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갔던 가을의 김영갑 갤러리는 봄에 갔던 때와는 완전히

다른 빛이 넘쳐흘렀다. 물론 전시 사진도 완전히 달라졌지만

가을색이 넘쳐 났다. 아직 구절초 핀 건 보지 못했지만 화살

나무라든지 개모밀덩굴, 그리고 이 까마귀밥여름나무는 아주

환상적인 색을 자랑한다. 열매가 많이 떨어져버린 것이 흠이

였지만….


까마귀밥여름나무는 범의귓과의 낙엽 활엽 관목으로 줄기는

높이가 1m 정도이고 조금 덩굴졌으며, 잎은 어긋나고 둔한

톱니가 있다. 4월에 푸른빛을 띤 흰색 꽃이 피고 열매는

넓은 타원형으로 가을에 빨갛게 익는다. 어린잎은 식용하고

관상용으로 재배한다.



 

♧ 숲 속의 가을 풍경 - (宵火)고은영


숲의 깊은 자락엔 사람 흔적이 없다

산길엔 다람쥐가 걸어나 와 종종걸음치고

어쩌다 지난 자동차 바퀴 자국만

진흙에 깊은 화인처럼 찍혀 있을 뿐


백 자작나무 군락과 억새 무리가

한 무더기씩 춤을 추는 두메산골

바람이 온 숲을 술렁대는 동안

반쯤 옷 벗은 자작나무 가지마다

대낮을 누워 뒹굴던 햇살이 걸려

아직은 뜨겁게 숲을 달구고

숲은 가슴 깊이 멀미 증세에 시달려

봄부터 틔운 그리움에 핏빛 안부를 게워내고

노랗고 빨갛고 온통 가을로 불타고 있다


잠잠하다 가도 바람이 부스스 일어서면

이름 모를 작은 새들의 대화조차 끊기고

정처 없이 나풀거리며 비늘처럼 날리는 나뭇잎들

밤나무 밑

월장하는 바람의 성화를 간절히 기다리다 가

후두 둑 떨어지는 작고 앙증맞은 토종밤을

달려가 열심히 줍는.....


아, 가을 중심에 풍경이 된 이 황홀한 행복



 

♧ 가을 숲을 탐닉한다 - 이민숙


가슴 시린 서늘한 가을

차갑게 식어 가는 심장처럼

칼날 같은 외로움 삭이며 숲길을 걷는다


한때 가슴에서 자살한

독소처럼 퍼졌던 악에 받친 그리움

붉은 낙엽처럼 골 깊게도 깔렸다


나는 무소유 숲으로 은닉해

아픔을 자근자근 밟듯

붉은 물 흐를 듯한

단풍 밟으며 가을 숲을 탐닉한다



 

♧ 가을 숲으로 가자 - 공석진


숲으로 가자

상처뿐인 빈자리

아파서

많이 아파서

신음하는 숲으로 가자


바람이는 소리에

행여 임이 오실까

하얗게 새는 밤

동 터오는 새벽

사랑은 절망한다


하도 그리워

파리해진 낙엽

정이 땅에 떨어져

숨죽이는 숲에

입 맞춘다


입술 깨물며

조붓이 닫히는 숲

길 떠나지 못하는

슬픈 가을

숲으로 가자

 


 

♧ 가을 숲 - 박인걸


시월 숲 길 위로

알알이 여문 산열매들

산 짐승이 거둬갔는가

흔들어도 인색하다.


아침 햇살이 드리울 때

늙은 숲이 기지개 켜면

솔가지 작은 새들

조율 音도 무겁기만 하다.


늦깎이 꽃잎마저

모두 떠난 빈자리

베옷으로 갈아입는 숲

예배 시간처럼 敬虔경건하다.


지난여름 지날 적에

싱그러움에 감탄했더니

윤기 마른 피부처럼

늙는 데는 별 수 없구나!



 

♧ 가을 숲 - 반기룡


가을 숲에 드니

산새들 우짖고

풀벌레 합창소리 드높다

단풍으로 옷 갈아입은 나무들마다

일렬 횡대로 어깨를 나누고

햇살이 내리는 틈마다

야생화 지천이다

서걱이는 억새가

바람의 세기에 따라

4분음표 8분음표로

고개를 휘저으며

낮은 음자리로

혹은

높은 음자리로 변주곡처럼 연주한다

 

가을 숲은 모두 소리의 샘이다

 

 

 

출처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글쓴이 : 김창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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