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강] 수필이란 어떤 것인가 - 4. 수필의 특성 (2)

 

제6강] 수필이란 어던 것인가 - 수필의 특성 (2)

(4) 수필은 독특한 개성(個性)의 문학입니다. - 창조성
수필만큼 개성이 강한 문학도 없습니다.
수필은 자기의 개성을 드러내는 것이 본연인 문학입니다.
<참고 글> 몽테뉴 수상록에서 '③'과 같이 자기에 관한 모든 것을 얘기하는 것이요,
또 자기의 소신 있는 목소리 곧 주장과 주의 그리고 세계관, 새로운 발견, 자신만의 명상,
자기만의 습관, 자기 고유의 체취 등을 숨김없고 유감없이 드러내는 데에
수필의 묘미가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나만이 할 수 있는 자기만의 독자성과 체험의 세계,
정서의 세계를 자기만의 맛과 멋으로 펼쳐내는 것이 자기다운 수필을 쓰는 모습이요,
수필로서의 개성(個性)을 꽃피우는 일이 될 것입니다.
사람은 살다 보면 많은 사건을 만들고, 또 만나게 됩니다.
그러나 이런 사건과 만남 속에서 사람답게 살아가야 한다는 방향성과 인간애를 건져내는 것이
수필입니다.
'나'는 세계의 중심이며, 모든 사상의 중심일 수도 있습니다.
나를 발전 시킨다는 것은 세계의 발전으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나'를 가장 중시하면서 그 '나'를 통해 만인을 생각하는 것이 수필인 것입니다.
사실은 거기에 수필의 매력이 있다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몽테뉴는 위 <참고 글>의 '⑤내 자신이 바로 내 책의 내용'이라고 했던 것입니다


[예문.2]
불혹의 나이를 넘기고 지명에 이르러 이제 연의 일생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인지,
진흙 속의 세태 속에서도 내 삶의 기쁨을 연꽃처럼 피워낼 수 있을 것인지,
겨울 연지를 떠나오면서 자꾸자꾸 뒤돌아보는 것이다.
- 신일수의 수필 <겨울 연지에서> 중에서


[예문.3]
나는 겨울에 벌거숭이가 된 나무들이 상록수보다 더 좋다.
상록수가 만약 잎이 진다면 그 모습은 얼마나 보기 흉할까.
원체 그들의 가지는 빈약하고 보잘 것이 없다.
그러나 잎이 다 지고 난 벌거숭이 나무들이 내놓은 하이얀 피부와
모든 것을 떨쳐 버린 밋밋한 가지들은 동양화의 여백 같은 여운을 준다.
그들의 생각은 깊디깊어 하늘로 뻗치고 일부분은 남가람에 적시우고 있었다.
남강 변의 겨울나무처럼 이 고장에서 뿌리내려 진실하게 살아가고 싶다.
담담히 살고 싶다.
- 정목일 수필 <남강 부근의 겨울나무> 중에서


[예문.4]
떠오르는 해는 이제 내 몫이 아니다.
서녘 하늘을 아름답고도 장엄하게 물들이는 저녁 노을을 바라볼 때마다 나는
내 인생의 종장을 생각지 않을 수 없다.
숱한 오류, 숱한 실패, 숱한 잘못, 이 후회와 부끄러움을
깨끗이 지워 버릴 수 있는 지우개가 있으면 좋겠다.
일흔 여섯 살의 지미 카터가 사랑과 봉사로 실패한 대통령이란 불명예를 지워가듯이,
나 또한 이기(利己)의 너울을 벗고 타인에게 따뜻한 마음으로 손을 내민다면,
내 노년에서도 잿빛을 거두워 낼 수 있을까.
지금 나는 아침해를 바라보며 저녁 해를 떠올린다.
그 낙조(落照)가 물들일 아름다운 저녁 노을,
그것은 내 마지막 욕심이자 꿈이 될 것이다.
- 이정림의 수필 <저녁 노을> 중에서



