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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ㄱ>

가까와 → 가까워
가정난 → 가정란
간 → 칸
강남콩 → 강낭콩
개수물 → 개숫물
객적다 → 객쩍다
거시키 → 거시기
갯펄 → 개펄
겸연적다 →겸연쩍다
경귀 → 경구
고마와 → 고마워
곰곰히 → 곰곰이
괴로와 → 괴로워
구렛나루 →구레나루
괴퍅하다 →괴팍하다
-구료 → -구려
광우리 → 광주리
고기국 → 고깃국
귀엣고리 → 귀고리
귀절 → 구절
귓대기 → 귀때기
귓머리 → 귀밑머리
깍정이 → 깍쟁이
깡총깡총 →깡충깡충
꼭둑각시 →꼭두각시
끄나불 → 끄나풀

<ㄴ>

나뭇군 → 나무꾼
나부랑이 →나부랭이
낚싯군 → 낚시꾼
나무가지 →나뭇가지
년월일 → 연월일
네째 → 넷째
넉넉치않다 →
넉넉지않다
농삿군 → 농사꾼
넓다랗다 →널따랗다

<ㄷ>

담쟁이덩굴→
담쟁이 덩굴
대싸리 → 댑사리
더우기 → 더욱이
돐 → 돌(첫돌)
딱다구리 →딱따구리
발발이 → 발바리

둥근파 → 양파
뒷굼치 → 뒤꿈치
땟갈 → 때깔
떨어먹다 → 털어먹다

<ㅁ>

마추다 → 맞추다
멋장이 → 멋쟁이
무우 → 무
문귀 → 문구
미류나무 → 미루나무
미싯가루 → 미숫가루
미쟁이 → 미장이

<ㅂ>

뼉다귀 →뼈다귀
반가와 → 반가워
발가송이 → 발가숭이
변변챦다 →변변찮다.
보통이 → 보퉁이
볼대기 → 볼때기
빈자떡 → 빈대떡
발자욱 → 발자국
빛갈 → 빛깔
뻐치다 → 뻗치다
뻗장다리 → 뻗정다리
봉숭화 → 봉숭아

<ㅅ>

사깃군 → 사기꾼
삭월세 → 사글세
살별 → 꼬리별
숨박꼭질 → 숨바꼭질
상판때기 → 상판대기
새앙쥐 → 생쥐
생안손 → 생인손
설겆이하다 →
설거지하다
성귀 → 성구
세째 → 셋째
소금장이 → 소금쟁이
소리개 → 솔개
숫병아리 → 수평아리
숫닭 → 수탉
숫강아지 → 수캉아지
숫개 → 수캐
숫놈 → 수놈

솔직이 → 솔직히
술부대 → 술고래
숫소 → 수소
심부름군 → 심부름꾼
심술장이 → 심술쟁이
살어름판 → 살얼음판

<ㅇ>

아니꼬와 → 아니꼬워
아니요 → 아니오
아닐껄 → 아닐걸
아름다와 → 아름다워
아뭏든 → 아무튼
아지랭이 → 아지랑이
앗아라 → 아서라
애닯다 → 애달프다
어귀 → 어구
여늬 → 여느
오금탱이 → 오금팽이
오똑이 → 오뚝이
웅큼 → 움큼
-올습니다 → -올시다
얼룩이 → 얼루기
욕심장이 → 욕심쟁이
웃니 → 윗니
웃도리 → 윗도리
웃목 → 윗목
오뚜기 → 오뚝이
웃쪽 → 윗쪽
웃츰 → 윗층
옛부터 → 예부터
웃통 → 윗통
윗돈 → 웃돈
윗어른 → 웃어른
으례 → 으레
-읍니다 → -습니다
이맛배기 → 이마빼기
익살군 → 익살꾼
오무리다 → 오므리다
일군 → 일꾼
일찌이 → 일찍이
우뢰 → 우레
있구료 → 있구려

<ㅈ>

지푸래기 → 지푸라기

자그만치 → 자그마치
장군 → 장꾼
장난군 → 장난꾼
장삿군 → 장사꾼
저으기 → 적이:
적쟎은 → 적잖은
주착없다 → 주책없다
죽더기 → 죽데기
지겟군 → 지게꾼
지리하다 → 지루하다
짓물다 → 짓무르다
짚북세기 → 짚북데기

