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오름해설사 1기 출신들의 번개 모임에 참석하여 오랜만에
회포를 풀다보니, 시간이 너무 흘러 아침에 빠듯하게 일어나서,
블로그에 사진도 못 올리고, 부랴부랴 4기와 함께 통오름, 독자봉,
남산봉을 거쳐 김영갑 갤러리를 다녀왔다. 4기생들도 이제 다음 주면
마지막 강좌를 갖게 된다. 그렇지만 다다음 주면 강천산에 원정 산행
가지, 그것이 끝나면 겨울과 봄, 번개 산행이 계속되리라.
아왜나무는 인동과의 상록 소교목으로 높이는 10m 정도이며,
잎은 마주나고 긴 타원형이며 두껍고 윤기가 난다. 꽃은 6월에
흰색의 원추(圓錐) 꽃차례로 피며, 열매는 9월에 빨간색의 핵과
(核果)가 익는다. 산울타리의 소재로 많이 쓰이며, 우리나라의
제주와 남해 섬, 일본의 오키나와, 대만 등지에 분포한다.
♧ 가을 숲을 보며 - 김시탁
고여 있는 숲을 바람이 흔듭니다. 산새에 파 먹힌 붉은
시간들이 피를 흘립니다. 붉은 피를 본 소나무 하나가
시퍼렇게 질려 온몸을 떨고 서 있습니다. 제 살을 파
먹는 딱따구리를 고목은 나무라지 않습니다. 숲은 아
무도 자기 자리를 이탈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서로
어깨를 걸고 가슴을 비빕니다. 시린 햇살 한 조각도
나누어 먹으며 한 목소리로 소리를 만듭니다. 한번씩
계절의 불심검문에 숲 속의 나무들도 일제히 고개를
숙입니다. 파란 하늘을 쓱쓱 쓸어 이마가 벌겋게 달아
올라도 한번도 온몸을 눕혀 잠들어 본 적이 없습니
다. 자기 몫의 바람을 가지에 걸고 숲의 대열을
이탈하지 않습니다. 함께 부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이탈하지 않습니다.
♧ 가을 숲에서 - 김문희
가을 숲에 서면
나무들의 옷 벗는 소리가 들린다
한 시절 살아온 말없던 삶이
빛바랜 세월을 털고
이 가을, 나무는 정직한 맨몸으로
찬바람 속에 선다
산다는 것이 얼마나 확실한 것이던가
추수의 마차들이 숲을 지날 때
지난여름의 셈은 끝나고
돌아오라, 고독한 자유여
나무는 저마다 혼자서
가을 햇살에 몸을 씻노니
바람이 올 때마다 아픈 손을 흔들어도
가을 하늘 높이에서 아득한
그리운 이름
슬픔으로 수액을 말리고
메마른 육체를 쓰다듬어
겨울 문턱에 서서
나무는
그 싱싱한 내일을 위하여
이 가을, 말없이 옷을 벗는다
가을 숲에 서면
나무들의 아픈 숨소리 들린다
♧ 가을 숲속을 걷는다는 것은 - 김영호
홀로
가을 숲속을 걷는다는 것은
낙엽이 내 발등을 밟고
바스러지는 소리로 일어서는
어제의 날개짓을 만나는 일이다.
몇 안남은 찢기고 바랜 추억을
나무 가슴벽을 흔들어 마져 다 떨구고
등뒤로 이는 바람을 재우는 일이다.
온 봄 여름, 짐승들 속병을 주던
철쭉도 산유화도
한갓 저 갈대에 업힌 흰 바람인 것을,
늦은 가을 저녁
홀로 숲속을 찾는 것은
겨울로 간 네 생각의
파득이다 쓰러진 내 날개죽지
낙엽 한 장의 저 치켜뜬 갈한 눈빛을
꾹꾹 밟아주는 일이거나,
홀로 비를 맞고 있는
무덤도 없는 돌비 하나를 비스듬히 바라보든가
새도 없는 둥지의 나무기둥을
밑둥째 넘어뜨리는 돌바람이 되는 일이다.
♧ 내 마음의 가을 숲으로 - 이해인
1
하늘이 맑으니
바람도 맑고
내 마음도 맑습니다
오랜 세월
사랑으로 잘 읽은
그대의 목소리가
노래로 펼쳐지고
들꽃으로 피어나는 가을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물들어
떨어질 때마다
그대를 향한
나의 그리움도
한 잎 두 잎
익어서 떨어집니다
2
사랑하는 이여
내 마음의 가을 숲으로
어서 조용히
웃으며 걸어오십시오
낙엽 빛깔 닮은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우리, 사랑의 첫 마음을
향기롭게 피워 올려요
쓴맛도 달게 변한
오랜 사랑을 자축해요
지금껏 살아온 날들이
힘들고 고달팠어도
함께 고마워하고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조금은 불안해도
새롭게 기뻐하면서
우리는 서로에게
부담 없이 서늘한 가을바람
가을하늘 같은 사람이 되기로 해요
♧ 숲으로 가는 가을 저녁 - 김경윤
나무들에게 가야겠다
속살 깊이 침묵의 나이테를 키우는
저 나무들에게 가야겠다
한지(韓紙)에 먹물 번지듯
그렇게 어둠이 산 아래 마을로 번져오는
이 가을 저녁, 나는
침묵 하나 거느리고 억새밭을 지나
뒷산 가시나무숲을 오른다
적막한 숲 속에서
호르르 침묵에 파문을 내며 날아오르는 갈가마귀들
꽃치자빛 노을 속으로 가뭇없이 사라진
서편 하늘이 일순 먹먹하다
서늘한 초저녁 별들이 안부를 묻는
숲으로 가는 이 가을 저녁
저 산 아래 마을에선 또 누가 이 세상을 떴는지
마을 초입에 걸린 조등(弔燈) 하나 꽃처럼 붉은데
어둠이 나를 지울 때까지
나무들의 침묵에 기대어 이승의 길을 묻는
나의 말은 아직 너무도 서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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