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슴수필 첫번째 동인지

 

         

                                                                                           

 

                                                                                                       선하고 선명하게 이어온 사슴수필의 2022년

 

 

                                                                                     

                                                                                                                        표지 디자인 밎 본문 편집. 이재은

                                                                                                   

                                                                                                                                                        사진. 주영순

 

 

'구름발치'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제미 선인장  (0) 2023.01.17
좋은 작가  (0) 2023.01.15
전하울  (0) 2022.12.28
전하울  (0) 2022.12.28
미동산  (0) 2022.12.06

'구름발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좋은 작가  (0) 2023.01.15
사슴수필 첫번째 동인지  (0) 2023.01.08
전하울  (0) 2022.12.28
미동산  (0) 2022.12.06
고삐 풀린 ‘황소’ 황희찬이 끝냈다…한국 16강 기적은 실화다  (0) 2022.12.04

'구름발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하울  (0) 2022.12.28
전하울  (0) 2022.12.28
고삐 풀린 ‘황소’ 황희찬이 끝냈다…한국 16강 기적은 실화다  (0) 2022.12.04
<제2회 하근찬 문학 심포지엄> 퍼 왔습니다.  (0) 2022.11.16
토성  (0) 2022.11.06

고삐 풀린 ‘황소’ 황희찬이 끝냈다…한국 16강 기적은 실화다

등록 :2022-12-03 02:12수정 :2022-12-03 23:57

이준희 기자 사진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
  • 링크
  • 스크랩
  • 프린트
  • 글씨 키우기
2022 카타르월드컵 H조 3차전
포르투갈에 2-1 역전승…조 2위
황희찬이 3일 오전(한국시각)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 포르투갈과 경기에서 후반 추가시간 역전골을 넣은 뒤 상의를 탈의하고 있다. 알라이얀/연합뉴스
가나전에서 눈물을 펑청 쏟았던 황희찬(울버햄프턴)이 끝내 한국을 구했다.황희찬은 3일(한국시각) 오전 0시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H조 최종 3차전 우루과이와 경기에서 후반 추가시간 역전골을 뽑아내며 ‘알라이얀의 기적’을 만들었다. 2-1, 승리를 만들면서 조 2위. 16강 진출이다.이날 후반 21분 이재성(마인츠)을 대신해 교체 투입된 황희찬은 그간 경기에 뛰지 못했던 한을 풀려는 듯 활발하게 공격을 펼쳤다. 별명처럼 ‘황소’다운 움직임이었다. 가나전 이강인(마요르카)처럼, 한국 공격에 활력소를 불어넣는 교체였다.득점이 터진 건 후반 추가시간이었다. 조별리그 탈락 공포가 엄습하던 순간, 한국은 하프라인 근처에서 상대 공을 빼앗았고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 약 70m를 달려 역습을 가했다. 손흥민은 황희찬에게 침착하고 날카로운 패스를 내줬고, 황희찬은 오른발 슈팅으로 깔끔하게 상대 골문을 갈랐다. 완벽한 마무리였다.
2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 대한민국과 포르투갈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며 16강 진출에 성공한 대표팀 황희찬이 손흥민과 포옹하고 있다. 알라이얀/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황희찬은 이번 대회에서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그는 지난달 초 소속팀 경기 도중 왼쪽 햄스트링을 다쳤다. 대표팀 소집 뒤에도 좀처럼 회복하지 못했다. 우루과이전과 가나전에서 연달아 출전하지 못했던 이유다. 벤치에서 가나전 패배(2-3)를 지켜봤던 황희찬은 결국 눈물을 쏟았다. 4년을 한결같이 달려왔으나 정작 가장 중요한 90분을 놓친 선수의 울음이었다.

 

광고
 
드디어 꿈에 그리던 그라운드에 올라선 황희찬은 눈물을 미소로 바꿨다. 그야말로 알짜배기 활약이었다. 황희찬은 이날 경기에서 슈팅 1개를 기록했는데, 그 슈팅이 한국을 16강으로 올리는 열쇠가 됐다. 영국 <비비시>(BBC)는 “황희찬이 후반 추가시간 득점을 터뜨리며 한국 팬을 열광에 빠뜨렸다”며 평점 8.87점을 부여했다. 손흥민(9.15점)에 이어 팀 내 두번째다.카타르월드컵은 황희찬의 두번째 월드컵이다. 2018년 러시아대회 때는 아쉬움이 컸다. 조별리그 첫 두 경기(스웨덴·멕시코전)를 풀타임 소화했으나 팀의 패배를 막지 못했고, ‘카잔의 기적’이 행해진 마지막 독일전에서는 후반 교체 투입되었다가 불안한 플레이를 남발하며 23분 만에 다시 교체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카타르 ‘알라이얀의 기적’에서 그는 당당하게 주인공이 됐다.앞서 황희찬은 지난달 17일 훈련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지난 월드컵은 굉장히 떨렸는데 이번은 느낌이 많이 다르다. 그동안 여러 팀, 여러 감독, 여러 선수와 경기를 했고 경험했다. 스스로도 많이 발전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 ‘러시아’와 ‘카타르’ 사이 그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본선에서 데뷔골도 넣었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무대도 밟았다. 그리고 그는 대망의 무대에서 자신의 말이 허언이 아님을 증명했다.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구름발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하울  (0) 2022.12.28
미동산  (0) 2022.12.06
<제2회 하근찬 문학 심포지엄> 퍼 왔습니다.  (0) 2022.11.16
토성  (0) 2022.11.06
토성  (0) 2022.11.06
출판일기

하근찬 문학을 널리 알리기 위하여 _<제2회 하근찬 문학 심포지엄>

by euk 2022. 11. 15.

지난 11월 12일, 산지니에서는 <하근찬 전집> 2차분이 발간되었습니다.

5권 낙도, 6권 기울어지는 강, 7권 삽미의 비, 11권 월례소전까지

한국 문학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소설들이 출간되었습니다.

그 의의를 기념하고, 되새기기 위해 지난 토요일, 오후 2시에 영천평생학습관 우석홀에서 심포지엄이 진행되었습니다.