<ㅊ>

천정 → 천장
총각무우 → 총각무
춥구료→ 춥구려

<ㅋ>

켸켸묵다 → 케케묵다
코맹녕이 → 코맹맹이
코보 → 코주부
콧배기 → 코빼기

<ㅌ>

탔읍니다 → 탔습니다
트기 → 튀기

<ㅍ>

판잣대기 → 판자때기
팔굼치 → 팔꿈치
팔목시계 → 손목시계
펀뜻 → 언뜻
푼전 → 푼돈
풋나기 → 풋내기

<ㅎ>

하게시리 → 하게끔
하는구료 → 하는구려
하는구면 → 하는구먼
하옇든 → 하여튼
한길 → 행길
할께 → 할게
할찌 → 할지
허위대 → 허우대
허위적허위적 →
허우적허우적
호루루기 → 호루라기


새 맞춤법의 주요내용

 

● [읍니다]와[습니다]로
있읍니다
→있습니다.
없읍니다 → 없습니다.

 

 

● [장이]와[쟁이]를 구분
미장이,유기장이 등 기술자를 일컬을 때에는 [장이]로, 욕쟁이, 심술쟁이 등 버릇을
일컬을 때에는 [쟁이]로 한다.

 

 

● [군]을 [꾼]으로
일군
일꾼, 농삿군 농사꾼

 

 

● [와]를 [워]로
고마와
고마워, 가까와 가까워

 

 

● 수컷을 이르는 말은[수]로 통일
수꿩, 수캉아지, 수컷, 수평아리
(예외:숫양,숫쥐,숫염소)

 

 

● [웃], [윗]은 [윗]으로 통일
·윗도리, 윗니, 윗목
(된소리나 거센소리 앞에서는 [위]로 쓴다 :
위짝,위턱)
·[아래·위]대립이 없는 단어는 [웃]으로 쓴다.
예 : 웃어른)

 

● 성과 이름을 붙여쓴다.
이 순신
이순신, 김 구 김구

 

 

● 수를 적을 때는 만·억·조·의 단위로 쓴다.
이억 팔천오백십육만 칠천팔백구십팔


개정된 외래어 표기법

 

● 인명·지명의 표기
고호
→ 고흐

베에토벤 → 베토벤
그리이스 → 그리스,

시저 → 타이사르
뉴우요오크 → 뉴욕

아인시타인 → 아인슈타인
뉴우지일랜드 → 뉴질랜드

에스파니아 →에스파냐

뉴우튼 → 뉴튼

처어칠 → 처칠
디이젤 → 디젤

콜룸부스 → 콜롬버스
루우스벨트→루스벨트

토오쿄오 → 도쿄
페스탈로찌 → 페스탈로치
마오쩌뚱 → 마오쩌둥
모짜르트 → 모차르트

헷세 → 헤세
말레이지아 → 말레이시아
힙포크리테스 → 히포크라테스
뭇솔리니 → 무솔리니

바하 → 바흐

 

● 일반용어의 표기
뉴우스
→ 뉴스

도우넛 → 도넛
로보트→ 로봇

로케트 → 로켓
보올 → 볼

보우트 → 보트
수우프 → 수프

아마튜어 → 아마추어
어나운서 → 아나운서

유우엔 → 유엔
텔레비젼 → 텔레비전

포케트 → 포켓

 

 

 

 노래도들음시롱공부도험시롱...

출처 : 어둠 속에 갇힌 불꽃
글쓴이 : 김양 원글보기
메모 :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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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모든 단어는 띄어 쓰되 조사는 그 앞말에 붙여 쓴다. 
   부산까지, 사람마다, 꽃이다, 멀리는, 웃고만, 어디까지나

2. 의존 명사는 띄어 쓴다.
   것, 바, 줄, 수, 데, 뿐, 리, 듯, 체, 채, 양

   (빠른 것, 생각하는 바가, 할 수 있다, 좋아할 뿐이다, 그럴 리가, 얌전한 체, 그대로 둔 채, 사실인 양)

3. 단위를 나타내는 명사는 띄어 쓴다.
    한 사람, 한 개, 소 한 마리, 금 서 돈, 열 살, 집 한 채, 조기 한 손 
- 다만 순서를 나타내는 경우나 숫자와 어울리어 쓰이는 경우에는 붙여 쓸 수 있다.
    두시 삼십분 오초, 삼학년, 육층, 80원, 제1실습실, 7미터, 202동 103호 

4. 수를 적을 때는 만(萬) 단위로 띄어 쓴다.
    십이억 삼천사백오십육만 칠천팔백구십구(12억 3456만 78999)

 

5. 단음절로 된 단어가 연이어 나타날 적에는 붙여 쓸 수 있다.
    그때 그곳, 한잎 두잎, 좀더 큰것, 이말 저말

6. 보조용언은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하되, 경우에 따라 붙여 씀도 허용한다.
    불이 꺼져 간다(꺼져간다) 견디어 내다(견디어내다)
    밝아 오다(밝아오다)

 - 다만, 앞말에 조사가 붙거나 앞말이 합성동사인 경우,

    그리고 중간에 조사가 들어갈 적에는 그 뒤에 오는 보조 용언은 띄어 쓴다.

