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엄청난 강우가 예보되어 있어, 거의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야외 행사가 있는 나에게는 괜히 부담이 많다.

하기야 몇 년 동안 거의 그런 생활을 해와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그에 맞춰 왔지만, 같이 참여하는 분들은

그렇지 못하니, 걱정이 되는 것이다. 이번 일요일은 집안

선조들 묘소 벌초와 차례가 있는데, 150mm 비가 예정되었

으니, 벌초는 차라리 빗속에서 시원히 하겠지만 제물에

빗물을 피하기 위해선 천막이라도 쳐놓아야 할 것 같다.


누린내풀은 마편초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높이는 1m 정도이고

고약한 냄새가 나며 온몸에 짧은 털이 있다. 잎은 마주나고

넓은 달걀 모양이다. 7~8월에 붉고 푸르스름한 꽃이 잎겨

드랑이에서 원추(圓錐) 꽃차례로 피고 전체를 약으로 쓴다.

산이나 들에 자라는데 우리나라, 일본 등지에 분포한다.



 

♧ 산은 - 최범영


넓은 세상 길, 마음대로 살았어도

좁은 길로만 오를 수 있는 산은


제멋대로 커버린 나를 보듬고

문풍지 목탁 소리에 맞춰

내 마음 솔기에 사는 속세의 이기심

두 손톱 대고 한 마리씩 꾹꾹 잡아준다



 

♧ 산은 바다입니다 - 권경업

    

산은,

파도 밀려가고 밀려오는

푸른 숲 출렁이는 바다입니다

신갈 숲 달빛, 물비늘로 반짝이는

치밭목은 천삼백 고지(高地) 그 바다에 떠 있는 섬입니다


봄날 평촌리 잠녀(潛女)들

나물 캐는 자맥질에 넋 놓는 섬

내 어릴 때의 아쉬움 송송 솟아나

물결이 되어 밀려가고 밀려오는

아득한 그리움의 샘이 있는 섬입니다


고운 모래알로 부서지는 아침 햇살

물새 대신 찌르레기 우짖어

소녀 같은 꽃구름들 샘물 위에 재잘대며

때로는 먹장구름 억수비 쏟아지던 섬입니다


 

배를 타고 가다 비를 맞으면

그것도 구비진 능선에서 흠뻑 맞으면

온기 있는 가슴이 그립듯

쫓고 쫓기는 일상 속, 하루분의 분진과 소음을

정량으로 먹어대야 하는 이 도시에서

쪽배라도 타고 그 섬에 가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맑고 차디찬 그리움 길어 올려

벌컥벌컥, 말라비틀어진 이 가슴

적시고 싶습니다



 

♧ 산은 넘는 자의 것이다 - 정숙자


가다가 길이 막히면 거기서부터가 산이다

산을 넘지 못하면 그 너머 길을 잇지 못한다

평지에 허리를 감춘 산은 압구정동 네거리 거실 의자 중환자실 침대 위에도 있다

산을 허무는 일이야 산을 일으킨 바람에게 물어야 한다

우리 모두는 혼자다

갈수록 비탈일 수밖에 없다

많은 이가 한 길을 함께 걸어도 그 길은 제가끔 다른 길이다

관점이 길을 바꾼다

지상에 난 모든 길은 관점으로 가는 길이다

산을 오래 타다 보면 사람도 산이 되는지 얼굴 어딘가 폭포가 숨고 이끼가 끼고 나비가

되지 않는 벌레도 안고 키운다

전생을 건너온 발이 여기 발아된 그 순간부터 산이 매복하고 있었던 게다

많기도 하지

어디든 눈을 던지면 산이 산을 업고 또 기대고 있다

어둠이 다락같은 저 붉은 산들을 누가 다 넘어 갔을까



 

♧ 산은 책이다 - 이생진

    

산은 뜻 깊은 책이다

책장을 넘기지 않아도 읽을 수 있는 수려한 문장

구름을 읽다가 바위 곁으로 가고

바위를 읽다가 다시 구름 곁으로 간다



 

♧ 산은 바람으로 하여 큰다 - 김정화

    

바람이 오면서

내 가지에 놀던 바람

불러 앞세우고

투명한 하늘 아래

아스라이 먼 산 속으로 사라진다


그 산 속에

웃으면 살짝 마음 드러나는

골짜기의 꽃

바람 향해 얼굴 돌리는

또 다른 꽃


한때 머물었던

내 가지의 바람은 어디쯤에서

꽃을 열고 산을 키우며

서성이고 있을까


남김없이 주고 난 뒤 더는 줄 것 없어

숨죽이는 서글픈 나무는

우리가 잃어버리고 찾지 못한

오월, 무수한 눈빛들과 함께

어디쯤에선가 바람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 산은 말한다 - 박덕중 


산은 말한다.

낮은 곳에 뿌리 뻗어라

맑은 물소리, 새소리 들으며

낮은 곳에 살아라.

하늘과 가까이 만나러

저녁별과 가까이 만나러

산비탈 기어 오른 나무들을 보라

심한 바람 속에 울고

뿌리조차 뽑힌다.


산은 말한다.

조용히 살아라

칼바람 소리도 귓가에 흘리고

뿌리로만 조용히 살아라

천둥이 내려치든

억수가 내려치든

불빛 칼날소리 받아치지 말고

조용히 뿌리로만 살아라.


산은 말한다.

그렇게 낮게 조용히 살다가

죽거든 내 품에 묻히거라

내 품 안에 잠들며

나의 따뜻한 체온을 느끼리라.

언젠가 나의 자궁 안에서

너는 다시 山有花로 태어날  테니.


 

♧ 산은 그러하더라 - 강희창


산은 올려주고 내려주는 일에 익숙하다

삭히고 곱씹어 다진 마음, 거기 서 있기 위해

채워서 충만하고 넘쳐야 했다

때로는 영감을, 때로는 꿈을


산에 들 때는 세상 생각은 두고 가자

그것은 택시에 두고 온 우산 같아서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것이니

산에서 얻은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오르내리는 믿음들

안에 것 다 부려 놓은들 어떠하며

밖에 것 가득 채워간들 어떠하랴

산은 그러하더라


산 것과 죽은 것을 다 받아주고

놓아야 할 것과 취해야 할 것을 가려주니

살아가는 지혜와 힘을 골고루 품고 있더라

산은 내내 그 타령이더라

 

 

 

 

출처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글쓴이 : 김창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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