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귀향이 시작된다. 이번 추석은 한 주의 중심에

사흘 동안 자리를 점령해 1주일 내내 명절 같은 느낌

이다. 오랜만에 오름 식구들과 숲에 다녀왔다. 이제

양하는 생태교란종이라 할 만큼 숲에 널리 퍼져 있다.

꽃봉오리는 독특한 향기를 갖고 있어 어른들이 즐겨

먹는다. 제주에서는 추석 때 나물로 차례상에 올리기

도 한다.


양하는 생강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높이는 40~100cm이며,

잎은 두 줄로 어긋나고 피침 모양이다. 8~10월에 노란

꽃이 수상 꽃차례로 피고 열매는 삭과이다. 어린잎과

땅속줄기, 꽃이삭은 향미료로 먹는다. 열대 아시아가

원산지로 남쪽 지방에서 기른다.



 

♧ 귀향 - 권애숙


 메밀밭을 지나간다 툭툭 알밤이 떨어지는 산길을 돌아 고구마밭을 지나간다 바랭이풀 무성한 밭둑에 걸터앉아 흙묻은 햇고구마 쓱쓱 앞섶에 문질러 요기를 한다 둑 아래 용못에 비치는 꽃가마 어서 가자꾸나 가는 곳 어디기에 아무 말이 없냐고 만장을 흔드는 사위야 울음을 거두어라 아들아 세상 것 모두 버리고 한 벌 삼베옷으로 길 떠나는 내 발길 참으로 가쁜하구나 허리춤에 찔러넣어 준 저승길 노자돈도 며늘아 내겐 소용없으니 상두꾼 텁텁한 목이라도 틔워 주려므나 보아라 이제 내 돌아온 집 마당에는 개암나무 열매도 영글지 않느냐 북망산 까마귀도 반가워 저리 머리 위를 날지 않느냐 좌청룡 우백호를 거느리고 나는 이제 조용히 흙이 되려 하느니라 바람이 되려 하느니라 구름이 되려 하느니라



 

♧ 귀향 - 윤수천


사는 일이 시들해지면

고향으로 돌아가자

눈 감고도 한숨에 달려갈 수 있는 곳


피라미떼 노니는 시냇물

송아지 엄마 찾는 들녘

그곳에 가서 코흘리개가 되어보자


느티나무집 초가 부엌에는

아직도 어머니가 지피시던 군불이

환하게 타오르고 있을 거야

그리고 따뜻한 아랫목에는

담요 밑에 묻어 둔 밥사발이

아직도 따끈한 채로 있을 거야


마당가 대추나무에는 대추들이

감나무에는 감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을 거야


생각만 해도 해복한 곳

사는 일이 시들해지면

고향으로 돌아가자

그곳에 가서

산울음처럼

청청한 울음 한 번 크게 울어보자

 



 

♧ 귀향(歸響) - 감태준


 서울역에서, 한번은 영등포 굴다리 밑에서 잠깐 스치

고 흘러흘러 너를 다시 만났을 땐 눈이 오고, 그해도 저

물었다 말이 없는 친구, 손에는 넝마줍기 삼 년에 절도

이범(竊盜二犯), 기차표 한 장, 마음 한구석에는 아직 불

구(不具)의 조각달이 떠 있다, 되는 것은 안 되는 것뿐이

라고 한없이 쓸쓸해 하는 네 얼굴에 눈은 날아가 앉고,

눈은 날아가 앉고, 우리는 타관 불빛을 맞으며 하룻밤

강소주에 혹한을 녹였다, 머리에 채 남은 눈을 떨면서,

살아도 곱게 살자 꽃같이 살자, 흩어진 마음을 챙겨들

고, 우리는 갈라섰다, 끝없이 몰리고 풀리는 행렬 속으

로, 너는 이제 기적소리에도 가볍게 떠밀리고, 떠밀리는

너의 등에서, 아니, 너의 물결소리가 들리는 머리 위 공

간(空間)에서, 나는 그때 새들의 고향을 얼핏 보았다



 

♧ 귀향 - 김동욱


날지 못하는 새들 깃털 하나 키우려

차운 밤 소리 없이 새울 때

가지 못하는 고향 그리워하는 이들

꿈길 눈 속 수만 리 짚어가며

번지 없는 주소 찾아 헤멘다


어디쯤 빈 몸 편히 누일 수 있을까

뭉그라진 날개죽지 펄럭일 때 마다

깃털 점점 떨어져 맨숭 해지고

아슴한 빈 가슴 울먹이며

텅빈 동굴 속 찾아들면

빛바랜 문패에 얼킨 거미줄이

외딴 나그네 향해 달겨든다


우린 이미 너무 멀리 와 버렸는지 몰라

귀향 길 앞서 동굴 속 갇혀 허우적이는

나를 보아야 하는지 몰라

산새의 빈 가슴에 깃털 자라기 전에

꿈보다 길고 긴 먼 길 홀로 서서

황홀한 눈물 맛보아야 하는지 몰라

 

 

 

♧ 그날 불던 바람 - 이향아

  --귀향

 

한 십년은

바튼 기침 쿨럭거리며 목청을 닦고

한 십년은 강풍으로 숫돌을 씻었다

눈물로 그리면서 벼르고 별렀다

천만 리 쫓아내 못 본 듯이 지냈더니,

오고 보면 반나절 순탄한 길인 것을

십년이나, 십년이나 읊조리며 운다

골목들은 낯 색 하나 흔들지 않고

거드럭거리면서 올 수 없는 길손을

지푸라기 올가미로 엮어 달아서

어렵던 날 불던 바람 한복판에 매단다

이 사람 저 사람 안부를 묻고

나 혼자 달떠서 손목을 흔들다가

더운 머리 남창을 베고 누우면

파도가 달려와서 신을 벗긴다.


출처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글쓴이 : 김창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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