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만에 오는 추위라는 크리스마스이브에

KBS에서 방송된 ‘80일간의 약속, 나누면

천사가 됩니다’에서 고생하는 가수들과

아나운서를 보면서 정말 이웃 사랑의 힘이

크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오후 7시10분부터 75분 동안 경복궁에서 열린

생방송에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진과 학생들이

펼친 공연 중 특히 스타킹만 신은 어린이들은

그나마 율동으로 추위를 이기는 것 같았다.


매번 성탄절과 연말연시에 보는 일들이지만

이런 사람들이 있기에 그런대로 이 험한

세상이 돌아가는구나 싶은 사람들을 보면서

자괴감에 몸이 자꾸 오그라드는 느낌이다.

 


 

♧ 크리스마스의 기도 - 임영준


하루하루 소박한 꿈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뜨거운 은총보다는

안온한 내일을 열어주소서


아이들 모두에게 골고루

바라는 선물을 베풀어

평생을 행복한 산타클로스의

기억으로 살아가게 하소서


홀로 지새는 청춘들에게

어울리는 사랑이 찾아들어

오색 빛 열정으로 찬란한

성탄의 밤이 되게 하소서


마지막으로 간절히

바라옵고 또 바라옵건대

외면당하고 버림받고

핍박받는 이들에게

한줄기 빛살이라도 내려

구원을 실현하여 주소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게 하소서

 

 

 

 

♧ 크리스마스 캐럴 - 오양심


가시밭길이다

동서남쪽이 사라지고 북쪽만 보인다, 홀로 된 별

하나가 나보다 먼저 화석이 된 눈동자로 땅을 내

려다 본다, 세상을 떼어 놓고는, 길 한쪽도 볼 수

가 없다


바람은 허허로운 등짝을 때리고, 기세 꺾인 별빛도

그림자처럼 희미하다, 빛바랜 꽃잎의 수를 세다가

잠을 자고 싶다, 밤이 낮이 되고, 밤낮이 환해져서

어스름달밤이 되어도 좋다는 걸 이제 알았다, 캄캄

한 잠을 자고 싶다


대낮에도, 해저녁에도, 한 밤중에도, 새벽에도, 지상

에서 모든 것들이 들림을 당하는 날에도, 속박에서

벗어나는 개벽의 날에도, 마침내 이 땅이 적색에서

백색으로 거성이 되는 날에도, 내가 잠만 자다가 환

장을 한 날에도, 종지부를 찍는 날에도, 캄캄한 것들

이 아는 체를 하는 날에도


눈물을 부추기는 비바람 속에서 내가 막막하다가, 제

정신이 번쩍 든다, 하늘에서 밧줄 하나 내 몸속에

들어온다, 지상으로 나 있는 가시밭길을 지나면

하늘로 올라가는 길이 보인다



 

♧ 크리스마스 선물 - (宵火)고은영 


막 감동의 하이얀 장미 한 무더기가

수줍은 가슴에 미소로 안기더라


겨울의 벌판

서러운 내 형편에

그것은 따뜻한 빛으로 다가온 황홀경


떨리는 촉수들이

동짓달 위에 일제히 일어서고

싱싱한 것들로부터 전이되는 행복

갑자기 뭉툭한 어떤 것의 전율

목이 멘다


아, 사랑은 이렇게 따뜻한 것이구나


평생을 가도 지워지지 않을

화인 하나

가슴 아리게 와 박힌다



 

♧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위한 사랑의 기도 - 이채

 

성탄의 종소리

온 누리의 축복으로 울려 퍼질 때

미움과 미움은

용서의 강물로 흐르게 하시고

마음과 마음은

기쁨의 합창으로 메아리치게 하소서


하늘의 은총

지상의 눈꽃으로 피어날 때

욕심과 불만은

눈처럼 하얗게, 가볍게 하시고

행복과 행복이

감사의 꽃으로 찬란하게 하소서


평화의 메세지

온누리의 숭고한 빛으로 은혜로울 때

스스로 비우고 낮아지는

겸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

비로소 화합으로 하나 되는 세상

사랑과 사랑으로 가슴 벅찬 희망이게 하소서



 

♧ 크리스마스에 드리는 기도 - 김의중


올 크리스마스엔

창가에 촛불하나 켜 놓으렵니다.

타는 촛불로, 밤새워

시간의 의미를 헤아려보며

메마른 가슴 외로운 눈물로 적시어

작은 소망의 기도를 드리렵니다.


용서하소서!

내가 가졌던 탐욕을....

남에 대해 편협하며, 이기적이며

마땅히 해야할 일에

최선을 다하지 않은 태만함까지....

다른 무엇보다 진실하지 못했음을....


마음을 열고

새로운 눈으로 사랑하게 하소서,

녹색의 작은 별

우리가 사는 아름다운세계

이 땅에 사는 누구나

맑은 영혼과 따뜻한 가슴을 소유하게 하소서.


기아와 질병과 전쟁이 없는

사랑과 평화가 가득한 세상....

크리스마스에 오신 이의 마음처럼

녹아 내리는 이 촛불이

소망의 빛이 되어

우리 가슴을 채우게 하소서.

 

 

 

출처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글쓴이 : 김창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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