     잘도 놀아만 나는구나!, 네가 덤벼들어 보아라, 그가 올 듯도 하다

7. 성과 이름, 성과 호 등은 붙여 쓰고, 이에 덧붙는 호칭어, 관직명 등은 띄어 쓴다.
    정종규, 전석원 촌장, 김솔 과장, 정세윤 씨, 유영자 님, 서화담, 이율곡, 상아 반정호

- 다만, 성과 이름, 성과 호를 분명히 구분할 필요가 있을 경우에는 뜨어 쓸 수 있다.

    남궁억/남궁 억, 독고준/독고 준, 황보지붕/황보 지붕

8. 성명 이외의 고유명사는 단어별로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하되, 단위별로 띄어 쓸 수 있다. 
   그향 초등학교 (그향초등학교), 김양 대학교 사범 대학(김양대학교 사범대학)

9. 전문 용어는 단어별로 띄어 쓰되, 붙여 쓸 수 있다. 
    미분출 사리 과적재 증후군(미분출사리과적재증후군)

10. 두 말을 이어주거나 열거할 적에는 띄어 쓴다. 
    청군 대 백군, 대리 겸 과장, 열 내지 스물 
    사과, 배, 귤, 감 등이 있다
    봉선화꽃, 비에, 린, 산너울, 해질녘, 늘빛, 사슴벌레, 그린피스, 지푸라기,

    아지메, 새벽공기, 대자유, 뒤안길, 어찌하오리, emas, 사도요한, 선아,

    나무사람, 화신, 삼룡, 영원한방랑자, 땅끝지기, 게푸레이, 예가람,  배명기,

    whija, 김다니엘, 언덕에서, 자수정처럼, 침묵보다묵상, 대망생이, 가을노래,

    감사와기쁨, 미카엘라, 이피터, 모매뇽이, 아침이슬, monica0817, 에스라,

    한너울가지, 축복이, 예언자, 정은혜, An헤레나, 실상 등등

11. 복합어는 한 덩어리 되게 붙여 쓴다.
     샘솟다, 지난번, 눈웃음, 우리글, 아침때, 큰아버지, 그만두다

12. 파생어는 한 덩어리로 쓴다.
    강추위, 맨발, 웃어른, 새파랗다, 잔소리

13. 접미사는 붙여 쓴다.
    욕심꾸러기, 한국어, 천여 명, 십 원짜리

14. 첩어 또는 준첩어는 한 덩어리로 쓴다. 
    가깝디가깝다, 머나먼, 차례차례, 여기저기, 하루하루 




 노래도들음시롱공부도험시롱...

출처 : 어둠 속에 갇힌 불꽃
글쓴이 : 김양 원글보기
메모 : 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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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에 관한 시 모음> 김시종의 '세월' 외  

+ 세월

세월은 휘발유로도 지워지지 않는,
페인트 얼룩도 지운다.

수석(壽石)에 묻은 페인트 얼룩,
기름걸레로도 안 닦이더니…

마당에서 몇 해 비를 맞게 했더니,
언제 지워진 줄도 모르게
말끔히 지워졌다.

세월이 지우는 게 어이 얼룩뿐이랴?
돌 같이 단단한 마음도
세월 앞엔 모래성이다.
(김시종·시인, 1942-)


+ 세월

마당에 민들레 꽃씨 내려앉는 소리도 들었다
싹을 틔우는 뿌리들이 땅바닥을
갈라뜨리는 소리도 들었다
담벼락에 구름 지나가는 그림자도 보았다
밤새도록 닫힌 문을 흔들다 가는
바람의 얼굴도 보았다
(김석규·시인)
  

+ 세월이 질투하는
  
풀밭에서나
나무 밑에서나
사랑하는 사람들은 손을 잡는다
사랑하는 이가
사랑하는 이의 손을 잡고 있으면
세월은 칼을 들어 끊으려 한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칼 맞지 않으려고 손을 숨긴다
숨긴 손 위에 낙엽이 떨어지고
숨긴 사랑에 흰 눈이 내린다
(이생진·시인, 1929-)


