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돈 / 정호승

 

돈을 벌어야 사람이 

꽃으로 피어나는 시대를 

나는 너무나 오래 살아 왔다 

돈이 있어야 꽃이

꽃으로 피어나는 시대를 

나는 죽지 않고 

너무나 오래 살아왔다 

 

이제 죽기 전에 

내가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은 

꽃을 빨래하는 일이다 

꽃에 묻은 돈의 떄를 

정성 들여 비누칠해서 벗기고 

무명옷처럼 빳빳하게 풀을 먹이고 

꽃을 다림질하는 일이다 

 

그리하여 죽기 전에 

내가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은 

돈을 불태우는 일이다 

돈의 잿가루를 밭에 뿌려서 

꽃이 돈으로 피어나는 시대에 

다시 연꽃 같은 

맑은 꽃을 피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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