 

부산에서 버스를 타고 태어나 처음으로 영천을 방문하게 되었는데,

겨울답지 않은 따뜻한 날씨에 영천의 경치를 감상하며 심포지엄이 열리는 장소로 향했습니다.

 

버스터미널에서 걸어가는 길에 다리를 건넜는데, 파아란 하늘이 정말 예뻤어요

 

 

이번 심포지엄에는 백신애기념사업회 위원분들과 이번 2차분의 해설을 써주신 문학연구자분들,

심포지엄에 초대되어 함께 토론을 하게 된 분들 등 

하근찬 작가의 문학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며 활발히 활동 중이신 많은 분들이 자리에 참석해 주셨습니다.

저 또한 이번 발간을 담당했던 편집자로서 빠질 수 없기 때문에 부산에서 날아가 참석했습니다!

 

 

심포지엄은 각 해설을 써주신 4분의 발제, 그리고 그에 대한 토론자의 토론문 발표로 진행되었는데요,

각 해설자분들이 책에서는 하지 못했던 더 심도 있는 내용까지 발표해 주셔서 

더욱 풍부한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었습니다.

 

아래는 각 발표자분들의 발표와 토론 내용입니다.

 

 

첫 발제는 '망각된 존재의 목소리를 복원하는 하근찬의 문학'이라는 주제로

5권 『낙도』 해설을 써주신 최슬기 님께서 발표해 주셨습니다.

 

하근찬 소설의 특징은 '망각된 존재의 흩어진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주변적인 존재들을 가시화한다는 것이다.

또한 여타의 전후문학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직접적으로 전쟁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낙도』에 수록된 단편들은 일제강점기 때 지배 권력, 해방 후의 지본 권력과 결탁하며 전근대적 계급 구조를 답습하는 기형적 사회구조를 보여준다.

또한 한국전쟁 당시를 배경으로 예외 상태에 놓인, '정상 국민'의 경계 밖에 놓인 '하위주체'의 신체를 비인간화하여 나타내기도 한다. 특히 「산중우화」의 영감과 할미를 '원숭이'와 '너구리'에 비유한 것이 그러하다. (후략)

 

이에 대한 김현정 대구대학교 강사분께서 토론해주신 내용입니다.

 

작품을 읽어가는 과정은 역사를 문학적으로 증언하는 것의 의미란 무엇일지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역사를 기록하고 재현하는 데 있어 당사자가 직접 사건을 증언하는 것, 사건을 재구성하는 것과 달리 시대의 비극을 문학적으로 증언하는 것은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또한 「산중우화」와 「이지러진 입」은 하근찬 문학의 특수한 성격을 가진 작품이라고 생각하는데, 왜냐하면 '생명성'이나 '신체성' 등 '육체'를 지닌 인간으로서 갖는 날것의 속성이 두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하근찬의 문학이 다른 전후문학과 차별되는 지점이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 이를 아버지와 관련한 경험이 하근찬 문학의 윤리성을 가능케 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하기 위해서는 좀 더 단단한 연결고리가 필요해 보인다. 

 

 

 

두 번째 발제는 '유신을 살아내는 민중의 삶'을 주제로 

6권 『기울어지는 강』의 해설을 써주신 신현아 님께서 발표해 주셨습니다.

 

1970년대는 새로운 대중문화가 폭발하던 시대였다. 하지만 그 이면에 존재했던 착취와 빈곤, 노동문제야말로 1970년대에 새롭게 드러난 것이기도 하다. 

『기울어지는 강』에 수록된 중편들은 전쟁을 다루지 않고 70년대 소시민의 일상을 다루고 있으며, 70년대가 어떻게 식민지와 전쟁의 기억을 억압하였는지 보여준다. 

특히 「십오야」에서 병태와 상만은 대구시에서 버스를 타고 고향으로 가는데, 그 길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고향이 완전히 바뀌었음을 묘사한다. 고향, 즉 농촌은 새마을운동으로 번듯한 공장과 도로 등이 생기면서 도시로 떠났던 청년들을 놀라게 하지만, 그곳이 도시적인 곳으로 변모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러한 변화를 맞은 농촌과 도시의 새로운 대립을 만들어낸다. 

즉, 하근찬은 유 신체제와 그 이후 민중들의 삶 속에서 국가가 어떻게 '잉여적인 존재'들의 삶을 폭력적으로 배제해왔는지를 그리고 있다. (후략)

 

이에 대한 홍덕구 포항공과대 교수님께서 토론해주신 내용입니다.

 

「보랏빛 연가」에서 윤형규와 지혜림의 성별 차이는 두 인물의 성격과 운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죽음에 대한 어떤 기억도 없이 아름다운 과거와 중산층의 삶을 살아가는 윤형규와 죽음과 폭력으로 점철된 과거를 피해 숨듯이 살아가는 지혜림의 삶이 대비되면서 소설의 효과는 극대화된다는 말에는 동의한다. 여기서 두 인물의 운명을 갈라놓은 것은 무엇인가. 신분이나 계급의 차이는 분명히 아니며, 답은 하근찬 소설이 여성을 재현하는 방식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하근찬 소설의 여성들은 단지 수난의 주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식민지배나 전쟁과 같은 거대한 폭력의 기억을 체현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문제는 이러한 여성 재현에서 여성의 주체성을 발견할 수 있는지, 아니면 또 다른 방식의 대상화에 그칠 뿐인가?

 

 

 

세 번째 발제는 '이데올로기와 길항하는 보통의 삶이 지닌 가능성'을 주제로

7권 『삽미의 비』의 해설을 써주신 전소영 님께서 발표해 주셨습니다.

 

최인훈이나 박완서 이호철 등의 작가들은 유년 시절과 청년기에 경험한 '이데올로기의 폭력'으로서의 태평양전쟁과 6·25전쟁으로부터 얻은 의식 세계를 토대로 1960년대, 70년대의 권력과 이데올로기를 비판적으로 볼 수 있었다.

하근찬은 스스로 자신의 문학세계를 1기와 2기로 구축하였다고 밝힌다. 일제 말엽을 회상하는 소설, 그 외에 1960년대 및 70년대 사회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담긴 작품들이 『삽미의 비』에 수록되어 있다. 