+ 세월이 가면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고 옛날은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
(박인환·시인, 1926-1956)


+ 가는 세월

나를 유혹하는
그대의 빛깔에
깊은 정 젖어 드는데

무정한 세월아
아서라
꽃잎 떨구지 말아라

너는 어이해
내 빈 가슴속에
둥지도 틀지 않고
새처럼 훌쩍 날아가 버리는가

발 동동 구르며
서러운 이별로
가는 세월아

이리와
술 한잔 받고
쉬었다 가거라
(서문인, 시인, 1962-)


+ 세월

잡을 수도
멈출 수도 없는 것이
끊임없이
흐르고
오고 가고
오고 가고...

나는
또, 어쩌다
한 세월
저당 잡혀
흐르게 되었을까

물은 물대로
바람은 바람대로
구름은 구름대로
나는 나대로
흐르니

세월이야
가던 말던

알 바 아니지
암-
내사 모르지
(김점희·시인)


+ 그렇게 세월이 있었네

눈뜨면
그대 없는 빈 방

눈감으면
그대 곁에 있는 나

그대와 나 사이엔
그렇게 세월이 있었다.
(남경식·사진작가 시인, 1958-)


+ 세월

빈 수레 굴러가듯
무심한 세월은 잘도 간다

일상의 부스러기들
온갖 곳에 뿌려두고
그냥 지나쳐 가질 않는다
이것도 참견하고
저것도 간섭한다

세월은
꿰매고 덧 꿰매도
질질 새는 바가지 같은 것
언제 깨질지 모를
오지 그릇 같은 것

세월은 너무나 서둔다
발정 난 수캐처럼
너무나 앞서 간다
(김해룡·시인)


+ 세월
    
집사람은
두 달에 한번 병원엘 간다
일년에 여섯 번
어김없이 병원엘 가야한다

달랑 혼자인
우리 아이도
두 달에 한번 병원엘 간다
일년에 여섯 번
병원에 가지 않으면 큰일이 난다

우리집 세 식구 중
두 사람이 병원에 다닌다
한때는 한 달에 한번씩 다녔으나
이제는 두 달에 한번씩이다
이 얼마나 다행한 일이냐
(윤고영·시인)


+ 세월

뒷산 계곡
작은 연못
잔잔한 물결 위에
낚싯대 드리우고
세월을 낚는다

무심한 세월은
깊은 가을을 지나
득달같이 달려나가고

나는
그 세월에
목이 매여
질질 끌려가고 있다

동행하려면
열심히 열심히
뛰어야 하는데

아둔함에
게으름에
세월은 저만치 앞서서
달려나가고
나는 끌려만 가고 있네.
(이문조·시인)


+ 세월

파뿌리가 일렁인다
바람도 불지 않았는데

잔주름이 이마를 할퀸다
꾸짖지도 않았는데

어깨가 시리고 뻐근하다
심하게 사랑을 하지도 않았는데

눈이 침침하다
황사바람이 불지도 않았는데

마누라가 무섭다
가까이 오라 하지도 않았는데
(반기룡·시인)


+ 세월

흐르는 것이 어디
강물뿐이랴.
잡히지 않는 것은 안개뿐이 아니다

골백번도 더
맹세했던 그 사람도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등을 보인다.

떠나버린 사랑은
핥으면 핥을수록 쓰디쓰고
지나 온 세월은
더듬으면 더듬을수록 어지럽다.

내 마음은 평생을 그 자리인데
네 몸은 한순간에 멀리 가 있다.
(정성수·시인, 1945-)


+ 사랑하는 사람들만 무정한 세월을 이긴다

사랑하는 사람들만
무정한 세월을 이긴다
때로는 나란히 선 키 큰 나무가 되어
때로는 바위 그늘의 들꽃이 되어
또 다시 겨울이 와서
온 산과 들이 비워진다 해도
여윈 얼굴 마주보며
빛나게 웃어라
두 그루 키 큰 나무의
하늘쪽 끝머리마다
벌써 포근한 봄빛은 내려앉고
바위 그늘 속 어깨 기댄 들꽃의
땅 깊은 무릎 아래서
벌써 따뜻한 물은 흘러라
또 다시 겨울이 와서
세월은 무정타고 말하여져도
사랑하는 사람들은
벌써 봄 향기 속에 있으니
여윈 얼굴로도 바라보며
빛나게 웃어라
(나해철·의사 시인, 1956-)


