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운영 (紫雲英)

 

나 자신보다 그대를 더 사랑하기에 홍역을 앓고 있는 중입니다 온몸이 펄펄 끓어 넘치고 있습니다. 이마를 한 번 짚어 보세요 활활 타오르는 벌건 장작불 같습니다.(중략) 이미 고인이 되신 한 지인께서 자운영을 각별히 좋아한다며, 필자의 사진에 댓글로 써주신 김순남님의 “자운영꽃”이라는 시의 한 구절이다. 자운영을 처음 만났을 때 하늘에서 막 내려온 듯한 붉은 옷 입은 천사 모습을 연상한 적이 있다. 자운영이 무리지어 핀 밭은 흡사 보라색 구름 같아 보인다. 그래서 이름이 자운영이다. 예쁜 이름만큼이나 인간에게 모든 것을 주는 고마운 꽃이다. 질소비료가 없던 시절 농부들은 자운영을 일부러 길렀고, 꽃이 필 즈음 쟁기로 엎어 풋거름으로 이용했다. 공기하면 보통 사람들은 산소만을 생각하지만, 공기 중의 산소는 20%에 불과하며 80%가 질소기체이다. 산소 없이는 살 수 없지만 질소는 어떨까? 질소 또한 단백질의 구성원소로 역시 생명체에 꼭 필요한 원소이다. 그러나 질소를 직접 흡수할 수가 없어 뿌리혹박테리아가 있는 콩과식물의 도움으로 공기 중의 질소를 고정시켜 간접적으로 흡수하는 것이다. 4-5월, 자주색 구름 같은 한 폭의 그림을 보여주었던 자운영은 꿀벌들에게 밀원을 제공하고도 모자라 제 몸마저 풋거름이 되고자 땅에 맡기니 그야말로 아낌없이 주는 풀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학명은 Astragalus sinicus L.이며, 장미목 콩과식물에 속하는 두해살이 풀이다. 키는 10-20cm 정도로 흰털이 덮인 줄기는 비스듬히 서고 아래쪽에서 많이 갈라진다. 어긋나게 달리는 잎은 거꾸로 뒤집힌 계란형으로 토끼풀 잎을 닮았다. 4-5월경에 잎겨드랑이에서 나온 꽃대에 7-10개의 나비모양의 자주색 꽃이 우산 모양으로 피는데, 위에서 내려다 보면 마치 스카이다이버들이 손을 잡고 낙하하는 모습을 닮았다. 꽃말은 “그대의 관대한 사랑”이다. 비타민이 풍부한 어린 순은 나물로 먹을 수 있으며, 풀 전체를 해열, 해독, 종기, 이뇨작용에 약용한다. 연화초(蓮花草), 홍화채(紅花菜)라고도 부른다.

 

 

 

 

 

 자운영 (紫雲英)

 

자운영 (紫雲英)의 꽃말은 "관대한 사랑"이다.

'자색의 구름을 이룬듯이 피어있는 꽃'

이라는 말 그대로 자색을 띤 꽃분홍에 하얀빛이 어우러져

사랑스런 느낌을 주는 토끼풀과 비슷하게 생긴 꽃이다.

꽃말처럼 살아서도 죽어서도 인간과 땅을 유익하게 한다.

어린 순은 나물이 되고 풀 전체는 해독,해열,종기,이뇨등의 약재로 쓰이며

썩어서는 무공해의 천연 비료가 되어준다.

논이나 논둑에 가득 핀 그 화려하고도 사랑스런 꽃들이 이루어 낸 풍경을 보노라면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된다.

 

 

 옛날 한 산골 마을에 마음씨가 무지하게 착한 부부가 살고 있었는데 결혼 한지가 

오래 되어도 자식이 없어 늘 걱정이 되었고 자식을 갖는게 소원이었다.

 

어느날 밭에서 일을하고 있는데 한 나그네가 그들의 어려움을 알고는

산을 두개 넘어가면 폭포가 있는데 거기서 천일동안 기도를 하면 아기가

생길거라고 하여 당장 그곳으로 달려갔다.

그들이 폭포에 당도했을때 폭포가 만들어낸 물보라는 주변의 붉은 꽃과 어우러져

마치 붉은 구름이 깔려 있는 것처럼 신비로와 보였다.

목욕재계하고 천일동안 기도를 하여 아기를 얻게 되었으며 폭포에서의 아름다운

붉은 구름을 연상하며 아기의 이름을 자운영이라 하였고 날이 가면서 어여쁜 아가씨로

성장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왕이 사냥을 나왔다가 길을 잃고 헤매다가 이 마을에 오게 되었고

자운영의 아름다움에 반해 사랑하게 되었고 자운영 역시 깊은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자운영을 왕비로 맞이하겠다며 임금은 떠나고 궁에 돌아와 자운영을 데리러

가기엔 부모들이나 신하들의 반대가 너무 심하였다.

 

한편 자운영은 임금님이 오기만을 기다리다 지쳐 그만 사랑병을 앓다 죽고 말았다.

