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 오세영
'벌써'라는 말이 2월처럼 잘 어울리는 달은 아마 없을 것이다.
새해 맞이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월,
지나치지 말고 오늘은 뜰의 매화 가지를 살펴보아라.
항상 비어 있던 그 자리에 어느덧 벙글고 있는 꽃,
세계는 부르는 이름 앞에서만 존재를 드러내 밝힌다.
외출을 하려다 말고 돌아와
문득 털 외투를 벗는 2월은
현상이 결코 본질일 수 없음을 보여 주는 달,
'벌써'라는 말이 2월만큼 잘 어울리는 달은 아마 없을 것이다.
2월의 황혼 / 사라 티즈데일
- 새로 눈 쌓여 매끄러운 산 옆에 서 있었습니다.
- 차가운 저녁 빛 속에서 별 하나가 내다봅니다
- 내가 보고 있는 걸 아무도 보는 이 없었지요
- 나는 서서 별이 나를 보는 한 끝없이 그 별를 바라보았습니다.
February Twilight
Sara Teasdale
I stood beside a hill Smooth with new-laid snow. A single star looked out From the cold evening glow.
There was no other creature That saw what I could see- I stood and watched the evening star As long as it watched me.
2월이 해질녘
사라 티즈데일
새로 눈 쌓여 매끄러운 산 옆에 서 있었습니다. 차가운 저녁 빛 속에서 별 하나가 내다봅니다.
내가 보고 있는 걸 아무도 보는 이 없었지요. 나는 서서 별이 나를 보는 한 끝없이 그 별을 바라보았습니다.
<노트> 돼지의 해가 벌써 두 달째로 접어들었습니다. 2월의 황혼인 늦겨울이 코앞에 다가오고 있습니다.늦겨울 해질녘 인적이 드문 눈 쌓인 언덕에서 외로운 별 하나 바라보고 있는 시인의 내밀한 고독이 묻어 있는 시입니다. 별과 나만의 무언의 대화가 더욱 외로움을 자아내는 시인 것 같습니다.이처럼 시는 외로움을 낳는 암탉이 아닐까요? 이 시를 지은 티즈데일 (1884~1933)은 미국 여류 시인으로 주제가 짧은 서정시가 주특기로, 고전적 단순성과 차분한 진지성으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말년에 이혼을 한 후 칩거생활을 하다가 자살했습니다. 마지막 시집인 〈이상한 승리 Strange Victory〉(1933)시는 대부분 그녀 자신의 죽음을 예시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