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 년 전, 내 집이랍시고 지었는데, 지인이 과꽃 씨앗을

선물하였다. 이후 2~3년 동안 우리 화단을 장식해준 과꽃.

그 동안 흔히 볼 수 없었는데, 카메라를 든 내 앞에 올레

제1코스 출발점 시흥초등학교에서 좀 늦었지만 반갑게

조우했다. "올해도 과아꽃이 피었습니다아."


어제는 문학기행으로 비가 내리는 중에도 이덕구 산전을 

찾았는데, 방향을 조금 삐끗하게 잡아 한동안 헤매였다.

전에는 혼자서도 자주 찾아 그런 일은 없었는데, 지금은

리본도 없어졌고, 길도 불분명해져 찾는 사람들이 헷갈

리는 경우가 많겠다. 같이 간 사람에게 많이 미안했다.


과꽃은 국화과의 한해살이풀로 높이는 30~100cm이며,

잎은 어긋나고 피침 모양으로 거친 톱니가 있다. 7~9월에

남색·붉은색·흰색 따위의 큰 꽃이 피는데, 관상용으로

원예 품종이 많다. 한랭한 지방의 산지에 난다.



 

♧ 과꽃 - 함동선


옛날 아주 옛날 백두산 기슭에는

추금秋錦이라는 이쁜 과수댁이 살았네

남편이 아끼던 꽃을 가꾸며

어린 아들과 함께이었네

그러던 어느 날

중매장이의 재혼 권유로

마음이 흔들렸는지

꿈에

남편이 나타났네

그 꿈속에 몇 년을 살았을까

하루는

바위에 핀 꽃을 꺾다가 떨어지는 남편을 보고

잠을 깨 밖으로 나가봤더니

가꾸던 흰 꽃이 달빛을 받아

분홍빛으로 물이 들었네

그 후 추금은

그 꽃을 보면서 수절을 했으니

마을 사람들은

그 꽃을 과꽃이라 불렀네

 



 

♧ 과꽃 - 김윤현


일 년 동안 할 수 있는 일이란

평생 할 수 있는 것보다 적지 않다

꽃을 피웠다가 지우고 씨를 맺고서는

몸을 말려 땅 속으로 마감하는 삶이란

일 년이면 할 수 있는 일 아니냐

일 년이 너무 짧다고 아쉬워한다면

백 년은 미련이 없는 세월이겠느냐

백 년의 웃음이 가져올 울음보다는

일 년의 울음이 맺어놓을 웃음으로

빨강 하양 자주의 꽃을 피운다


 

♧ 과꽃 - 槿岩 유응교


언제나

어디서나

당신의 사랑이 걱정이에요.

나의 사랑은

당신의 사랑보다 깊어요.


 

나를 사랑한다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를

반복하면서

우리 함께

꽃잎을 떼어 내봐요.

그러면 당신의 사랑을

확인 할 수 있을 테니까요.


당신의

사랑이 걱정이다

나의 사랑은

당신의 사랑보다도 깊다며

사랑하는 사이엔

근심과 걱정이 그치질 않아요.

언제나 그 사랑 고귀하기에

누군가에게 빼앗길까봐 안달이 나죠.


그러나

제 꽃잎 수만큼

하루에도 몇번씩

사랑해 사랑해를

반복 하시면 그대의 사랑은

그대로 지켜 질 거예요.



 

♧ 과꽃 - 김용언

  

촌 아낙을 닮은 과꽃 씨앗을 마당 한 구석에 심는다

색깔도 어눌한 토종꽃.

서양꽃이 판치는 꽃밭에서도 설 땅을 부여받는다.

향수 한 자락에 뿌리를 내린 인연(因緣)이 있어 줄 없이 버티지 못하는 세상에도 버젓한 이름표를 달고 있다.

칠거지악을 범해도 면죄부가 있는 듯 당당하다.


투박한 얼굴과 허리 굵은 모양새는 오십 줄에 들어선 아내의 모습이다.

박토에 뿌리를 굳건히 내려

아이 둘을 무사히 키워낸 내 아내를 쏙 빼닮았다

화려하고 향 좋은 꽃에 눈길을 빼앗기다가도

일상의 절반을 차지하는 아내의 사랑 높이가 떠올라

해마다 마당 한 구석을 또 내준다.

눈부신 꽃도 식상이 나는 판에

당당한 권리를 누리는 뒷 배경

아마도 아주 높은 곳에 있는가 보다

 



 

♧ 과꽃 - 강세화

    

처서(處暑) 지나고

과꽃이 뜰을 채우고 있다

지조(志操) 지켜 피는 꽃을

초가을 햇볕이 떠받들고 있다

마음은 선선히 살찌면서 시름이 만만하여

아무래도 엇나가는 조짐이 찬란하다

 

부수고 몰아내고 밀어붙여서

이대로 살맛나는 실명(實名)세상이 올지

저간의 환호성이 아련한 곁에서

과꽃이 피어있는 뜰을 바라보며

이래 저래 지꺼분해도 카프카즈 갈 수 없는 몸은

반반한 얼굴이 부끄럽지 않은

꽃 한 송이에 반해서

생각을 누르며 마땅히 서 있다

 

처서 지나 껑충해 진 기운이

뜰을 채우고

내 마음을 채우고

수없이 배반(背反)하고 돌아서면 다시보는 안마당에

그나마 마음 둘 데는 있어야 할까부다

 

출처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글쓴이 : 김창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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