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모처럼 한라수목원에 갔다가 이 꽃무릇을 만났다. 잎과
꽃이 서로 만나지 못하고 그리워 한다는 상사화(相思花)와
같은 과에 속하는 꽃이다. 흔히 비늘줄기를 한약으로 쓰는데,
그 이름이 석산이란다. 오늘은 오랜만에 오름 1~2기 출신들과
오름에 다녀와 오후에는 박물관대학에서 오름 강의를, 끝난
뒤에는 친척집 잔치에 다녀온 바쁜 하루였다.
꽃무릇은 석산(石蒜)이라고도 하는 수선화과에 딸린 여러해
살이풀이다. 일본 원산이며 산기슭이나 습한 땅에서 무리지
어 자란다. 절 근처에서 흔히 심는다. 꽃줄기의 높이는 약
30~50 센티미터이다. 잎은 길이 30~40cm, 너비 1.5cm 정도로
길쭉하며 10월에 나왔다가 다음해 5월에 사라진다.
잎이 떨어진 9월에 산형꽃차례에 붉은 꽃이 피는데, 꽃덮이
는 여섯 조각으로 거꾸로 된, 얇은 바소꼴이고 뒤로 말린다.
수술은 6개이고 길이 7~8 센티미터로 꽃 밖으로 나오며 암
술은 한 개이다. 열매를 맺지 못하고 꽃은 쓰러지며 그 뒤에
잎이 나오며, 비늘줄기(인경)로 번식한다. 비늘줄기의 한약명
이 석산(石蒜)이다. 해독 작용이 있다고 한다.(위키백과)
♧ 꽃무릇 - 박종영
꽃무릇 너,
상사화 흉내 내듯
온통 붉은 울음으로 그리움이다
그냥 임을 가늠하고 솟아올라도
꽃대는 푸른 잎 감추고 너를 이별하고,
네 생애 단 한 번도
찬란한 얼굴 보지 못하는 청맹과니 슬픔으로
붉은 눈물 뚝뚝,
지상에 흩뿌려 한이 되것다
오늘도 강산은 핏빛이네,
하늘빛 싸리꽃 너머
흔들리는 억새 춤을
불타는 네 가슴에 안겨주랴?
♧ 꽃무릇 - 이계윤
전남 함평군
해보면 모악산 기슭
용천사엔
꽃무릇 상사병 들 뜬 사람들
가슴속 찌든 때
노래로 녹여내며
너도 나도
우리 모두
꽃으로 피자고
꽃이랑 같이 하늘 쳐다보며
한사코 꽃같이
웃고 서 있네
찰칵! 그 찰나에
♧ 꽃무릇 - (宵火)고은영
내 가슴에 그대가 심기 운 날부터
몽환에 이른 서늘한 달빛에 넋을 태우다
망각의 강도 건너지 못하고
안개 덩굴로 정적을 여는 숲
다홍 빛 기다림으로 서있었다
나는 그대를 만날 수 없는가
정녕 가벼운 눈인사조차 허락되지 않는
충일한 고독으로 홀로서면
사랑은 나를 모른다 도리질했다
사랑의 조건은 영원한 이별로 밖에
설 수 없는 그대와 나의 지극한 형벌인가
그대를 구애하면서도
천년이고 만년이고 어긋난 길로
지나쳐야만 했던 운명 속에
세속도 모르고 살았건 만
나의 눈물은 기화(氣化) 되어
사뿐히 하늘 위를 날다가
저 높은 나무 꼭대기에 앉아
지나는 바람에 그리움을 물었다
♧ 꽃무릇 피는 산사(山寺)에서 - 김정호
물비늘 같은 푸른 안개
산부리를 덮을 때
깊은 산사(山寺) 법고(法鼓) 소리 들려오면
소녀의 초경처럼 피어오르는
저 꽃들의 현란한 탄생
저렇게 붉은 함성이
깃발처럼 일어선 자리아래
푸른 향기 가녀린 잎으로 일어선다
이승의 사랑조차 죄가 되어
하늘 끝에 사무치다
꽃으로 다시 태어나도
눈빛 한 번 맞출 수 없는 운명
남 몰래 꽃눈물 번지는 가슴앓이
다음 세상에는 이런 어긋난 사랑도
거슬러 올라가는 강물의 숙명처럼
그대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
그 때에는 숲 속에 바람 집을 짓고
네사랑
목숨처럼 지켜주고 싶다
♧ 꽃무릇 - 안수동
잡은 손 놓으신 날
끈 끊어진 연鳶이 되고서야
저도 어미가 되더이다
어머니
당신을 여의고
다시는 만날 수 없는 통한이 되고서야
살가운 딸이 되더이다
어머니
당신 가신 꽃자리에
이슬로 고인 녹색 그리움을 마시며
상사화는 흐드러지게 피었는데
바람도 볼 수 없는 설움에
꽃잎만 마냥 흔드는데
갈래
갈래로 찢어진 갈래꽃
꽃무릇이여
불효한 여식의 삼베 적삼을
피빛으로 물들인
사모의 꽃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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