(중략)

하근찬은 「삽미의 비」의 박만도 형(形)의 인물들을 문학세계의 주체로 내세우면서, 이 세계를 온당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힘은 내면화된 이데올로기와 길항하려는 개인들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말한다. 

 

이에 대한 정미숙 문학평론가님께서 토론해주신 내용입니다.

 

가장 문제적으로 읽은 작품은 「원 선생의 수업」과 「수양일기」이다. 두 소설은 모두 어린 소년 시절 학교에서 받은 훈육이라 불리는 시련의 과정이 무의식적으로, 오래도록 지속되며 인간의 정체성에 영향을 미치고 삶을 훼손한다는 진실을 말한다. 

(중략) 「후일담」과 「성묘행」은 개발 논리에 빠져 침몰해 가는 우리 삶의 지형, 나아가 전 지구적 상황에 대한 사유를 촉구한다. 건설과 파괴, 보상과 망상으로 이어지는 연쇄 고리를 합리적으로 견인할 새로운 역사의식이 필요하다. 이는 하근찬 전집 발간과 함께 새롭게 활기를 더할 하근찬 소설 연구의 새로운 장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박만도' 식의 보통의 삶이 아닌, 보통 너머의 정상적인 삶을 희망한다.

 

 

 

 

마지막 발제는 '강제로 끌려간 여성에 대한 기억과 이야기'을 주제로

11권 『월례소전』의 해설을 써주신 서승희 님께서 발표해 주셨습니다.

 

『월례소전』은 <여성동아>에 29회 연재된 이후 여러 차례 단행본으로 출간되며 많은 독자들과 만났다.

이 작품은 근현대사를 통시적으로 다루는 여타 소설들과는 변별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방대한 시간을 다루고 있지만 주요 시간대는 대부분 식민지 말기에 집중되어 있으며, 공간도 '동양척식주식회사 소유의 농장'이 있는 어느 농촌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여기서 펼쳐지는 전시체제하 농촌 동원과 수탈상은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든 월례의 인생 유전을 자아내는 동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정신대'라는 역사적 소재와 사할린 한인 문제라는 시의적 이슈를 주요 사건으로 결합했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중략)

신문의 생존자 명단에서 월례가 소련 혹은 북한 국적이었다면 월례의 어머니는 흔쾌히 우리, 가족, 민족, 국가의 딸로 월례를 호명하지 못했을 것이다. 무국적 상태임을 공식적으로 증명함으로써 월례는 남한 국민의 일원으로 초대받긴 했으나, 도대체 월례는 누구인지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된다. '데이신타이', '일본군위안부', 사할린 한인, 무국적자 등 월례를 스쳐간 용어들은 그녀가 거쳐 온 삶의 어떠한 단면도 제대로 해명해내지 못한다.

 

이에 대한 김만석 문학평론가님께서 토론해주신 내용입니다.

 

일제 말기의 역사적 경험에 대한 영천 지역어와 표준어, 일본어가 복합적으로 얽혀 표현되고 있는 것은 주목해야 할 점이다. 일본어는 물론이고 표준어르 발화될 수 없는 지역에서의 경험, 영천 지역어로도 포착되지 않는 경험으로 일제 말기를 서사화하는 『월례소전』의 언어적 복합성은 그 자체로 중요하다. 물론 이 언어들이 수평적으로 취사선택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강제로 주어진다고 하는 편이 더 타당하다. 

일본어로 이루어졌을 '하루에 쓰루미'와 '월례'의 대화는 표준어와 영천 지역어로 번역되어 독자들에게 제시되면서, 커뮤니케이션의 비대칭성을 환기시킨다. 이러한 번역은 언어 상호 간의 일치를 보여주지 않는데, 오히려 이 번역의 과정에서 민족적, 인종적, 지역적 갈등과 마찰에 대한 '감각'이 확보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후략)

 

 

긴 시간 동안 하근찬의 작품을 통해 여러 논의를 깊게 다루면서, 이전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하근찬의 작품에서 풍부하게 논의될 주제들에 대해 듣고 배우며 그의 문학이 문학사에서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지 배우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심포지엄 마지막 시간에는 참석자들과 자유롭게 소통하고,

하근찬 작가님의 아드님께서도 참석하여 생전의 하근찬 작가님의 이야기도 들려주셨습니다.

 

 

 

 

하근찬 문학의 연구는 이제 시작입니다.

앞으로 전집 22권이 모두 발간되는 과정에서 많은 문학연구자들이

함께 하근찬의 문학이 어떠한 의의를 지니는지 등등 여러 논의를 이어가야 할 것입니다.  

 

저 또한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하근찬 작가님의 문학에 대해 더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으며,

앞으로도 발간될 작품들을 어떻게 구상하고 어떠한 점을 중심으로 다뤄야 할지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후에도 발간될 <하근찬 전집>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하근찬 전집> 소개

 

잊혀지고 배제된 존재들을 기록하는 하근찬의 시선 _『하근찬 전집 5, 6, 7, 11』:: 책 소개

하근찬 전집 제5권 낙도 제6권 기울어지는 강 제7권 삽미의 비 제11권 월례소전 🎬 민중의 삶에 주목한 소설가 하근찬, 전쟁의 주변을 세세히 살피다 2021년에 ‘하근찬 전집’ 발간의 첫 시작을

sanzinibook.tistory.com

 

▶ <하근찬 전집> 구매하기

'구름발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동산  (0) 2022.12.06
고삐 풀린 ‘황소’ 황희찬이 끝냈다…한국 16강 기적은 실화다  (0) 2022.12.04
토성  (0) 2022.11.06
토성  (0) 2022.11.06
토성  (0) 2022.11.06

 

수난이대(受難二代)

하근찬

 

진수가 돌아온다. 진수가 살아서 돌아온다. 아무개는 전사했다는 통지가 왔고, 아무개는 죽었는지 살았는지 통 소식이 없는데, 우리 진수는 살아서 오늘 돌아오는 것이다. 생각할수록 어깻바람이 날 일이다. 그래 그런지 몰라도 박만도는 여느때 같으면 아무래도 한두 군데 앉아 쉬어야 넘어설 수 있는 용머리재를 단숨에 올라 채고 만 것이다. 가슴이 펄럭거리고 허벅지가 뻐근했다. 그러나 그는 고갯마루에서도 쉴 생각을 하지 않았다. 들 건너 멀리 바라보이는 정거장에서 연기가 물씬물씬 피어오르며 삐익 기적 소리가 들려 왔기 때문이다. 아들이 타고 내려올 기차는 점심때가 가까워 도착한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해가 이제 겨우 산등성이 위로 한 뼘 가량 떠올랐으니, 오정이 되려면 아직 차례 멀은 것이다. 그러나 그는 공연히 마음이 바빴다. 까짓것, 잠시 앉아 쉬면 뭐할 기고.