많은 시간이 흐른 뒤 임금은 자운영을 왕비로 맞이하기 위해 꽃마차를 타고 달려왔고

자운영의 부모는 한번도 소식을 전하지 않은 젊은 임금이 야속했지만 늦게라도

잊지않고 약속을 지키기 위해 찾아온 임금에게 자운영의 죽음을 알린다.

자신의 사랑이 죽었다는것에 망연자실하였고  자운영의 부모와 함께 자운영의

무덤을 찾은 임금은 무덤앞에 주저 앉아 무덤을 쓰다듬으며 가슴아픈 눈물을

흘렸다. 그러자 눈물이 떨어진 곳에서 진꽃분홍색과 하얀색이 어우러진 예쁜

꽃이 피어났다. 그리고는 임금님의 모든 것을 용서하여 준다는 듯이 임금의

얼굴을 어루 만져 주었다고 한다.

 

 

자운영의 고향은 중국 이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이 땅에 들어와 심정적으로 우리 꽃이 되어버린 콩과 식물입니다.

예전에는 벼농사가 끝나고 나면 녹비 작물로 자운영을 심었습니다.

그리 되면 땅이 비옥하게 변해 이듬해 농사를 잘 지을수가 있습니다.

요즘, 그 아름다운 빛깔의 꽃무리를 볼수없는 것은,

우리의 논과 밭이 금비(화학비료)로 덮여 버렸기때문입니다.

자운영은, 특히 남부지방에서 많이 심었습니다.

자운영을 비롯 콩과 식물의 뿌리에 붙어 사는 뿌리혹박테리아가

공기 중의 질소를 고정시키는 작용을합니다.

이러한 자운영과 뿌리혹박테리아는 서로 공생합니다.

이 질소가 비료 역할을 하므로 농사를 짓고 나서 가을이면 자운영씨앗을 뿌립니다.

싹이나서 겨울을 난  자운영이 이듬해 봄에 잘 자라면 갈아 엎고 모를 심게 됩니다.

 

 

 

출처 : 풀잎속의초애
글쓴이 : 풀잎속의초애 원글보기
메모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맨발  (0) 2015.07.24
[스크랩] 인디언들의 결혼 축시  (0) 2015.06.09
기쁨 꽃  (0) 2015.05.17
[스크랩] 함부로 인연을 맺지마라-법정스님 (브금)  (0) 2015.05.06
[스크랩] 법정 스님의 ‘무소유’  (0) 2015.05.04

기쁨 꽃/이해인

 

한번씩

욕심을 버리고

미움을 버리고

노여움을 버릴 때마다

그래 그래 그래 끄떡이며

순한 눈길로 내 마음에 피어나는

기쁨 꽃, 맑은 꽃

 

한번씩

좋은 생각하고

좋은 말하고

좋은 일할 때마다

그래 그래 환히 웃으며

고마움의 꽃술 달고

내 마음 안에 피어나는

기쁨 꽃, 밝은 꽃

 

한결같은 정성으로

기쁨 꽃 피워내며

기쁘게 살아야지

사랑으로 가꾸어

이웃에도 나누어 줄

열매도 맺어야지

 

 

 

 

 

 

 

 

 

 

 

 

 

함부로 인연을 맺지마라


법정스님



진정한 인연과 스쳐가는 인연은

구분해서 맺어야 한다


진정한 인연이라면 최선을 다 해서

좋은 인연을 맺도록 노력하고


스쳐가는 인연이라면

무심코 지나쳐 버려야 한다


그것을 구분하지 못하고

만나는 모든 사람들과

헤프게 인연을 맺어 놓으면


쓸만한 인연을 만나지 못하는 대신에

어설픈 인연만 만나게 되어

그들에 의해 삶이 침해되고

고통 받아야 한다


옷깃을 한번 스치는 사람들까지

인연을 맺으려고 하는 것은 소모적인 일이다


인간적인 필요에서 접촉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주위의 몇몇 사람들에 불과하고


그들만이라도 진실한 이연을 맺어놓으면

좋은 삶을 마련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진실은 진실한 사람에게만 투자해야한다

그래야 그것이 좋은 일로 결실을 맺는다


우리는 인연을 맺음으로써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피해도 당하는데


대부분의 피해는 진실없는 사람에게

진실을 쏟아 부은 댓가로 받는 벌이다


                                                                               

 

 

출처 : 휴식같은 하루~
글쓴이 : 반딧불이 원글보기
메모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자운영 꽃이 필 때면  (0) 2015.06.06
기쁨 꽃  (0) 2015.05.17
[스크랩] 법정 스님의 ‘무소유’  (0) 2015.05.04
[스크랩] * 공광규 시인 ( 시모음 )  (0) 2015.04.19
[스크랩] 공광규 시모음  (0) 2015.04.19

                                                                                                                                     * 멀구슬나무 꽃

 

 ♧ 무소유(無所有) - 법정(法頂)


  "나는 가난한 탁발승(托鉢僧)이오. 내가 가진 거라고는 물레와 교도소에서 쓰던 밥그릇과 염소젖 한 깡통, 허름한 요포(腰布) 여섯 장, 수건, 그리고 대단치도 않은 평판(評判) 이것뿐이오."