+ 좋은 세월을 기다리며

이 진흙 세월이 가고 나면
언덕너머에서 기다리던 꽃밭 세월이
활짝 꽃 피우고 걸어 와
내게 손 내밀어 주겠지
갈라진 발바닥에 채이던 돌부리도
피 흘리던 이마 닦고 돌아서서
환한 이빨로 붉은 사과를 깨물겠지
따뜻한 온돌에 누워 지지고 싶은 허리가
비행기 날아간 언덕 너머로
자꾸만 쏠리는 저녁
아련한 석양에 취해 술잔을 비운다
궂은 날이면 아려오는 삭신이
마흔 고개 넘기면 씻은 듯이 낫겠지
기다리면 좋은 세상 무동 타고 오겠지
(강영환·시인, 1951-)


+ 세월

한 올 한 올 느는
새치 속에
내 목숨의
끄트머리도 저만치 보이는가

더러 하루는 지루해도
한 달은, 일 년은
눈 깜짝할 새 흘러  

바람같이 멈출 수 없는
세월에게
내 청춘 돌려달라고
애원하지는 않으리

그래도 지나온 생 뒤돌아보면
후회의 그림자는 길어

이제 남은 날들은
알뜰살뜰 보내야 한다고

훌쩍 반 백년 넘어 살고서도
폭 익으려면 아직도 먼
이 얕은 생 깨우칠 수 있도록

세월아,
너의 매서운 채찍으로
섬광처럼 죽비(竹 )처럼
나의 생 내리쳐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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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백두산을 등산하면서 유난히 윤동주의 시가 생각났고

그래 담자리꽃만 보면 별처럼 느껴져 ‘별 헤는 밤’을 외며 다녔다.

문학을 좋아하던 고등학교 시절 문학전집을 빌려 다니며

읽는 한편, 좋은 노트를 하나 마련해 좋아하는 시를 베껴

외우면서 다녔다. 당시는 좋아할 만한 우리나라 시인의 수가

얼마 안 되었던 시기였는데 왠지 윤동주의 시가 정서에 맞았다.


그 인연인지, 고등학교 국어 선생이 되어 35년간 교사 생활을

하면서 문학을 가르칠 때는 윤동주 시인의 시를 즐겨 이야기

했다. 물론 이번에도 들렀지만, 1992년 8월초에 연변으로

백두산에 왔다가 가면서 용정중학교에 들렀는데, 그의 자취를

조금이나마 볼 수 있었고, 그뒤  처음 오사카에 갔을 때 일부러

교토 도시샤대학[同志社大學]에 가 시비를 돌아보기도 했다.  

 

윤동주(1917~1945)는 일제 말기를 대표하는 시인이며, 암울한

민족의 현실을 극복하려는 자아성찰의 시세계를 보여주었다.

1925년 명동소학교에 입학해 1931년 졸업했으며, 중국의 관립

소학교를 거쳐 이듬해 가족이 모두 용정(龍井)으로 이사하자

용정 은진중학교에 입학했는데, 이때 송몽규와 문익환도 있었다.


1935년 평양에 있는 숭실중학교에 편입했다가 이듬해 신사참배

거부로 폐교 당하자 용정으로 돌아가 광명학원 4학년에 편입했으며,

옌지[延吉]에서 발행하던 ‘가톨릭 소년’에 동시를 발표했다.

1941년 연희전문학교를 졸업할 때, 졸업기념으로 19편의 자작시를

모아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출판하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자필시집 3부를 만들어 은사 이양하와 후배 정병욱에게 1부씩 주고

자신이 1부를 가졌다.


1942년 도쿄에 있는 릿쿄대학[立敎大學] 영문과에 입학했다가 1학기를

마치고 교토[京都]에 있는 도시샤대학[同志社大學] 영문과에 편입했다.

그러나 1943년 7월 독립운동 혐의로 일본경찰에 송몽규와 함께 검거되어

각각 2, 3년 형을 선고받고 후쿠오카 형무소에 수감되었다가 윤동주는

1945년 2월 16일, 송몽규는 3월 10일에 29세의 젊은 나이로 옥사했다.

유해는 용정의 동산교회 묘지에 묻혀 있고, 1968년에 모교인 연세대학교

교정에 시비가 세워졌다. 1985년 월간문학사에서 윤동주문학상을 제정해

시상하고 있다.


담자리꽃나무는 장미과의 상록 활엽 소관목으로 고산 식물의 하나이다.

줄기는 길며, 잎은 원형 또는 넓은 타원형이고 뒷면에는 솜털이 많다.