<겨울 연지>에서 작가는
진흙 속과 같은 세상의 삶 속에서 자신도 견뎌낼 수 있을 것이며,
거기다 아름다운 연꽃처럼 자신도 삶의 기쁨을 피워낼 수 있을 것인가 하고
자신을 수없이 돌아보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남강 부근의 겨울나무>의 작가는
상록수보다 나목(裸木)을 좋아하는 이유를 말하고 있습니다.
벗어버린 초라한 모습에서 오히려 동양화에서 보는 여백의 여유를 본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겨울을 견디는 힘은 깊고 깊은 뿌리의 힘이고,
또 불평없이 참아내는 진실함이라는 것입니다.
화려함보다 빈약함에서 작가는 더 여유와 풍요로움과 진실을 보는 것입니다.

<저녁 노을>의 작가는
지는 해를 보며 자신의 인생 종장을 생각합니다.
장엄한 저녁 노을을 보며 자신도 그런 종장의 삶을 욕심내 봅니다.
떠오르는 해를 보면서 지는 해를 생각할 수 있는 마음은
삶의 매 순간을 지극히 성실하게 살고자 하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태도입니다.


이와 같이 수필은 작가의 독특한 개성이 그대로 나타나는 글입니다.
험난한 세상의 삶 속에서 아름다운 삶의 꽃을 피워내고 싶어하는가 하면,
겨울 나목으로부터 인내와 진실을 배우며 그런 인간이 되고자 하는가 하면,
지는 저녁 해를 바라보며 자신의 삶을 점검하고 마지막 삶을 아름답게 하고싶어 하는
여자의 마음이 나타나는 것을 볼 때
수필이 얼마나 독특한 개성을 나타내는 문학인가를 알게 됩니다.
뿐 아니라
독특한 개성은 창조성으로서
수필도 창작예술인 만큼
문학적 창조를 위한 고뇌와 진통이 따라야 한다는 말입니다.


(5) 수필은 아주 다양(多樣)한 제재(題材)의 문학(文學)입니다. - 광범성

수필은 무엇이든지 담을 수 있는 그릇입니다.
무엇을 담든 필자의 자유로운 선택에 맡길 수밖에 없습니다.
자연풍물, 신변잡사와 보고 느낀 것 모두가 수필의 소재가 됩니다.
다만 이것을 어떻게 '수필'이란 문학작품으로 빚어낼 것인가 하는 것은
필자의 지식이나 성향에 따라 다를 수 있고,
문장력 등 글 솜씨의 정도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그 솜씨의 정도에 따라 문장이 아름다운 시적 수필이 될 수도 있고,
유머와 위트가 넘치는 경쾌한 산문이 될 수도 있고,
진한 서정으로 가슴이 뭉클해지게 하는 서정수필
또는 설득력이 있는 논리적 수필,
예리하게 비판정신이 돋보이는 비평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수필은
우리의 삶이나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이 수필의 제재가 되며,
주변의 아주 사소한 것으로부터 넓고 깊은 사상과 철학에 이르기까지
온갖 다양한 소재들을 다 담을 수 있는 대단히 폭넓은 문학인 것입니다.

앞에서 들었던 [예문.1] <동백의 씨>는
끈끈한 혈육의 정, 추운 겨울 끝에 선혈같은 붉은 꽃을 피워내는 동백과
가난의 아픔을 제재로 삼은 것이요,
[예문.2] <겨울 연지에서>는
더러운 진흙 속에서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는 연꽃과 작가의 삶을 대비하여 의미화를 시킨 것이며,
[예문.3] <남강 부근의 겨울 나무>는
빈약하고 보잘 것 없는 겨울 나목의 힘인 뿌리와 삶의 진실을 제재로 삼은 것이며,
[예문.4] <저녁 노을>은
저녁 노을과 인생의 황혼기를 대조하여 문학성을 살린 것으로
이처럼 수필은 여러 다양하고 광범한 제재를 망라하는 문학인 것입니다.

 

출처 : 박샘의 "배꾸마당이야기"
글쓴이 : 박종국 원글보기
메모 :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