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 / 사라 티즈데일
그리운 눈빛으로 뒤돌아보고 내가 오리라는 걸 알아주세요.
미풍에 제비가 날아오르듯 당신의 사랑으로 날 일으켜
해가 쬐든 비바람이 불든 우리 멀리 도망가요.
‘하지만 내 첫사랑이 날 다시 부르면 어떡하지요?’
용감한 바다가 흰 파도를 떠받치듯 날 꼭 껴안고
산 속에 숨은 당신의 집까지 멀리 데려가세요.
평화로 지붕을 얹고 사랑으로 문에 빗장을 걸어요.
‘하지만 내 첫사랑이 날 또 부르면 어떡하지요?’
‘겨울연가’에 인용되어 우리에게 익숙해진 시입니다. 사랑은 함께 따라와 줄 것을 알아주는 믿음이요, 주저앉은 마음을 일으켜 주는 격려입니다. 멀리 도망가서 두 사람만의 집을 짓고 평화와 사랑으로 영원히 살고 싶은 소망입니다. 그렇지만 알다가도 모를 게 사랑이기도 합니다. 사랑하는 마음속에는 늘 도망가고픈 마음도 복병처럼 숨어 있습니다. 필생에 단 한 번 목숨 걸 수 있는, 그런 사랑을 하고 싶은데 이 사랑이 진짜 사랑일까? 좀더 아름다운 사랑이 날 어디선가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지나간 첫사랑이 날 다시 부르면 어떡할까?
하지만 다시 불러줄 첫사랑이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겠지요.
(장영희·서강대교수·영문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