손가락으로 한쪽 콧구멍을 누르면서 팽! 마른 코를 풀어 던졌다. 그리고 휘청휘청 고갯길을 내려가는 것이다.

내리막은 오르막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대고 팔을 흔들라치면 절로 굴러 내려가는 것이다. 만도는 오른쪽 팔만을 앞뒤로 흔들고 있었다. 왼쪽 팔은 조끼 주머니에 아무렇게나 쑤셔 넣고 있는 것이다. 삼대 독자가 죽다니 말이 되나. 살아서 돌아와야 일이 옳고말고. 그런데 병원에서 나온다 하니 어디를 좀 다치기는 다친 모양이지만, 설마 나같이 이렇게사 되지 않았겠지. 만도는 왼쪽 조기 주머니에 꽂힌 소맷자락을 내려다보았다. 그 소맷자락 속에는 아무것도 든 것이 없었다. 그저 소맷자락만이 어깨 밑으로 덜렁 처져 있는 것이다. 그래서 노상 그쪽은 조끼 주머니 속에 꽂혀 있는 것이다. 볼기짝이나 장딴지 같은 데를 총알이 약간 스쳐갔을 따름이겠지. 나처럼 팔뚝 하나가 몽땅 달아날 지경이었다면 그 엄살스런 놈이 견뎌 냈을 턱이 없고말고. 슬며시 걱정이 되기도 하는 듯 그는 속으로 이런 소리를 주워섬겼다.

 

내리막길은 빨랐다. 벌써 고갯마루가 저만큼 높이 쳐다보이는 것이다. 산모퉁이를 돌아서면 이제 들판이다. 내리막길을 쏘아 내려 온 기운 그대로, 만도는 들길을 잰걸음 쳐 나가다가 개천 둑에 이르러서야 걸음을 멈추었다. 외나무다리가 놓여 있는 조그마한 시냇물이었다. 한여름 장마철에는 들어설라치면 배꼽이 묻히는 수도 있었지마는 요즈막엔 무릎이 잠길 듯 말듯 한 물인 것이다. 가을이 깊어지면서부터 물은 밑바닥이 환히 들여다보일 만큼 맑아져 갔다. 소리도 없이 미끄러져 내려가는 물을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으면 절로 잇속이 시려 온다.

 

만도는 물 기슭에 내려가서 쭈그리고 앉아 한 손으로 고의춤을 뜯어 헤쳤다. 오줌을 찌익 갈기는 것이다. 거울면처럼 맑은 물위에 오줌이 가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며 뿌우연 거품을 이루니 여기저기서 물고기 떼가 모여든다. 제법 엄지손가락만씩한 피리도 여러 마리다. 한 바가지 잡아서 회쳐 놓고 한잔 쭈욱 들이켰으면……. 군침이 목구멍에서 꿀꺽했다. 고기 떼를 향해서 마른 코를 팽팽 풀어 던지고, 그는 외나무다리를 조심히 디뎠다.

 

길이가 얼마 되지 않는 다리었으나 아래로 몸을 내려다보면 제법 아찔했다. 그는 이 외나무다리를 퍽 조심한다.

 

언젠가 한번, 읍에서 술이 꽤 되어가지고 흥청거리며 돌아오다가, 물에 굴러 떨어진 일이 있었던 것이다. 지나치는 사람이 없었기에망정이지, 누가 보았더라면 큰 웃음거리가 될 뻔했었다. 발목 하나를 약간 접쳤을 뿐, 크게 다친 데는 없었다. 이른 가을철이었기 때문에 옷을 벗어 둑에 널어놓고 말릴 수는 있었으나 여간 창피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옷이 말짱 젖었다거나 옷이 마를 때까지 발가벗고 기다려야 한다거나 해서가 아니었다. 팔뚝 하나가 몽땅 잘라져 나간 흉측한 몸뚱이를 하늘 앞에 드러내 놓고 있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지나치는 사람이 있을라치면, 하는 수없이 물 속으로 뛰어 들어가서 얼굴만 내놓고 앉아 있었다. 물이 선뜩해서 아래턱이 덜덜거렸으나, 오그라 붙는 사타구니를 한 손으로 꽉 움켜쥐고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

 

"흐흐흐……."

 

그때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곧 웃음이 터져 나오는 것이다. 하늘로 쳐들린 콧구멍이 연방 벌름거렸다.

 

개천을 건너서 논두렁 길을 한참 부지런히 걸어가노라면 읍으로 들어가는 한길이 나선다. 도로변에 먼지를 부옇게 덮어 쓰고 도사리고 앉아 있는 초가집은 주막이다. 만도가 읍네 나올 때마다 꼭 한번씩 들르곤 하는 단골집인 것이다. 이 집 눈썹이 짙은 여편네와는 예사로 농을 주고 받는 사이다.

 

술방 문턱을 들어서며 만도가,

 

"서방님 들어가신다."

 

하면, 여편네는,

 

아이 문둥아 어서 오느라."

 

하는 것이 인사처럼 되어 있었다. 만도는 여간 언짢은 일이 있어도 이 여편네의 궁둥이 곁에 가서 앉으면 속이 절로 쑥 내려가는 것이었다.

