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어로 쓰는 글 원고를 마치고 나서, 자료 사진을 찍으러 동문
시장으로 가 보았다. 내가 안 보던 사이에도 동문시장은 그대로
열려 온갖 상품이 진열되어 있다. 그리고 바람 불어 혹 내가 찍으
려는 자리돔과 갈치가 없으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웬걸 여기저기
많이 놓여있다. 아는 집에 가서 오랜만에 인사를 나누고 자리돔을
찍은 다음 미안해서 5천원어치 사고, 다시 할머니에게 가서 갈치를
잘라 쟁반에 맵시 있게 놓아둔 것을 찍고 1만원이라기에 소금쳐
달래서 샀다. 핑계김에 반찬거리가 늘었다.
범부채는 붓꽃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높이는 50~100cm이며, 잎은
좌우로 편평하다. 7~8월에 누런 붉은색에 짙은 반점이 있는 꽃이
산상(傘狀) 꽃차례로 피고 열매는 삭과로 타원형이다. 뿌리줄기는
‘사간’이라고 하여 약재로 쓴다. 관상용이고 산지나 바닷가에
저절로 나는데 우리나라, 일본 등지에 분포한다.
♧ 마음속의 부채 하나 - 권태원
차디찬 샘물을 길어 오고
청솔 솔가지들을 주워다가
아무도 없는 심산유곡의 선방에서
차 한 잔을 달여 마신다
솔바람 차 향기
문지방 대발에 잠시 걸어 두고
스님들의 휴식처인 지대방에서
금강경 화엄경도 잠시 벗어 던지고
파란 하늘 호수 아래에서 낮잠에 빠진다
해는 서산 너머 이미 다 져 버렸는데
바람 소리 계곡 물소리만
이따금 소쩍새 울음처럼 들려오네
오랫동안 가슴 속에 품어 온
마음속의 부채 하나
♧ 범부채 - 김승기
겨우 이슬로 꽃을 피우는
그 얇고 가는 부챗살로
어찌 시원하게 바람을 일으킬 수 있겠느냐
혼자서만 아프게 아프게 팔 휘저으면
세상이 너무 달아올라
한여름 뙤약볕
뜨거워진 지구를
식힐 수 있는 바람 부를 수 있겠느냐
개발과 오염으로 파헤쳐지고 죽어 가는
모든 곳이 쓰레기장
부패와 비리와 폭력과 무질서
마약과 범죄와 도박과 음란으로 얼룩진
열기 가득한 도가니 속
썩어나는 것뿐인 세상을
한 번에 날릴 수 있는 바람
보고 싶구나
더는 앉아서 못 보겠구나
네게로 가서
부채질에 힘을 더하면
선풍기로도 에어컨으로도 안 되는
달구어진 땅 식혀 줄
한 점 자연의 바람 일지 않겠느냐
범부채로 일으키는 작은 몸짓이어도
북극의 바람 불러올 수 있지 않겠느냐
♧ 너의 자유는 부채처럼 내 옆구리에서 - 허순위
그것은 집, 밥, 옷처럼
눈물과 sex처럼
네가 내 가슴에 넣어준 큰
나뭇잎사귀처럼
절대희망처럼
꽃처럼
내
한숨처럼
불타는 나의 옆구리에서
활짝 펼쳐진
성 금요일 저녁으로부터
멀리멀리 달아나는 망명길처럼
♧ 부채살을 펴는 바다 - 김여정
팔월엔 바다가 부채살을 편다.
팔월엔 바다의 부채살 사이에서
태양꽃이 피어나 불타고
산호꽃이 피어나 불타고
푸른 파도에 아이들이 태어나 춤추는
팔월엔 바다의 부채살 사이에서
죽었던 사랑이 아네모네 꽃으로 피어나고
죽었던 언어가 계수나무잎으로 피어나고
죽었던 추억이 물망초꽃으로 피어나는
팔월엔 바다의 부채살 사이에서
잊었던 분노가 살찐 고래로 살아서 돌아오고
잊었던 절망이 살찐 상어로 살아서 돌아오고
잊었던 권태가 살찐 물개로 살아서 돌아오는
팔월엔 바다가
하늘의 부채살을 펴서
태극의 바람을 휘몰아 온다.
♧ 부채 - 공석진
눈이 부셔
숨 막히게 그리운 날
내게 바람을 피워다오
앞가슴 발그레 열어헤쳐
엉덩춤 살랑살랑 흔들어
남정네를 유혹해 보렴
몸 뜨거운 열정은
네게 주는 무한애정이다
흐린 날
가을바람 불어오는 길목에
냉정한 비가 쏟아져
아쉬움이 사라진대도
변함없이 사랑하리니
여인이여
내게 애향 간절한
정욕 바람을 피워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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