여름에 흰색 또는 노르스름한 꽃이 긴 꽃줄기 끝에 하나씩 핀다.

높은 산에서 자라는데 우리나라, 일본, 북아메리카, 유럽 등지에 분포한다.



 

♧ 서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 별 헤는 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듯 합니다.

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

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란시스 쟘,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세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 참회록 


파아란 녹이 낀 구리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줄에 줄이자

--만 24년 1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 한다.

--그 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러운 고백을 했던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隕石)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온다.



 

♧ 자화상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 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 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사나이가 가엾어 집니다

도로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출처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글쓴이 : 김창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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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둘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네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둘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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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힘’ 때문일까요, 밑동 잘린 꽃에 새잎이…
한겨레

» 도종환의 나의 삶 나의 시
도종환의 나의 삶 나의 시 46

꽃 옆에 나란히 앉아 명상하니
내 몸에도 새잎 돋는 듯했습니다

늘 지치고 목마르고 불안하고…
사막에서 살아왔는지 모릅니다

연극 연출을 하는 친구가 병문안을 오면서 장미 꽃다발을 가지고 온 적이 있었습니다.

꽃병이 없어서 그냥 작은 질항아리에 물을 담아 거기 놓아두었습니다.

한 열흘 지나면 시들겠지 생각하고 그냥 창가에 두었습니다.

그런데 이십 일이 지나도 꽃은 그냥 있었습니다.

한 달이 넘으면서 잎이 시들기 시작하더니 두 달이 넘으면서 새끼손톱만한 새잎이 나는 게 보였습니다.

그리고 조금 더 지나자 꽃봉오리가 맺히기 시작했습니다.

밖에는 눈이 한 자 넘게 쌓이는 한겨울인데 장미는 빨갛게 꽃을 피웠습니다.

이상하다 싶어 바닥에 시들어 떨어진 마른 잎과 새로 잎이 나고 꽃이 핀 모습을 그대로 사진으로 담아 두었습니다.

또다른 꽃병의 국화는 두어 달쯤 지나면서 하얗게 실뿌리가 자라났습니다.

꽃을 살리기 위한 특별한 처방을 할 줄 모르는 저는 무엇이 꽃을 살리고 있는 건지 궁금했습니다.

벽도 바닥도 지붕도 황토로 지어졌으니 황토에서 나온다는 원적외선의 힘일까?

아니면 벽 한쪽이 통유리로 되어 있어 햇볕이 방 안 가득 들어오니 그 햇볕의 힘이 꽃을 살리는 걸까?

숲에서 나오는 바람의 기운이 다른 곳보다 청량하니 바람의 힘일까? 바위틈에서 솟는 석간수의 기운을 받은 것일까?

아니면 그 모든 것이 합쳐서 꽃을 살리고 있는 것일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 ‘숲의 힘’ 때문일까요, 밑동 잘린 꽃에 새잎이…

어떤 힘이 꽃을 살리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밑동을 가위로 뚝 잘라서 신문지에 말아 가지고 온 꽃이 한겨울에도 녹색의 잎을 내밀고 붉게 꽃을 피우는 모습을 여러 달 지켜보며 저는 왠지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 꽃을 살린 흙의 기운, 햇볕의 기운, 바람의 기운, 물의 기운이 방 안 가득 움직이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힘이 났습니다. 그 꽃 옆에 저도 나란히 앉아 있었습니다.

그러니 꽃만 좋은 게 아니라 저도 좋았을 게 아닙니까?

아침에는 한 시간씩 꽃 옆에 앉아 명상을 했고 낮에는 책을 읽었습니다.

그러니 꽃만 새잎이 나는 게 아니라 내 몸 어딘가에도 새잎이 돋고 있을 게 아닙니까?

그렇게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기분이 좋아지니 몸도 좋아지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분명 숲은 치유의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무들이 피톤치드를 뿜어내고 계곡물에서 음이온이 솟아나오고 햇볕이 세로토닌 분비를 원활하게 하는 곳이 숲입니다.

그런 과학적인 설명을 모르고서도 숲에 들면 마음이 청안(淸安)해집니다.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열려 산길에서 만난 사람과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긴장을 풀고 여유를 되찾게 됩니다.

모토야마 히로시 박사는 숲에서 생긴 종교와 사막에서 생긴 종교를 비교하면서 숲에서 생긴 종교는 자연과의 일체감, 동질성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합니다.

