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자2 –사랑에 대하여 / 결혼에 대하여-
The Propher of Kahlil Gibran
- 배가 오다- 편의 끝맺음
여자 예언자 알미트라는 신의 예언자 알무스타파에게 ‘이제 배가 왔으니 그대는 떠나야만 하리라.’ 했으나,
오르펠리스 사람들은 알무스타파에게 ‘그대가 깨달은 진리를 말해 달라,’ 하자.
알무스타파는 ‘무엇을 말할 수가 있을 것인가.’라고 말했다.
– 사랑에 대하여 -
그러자 알미트라가 말했다. 우리에게 사랑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그는 고개를 들어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머리 위로 잠시 침묵이 내렸다. 그는 큰 목소리로 말했다.
사랑이 그대를 부르거든 그를 따르라, 비록 그 길이 힘들고 가파를지라도,
사랑의 날개가 그대를 감싸 안거든 그에게 온몸을 내맡기라.
비록 그 날개 속에 숨은 칼이 그대를 상처 입힐지라도,
사랑이 그대에게 말할 때는 그 말을 신뢰하라. 비록 북풍이 정원을 폐허로 만들 듯 사랑의 목소리가 그대의 꿈을 뒤흔들어 놓을지라도,
사랑은 그대에게 영광의 관을 씌워 주지만, 또한 그대를 십자가에 못박기도 하는 것이기에,
사랑은 그대를 성장하게 하지만, 또한 그대를 꺾어 버리기도 하는 것이기에.
사랑은 그대의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가 햇빛에 떨고 있는 가장 연한 가지를 어루만져 주지만, 또한 그대의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가 대지에 뿌리내리지 못하도록 흔들어대기도 하는 것이기에.
사랑은 마치 곡식단을 거두듯 그대를 자기에게로 거두어들인다.
사랑은 그대를 타작해 알몸으로 만들고.
사랑은 그대를 키질해 껍질을 털어 버린다.
또한 사랑은 그대를 갈아 흰 가루로 만들고.
부드러워질 때까지 그대를 반죽한다.
그런 다음 신의 성스런 향연을 위한 신성한 빵이 될 수 있도록 자신의 성스런 불꽃 위에 그대를 올려놓는다.
사랑은 이 모든 일을 그대에게 행해 그대로 하여금 가슴의 비밀을 깨닫게 하며, 그 깨달음으로 그대는 큰 생명의 가슴의 한 부분이 되리라.
그러나 그대 만일 두려움 속에서 사랑의 평화, 사랑의 쾌락을 찾으려 한다면
차라리 그대의 알몸을 가리고 사랑의 타작마당을 걸어 나가는 것이 좋으리라.
계절도 없는 세상 밖으로, 웃어도 진정으로 웃을 수 없고 울어도 진정으로 울 수 없는 그런 곳으로.
사랑은 그 자신밖에는 아무것도 주지 않으며, 그 자신밖에는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 것.
사랑은 소유하지도, 누구의 소유가 되지도 않는 것.
사랑은 다만 사랑만으로 충분한 것.
사랑할 때 그대는 이렇게 말해선 안 되리라. ‘신이 내 가슴속에 있다.’ 그보다 이렇게 말해야 하리라. ‘나는 신의 가슴속에 있다.’
또한 결코 생각하지 말라. 그대가 사랑의 길을 지시할 수 있다고. 그대가 가치 있음을 발견하면 사랑이 그대의 길을 지시할 것이므로.
사랑은 그 스스로를 충족시키는 것 외에는 다른 욕망은 알지도 못하는 것.
그러나 그대 만일 사랑하면서도 또 다른 욕망들을 갖지 않을 수 없거든, 이것이 그대의 욕망이 되게 하라.
서로 하나가 되어 흘러가며 밤을 향해 노래 부르는 시냇물처럼 되기를.
지나친 다정함의 고통을 알게 되기를.
사랑을 이해함으로써 그것에 상처받기를.
그리하여 기꺼이. 즐겁게 피 흘리게 되기를.
날개 달린 가슴으로 새벽에 일어나 또 하루 사랑의 날을 보내게 되었음을 감사하게 되기를.
정오에는 쉬면서 사랑의 환희에 대해 명상하게 되기를.
저물녘엔 감사하는 마음으로 집에 돌아오게 되기를.
그런 다음 사랑하는 이를 위해 가슴속으로 기도하며 입술로는 찬미의 노래를 부르면서 잠들게 되기를.
–결혼에 대하여-
그때 알미트라가 다시 물었다. 그러면 스승이여. 결혼은 무엇입니까.
그가 말했다.
그대들은 함께 태어났으니, 영원히 함께 하리라.
죽음의 흰 날개가 그대들의 생애를 흩어 버릴 때에도 그대들은 함께 있으리라.
그렇다. 신의 말 없는 기억 속에서도 그대들은 함께 있으리라.
그러나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그래서 하늘 바람이 그대들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
서로 사랑하라. 그러나 사랑으로 구속하지는 말라.
그보다 그대들 혼과 혼의 두 언덕 사이에 출렁이는 바다를 놓아두라
서로의 잔을 채워 주되 한쪽의 잔만을 마시지 말라.
서로의 빵을 주되 한쪽의 빵만을 먹지 말라.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거워하되 서로는 혼자 있게 하라.
마치 현악기의 줄들이 하나의 음악을 울릴지라도 줄은 서로 혼자이듯이.
서로 가슴을 주라. 그러나 서로의 가슴속에 묶어 두지는 말라.
오직 큰 생명의 손길만이 그대들의 가슴을 간직할 수 있으니.
함께 서 있으라. 그러나 너무 가까이 서 있지는 말라.
사원의 기둥들도 서로 떨어져 있고
참나무와 삼나무도 서로의 그늘 속에선 자랄 수 없으니.
[출처] 칼릴 지브란 / 예언자 2 – 사랑에 대하여 / 결혼에 대하여 –|작성자 카팔루아
미국에서 활동했던 레바논 태생의 소설가·시인·철학가·화가. 칼릴 지브란은 베이루트에서 초등교육을 받았고, 1895년 부모와 함께 미국의 보스턴으로 이주했다. 1898년 레바논으로 돌아가 베이루트에서 공부하여 아랍어에 능통해졌다. 1903년 보스턴에 돌아와 첫번째 문학수필집을 냈고, 일생을 통해 도움을 받게 된 메리 해스켈을 만났다.1912년 뉴욕에 정착하여 아랍어와 영어로 문학수필과 단편소설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데 열중했다.
칼릴 지브란의 문학작품과 미술작품은 매우 낭만적이며, 성서와 프리드리히 니체, 윌리엄 블레이크의 영향을 보여준다. 사랑, 죽음, 자연, 고국에 대한 그리움 등의 주제를 다루고 있는 아랍어와 영어로 된 지브란의 글은 서정이 넘치고, 그의 내면의 종교적·신비주의적 성격을 잘 드러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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