 

주막 앞을 지나치면서 만도는 술방 문을 열어 볼까 했으나, 방문 앞에 신이 여러 켤레 널려 있고, 방안에서 웃음소리가 요란하기 때문에 돌아오는 길에 들르기로 했다. 신작로에 나서면 금시 읍이었다. 만도는 읍 들머리에서 잠시 망설이다가, 정거장 쪽과는 반대되는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장거리를 찾아가는 것이었다. 진수가 돌아오는데 고등어나 한 손 사가지고 가야 될 거 아닌가, 싶어서였다. 장날은 아니었으나, 고깃전에는 없는 고기가 없었다. 이것을 살까 하면 저것이 좋아 보이고 그것을 사러 가면 또 그 옆의 것이 먹음직해 보이고 그것을 사러 가면 또 그 옆의 것이 먹음직해 보였다. 한참 이리저리 서성거리다가 결국은 고등어 한 손이었다. 그것을 달랑달랑 들고 정거장을 향해 가는데, 겨드랑 밑이 간질간질해 왔다. 그러나 한쪽밖에 없는 손에 고등어를 들었으니 참 딱했다. 어깻죽지를 연방 위아래로 움직거리는 수밖에 없었다. 정거장 대합실에 들어선 만도는 먼저 벽에 걸린 시계부터 바라보았다. 두시 이십분이었다. 벌써 두시 이십분이니 내가 잘못 보나? 아무리 두 눈을 씻고 보아도 시계는 틀림없는 두시 이십분이었다. 한쪽 걸상에 가서 궁둥이를 붙이면서도 곧장 미심쩍어 했다. 두시 이십분이라니, 그럼 벌써 점심때가 겨웠단 말인가? 말도 아닌 것이다. 자세히 보니 시계는 유리가 깨어졌고 먼지가 꺼멓게 앉아 있었다. 그러면 그렇지. 엉터리였다. 벌써 그렇게 되었을 리가 없는 것이다.

 

"여보이소 지금 몇 싱교?"

 

맞은편에 앉은 양복장이한테 물어 보았다.

 

"열시 사십분이오."

 

", 그렁교."

 

만도는 고개를 굽실하고는 두 눈을 연방 껌벅거렸다. 열시 사십분이라, 보자 그럼 아직도 한 시간이나 나마 남았구나. 그는 안심이 되는 듯 후유 숨을 내쉬었다. 궐련을 한 깨 뻬 물고 불을 댕겼다. 정거장 대합실에 와서 이렇게 도사리고 앉아 있노라면, 만도는 곧잘 생각키는 일이 한 가지 있었다. 그 일이 머리에 떠오르면 등골을 찬 기운이 좍 스쳐 내려가는 것이었다. 손가락이 시퍼렇게 굳어진 이끼 낀 나무토막 같은 팔뚝이 지금도 저만큼 눈앞에 보이는 듯했다.

 

바로 이 정거장 마당에 백 명 남짓한 사람들이 모여 웅성거리고 있었다. 그 중에는 만도도 섞여 있었다. 기차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으나, 그들은 모두 자기네들이 어디로 가는 것인지 알지를 못했다. 그저 차를 타라면 탈 사람들이었다. 징용에 끌려 나가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십 이삼년 옛날의 이야기인 것이다.

 

북해도 탄광으로 갈 것이라는 사람도 있었고 틀림없이 남양군도로 간다는 사람도 있었다. 더러는 만주로 가면 좋겠다고 하기도 했다. 만도는 북해도가 아니면 남양군도일 것이고, 거기도 아니면 만주겠지, 설마 저희들이 하늘 밖으로사 끌고 가겠느냐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그 들창코로 담배 연기를 푹푹 내뿜고 있었다. 그러나 마음이 좀 덜 좋은 것은 마누라가 저쪽 변소 모퉁이 벚나무 밑에 우두커니 서서 한눈도 안 팔고 이쪽만을 바라보고 있는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는 주머니 속에 성냥을 두고도 옆사람에게 불을 빌리자고 하며 슬며시 돌아서 버리곤 했다. 플랫포옴으로 나가면서 뒤를 돌아보니 마누라는 울 밖에 서서 수건으로 코를 눌러대고 있는 것이었다. 만도는 코허리가 찡했다. 기타가 꽥꽥 소리를 지르면서 덜커덩! 하고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는 정말 덜 좋았다. 눈앞이 뿌우옇게 흐려지는 것을 어쩌지 못했다. 그러나 정거장이 까맣게 멀어져 가고 차창 밖으로 새로운 풍경이 휙휙 날라들자, 그만 아무렇지도 않아지는 것이었다. 오히려 기분이 유쾌해지는 것 같기도 했다.

 

바다를 본 것도 처음이었고, 그처럼 큰배에 몸을 실어 본 것은 더구나 처음이었다. 배 밑창에 엎드려서 꽥꽥 게워내는 사람들이 많았으나, 만도는 그저 골이 좀 띵했을 뿐 아무렇지도 않았다. 더러는 하루에 두 개씩 주는 뭉치밥을 남기기도 했으나, 그는 한꺼번에 하룻 것을 뚝딱해도 시원찮았다. 모두 내릴 준비를 하라는 명령이 떨어진 것은 사흘째 되는 날 황혼때었다. 제가끔 봇짐을 챙기기에 바빴다. 만도도 호박덩이만한 보따리를 옆구리에 덜렁 찼다. 갑판 위에 올라가 보니 하늘은 활활 타오르고 있고, 바닷물은 불에 녹은 쇠처럼 벌겋게 출렁거리고 있었다. 지금 막 태양이 물위로 뚝딱 떨어져 가는 것이었다. 햇덩어리가 어쩌면 그렇게 크고 붉은지 정말 처음이었다. 그리고 바다 위에 주황빛으로 번쩍거리는 커다란 산이 둥둥 떠 있는 것이었다. 무시무시하도록 황홀한 광경에 모두들 딱 벌어진 입을 다물 줄 몰랐다. 만도는 어깨마루를 버쩍 들러 올리면서, 히야 고함을 질러댔다. 그러나, 섬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숨막히는 더위와 강제 노동과 그리고, 잠자리만씩이나 한 모기 떼…….그런 것뿐이었다.