“자연과 인간뿐만 아니라 동물이나 벌레, 나무나 풀조차도 그 본질(영혼)은 신과 동일하며,

 따라서 그들은 모두 신에게 돌아갈 수 있거나 혹은 신과의 합일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주의 보편적인 신인 브라흐만과 인간의 개인아(個人我) 아트만이 동질이라고 하는 힌두교의 사상”이나 “일체존재는 그 본질에서 부처와 같은 불성을 지니고 있다고 가르치는 불교”가 모두 풍부한 물과 숲이 있는 자연에서 생긴 종교입니다.

물이 적은 사막지대에서 태어난 종교는 신과 인간, 인간과 동식물, 몸과 마음의 엄격한 구별이 있다고 모토야마 박사는 말합니다.

물이 부족하기 때문에 살기 위해 항상 물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고,

물을 찾아 가기 위해 에이(A)인지 비(B)인지 결정해야 하며, 공동체를 만들어 유지해야 하고,

강력한 리더 밑에서 일사불란하게 행동을 취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따라서 엄격한 구별, 계율, 복종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사막의 자연은 인간에게 시련을 안겨주고 내치는 데 비해, 삼림지대의 자연은 인간뿐만 아니라

동물이나 하찮은 벌레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품에 안고 길러주는 존재입니다.

그동안 우리도 사막에서 살아왔는지 모릅니다.

늘 지치고 목이 마르고 불안하며 길을 잃을까봐 두렵고 힘 있는 이들 밑에서 그와 함께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어야

비로소 안심이 되는 걸 보면 아무래도 사막에서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시련도 많고 위험도 많으며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고,

한 손엔 경전 한 손엔 칼을 들고 있으면서도 아침마다 “오늘도 무사히” 하고 기도하는 걸 보면 아무래도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은 사막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런 곳에서 살기 때문에 몸과 마음이 병들지 않을 수 없는 것이지요.

<나무의 치유력>이란 책을 낸 파트리스 부샤르동은 질병과 고통은 “삶의 여정에 놓인 장애물이 아니라 우리의 위치를 알리는 지표”라고 합니다.

“육체적인 증상은 삶의 과정에서 우리가 처한 단계를 알려준다”는 것입니다.

몸이 아프다는 건 우리가 지금 위험한 곳을 지나가고 있다는 것이지요.

더 이상 이런 길로 계속 가면 정말 돌아올 수 없는 곳에 이르게 될지도 모른다는 경고의 신호라는 거지요.

사막 같은 세상에서 벗어나 숲으로 들어가면 약을 먹지 않아도 저절로 병이 낫는다고 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것을 일컬어 자연치유라고 하는데, 병이 내는 경고의 소리를 알아듣고

삶의 위치를 바꾼 것에 지나지 않지만 그렇게만 해도 병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걸 말해주는 것입니다.

숲에서 참으로 의미 있고 행복한 삶을 살았던 스콧 니어링은 숲에 들어가 사는 삶을 선택했기 때문에 경쟁적이고 공업화한 사회양식에 필연적으로 따라다니던 네 가지 해악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그 네 가지 해악이란 물질에 대한 탐욕에 물든 인간들을 괴롭히는 권력, 다른 사람보다 출세하고 싶은 충동과 관련된 조급함과 시끄러움,

부와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투쟁에 반드시 수반되는 근심과 두려움, 많은 사람이 좁은 지역으로 몰려드는 데서 생기는 복잡함과 혼란”을 말합니다.

말년에 그가 수많은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은 것은 젊은 시절의 화려한 활동 때문이 아니라

아내 헬렌 니어링과 숲에서 살아가는 독특하고 절제된 생활방식 때문이었습니다.

저도 숲에 들어가 지내다 그의 이름을 알게 되어 좋았습니다.

그의 좌우명도 참 좋아합니다. “…간소하고 질서 있는 생활을 할 것. 미리 계획을 세울 것. 일관성을 유지할 것.

꼭 필요하지 않은 일은 멀리할 것. 되도록 마음 흐트러지지 않도록 할 것.

그날그날 자연과 사람 사이의 가치 있는 만남을 이루어가고, 노동으로 생계를 삼을 것.

원초적이고 우주적인 힘에 대한 이해를 넓힐 것. 계속해서 배우고 익혀 점차 통일되고 원만하며 균형 잡힌 인격체를 완성할 것…”

 

 

<저녁숲>이란 시는 그런 스콧 니어링을 생각하며 쓴 시입니다.

