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홍
그 여름 나무
백일홍은
무사하였습니다.
한차례 폭풍에도
그다음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아
쏟아지는 우박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습니다.
그 여름 나는
폭풍의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그 여름 나의 절망은
장난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지만
여러 차례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넘어지면 매달리고
타올라 불을 뿜는 나무
백일홍 억센 꽃들이
두어 평 좁은 마당을
피로 덮을 때
장난처럼 나의 절망은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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