 

섬에다가 비행장을 닦는 것이었다. 모기에게 물려 혹이 된 자리를 벅벅 긁으며, 비오듯 쏟아지는 땀을 무릅쓰고, 아침부터 해가 떨어질 때까지 산을 허물어 내고, 흙을 나르고 하기란, 고향에서 농사 일에 뼈가 굳어진 몸에도 이만저만한 고역이 아니었다. 물도 입에 맞지 않았고, 음식도 이내 변하곤 해서 도저히 견디어 낼 것 같지가 않았다. 게다가 병까지 돌았다. 일을 하다가도 벌떡 자빠지기가 예사였다. 그러나 만도는 아침저녁으로 약간씩 설사를 했을 뿐, 넘어지지는 않았다. 물도 차츰 입에 맞아 갔고, 고된 일도 날이 감에 따라 몸에 배어드는 것이었다. 밤에 날개를 차며 몰려드는 모기 떼만 아니면 그냥저냥 배겨내겠는데, 정말 그놈의 모기들만은 질색이었다.

 

사람의 일이란 무서운 것이었다. 그처럼 험난하던 산과 산 틈바구니에 비행장을 다듬어 내고야 말았던 것이다. 허나 일은 그것으로는 끝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더 벅찬 일이 닥치는 것이었다. 연합군의 비행기가 날아들면서부터 일은 밤중까지 계속되었다. 산허리에 굴을 파들어 가는 것이었다. 비행기를 집어 넣을 굴이었다. 그리고 모든 시설을 다 굴속으로 옮겨야 하는 것이었다.

 

여기저기 다이너마이트 튀는 소리가 산을 흔들어댔다. 앵앵앵 하고 공습경보가 나면 일을 하던 손을 놓고 모두가 굴 바닥에 납작납작 엎드려 있어야 했다. 비행기가 돌아갈 때까지 그러고 있는 것이었다. 어떤 때는 근 한 시간 가까이나 엎드려 있어야 하는 때도 있었는데 차라리 그것이 얼마나 편한지 몰랐다. 그래서 더러는 공습이 있기를 은근히 기다리기도 했다. 때로는 공습 경보의 사이렌을 듣지 못하고 그냥 일을 계속하는 수도 있었다.

 

그럴 때는 모두 큰 손해를 보았다고 야단들이었다. 어떻게 된 셈인지 사이렌이 미처 불기 전에 비행기가 산등성이를 넘어 달려드는 수도 있었다. 그럴 때는 정말 질겁을 하는 것이었다. 가장 많은 손해를 입는 것도 그런 경우였다. 만도가 한쪽 팔뚝을 잃어버린 것도 바로 그런 때의 일이었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굴 속에서 바위를 허물어 내고 있었다. 바위 틈서리에 구멍을 뚫어서 다이너마이트를 장치하는 하는 것이었다. 장치가 다 되면 모두 바깥으로 나가고, 한 사람만 남아서 불을 당기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터지기 전에 얼른 밖으로 뛰어나와야 되었다. 만도가 불을 당기는 차례였다. 모두 바깥으로 나가 버린 다음 그는 성냥을 꺼냈다. 그런데 웬 영문인지 기분이 께름직했다. 모기에게 물린 자리가 자꾸 쑥쑥 쑤시는 것이다. 걱즉걱즉 긁어댔으나 도무지 시원한 맛이 없었다. 그는 이맛살을 찌푸리면서 성냥을 득 그었다. 그래 그런지 몰라도, 불은 이내 픽 하고 꺼져 버렸다. 성냥 알맹이 네 개째에사 겨우 심지에 불이 당겨졌다. 심지에 불이 붙는 것을 보자 그는 얼른 몸을 굴 밖으로 날렸다. 바깥으로 막 나서려는 때였다. 산이 무너지는 소리와 함께 사나운 바람이 귓전을 후려갈기는 것이었다. 만도는 정신이 아찔했다. 공습이었던 것이다. 산등성이를 넘어 달려든 비행기가 머리 위로 아슬아슬하게 지나가는 것이었다. 미처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또 한 대가 뒤따라 날라드는 것이 아닌가. 만도는 그만 넋을 잃고 굴 안으로 도로 달려들었다. 달려들어가서 굴 바닥에 아무렇게나 팍 엎드러져 버리고 말았다. 고 순간이었다. ! 굴 안이 미어지는 듯하면서 다이너마이트가 터졌다. 만도의 두 눈에서 불이 번쩍 났다.

 

만도가 어렴풋이 눈을 떠 보니, 바로 거기 눈 앞에 누구의 것인지 모를 팔뚝이 하나 놓여 있었다. 손가락이 시퍼렇게 굳어져서, 마치 이끼 낀 나무 토막처럼 보이는 것이었다. 만도는 그것이 자기의 어깨에 붙어 있던 것인 줄을 알자, 그만 으아! 하고 정신을 잃어버렸다. 재차 눈을 땠을 때는 그는 폭삭한 담요 속에 누워 있었고, 한쪽 어깻죽지가 못 견디게 쿡쿡 쑤셔댔다. 절단 수술(切斷手術)은 이미 끝난 뒤였다.

 

꽤액 기차 소리였다. 멀리 산모퉁이를 돌아오는가 보았다. 만도는 앉았던 자리를 털고 벌떡 일어서며, 옆에 놓아 두었던 고등어를 집어 들었다. 기적 소리가 가까워질수록 그의 가슴은 울렁거렸다. 대합실 밖으로 뛰어나가 홈이 잘 보이는 울타리 쪽으로 가서 발돋움을 하였다. 째랑째랑 하고 종이 울자, 한참만에 차는 소리를 지르면서 달려 들었다. 기관차의 옆구리에서는 김이 픽픽 풍겨 나왔다. 만도의 얼굴은 바짝 긴장되었다. 시꺼먼 열차 속에서 꾸역꾸역 사람들이 밀려 나왔다. 꽤 많은 손님이 쏟아져 내리는 것이었다. 만도의 두 눈은 곧장 이리저리 굴렀다. 그러나 아들의 모습은 쉽사리 눈에 띠지 않았다. 저 쪽 출찰구로 밀려 가는 사람의 물결 속에, 두 개의 지팡이를 의지하고 절룩거리며 걸어 나가는 상이 군인이 있었으나, 만도는 그 사람에게 주의를 기울이지는 않았다. 기차에서 내릴 사람은 모두 내렸는가 보다. 이제 미처 차에 오르지 못한 사람들이 플랫폼을 이리저리 서성거리고 있을 뿐인 것이다. 그 놈이 거짓으로 편지를 띄웠을 리는 없을 건데……. 만도는 자꾸 가슴이 떨렸다. 이상한 일이다, 하고 있을 때였다. 분명히 뒤에서.