모란꽃도 천천히 몸을 닫는 저녁입니다

같은 소리로 우는 새들이 서로 부르며

나뭇가지에 깃드는 걸 보며 도끼질을 멈춥니다

숲도 오늘은 여기쯤에서

마지막 향기를 거두어들이는 시간엔

나무 쪼개지는 소리가 어제 심은 강낭콩과 감자에게도

다람쥐와 고라니에게도 편하지 않을 듯싶습니다

(…)

흐르는 물에 이마를 씻고

바위 위에 앉아 생각해 보니

당신처럼 오늘 하루 노동하고 읽고 쓰고

자연과 사람의 좋은 만남을 가지진 못했습니다

그러나 흩어진 나무토막과 잔가지들을

차곡차곡 쌓듯 내 삶도 이제는

흐트러지지 않고 질서가 잡힐 것이며

옷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며

천천히 그리고 간소하게 저녁을 맞이할 것입니다

어둠이 숲과 계곡을 덮어오자

땅 위에 있는 풀과 나무들이 일제히 별을 향해

손을 모읍니다

(…)

오늘밤은 아직 구름에 가린 별들이 많고

내 마음에도 밤안개 다 걷히지 않았지만

점차 간결한 삶의 단순성에 익숙해지고

일관성을 잃지 않으며

내 눈동자가 우주의 빛을 되찾으면

별들이 이 골짜기에 가득가득 몰려올 것임을 믿습니다

내 안에 가득 차 있던 것들 중에

빠져나갈 것은 빠져나가고

제 자리로 돌아올 것은 돌아와

자리를 잡아가는 동안

얼굴도 웃음도 제 본래 모습을 되찾고

의로움도 선함도 몸속에서 원융하여

당신처럼 균형 잡힌 인격이 되어 간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면

여름 산도 가을 숲도 다 기뻐할 것입니다

생의 후반에 당신을 알게 되어서 기쁩니다

생사의 바다를 건넌 곳에서도 편안하시길 빕니다

숲 속에서도 별 밭에서도 늘

완성을 향해 가고 있을 당신을 그리며

-졸시 <저녁숲 -스콧 니어링을 그리며> 중에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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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자녀가 꼭 함께 읽어야 할 시 / 도종환 엮음

아버지의 그늘 / 신경림


      툭하면 아버지는 오밤중에 취해서 널브러진 색시를 업고 들어왔다 어머니는 입을 꾹 다문 채 술국을 끓이고 핢너니는 집안이 망했다고 종주먹질을 해댔지만, 며칠이고 집에서 빠져나가지 않는 값싼 향수내가 나는 싫었다 아버지는 종종 장바닥에서 품삯을 못 받은 광부들한테 멱살을 잡히기도 하고, 그들과 어울려 핫바지춤을 추기도 했다 빚 받으러 와 사랑방에 죽치고 앉아 내게 술과 담배 심부름을 시키는 화약장수도 있었다 아버지를 증오하면서 나는 자랐다 아버지가 하는 일은 결코 하지 않겠노라고, 이것이 내 평생의 좌우명이 되었다 나는 빚을 질 일을 하지 않았다, 취한 색시를 업고 다니지 않았고, 노름으로 밤을 지새지 않았다 아버지는 이런 아들이 오히려 장하다 했고 나는 기고만장했다, 그리고 이제 나도 아버지가 중풍으로 쓰러진 나이를 넘었지만 나는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한 일이 없다, 일생을 아들의 반면교사로 산 아버지를 가엾다고 생각한 일도 없다, 그래서 나는 늘 당당하고 떳떳했는데 문득 거울을 보다가 놀란다, 나는 간 곳이 없고 나약하고 소심해진 아버지만이 있어서 취한 색시를 안고 대낮에 거리를 활보하고, 호기 있게 광산에서 돈을 뿌리던 아버지 대신, 그 거울 속에는 인사동에서도 종로에서도 제대로 기 한번 못 펴고 큰소리 한번 못 치는 늙고 초라한 아버지만이 있다
      자라면서 아버지를 미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버지처럼 살지 말아야지 하고 맹세를 하기도 한다. 아버지의 버릇, 아버지의 말, 아버지의 허세, 아 버지의 삶이 미워 반면교사의 삶을 사는 사람도 많다. 그래서 아버지처럼 살지 않으면 사람답게 사는 거라고 믿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거울을 보다가 내 얼굴에서 어버지를 발견하고는 놀란다. 당당하고 호기 있던 아버지가 아니라 나약하고 소심하던 아버지가 거기 있는 것이다. 아버지를 닮지 않으려고 했지만 아버지의 나이가 되어 가면서 이미 내 안에 아버지가 들어와 있었던 것이다. 주님의 평화가 항시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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