 마하트마 간디가 1931년 9월 런던에서 열린 제2차 원탁회의(圓卓會議)에 참석하기 위해 가던 도중 마르세유 세관원에게 소지품을 펼쳐 보이면서 한 말이다. K.크리팔라니가 엮은 ‘간디 어록(語錄)’을 읽다가 이 구절을 보고 나는 몹시 부끄러웠다. 내가 가진 것이 너무나 많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지금의 내 분수로는.

 


 

 사실, 이 세상에 처음 태어날 때 나는 아무것도 갖고 오지 않았었다. 살 만큼 살다가 이 지상(地上)의 적(籍)에서 사라져 갈 때에도 빈손으로 갈 것이다. 그런데 살다보니 이것저것 내 몫이 생기게 된 것이다. 물론 일상에 소요되는 물건들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없어서는 안 될 정도로 꼭 요긴한 것들만일까? 살펴볼수록 없어도 좋을 만한 것들이 적지 않다.


 우리들이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갖게 되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적잖이 마음이 쓰이게 된다. 그러니까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인다는 뜻이다. 필요에 따라 가졌던 것이 도리어 우리를 부자유하게 얽어맨다고 할 때 주객(主客)이 전도되어 우리는 가짐을 당하게 된다. 그러므로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흔히 자랑거리로 되어 있지만, 그만큼 많이 얽히어 있다는 측면도 동시에 지니고 있다.


 

 나는 지난해 여름까지 이름 있는 난초(蘭草) 두 분(盆)을 정성스레, 정말 정성을 다해 길렀었다. 3년 전 거처를 지금의 다래헌(茶來軒)으로 옮겨 왔을 때 아는 스님이 우리 방으로 보내준 것이다. 혼자 사는 거처라 살아 있는 생물이라고는 나하고 그 애들 뿐이었다. 그 애들을 위해 관계 서적을 구해다 읽었고, 그 애들의 건강을 위해 하이포넥이라는 비료를 바다 건너 가는 친지들에게 부탁하여 구해 오기도 했었다. 여름철이면 서늘한 그늘을 찾아 자리를 옮겨주어야 했고, 겨울에는 나는 떨면서도 실내 온도를 높이지 않았다.


 이런 정성을 일찍이 부모에게 바쳤더라면 아마 효자 소리를 듣고도 남았을 것이다. 이렇듯 애지중지 가꾼 보람으로 이른 봄이면 은은한 향기와 함께 연둣빛 꽃을 피워 나를 설레게 했고, 잎은 초승달처럼 항시 청청했었다. 우리 다래헌을 찾아온 사람마다 싱싱한 난을 보고 한결같이 좋아라 했다.


 지난해 여름 장마가 개인 어느 날 봉선사로 운허 노사(耘虛老師)를 뵈러 간 일이 있었다. 한낮이 되자 장마에 갇혔던 햇볕이 눈부시게 쏟아져 내리고 앞 개울물 소리에 어울려 숲 속에서는 매미들이 있는 대로 목청을 돋구었다.


 

 아차! 이때에야 문득 생각이 난 것이다. 난초를 뜰에 내놓은 채 온 것이다. 모처럼 보인 찬란한 햇볕이 돌연 원망스러워졌다. 뜨거운 햇볕에 늘어져 있을 난초잎이 눈에 아른거려 더 지체할 수가 없었다. 허둥지둥 그 길로 돌아왔다. 아니나 다를까, 잎은 축 늘어져 있었다. 안타까워 안타까워하며 샘물을 길어다 축여주고 했더니 겨우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어딘지 생생한 기운이 빠져버린 것 같았다.


 나는 이 때 온몸으로, 그리고 마음속으로 절절히 느끼게 되었다. 집착(執着)이 괴로움인 것을. 그렇다, 나는 난초에게 너무 집착해버린 것이다. 이 집착에서 벗어나야겠다고 결심했다. 난을 가꾸면서는 산철[僧家의 遊行期]에도 나그네길을 떠나지 못한 채 꼼짝 못 하고 말았다. 밖에 볼일이 있어 잠시 방을 비울 때면 환기가 되도록 들창문을 조금 열어놓아야 했고, 분을 내놓은 채 나가다가 뒤미처 생각하고는 되돌아와 들여놓고 나간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것은 정말 지독한 집착이었다.


 

 며칠 후, 난초처럼 말이 없는 친구가 놀러왔기에 선뜻 그의 품에 분을 안겨주었다. 비로소 나는 얽매임에서 벗어난 것이다. 날을 듯 홀가분한 해방감. 3년 가까이 함께 지낸 유정(有情)을 떠나 보냈는데도 서운하고 허전함보다 홀가분한 마음이 앞섰다. 이때부터 나는 하루 한 가지씩 버려야겠다고 스스로 다짐을 했다. 난초를 통해 무소유(無所有)의 의미 같은 걸 터득하게 됐다고나 할까.