 

"아부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만도는 깜짝 놀라며, 얼른 뒤를 돌아보았다. 그 순간, 만도의 두 눈은 무섭도록 크게 떠지고 입은 딱 벌어졌다. 틀림없는 아들이었으나, 옛날과 같은 진수는 아니었다. 양쪽 겨드랑이에 지팡이를 끼고 서 있는데, 스쳐가는 바람결에 한쪽 바짓가랑이가 펄럭거리는 것이 아닌가. 만도는 눈앞이 노오래지는 것을 어쩌지 못했다. 한참 동안 그저 멍멍하기만 하다가, 코허리가 찡해지면서 두 눈에 뜨거운 것이 핑 도는 것이었다.

 

"에라이 이놈아!"

 

만도의 입술에서 모지게 튀어나온 첫마디였다. 떨리는 목소리였다. 고등어를 든 손이 불끈 주먹을 쥐고 있었다.

 

"이기 무슨 꼴이고, 이기."

 

"아부지!"

 

"이놈아, 이놈아……"

 

만도의 들창코가 크게 벌름거리다가 훌쩍 물코를 들이마셨다. 진수의 두 눈에서는 어느 결에 눈물이 꾀죄죄하게 흘러내리고 있었다. 만도는 모든 게 진수의 잘못이기나 한 듯 험한 얼굴로,

 

"가자, 어서!"

 

무뚝뚝한 한 마디를 내던지고는 성큼성큼 앞장을 서 가는 것이었다. 진수는 입술에 내려와 묻는 짭짤한 것을 혀 끝으로 날름 핥아 버리면서, 절름절름 아버지의 뒤를 따랐다. 앞장 서 가는 만도는 뒤따라오는 진수를 한 번도 돌아보지 않았다. 한눈을 파는 법도 없었다. 무겁디 무거운 짐을 진 사람처럼 땅바닥만을 내려다보며, 이따금 끙끙거리면서 부지런히 걸어만 가는 것이다. 지팡이에 몸을 의지하고 걷는 진수가 성한 사람의, 게다가 부지런히 걷는 걸음을 당해 낼 수는 도저히 없었다. 한 걸음 두 걸음씩 뒤지기 시작한 것이, 그만 작은 소리로 불러서는 들리지 않을 만큼 떨어져 버리고 말았다. 진수는 목구멍을 왈칵 넘어오려는 뜨거운 기운을 꾹 참노라고 어금니를 야물게 깨물어 보기도 하였다. 그리고 두 개의 지팡이와 한 개의 다리를 열심히 움직여대는 것이었다. 앞서 간 만도는 주막집 앞에 이르자, 비로소 한 번 뒤를 돌아 보았다. 진수는 오다가 나무 밑에 서서 오줌을 누고 있었다. 지팡이는 땅바닥에 던져 놓고, 한쪽 손으로는 볼일을 보고, 한쪽 손으로는 나무 둥치를 감싸 안고 있는 모양이 을씨년스럽기 이를데 없는 꼬락서니였다. 만도는 눈살을 찌푸리며, 으음! 하고 신음 소리 비슷한 무거운 소리를 내었다. 그리고 술방 앞으로 가서 방문을 왈칵 잡아당겼다.

 

기역자판 안에 도사리고 앉아서 속옷을 뒤집어 까고 이를 잡고 있던 여편네가 킥 하고 웃으며 후닥딱 옷섶을 여몄다. 그러나 만도는 웃지를 않았다. 방 문턱을 넘어서며도 서방님 들어가신다는 소리를 지르지 않았다. 아마 이처럼 무뚝한 얼굴을 하고 이 술방에 들어서기란 처음일 것이다. 여편네가 멋도 모르고,

 

"오늘은 서방님 아닌가배."

 

하고 킬킬 웃었으나, 만도는 으음! 또 무거운 신음 소리를 했을 뿐 도시 기분을 내지 않았다. 기역자판 앞에 가서 쭈그리고 앉기가 바쁘게,

 

"빨리 빨리."

 

재촉을 하였다.

 

"핫다나, 어지간히도 바쁜가배."

 

"빨리 꼬빼기로 한 사발 달라니까구마."

 

"오늘은 와 이카노?"

 

여편네가 쳐주는 술사발을 받아 들며, 만도는 휴유 하고 숨을 크게 내쉬었다. 그리고 입을 얼른 사발로 가져갔다. 꿀꿀꿀, 잘도 넘어가는 것이다. 그 큰 사발을 단숨에 말려 버리고는, 도로 여편네눈 앞으로 불쑥 내밀었다. 그렇게 거들빼기로 석 잔을 해치우고사 으으윽! 하고 개트림을 하였다. 여편네가 눈을 휘둥굴해 가지고 혀를 내둘렀다. 빈 속에 술을 그처럼 때려 마시고 보니, 금새 눈두덩이 확확 달아오르고, 귀뿌리가 발갛게 익어 갔다. 술기가 얼큰하게 돌자, 이제 좀 속이 풀리는 성 싶어 방문을 열고 바깥을 내다보았다. 진수는 이마에 땀을 척척 흘리면서 다 와 가고 있었다.

 

"진수야!"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리 들어와 보래."

 

"…………."

 

진수는 아무런 대꾸도 없이 어기적어기적 다가왔다. 다가와서 방 문턱에 걸터앉으니까, 여편네가 보고,

 

"방으로 좀 들어오이소."

 

하였다.

 

"여기 좋심더."

 

그는 수세미 같은 손수건으로 이마와 코 언저리를 싹싹 닦아냈다.

 

"마 아무데서나 묵어라. 저 국수 한 그릇 말아 주소."

 

"."

 

"꼬빼기로 잘 좀 ……. 참지름도 치소, 알았능교?"

 

"야아."

 

여편네는 코로 히죽 웃으면서 만도의 옆구리를 살짝 꼬집고는, 소쿠리에서 삶은 국수 두 뭉텅이를 집어 들었다.

 

진수가 국수를 훌훌 끌어 넣고 있을 때, 여편네는 만도의 귓전으로 얼굴을 갖다 댔다.

