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에 드러나면 짜안해지는
것들이 있다
김이 모햇볕에 드러나면 짜안해지는 것들이 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흰 쌀밥에 햇살이 닿으면 왠지 슬퍼진다
실내에 있어야 할 것들이 나와서 그렇다
트럭 실려 가는 이삿짐을 보면 그 가족사가 다 보여 민망하다
그 이삿짐에 경대라도 실려 있고,
거기에 맑은 하늘이라도 비치면
세상이 죄다 언짢아 뵌다 다 상스러워 보인다
20대 초반 어느 해 2월의 일기를 햇빛 속에서 읽어 보라
나는 누구에게 속은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진다
나는 평생을 2월 아니면 11월에만 살았던 것 같아지는 것이다
―이문재, 「햇빛에 드러나면 슬픈 것들」 전문
락모락 나는 흰 쌀밥에 햇살이 닿으면 왠지 슬퍼진다
실내에 있어야 할 것들이 나와서 그렇다
트럭 실려 가는 이삿짐을 보면 그 가족사가 다 보여 민망하다
그 이삿짐에 경대라도 실려 있고,
거기에 맑은 하늘이라도 비치면
세상이 죄다 언짢아 뵌다 다 상스러워 보인다
20대 초반 어느 해 2월의 일기를 햇빛 속에서 읽어 보라
나는 누구에게 속은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진다
나는 평생을 2월 아니면 11월에만 살았던 것 같아지는 것이다
―이문재, 「햇빛에 드러나면 슬픈 것들」 전문
'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김준엽 (0) | 2022.10.12 |
---|---|
착한 후회 (0) | 2022.10.12 |
칼릴 지브란 (0) | 2022.07.15 |
해변의 묘지/폴 발레리 (0) | 2022.07.14 |
바다의 미풍 / 말라르메 (0) | 2022.07.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