 인간의 역사는 어떻게 보면 소유사(所有史)처럼 느껴진다. 보다 많은 자기네 몫을 위해 끊임없이 싸우고 있는 것 같다. 소유욕(所有慾)에는 한정도 없고 휴일도 없다. 그저 하나라도 더 많이 갖고자 하는 일념으로 출렁거리고 있을 뿐이다. 물건만으로는 성에 차질 않아 사람까지 소유하려고 든다. 그 사람이 제 뜻대로 되지 않을 경우는 끔찍한 비극도 불사(不辭)하면서. 제 정신도 갖지 못한 처지에 남을 가지려 하는 것이다.


 

 소유욕은 이해(利害)와 정비례한다. 그것은 개인뿐 아니라 국가간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어제의 맹방(盟邦)들이 오늘에는 맞서게 되는가 하면, 서로 으르렁대던 나라끼리 친선사절을 교환하는 사례(事例)를 우리는 얼마든지 보고 있다. 그것은 오로지 소유에 바탕을 둔 이해 관계 때문이다. 만약 인간의 역사가 소유사에서 무소유사(無所有史)로 그 틀을 바꾼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싸우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주지 못해 싸운다는 말은 듣지 못했으니까.


 간디는 또 이런 말도 하고 있다.


  "내게는 소유가 범죄처럼 생각된다……."


 

 그가 무엇인가를 갖는다면 같은 물건을 갖고자 하는 사람들이 똑같이 가질 수 있을 때 한한다는 것. 그러나 그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므로 자기 소유에 대해서 범죄처럼 자책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들의 소유 관념이 때로는 우리들의 눈을 멀게 한다. 그래서 자기의 분수까지도 돌볼 새 없이 들뜨게 된다. 그러나 우리는 언젠가 한 번은 빈손으로 돌아갈 것이다. 내 이 육신마저 버리고 홀홀히 떠나갈 것이다. 하고많은 물량(物量)일지라도 우리를 어떻게 하지 못할 것이다.


 크게 버리는 사람만이 크게 얻을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물건으로 인해 마음을 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한 번쯤 생각해 볼 교훈이다. 아무것도 갖지 않을 때 비로소 온 세상을 차지하게 된다는 것은 무소유의 역리(逆理)이니까.

 

 

 

출처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글쓴이 : 김창집 원글보기
메모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쁨 꽃  (0) 2015.05.17
[스크랩] 함부로 인연을 맺지마라-법정스님 (브금)  (0) 2015.05.06
[스크랩] * 공광규 시인 ( 시모음 )  (0) 2015.04.19
[스크랩] 공광규 시모음  (0) 2015.04.19
어머니 시모음  (0) 2015.04.19

 공광규 시인

 

1960 서울 돈암동 출생, 충남 청양 성장 
1986 『동서문학』신인상 등단 

 시집 『대학일기』(실천문학, 1987년), 『마른잎 다시 살아나』(한겨레, 1989년),
       『지독한 불륜』(실천문학, 1996년), 『소주병』(실천문학, 2004년)
          아동전기 『성철스님은 내 친구』(재능출판, 1993),
       『천진한 부처 성철스님』(북앤피플, 2003년), 『마음동자』(화남, 2004년) 
논문  [신경림 시의 창작방법 연구] 등

공광규시인 ( 시모음 )

 

 

 아름다운 오드리 햅번    



우리가 정말 아름다운 오드리 햅번을 만난 것은
<로마의 휴일>에서가 아니라 아프리카에서였다고
문화일보 1996년 10월 21일자 32면에
‘고객과 함께 하는 세계로 미래로-삼성’이
전면 이미지 광고를 냈다

흰머리 쭈그렁탱이 할머니가
아프리카나 어느 나라에서
기아에 허덕이는 인간 막대기를 안고
세상을 슬프게 응시하고 있다.

영풍문고판 48쪽에 실린
믿어지지 않을 만큼 탱탱한 몸매로 번 재산을
기아의 아가리에 털어 놓고서야 천사가 되다니
피부가 헌 가죽부대처럼 쭈글쭈글 해져서야

아름다워지다니

평생을 거쳐 아무도 아무것도
제대로 사랑해보지 않은 나는
언제 나에게서 해탈하여
이 할머니처럼 세상을 바라볼 것인가


 

 

 그 사람


흰 그릇에 담아도
검은 그릇에 담아도 그대로인
바가지로 뜨면 바가지 가득
항아리로 뜨면 항아리에 가득한
작은 도랑에서도 좁음을 탓하지 않고
맑은 노래를 부르는
탁한 강물로 흘러들어도
불평 없이 세상의 복판을 뚫고 가는
그러다 세상이 마음에 안 들거나 화가 나면
온 들판을 엎어버리고 새로운 길을 내는
어떨 땐 내 마음의 물길로 흘러와
찰랑찰랑 나와 한 몸이 되는
마음처럼 고여 있고 감정처럼 움직이는
그러다 흘러넘쳐 너를 적시고
마침내 세상을 적시는
가끔 강하고 딱딱한 것들과 만나면
부딪치고 다투어 허물어버리지만
마음이 허공 같아
달도 산도 꽃도 마침내 하늘도 담는
그러다 햇빛을 담을 때
내 마음 가득 눈부신.