 

"아들이가?"

 

만도는 고개를 약간 앞뒤로 끄덕거렸을 뿐, 좋은 기색을 하지 않았다. 진수가 국물을 훌쩍 들어마시고 나자, 만도는,

 

"한 그릇 더 묵을래?"

 

하였다.

 

"아니 예."

 

"한 그릇 더 묵지 와."

 

"고만 묵을랍니더."

 

진수는 입술을 싹 닦으며 뿌시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막을 나선 그들 부자는 논두렁길로 접어들었다. 아까와 같이 만도가 앞장을 서는 것이 아니라, 이번에는 진수를 앞세웠다. 지팡이를 짚고 찌긋둥찌긋둥 앞서 가는 아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팔뚝이 하나밖에 없는 아버지가 느럿느럿 따라가는 것이다. 손에 매달린 고등어가 대구 달랑달랑 춤을 추었다. 너무 급하게 들어마셔서 그런지, 만도의 뱃속에서는 우글우글 술이 끓고, 다리가 휘청거렸다. 콧구멍으로 더운 숨을 훅훅 내불어 보니 정신이 아른해서 역시 좋았다.

 

"진수야!"

 

"."

 

"니 우째다가 그래 됐노?

 

"전쟁하다가 이래 안 됐심니꼬. 수류탄 쪼가리에 맞았심더."

 

"수류탄 쪼가리에?

 

"."

 

"."

 

"얼른 낫지 않고 막 썩어 들어가기 땜에 군의관이 짤라 버립디더.병원에서예.아부지!"

 

"?"

 

"이래 가지고 우째 살까 싶습니더."

 

"우째 살긴 뭘 우째 살아? 목숨만 붙어 있으면 다 사는 기다. 그런 소리 하지 말아."

 

"……"

 

"나 봐라. 팔뚝이 하나 없어도 잘만 안 사나. 남 봄에 좀 덜 좋아서 그렇지, 살기사 왜 못 살아."

 

"차라리 아부지같이 팔이 하나 없는 편이 낫겠어예. 다리가 없어놓니, 첫째 걸어댕기기에 불편해서 똑 죽겠심더."

 

"야야. 안 그렇다. 걸어댕기기만 하면 뭐 하노, 손을 지대로 놀려야 일이 뜻대로 되지."

 

"그러까예?"

 

"그렇다니, 그러니까 집에 앉아서 할 일은 니가 하고, 나댕기메할 일은 내가 하고, 그라면 안 대겠나, 그제?"

 

""

 

진수는 아버지를 돌아보며 대답했다. 만도는 돌아보는 아들의 얼굴을 향해 지긋이 웃어주었다. 술을 마시고 나면 이내 오줌이 마려워지는 것이다. 만도는 길가에 아무데나 쭈그리고 앉아서 고기 묶음을 입에 물려고 하였다. 그것을 본 진수는,

 

"아부지, 그 고등어 이리 주소,"

 

하였다. 팔이 하나밖에 없는 몸으로 물건을 손에 든 채 소변을 볼 수는 없는 것이다. 아버지가 볼일을 마칠 때까지, 진수는 저만큼 떨어져 서서 지팡이를 한쪽 손에 모아 쥐고, 다른 손으로 고등어를 들고 있었다. 볼일을 다 본 만도는 얼른 가서 아들의 손에서 고등어를 다시 받아 든다.

 

개천 둑에 이르렀다. 외나무 다리가 놓여 있는 그 시냇물이다. 진수는 슬그머니 걱정이 되었다. 물은 그렇게 깊은 것 같지 않지만, 밑바닥이 모래흙이어서 지팡이를 짚고 건너가기가 만만할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외나무다리는 도저히 건너갈 재주가 없고……. 진수는 하는 수 없이 둑에 퍼지고 앉아서 바짓가랑이를 걷어 올리기 시작했다. 만도는 잠시 멀뚱히 서서 아들의 하는 양을 내려다보고 있다가,

 

"진수야, 그만두고, 자아 업자."하는 것이었다.

 

"업고 건느면 일이 다 되는 거 아니가. 자아, 이거 받아라."

 

고등어 묶음을 진수 앞으로 민다.

 

"……."

 

진수는 퍽 난처해 하면서, 못 이기는 듯이 그것을 받아 들었다. 만도는 등허리를 아들 앞에 갖다 대고, 하나밖에 없는 팔을 뒤로 버쩍 내밀며,

 

"자아, 어서!"

 

진수는 지팡이와 고등어를 각각 한 손에 쥐고, 아버지의 등허리로 가서 슬그머니 업혔다. 만도는 팔뚝을 뒤로 돌리면서, 아들의 하나뿐인 다리를 꼭 안았다. 그리고

 

"팔로 내 목을 감아야 될 끼다."

 

했다. 진수는 무척 황송한 듯 한쪽 눈을 찍 감으면서, 고등어와 지팡이를 든 두 팔로 아버지의 굵은 목줄기를 부둥켜안았다. 만도는 아랫배에 힘을 주며, '!' 하고 일어났다. 아랫도리가 약간 후들거렸으나 걸어갈 만은 했다. 외나무다리 위로 조심조심 발을 내디디며 만도는 속으로, 이제 새파랗게 젊은 놈이 벌써 이게 무슨 꼴이고. 세상들 잘못 만나서 진수 니 신세도 참 똥이다, . 이런 소리를 주워섬겼고, 아버지의 등에 업힌 진수는 곧장 미안스러운 얼굴을 하며, '나꺼정 이렇게 되다니, 아부지도 참 복도 더럽게 없지, 차라리 내가 죽어버렸더라면 나았을 낀데…….'하고 중얼거렸다.

 

만도는 아직 술기가 약간 있었으나, 용케 몸을 가누며 아들을 업고 외나무다리를 조심조심 건너가는 것이었다. 눈앞에 우뚝 솟은 용머리재가 이 광경을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난이대(受難二代)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김준엽  (0) 2022.10.12
착한 후회  (0) 2022.10.12
햇빛에 드러나면 슬픈 것들/이문재  (0) 2022.08.18
칼릴 지브란  (0) 2022.07.15
해변의 묘지/폴 발레리  (0) 2022.07.14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