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를 신다

 

고희수

 

먼 산비탈

할아버지의 유택

평생 즐겨 신던 흰고무신처럼 국화 놓여 있다.

 

몸 약한 손녀 앞장세우고

밭으로 밤 주우러 갈 때

벼 얼마나 고개 숙였는지 보러 갈 때

다리 아프다며 징징대는 어린발자국에 발맞추던 흰고무신

한걸음은 가슴에

또 한걸음은 마음에

기다림을 겹겹으로 쌓았다.

근심으로 얼굴 확 펴지 못한 낮달

그림자처럼 따라왔다.

 

병으로 잃은 당신의 어린자식

저 고운 신 신고

그곳에서

손녀 운동시키듯 발자국에 발맞추는지

서쪽 하늘이 자꾸 붉어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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