 

소주병

        


술병은 잔에다
자기를 계속 따라주면서
속을 비워간다.

 

빈 병은 아무렇게나 버려져
길거리나
쓰레기장에서 굴러다닌다

 

바람이 세게 불던 밤 나는
문 밖에서
아버지가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

 

나가보니
마루 끝에 쪼그려 앉은
빈 소주병이었다.

 

 

 아름다운 사이

 

 

이쪽 나무와 저쪽 나무가
가지를 뻗어 손을 잡았어요
서로 그늘이 되지 않는 거리에서
잎과 꽃과 열매를 맺는 사이군요


서로 아름다운 거리여서
손톱 세워 할퀼 일도 없겠어요
손목 비틀어 가지를 부러뜨리거나
서로 가두는 감옥이나 무덤이 되는 일도


이쪽에서 바람 불면
저쪽 나무가 버텨주는 거리
저쪽 나무가 쓰러질 때
이쪽 나무가 받쳐주는 사이 말이어요

 

 

사랑

 

 

기운 나무 두 그루가

서로 몸을 맞대고 있다

맞댄 자리에 상처가 깊다

 

바람이 불 때마다

뼈와 뼈가 부딪히는지

삐악 삐악 소리를 낸다

 

얼마나 아프겠는가

서로 살갗을 벗겨

뼈와 뼈를 맞댄다는 운명이.

 

 

 

 아내

 

 

아내를 들어 올리는데
마른 풀단처럼 가볍다

수컷인 내가
여기저기 사냥터로 끌고 다녔고
새끼 두 마리가 몸을 찢고 나와
꿰맨 적이 있다

먹이를 구하다가 지치고 병든
컹컹 우는 암사자를 업고
병원으로 뛰는데

누가 속을 파먹었는지
헌 가죽부대처럼 가볍다.


 

 

썩은 말뚝 

     

     

큰비에 무너진 논둑을

삽으로 퍼올리는데

흙 속에서 누군가

삽날을 자꾸 붙든다

 

가만히 살펴보니 오랜 세월

논둑을 지탱해오던

아버지가 박아놓은

썩은 말뚝이다

 

썩은 말뚝 위로

흙을 부지런히 퍼올려도

자꾸자꾸 빗물에

흘러내리는 흙

 

무너진 논둑을 다시 쌓기가

세상일처럼 쉽지 않아

아픈 허리를 펴고

내 나이를 바라본다

 

살아 생전 무엇인가 쌓아보려다

끝내 실패한 채 흙 속에

묻힌 아버지를 생각하다

흑, 하고 운다.

 

 

 느티나무 아래로 가서

 


이렇게 희망 없는 중년을
더럽게 버텨가다가
다행히 도심이나 여행길에서
늙은 개처럼 버려지거나 비명횡사하지 않는다면
다행이리라
기력이 다한 어느 날 나는
도시의 흙탕물에 젖은 털과
너덜너덜한 상처를 끌고
백 년도 넘게 천천히 살아온
우리 동네 느티나무 아래로 갈 것이다
월산 쪽으로 지는 해를 바라볼 때
누가 회환으로 가득 찬
구겨 앉은 늙은 짐승을 알아줄 리 없지만
남들을 따라 짖어온 그림자 같은
안타까운 삶을 망연히 바라보며
망상을 기댈 것이다.

 

안면도

 

                         

언덕에 널린 이른 봄 밭이

빨래처럼 깨끗하다

 

다리가 빨간 소나무 숲이

곧게 서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바람에 휘어지는 대나무 숲

그 옆에 매화가 환하다

 

안면도에 살면

일생이 곧고 깨끗하고 환할 것 같다.

 

 

 새싹

 

 

겨울을 견딘 씨앗이

한 줌 햇볕을 빌려서 눈을 떴다

아주 작고 시시한 시작

병아리가 밟고 지나도 뭉개질 것 같은

입김에도 화상을 입을 것 같은

도대체 훗날을 기다려

꽃이나 열매를 볼 것 같지 않은

이름이 뭔지도 모르겠고

어떤 꽃이 필지 짐작도 가지 않는

아주 약하고 부드러운 시작.

