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조기영 그 오랜 시간을 너는 왜 오른쪽으로만 달려왔을까 너의 반쪽을 왼쪽에 두고 110 |
당신의 일곱 시간 조기영 아무것도 입지 않는 바람이 울었다 생의 마지막 말들이 문자들이, 풍경들이 파도에 젖어 바다를 빠져나오는 동안 우리는 그 바람에 들려 팽목의 바다로 떠내려가곤 하였다 아득한 바다를 틀어놓고 초승달로 가라앉는 숨들을 파도로 조이며 공포를 흘리는 화면을 마주하는 일과 심장에 이는 불들을 눈물로 끄는 일은 마음에 감옥을 여는 일과 같아서 우리는 그 감옥으로 모실 손님으로 당신의 일곱 시간을 상상하곤 하였다 행성에 불시착한 사랑의 말들을 꽃으로 들고 있는 우리는 슬픔을 깎고 있는 우리는 아픔을 일궈야 할 시간을 왜 당신의 일곱 시간으로 발음해서는 안 되는 것일까 사진으로 차려 놓은 그리움을 저녁으로 먹는 광화문 가로등 불빛도 팽목 끝 저 눈물 아는데 당신의 일곱 시간을 지키던 무사들은 스스로 서지도 못하는 말들로 아스팔트로 뒹구는 눈물마저 이적으로 번역하여 세월의 바다 파도로 떠도는 이들에게 이적의 그늘을 펴고 앉아 눈물을 끓이게 하였다 울음이 물음의 답은 아니어서 팽목의 바다에 젖은 울음들이 눈물이 하는 일을 모르는 당신에게 왜라는 눈물을 던지면 큰 배로 바다에 구멍을 낸 당신은 눈물의 집 마음에도 태연히 구멍을 뚫었다 그때마다 옆구리에 구멍으로 리본을 달던 고로쇠나무를 생각했다 삶을 연습할 수는 있어도 죽음을 연습할 수는 없어서 못에 걸린 옷의 비명처럼 우리는 주인의 엉덩이를 기다리던 교실에 말없는 꽃다발로 앉아 세월의 파도를 지붕으로 올린 마음의 감옥에 생애 처음 홀로 남겨질 당신에게 매일 아침 눈물을 대하는 예절을 가르치며 종일 밥처럼 넘길 질문들 가운데에 아무도 묻지 않을 의문을 등으로 끼워 당신의 일곱 시간을 비추며 이 밤을 잠 못 들게 하리라 * 유족들은 아직 거리에 있고, 우리는 집에 있는 4월입니다. 세월호 2주기가 다가옵니다. 이제 그만 하자,는 말은 누군가 영문도 모르고 다시 희생되어야 한다는 말과 같은 말이겠지요. 다시, 당신이라는 멋진 가을에 - 두 번째 4월 16일을 맞으며
다시, 당신이라는 멋진 가을을 허락한 하루요 그대를 만나 외로움과 그리움을 수리한 나는 생이 청춘의 긴 외로움을 접어 선물한 것이 결혼인 듯 하였소 그대를 알고 내가 앓았을 때 말 없는 나무처럼 나는 마음에 달린 잎들을 흔들었고
내가 앓고 그대가 앓았을 때 입 없는 꽃처럼 그대 눈물로 눈동자를 흔들었었지
시로 사물을 만지는 나는 그대 그늘에 따스했던 날들을 낮을 녹음하던 그림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었소
세월을 사용하기로 사랑만한 것이 있으리오
바람을 켜놓은 낮에도 달을 켜놓은 밤에도 아이들 미소를 건축한 날에도 당신을 걸어가는 이 그리움......
생의 처음들을 지나가다 보면 생은 그 마지막마저 처음인데 당신을 향한 이 그리움 흘러가다 보면 생 너머에서도 나는 처음처럼 마음이 펄럭이는 이 그리움으로 당신을 추억하고 있을 거요
시는 절망의 편이요 당신은 희망의 편이니
매일 밤 모국어의 불을 켜 어딘가로 들어갔다 돌아오는 내가 생의 문장 속에 그대 향기를 켜면 당신은 언제나
사랑의 수도요 나의 수도 결혼 10주년을 자축하며 2015. 10. 9. 당신의 기영 |
귀뚜라미
조기영
바람의 현 위에
고독을 파는
가을의 상인
낙엽이
바람의 날개 위에
가을의 비문을 새길 때에도 너는
고독을 팔았지
단풍나무에 뜬 별들이
고독의 미간에서
가을의 운율로 떨어질 때마다
네 목젖이 흔들리는 소리를 들었다
술잔 속에서 가을은
고독의 기울기로 미끄러지는데
낙엽의 그림자 위로
노을 지는
너의 목소리
조조기영
너의 가슴을 비울 수 없다면
흐르게 하라
이것은 나의 명제
너의 심연을 향하여
나는 가노니
사랑이,
역사가 넘어져도
심장에 고인 눈물을 따라
쓰라린 어둠 속으로 나는
희망의 입자를 붓는다
우주를 머금은
이슬처럼 맑은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없다면
차라리 내가 흐려지려 한다
이것은 나의 명제
초여름밤
조기영
낮이 눈을 감고
밤이 이불을 덮으면
부엉이의 날개에
고요를 태워
어둠은 부풀어 올랐네
무논에는
어둠을 부어
여름을 반죽하는
개구리 소리
달밭의 별들이
은하수 꽃개울에
발을 담그면
달빛에 배를 띄워
어둠을 건너가는
풀벌레 소리
마루에는
별들을 흔드는
아버지의
코고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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