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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오는 저녁 / 김소월

 

 

바람 자는 이 저녁

흰 눈은 퍼붓는데

무엇 하고 계시노

같은 저녁 今年은..

 

꿈이라도 꾸면은

잠들면 만날런가

잊었던 그 사람은

흰 눈 타고 오시네

 

저녁 때, 흰 눈은 퍼부어라

 

 

 

 

눈 내리는 벌판에서 / 도종환

 

 

발이 푹푹 빠지는 눈 길을 걸어

그리운 사람을 만나러 가고 싶다.

발자국 소리만이 외로운 길을 걸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가고 싶다

몸보다 더 지치는 마음을 누이고

늦도록 이야기를 나누며 깊어지고 싶다

둘어보아도 오직 벌판

등을 기대어 더욱 등이 시린 나무 몇 그루 뿐

이 벌판같은 도시의 한복판을 지나

창 밖으로 따스한 불빛 새어 가슴에 묻어나는

먼 곳의 그리운 사람 향해 가고 싶다

마음보다 몸이 더 외로운 이런 날

참을 수 없는 기침처럼 터져오르는 이름 부르며

사랑하는 사람 있어 달려가고 싶다.

 

 

 

 

저녁 눈 / 박용래

 

 

늦은 저녁 때 오는 눈발은

말집 호롱불 밑에 붐비다

늦은 저녁 때 오는 눈발은

조랑말 발굽 밑에 붐비다

늦은 저녁 때 오는 눈발은

여물 써는 소리에 붐비다

늦은 저녁 때 오는 눈발은

변두리 빈 터만 다니며 붐비다.




설야 / 김광균

 

 

어느 머언 곳의 그리운 소식이기에

이 한밤 소리없이 흩날리느뇨.

 

처마 끝에 호롱불 여위어가며

서글픈 옛 자취인 양 흰눈이 내려

하이얀 입김 절로 가슴이 메어

마음 허공에 등불을 켜고

내 홀로 밤 깊어 뜰에 내리면

머언 곳에 여인의 옷 벗는 소리

 

희미한 눈발

이는 어느 잃어진 추억의 조각이기에

싸늘한 추회(追悔) 이리 가쁘게 설레이느뇨.

 

한 줄기 빛도 향기도 없이

호올로 차단한 의상을 하고

흰눈은 내려 내려서 쌓여

내 슬픔 그 위에 고이 서리다.

 

 

 


출처 : 하늘은 바다
글쓴이 : 꿈을 낚는 어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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