 

 시골집

 

 

무쇠솥이 땀을 뻘뻘 흘리고 있다
새끼 염소가 외양간 기둥을 툭툭 뿔로 친다
서울 아이들은 개떡보다 불장난이 더 맛있다
아궁이에 마른 대나무가 펑펑 터지고
나른함을 활주로 삼아 비상하는 파리떼
아흔 살 할머니는 시부렁시부렁
남은 생을 탓하며 파리채로 방바닥을 두드린다
옛날에 구렁이가 떨어졌다는 늙은
느티나무 아래 큰아버지가 삭정이처럼 앉아 있다
경운기가 툴툴툴 농업정책에 불만을 터뜨리며 지나간다
볏잎들은 서울 쪽에 등을 돌리고 술렁댄다
빨간 함석지붕 마루에는 도심 피로가
푸줏간 고깃덩어리처럼 졸다 깬다
지나간 잘못과 연애도 시로 쓰면 아름다울까?
잡지와 쓸모 없는 책들을 뽑아 부엌으로 던진다.
잡지 같은 삼류 소설 같은 쓰나 마나한 시 같은
인생이 있을 것이다 한 번 보고 처박히는
일회용 신문지 같은 아궁이에 처넣어도 되는
쓰레기 같은 인간이 있을 것이다.
내가 그런가?
자두나무 이파리가 절 처마 풍경처럼
햇빛에 매달려 그렇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며 팔랑거린다.

 

 

 별국


가난한 어머니는
항상 멀덕국을 끓이셨다

학교에서 돌아온 나를
손님처럼 마루에 앉히시고

흰 사기그릇이 앉아 있는 밥상을
조심조심 들고 부엌에서 나오셨다

국물 속에 떠 있는 별들

어떤 때는 숟가락에 달이 건져 올라와
배가 불렀다

숟가락과 별이 부딪히는
맑은 국그릇 소리가 가슴을 울렸는지

어머니의 눈에서
별빛 사리가 쏟아졌다

 

폭설

 

 

술집과 노래방을 거친

늦은 귀갓길

 

나는 불경하게도

이웃집 여자가 보고 싶다

 

그래도 이런 나를

하느님은 사랑하시는지

 

내 발자국을 따라오시며

자꾸자꾸 폭설로 지워주신다

 

 

 

욕 심


뒤꼍 대추나무
약한 바람에 허리가 뚝 꺾였다

사람들이 지나며 아깝다고 혀를 찼다

가지에 벌레 먹은 자국이 있었나?
과거에 남 모를 깊은 상처가 있었나?
아니면 바람이 너무 드샜나?

그러나 나무 허리에선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했다

다만 너무 많은 열매를
나무는 달고 있었다.

 

 

 

 겨울 산수유 열매

 


콩새부부가
산수유나무 가지에 양말을 벗고 앉아서
빨간 열매를 찢어 먹고 있다
발이 시린지 자주 가지를 옮겨 다닌다

나뭇가지 하나를
가는 발 네 개가 꼭
붙잡을 때도 좋아 보이지만
열매 하나를 놓고 같이 찢을 때가
가장 보기에 좋다

하늘도 보기에 좋은지
흰 눈을 따뜻하게 뿌려주고
산수유나무 가지도
가는 몸을 흔들어 인사한다

잠시 콩새 부부는 가지를 떠나고
그 자리에 흰 눈이
가는 가지를 꼭 붙잡고 앉는다

콩새 부부를 기다리다
가슴이 뜨거워진 산수유나무 열매는
눈이 빨갛게 충열되었다

 

 

 아름다운 기둥



법당 받치고 있는
저 기둥 참 아름답다

한때 연약한 새싹이었으나
아름다운 법당 받치고 있다

나 어렸을 때
세상 받치는 기둥 되기로 결심했었다

그러나 지금
아무것도 못 되고 벌써
한 가계에 등이 휘었다

내 휜 등에 상심하다
저 법당 기둥 보고

누구나 세상 한쪽 받치고 있는
아름다운 기둥임을 안다

그러고 보니 원망만 했던 우리 아버지
법당 기둥이었다

가난한 가계 힘겹게 받치다
페가 썩어 일찍 지상에 무너진
아름다운.

 

대천 바다


말을 하지 않아도 마음을 알아듣는
파도가 나와 술을 마시자고
어리고 슬픈 작부처럼 보챈다
술은 파도가 먹고 싶은데
바람이 먼저 횟집 창을 두드리고 들어와
술을 달라고 졸라댄다

아나키스트, 그 여자의 술집에서
해변에 버려져 썩어가는 배
폐션처럼 늙어가는 나이를 바라보며
생계에 갇힌 인생을 안주로
파도와 수십 잔 수백 잔

사상의 政府도 마음의 情婦도 없이
꿈과 힘과 아름다움이 소진해가는
내가 그리고 네가 안쓰러워
떠나간 사람 떠나간 사랑을 얘기하다
파도가 왜 기타줄에 와서 우느냐고
횡설수설 술잔으로 탁자를 친다.


