
한편 ‘화엄’이라는 것은 조화, 어울림, 나눔, 평등의 추구를
말한다. 화엄을 추구하면 참여적인 삶으로 발현되기 쉽다.

“여기 오기 전에는 화엄의 삶을 지향하면서 살았다
수 있어요. 그렇다면 해인과 화엄, 이 두 개의 삶은 별개
것인가, 하나가 될 수 없는 건가 하는 고민을 하다가
불경을 보니 ‘화엄으로 휘몰아치기 직전이 해인이다’라고
있더군요. 두 개가 하나 되는 삶을 지향하는 것이
맞겠구나 생각했습니다. 나는 지금까지 성찰이 부족한
행동이 앞선 삶을 산 것이 아닌가 하는 반성이 들더군요.”

시인은 최근 시를 배달하는 집배원으로 나섰다.
문학나눔사업추진위원회에서 문화사업의 일환으로 시작한
‘도종환의 시 배달’을 시작한 것이다. 매주 월요일 그가 직접
고른 시 한 편을 메일로 받을 수 있다. 일주일에 한 번 좋은
시 한 편 읽으며 한 주를 아름다운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기
바라는 마음에서다. 시를 배달 받고 싶은 독자홈페이지
에서 신청하면 된다.

“우리 동네에 착한 집배원이 한 명 있어요.
오토바이를 타고
시골마을 집집마다 우편물을 배달하는데 우편물만 던져놓고
가는 것이 아니라 마을 사람들 집안 사정, 건강 상태까지
관심을 가지고 살핍니다. 바쁘게 오가는 길에 산이나 언덕에
올라 몸에 좋다는 산도라지, 칡꽃 등을 뜯어서 연로하신 어르신
들 드시라고 갖다 드리기도 하구요.
산삼 뿌리 캐다가 마을 어르신 갖다 드린 것만 해도 70뿌리가
넘어요. 그걸 갖다 팔면 돈도 꽤 될 텐데 그렇게 하질 않더군요.
누군가를 향해 가는 길에 잠시 멈춰 서서 그 사람을 위해 나물
을 뜯고 산삼을 캐는 모습을 생각해보세요. 얼마나 아름다운
삶입니까.”

시인은 자신도 그 집배원 같은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런 마음으로 한 편 한 편 시를 골라 사람들의 마음속에 선물
하고 싶다는 것이리라. 바쁜 세상에 내 갈 길 가기도 바쁜데
나물 뜯을 시간, 산삼 캘 시간이 어디 있냐고 혀를 차고 살아
오지는 않았는지…. 구구산방의 느린 기운 속에서 마음 안으로
작은 깨달음이 조용히 스며들어왔다.

글 / 박연정 사진 / 김준수 (프리랜서)

 

출처 : 詩의 향기 / 무명시인을 찾아서
글쓴이 : 동산 원글보기
메모 : ㅍ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범부채로 부치는 바람  (0) 2010.08.22
[스크랩] 유명 시인의 현대시 222 모음  (0) 2010.03.30
외로움  (0) 2009.04.29
눈 내리는 날  (0) 2008.11.21
[스크랩] 가을엔 맑은 인연이 그립다  (0) 2008.09.02



외로움을 사랑하자
    글 : 이해인클라우디아 수녀님 '나는 외롭다'고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거나 어떤 모양으로든지 자신의 외로움을 선전하고 싶을 때, 또는 외로움을 잊으려고 쾌락에 탐닉하거나 집을 뛰쳐나가고 싶은 유혹을 느끼는 바로 그 시간에 우리는 오히려 외로움 속으로 들어가 자신의 모습과 삶을 조용히 돌아볼 수 있는 슬기를 지녀야겠습니다. 외로움에 매여 사는 노예가 되지 않고 외로움을 다스리는 자유를 누릴 때 우리는 깊은 명상과 사색, 창조적인 작업을 할 수 있고, 감상적인 자기 연민에서 빠져나와 이웃에게도 눈을 돌리고 봉사할 수 있는 기쁨과 여유를 찾게 될 것입니다.
        그대 아름다운 것 치고 외롭지 않은 것 보았는가 보들레르의 휘굽은 선율 아인슈타인의 피는 우주 석가의 대비, 그리스도의 사랑 이 깊은 사랑, 높은 질서 또한 외로움이 피우는 꽃 이 외로움은 그대 높이고 아름답게 하는 것이어니 그대 외로움 고이 지니고 아예 말하지 말라.
    <나무><신록예찬>등의 아름다운 수필로 유명한 이양하님의 글을 나의 벗들에게도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이 글에서처럼 우리가 모두 높고 아름다운 세계로 나아가기 위한 높고 아름다운 외로움의 순례자가 된다면 더 이상 외로움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겠지요? ▒ 꽃샆 중에서 ▒






          눈 내리는 날

                                                        박희진(朴喜璡)




          눈이 소리 없이 내리는 날엔


          모든 사람들이 제각기 한동안 넋을 잃는다


          까마득하게 잊었던 본향에의 향수에 젖는다


          눈이 소리 없이 쌓이는 날엔




          큰 눈을 뜨고 눈을 바라본다


          본래 인간은 청정한 존재임을


          깨닫고 새삼 마음 훈훈해지기도 한다


          그렇다 좀더 느긋하게 살아가자




          성급하게 치닫지 아니하면


          나태의 늪 숲에서 허우적대기 일쑤인 우리


          눈이 소리 없이 내리는 속도에서




          다시 마음의 가락을 찾아 익혀야 하리


          꿈꾼다는 것 사랑한다는 것은 그처럼 조용히


          끊일 듯 이어지는 순수지속임을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유명 시인의 현대시 222 모음  (0) 2010.03.30
[스크랩] 담쟁이 외 / 도종환  (0) 2009.09.30
외로움  (0) 2009.04.29
[스크랩] 가을엔 맑은 인연이 그립다  (0) 2008.09.02
[스크랩] 승 무(僧 舞) - 조지훈  (0) 2008.07.18


가을엔 맑은 인연이 그립다 - 이외수
가을엔 맑은 인연이 그립다 
서늘한 기운에 옷깃을 여미며 
고즈넉한 찻집에 앉아 
화려하지 않은 코스모스처럼 
풋풋한 가을 향기가 
어울리는 그런 사람이 그립다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차 한 잔을 마주하며 
말없이 눈빛만 바라보아도 
행복의 미소가 절로 샘솟는 사람 
가을날 맑은 하늘빛처럼 
그윽한 향기가 전해지는 사람이 그립다 
찻잔속에 향기가 녹아들어 
그윽한 향기를 
오래도록 느끼고 싶은 사람 
가을엔 그런 사람이 그리워진다 
산등성이의 은빛 억새처럼 
초라하지 않으면서 기품이 있는 
겉보다는 속이 아름다운 사람 
가을엔 억새처럼 출렁이는 
은빛 향기를 가슴에 품어 보련다.
//

출처 : 시어머니방
글쓴이 : 바이올렛 원글보기
메모 : ㅗ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유명 시인의 현대시 222 모음  (0) 2010.03.30
[스크랩] 담쟁이 외 / 도종환  (0) 2009.09.30
외로움  (0) 2009.04.29
눈 내리는 날  (0) 2008.11.21
[스크랩] 승 무(僧 舞) - 조지훈  (0) 2008.07.18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