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뚜라미

                  조기영 

 

바람의 현 위에

고독을 파는

가을의 상인

 

낙엽이 

바람의 날개 위에

가을의 비문을 새길 때에도 너는

고독을 팔았지

 

단풍나무에 뜬 별들이

고독의 미간에서

가을의 운율로 떨어질 때마다

네 목젖이 흔들리는 소리를 들었다

 

술잔 속에서 가을은

고독의 기울기로 미끄러지는데

낙엽의 그림자 위로

노을 지는

 

너의 목소리




소주에 대하여

 

                                                                                                                                                             조조기영

 

 

                                        너의 가슴을 비울 수 없다면

흐르게 하라

이것은 나의 명제

너의 심연을 향하여

나는 가노니

사랑이,

역사가 넘어져도

심장에 고인 눈물을 따라

쓰라린 어둠 속으로 나는

희망의 입자를 붓는다

우주를 머금은

이슬처럼 맑은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없다면

차라리 내가 흐려지려 한다

이것은 나의 명제




초여름밤

 

조기영

 

 

 

 

낮이 눈을 감고

밤이 이불을 덮으면

 

부엉이의 날개에

고요를 태워

어둠은 부풀어 올랐네

 

무논에는

어둠을 부어

여름을 반죽하는

개구리 소리

 

달밭의 별들이

은하수 꽃개울에

발을 담그면

 

달빛에 배를 띄워

어둠을 건너가는

풀벌레 소리

 

마루에는

별들을 흔드는

아버지의

코고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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