 

 

겨울 태백산

 

 

빠지는 눈길 시린 바람

이 길에 든 것을 후회한다

그러나 후회 없는 길이 있다면 나에게 보여달라

이 길이 가장 힘들고 처음인 것 같지만

나보다 먼저 많은 사람이

이 길을 지나 정상에 다다랐으리라

지금은 되돌아가는 길이 더 멀어 앞으로 가는 길

돌부리가 발을 차서 넘어뜨리고

언 나뭇가지가 칼끝으로 뺨을 긋는다

귀신은 휘파람 불며 큰 바위 뒤에서 숨고

나뭇가지는 옷깃을 잡는다

혀를 내밀어 달빛을 핥아 먹는 산죽 잎새

따라붙는 달 그림자

우람한 세월을 몸으로 우는

부러지고 찢어지고 쓰러진 주목.


 

그리움을 훔쳤다


빌딩 숲에서 일하는 한 회사원이
경찰서까지 끌려 갔다.
점심 먹고 식당 골목을 빠져 나올 때
시멘트 담벼락에 매달린 시래기를 한 움큼 빼어
냄새를 맡다가 식당 주인에게 들킨 것이다.
“이봐, 왜 남의 재산에 손을 대!”
반말로 호통치는 주인에게 회사원은
미안하다며 사과했지만 막무가내인 주인과
시비를 벌이고 언성을 높이고
기어코는 멱살 잡이를 하다가 파출소까지 갔다.
사건을 화해시켜 돌려보내려는 경찰의 노력도
그를 신임하는 직장동료들이 찾아가 빌어도
식당주인은 한사코 절도죄를 주장했다.
한 몫 보려는 주인은 그 동안 시래기를
엄청 도둑 맞았다며 한 달치 월급만큼이나 되는
합의금을 요구했다.
시래기 한줌 합의금이 한 달치 월급이라니!
그는 야박하고 썩어빠진 도심의 인심이 미웠다.
더러운 도심의 한가운데서 밥을 구하는
자신에게 화가 났다.
“그래, 그리움을 훔쳤다, 개새끼야.”
평생 누구와 주먹다짐 한번 안 해본
산골 출신인 그는 경찰이 보는 앞에서
도시의 인심에게 주먹을 날렸다.
경찰서에 넘겨져 조서를 받던 그는
추운 유치장 바닥에서 도심의 피곤을 쉬다가
선잠에 들어 흙벽에 매달린 시래기를 보았다.
늙은 어머니 손처럼 오그라들어 부시럭거리는.

 

 다시 절벽

 

 

내가 시시해졌다
부동산, 재테크, 조루증 상담
이런 광고들에 눈이 쏠린다
 
마음으로 하는 사랑
숨어서 하는 연애
남몰래 하던 외도
무덤까지 묻고 가기로 한 은밀한 상처도
긴장이 풀렸다
 
아찔한 계룡산 능선이나
북한산 바위 절벽
거기 매달려 있는 소나무들을 보고
이제는 위험하다는 생각보다
운명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러니 나는
분명히 타락했다
이런,
마흔에 순결이 구겨지다니
 
절벽에서 내려왔기
때문이다
다시,
절벽으로 올라가야겠다.

 

 

출처 : 백합 정원
글쓴이 : lily 원글보기
메모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함부로 인연을 맺지마라-법정스님 (브금)  (0) 2015.05.06
[스크랩] 법정 스님의 ‘무소유’  (0) 2015.05.04
[스크랩] 공광규 시모음  (0) 2015.04.19
어머니 시모음  (0) 2015.04.19
어머니 시모음  (0) 2015.04.19

1960 충남 청양 출생
동국대 국문과 졸업.
1986년 동서문학에 <저녁>등 5편이 당선되어 등단
시집 <대학일기> ,<마른 잎 다시 살아나> <지독한 불륜> <소주병> 등

 

수퇘지

 

양돈장에서 얻어온 삼겹살을 굽는데
헌 구두를 잘라 구운 가죽맛이다
젖꼭지가 붙어있는 걸 보니
누린내 나는 수퇘지 뱃가죽이다

 

"어머니,
맛대가리가 하나도 없어요."
"정을 너무 많이 넣은 돼지라 그래."

 

마당가에 나와 오줌을 누면서
뱃가죽을 자꾸 만져본다
가까운 날 무덤 속 미생물들은
내 뱃가죽이 질기다고 투덜거릴 것이다   

  

겨울 산수유 열매 

 

콩새부부가
산수유나무 가지에 양말을 벗고 앉아서
빨간 열매를 찢어 먹고 있다
발이 시린지 자주 가지를 옮겨 다닌다

 

나뭇가지 하나를
가는 발 네 개가 꼭
붙잡을 때도 좋아 보이지만
열매 하나를 놓고 같이 찢을 때가
가장 보기에 좋다

 

하늘도 보기에 좋은지
흰 눈을 따뜻하게 뿌려주고
산수유나무 가지도
가는 몸을 흔들어 인사한다

 

잠시 콩새 부부는 가지를 떠나고
그 자리에 흰 눈이
가는 가지를 꼭 붙잡고 앉는다

 

콩새 부부를 기다리다
가슴이 뜨거워진 산수유나무 열매는
눈이 빨갛게 충혈되었다

 

미안하다, 수캐

 

