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꽃 진다 볕뉘에 피었던 복사꽃 진다 
 바람 한 점에 겹겹 허공, 천길 벼랑 너머
 천랑성 뜬다
 사나운 별빛에 물어뜯긴
 복사꽃 되는 일도 복사꽃 바라봄도
 저무는 봄밤의 명주바람 탓
 실낱같은 바람은 꼬리를 숨기는데
 돛을 단 별자리가 몸을 트는 저녁은
 남쪽이 멀다
 복사꽃 지는 마음은 삿대가 짧다
 꽃이 진다는 건 지나간 별의 방향을 묻는 일
 당신에게 가는 길이 그러했으니 별의
 방향만 읽어내는 꽃인 것처럼 몸속에
 별자리를 묻은 나는 자석이어서
 안개 낀 밤에는 뱃속에서 새가 울었다
 가수알바람 부는 흐린 밤에는 쇠가 된
 가슴에서 거북이가 기어 나왔다?
 꽃 지는 남쪽이 그리운 건 무슨 까닭인가.
  
   - 나침반 (강영은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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