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날
박희진(朴喜璡)
눈이 소리 없이 내리는 날엔
모든 사람들이 제각기 한동안 넋을 잃는다
까마득하게 잊었던 본향에의 향수에 젖는다
눈이 소리 없이 쌓이는 날엔
큰 눈을 뜨고 눈을 바라본다
본래 인간은 청정한 존재임을
깨닫고 새삼 마음 훈훈해지기도 한다
그렇다 좀더 느긋하게 살아가자
성급하게 치닫지 아니하면
나태의 늪 숲에서 허우적대기 일쑤인 우리
눈이 소리 없이 내리는 속도에서
다시 마음의 가락을 찾아 익혀야 하리
꿈꾼다는 것 사랑한다는 것은 그처럼 조용히
끊일 듯 이어지는 순수지속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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