수캐를 향나무 아래 매어놓고 키운 적이 있다

쇠줄에 묶였으나 나처럼 잘 생긴 개였다

나는창문을 열고 그 개를 가끔 바라보았다

그 개도 나를 멀뚱히 쳐다보며 좋아했다

우리는 서로 묶인 삶을 안쓰러워 하였다

언젠가 한밤중, 창이 너무 밝아 커튼을 올렸다가

달빛 아래 눈부신 광경을 보았다

희고 예쁜 암캐가 와서 그의 엉덩이를 맞대고 있었다

화려한 창조 작업의 황홀경, 나는 방해가 될까봐

얼른 소리를 죽여 커튼을 내렸다

엄마 아빠의 그것을 본 것처럼 미안했다

나는 그 사건을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않았다

그 개의 사생활을 그 개의 비밀을 지켜 주고 싶었고

그 암캐가 향나무 아래로 자주 오길 기대했다

암캐는 안보이고, 어느 날부터 수캐가 울기 시작했다

동네사람들은 개가 울어 재수없다고 항의했다

나는 개장수에게 전화하라고 아내에게 화를 냈다

헌 군화를 신은 개장수가 오토바이를 타고 왔다

개장수는 철근으로 짠 상자를 마당에 내려놓았고

당황한 개는 오줌을 질질거리며 주저앉았다

개장수는 군홧발로 마구차며 좁은 철창에 개를 구겨넣었다

한 두번 낑낑대다 발길질에 항복하던 슬픈 개

나는 공포에 가득 찬 개의 눈길을 피했다

폭력 앞에 비굴했던 기억이 떠올라 괴로웠다

개는 오토바이에 실려 짐짝처럼 골목을 빠져나갔고

나는 절망의 눈초리가 퍼붓던 개의 신음소리를 들었다

얼마후, 골목에서 어슬렁거리던 강아지떼를 보았다

아비 없이 쓰레기통을 뒤져서 먹이를 구하는

설설대는 강아지들을 거느린 슬픈 암캐

나는 그 암캐가 향나무 아래로 몇 번을 찾아왔었는지

팔려간 수캐에게 몇 번째 암캐였는지 모른다

수캐는 나에게 그걸 말하지 않았고 나는

알았어도 그걸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달빛을 잘 받는 목련나무 아래 수캐를 매어놓았더라면

그가 더 황홀한 일생을 보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미안하다, 평생을 묶여 살다 도살장으로 실려간 수캐

 

소주병

 

술병은 잔에다

자기를 계속 따라 주면서

속을 비워간다

 

빈 병은 아무렇게나 버려져

길거리나

쓰레기장에서 굴러다닌다

 

바람이 세게 불던 밤 나는

문 밖에서

아버지가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

 

나가보니

마루 끝에 쪼그려 앉은

빈 소주병이었다

 

  별국 

 

가난한 어머니는
항상 밀덕국을 끓이셨다

 

학교에서 돌아온 나를
손님처럼 마루에 앉히시고

 

흰 사기그릇이 앉아 있는 밥상을
조심조심 받들고 부엌에서 나오셨다

 

국물 속에 떠 있던 별들

 

어떤 때는 숟가락에 달이 건져 올라와
배가 불렀다

 

숟가락과 별이 부딪치는
맑은 국그릇 소리가 가슴을 울렸는지

 

어머니의 눈에서
별빛 사리가 쏟아졌다.

 

출처, 네블, 내영혼의깊은곳


출처 : 휘수(徽隋)의 공간
글쓴이 : 휘수 원글보기
메모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법정 스님의 ‘무소유’  (0) 2015.05.04
[스크랩] * 공광규 시인 ( 시모음 )  (0) 2015.04.19
어머니 시모음  (0) 2015.04.19
어머니 시모음  (0) 2015.04.19
오장환 시인  (0) 2015.04.17

 

 

 

 

 

 

 

 

 

 

 

 

 

 

 

 

 

 

 

 

 

 

 

 

 

 

 

 

 

 

 

 

 

 

 

 

 

 

 

 

 

                                                                                                                                  공광규

                                                                                                                                                        공광규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 공광규 시인 ( 시모음 )  (0) 2015.04.19
[스크랩] 공광규 시모음  (0) 2015.04.19
어머니 시모음  (0) 2015.04.19
오장환 시인  (0) 2015.04.17
시인 오장환  (0) 2015.04.17

 

 

 

 

 

 

 

 

                                                                                                                                                      공광규

                                                                                                                                                           공광규

 

 

                                                                                                                                                   공광규

                                                                                                                                                           공광규

 

 

                                                                                                                                                               공광규

 

 

                                                                                                                                                                      공광규

                                                                                                                                                             공광규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공광규 시모음  (0) 2015.04.19
어머니 시모음  (0) 2015.04.19
오장환 시인  (0) 2015.04.17
시인 오장환  (0) 2015.04.17
[스크랩] 슬픈 구도````신석정/  (0) 2015.04.13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