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만 보면,‘아, 이거 화단에 심어도 되겠는데.’할 정도로
많이 피고 그런 대로 보기도 좋다. 하지만 다가가서 향기를
맡노라 치면, 익숙치 못한 사람은 실망하고 만다. 하지만 이
것이 저 경상, 전라도 지방에서 선호하는 향기다. 한방에서는
곽향(藿香)이라 부르는데, 일부 지역에서는 '방아’라 하여
깻잎처럼 배초향의 잎을 찌개나 전골을 끓일 때 향신료로 넣기
도 하고, 부치거나 튀겨 먹기도 한다.
배초향(排草香)은 꿀풀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줄기는 높이가
40~100cm이고 네모지다. 잎은 마주나고 갸름한 심장 모양
으로 끝이 뾰족하고 가장자리에 무딘 톱니가 있는데 잎자루
가 길다. 7~9월에 입술 모양의 자주색 꽃이 수상 꽃차례로
줄기 끝이나 가지 끝에 피는데 특수한 향내가 난다. 열매는
골돌과이다. 어린잎은 식용, 약용하고 관상용으로 재배한다.
산들의 습한 곳에 저절로 나는데 우리나라 각지에 분포한다.
♧ 가을에게 - (宵火)고은영
나는 삶의 내적 균형을 잃은 지 오래고
당신의 모습도 균열의 전철을 밟고 있다
밤마다 잠들지 못하는 쓸쓸한 강변에
당신은 바람의 갈기로 서 있는가
아니면 굳은 가슴 두드리는 당신은
희망을 위해 떠남을 준비하는가
청춘의 앳된 기억을 떠올리는 당신도
맨 가슴을 드러내고 돌아오지 않는
소멸의 어느 궤도를 헤매고 있는 것인가
그곳은 생명이 존재하지 않는 마당
떠남을 위한 떠남인가 만남을 위한 떠남인가
당신은 후미진 이방으로 추락하는
비로소 서글픈 실존이다
당신은 왜 이리 긴 애증으로
시간이 갈수록 쓸쓸함을 가중시키고
불면의 그리움을 증폭시키는가
오늘 밤 세속에 잊힌 섬으로 오로지 시공을 떠돌다가
영혼의 그루를 후비던 삶의 상처를 위해
이제야말로 당신을 바라보는 삶의 더께에
나는 눈물나는 기도를 쓰리라
♧ 빗방울들의 수다 - 오영록
소리의 귀를 닫아야 한다는 말에
끝 숨까지 참다 보니
살고 싶다는 간절한 애원이 들렸지
그때부터 이상한 귀가 열렸어
새벽바람을 모아 이슬을 만드는 풀잎 소리와
꽃망울 열리는 소리가 책장 넘어가 듯 들렸고
건기에는 허기진 뿌리의 갈증도 들렸지
어쩌다 여우비라도 오면 모두가 춤을 추었는데
그것은 목마름의 해소가 아니라
빗방울들의 수다에 흥이 났던 거지
비가 오는 모습은 마구 흩뿌리는 것 같아도
바람위에 앉아 눈처럼 정해진 길로 오고 있었지
원추형에 긴 꼬리가 있어
자궁을 향하는 홀씨처럼 흔들리고
그 꼬리가 바람을 날릴 때마다 소리가 났지
그것이 빗방울의 언어였던 거야
양철지붕에서 혹, 갈대밭에서
초원의 누 떼처럼
벌떼처럼 무리지어 다니며
수다를 떨지
싯싯싯 숫숫숫 사사사
♧ 별이 되어 살아라 - 전병조
너는 살아라
참새처럼 살아라
참새처럼 조잘대며
빛나는 날개 달고 살아라
한 줄기 바람에도 감사하며
행복에 충만하여 살아라
슬픈 눈 하늘을 보지 말고
봄날의 꿈을 꾸는
초원의 나비처럼 살아라
햇살이 없어도 반길 이 없어도
어여쁜 꽃씨 하나
가슴에 간직한 채
뜨거운 불꽃처럼 살아라
세상을 포옹하고
자연을 사랑하며
천년이 한결같은
침묵의 바다처럼 살아라
내가 생의 다음 모퉁이를 돌아서
다시금 네 앞에 설 때까지
너는
밤하늘별이 되어 살아라
♧ 우리 사랑을 이야기 할 때 - 이희숙
숨 쉬는 마디마디 길을 내는 사랑아
우리 사랑을 이야기 할 때
사랑이 어떻게 길을 물어
여기까지 왔는지 기억하지 말자 다만
마음으로 켜는 현(絃)의 소리에 기뻐하며
지금 우리 서있는 배경 이곳에서
오늘을 태워 내일을 사는 마지막 순간에도
사랑을 위해 쓸 수 있기를 기도하자 그리하여
기다림의 습성을 먼저 배워버린 이력을
힘겨웠다고 말하기보다 행복했다고 말하고
눈물겨웠다고 말하기보다 눈부셨노라 이야기하자
♧ 가을이 오면 - 오순화
푸른 날 바람이 말했지
그리워지는 것이 많아지면 가을이라고
뭉게구름 산위에 누워 말했지
눈 맞춤 하는 날 많아지면 가을이라고
은빛날개 접고 멀어져간 파도는 말했지
수평선에 섬하나 그려지면 가을이라고
창으로 하늘길 내면 맑아진 내 눈 속에 그대얼굴
창으로 바다길 내어 그물 던지면 우리얘기 한가득
그대는 말했지
가을이 오면 하얀 그리움 들국화로 피어난다고
그대는 말했지
길을 걸으면 모두가 가을사람이 된다고
그대는 말했지
가을이 오면 사람들은 마음에 섬집 하나 짓고 산다고
푸른 날 바람이 말했지
그리워지는 것이 많아지면 가을이라고
'수필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삶의 종점에서 남는 것 - 법정 스님 (0) | 2010.09.24 |
---|---|
[스크랩] 누린내풀 누린내를 풍기다 (0) | 2010.09.23 |
[스크랩] 나팔꽃 야생으로 피다 (0) | 2010.09.23 |
[스크랩] 수박풀 ?, 길섶에서 만나 (0) | 2010.09.23 |
[스크랩] 양하 꽃 갖고 놀다 (0) | 2010.09.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