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다울 때 가장 아름답다
박종국(교사, 수필가)
아프리카의 깊은 숲속에 있는 한 부락의 원주민들에게는 세계 어느 곳에도 없는 풍습이 있다. 바로 ‘용서 주간’이라는 것이다. 날씨가 좋은 때에 실시되는 이 풍습은 모든 사람들이, 누구에게나, 어떤 잘못이라도 용서해주기로 서약하는 주간이다. 그것이 오해이든 사실이든 상관없이 모두 용서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매사 바쁘게 사는 우리들은 그렇지 못하다. 우리는 조그만 일에도 분개하며 용서하는 마음에 인색하다. 자기 마음속에 사랑을 베푸는 그릇을 작게 빚었기 때문이다. 사랑은 눈부신 햇살 같은 기쁨만으로 이루어진 행복의 꽃이 아니다. 야무진 사랑은 괴로움과 슬픔과 아픔과 눈물을 딛고 서야하는 것이다. 사랑만이 상처 난 사람들을 치료해 줄 수 있다.
자기 마음속에 사랑이 깃든 사랑은 마음껏 나누어야한다. 슬픔을 나누면 반이 되고, 기쁨을 나누면 배가 된다. 사랑 또한 남에게 나눠준다고 해서 결코 줄어들거나 없어지지 않는다. 기쁘고 즐거울 때, 어렵고 힘겨울 때, ‘나’보다 ‘우리’라는 말은 참 아름답다. ‘우리’라는 마음가짐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누구나 다 알 게다. 사랑의 실천은 자신에게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사랑은 전염성이 워낙 강해서 금세 사람 사는 세상으로 퍼져나간다.
사랑하면 사람의 모습도 바뀌게 된다. 그가 누구이든 무엇이든 상관없이 깊이 사랑하고 있는 사람의 얼굴에는 알 수 없는 아름다움이 스며있다. 아무리 어렵고 힘 드는 일이라도 관심을 가지면 그때부터 참다운 삶의 길은 열리게 마련이다. 하루하루 자기 속에 든 교만과 이기심을 덜어내면 나 자신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들에게 어두운 밤 등불이 된다, 그때 그 사람은 비로소 참 행복을 알게 된다.
시인 타고르는 ‘사랑’을 ‘이해’라고 했다. 상대방의 고민이나 슬픔, 불만의 깊이는 사랑의 눈으로 바라보아야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랑은 주는 사람뿐만 아니라 받는 사람 모두를 배려해 준다. 때문에 인생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가지면 가질수록 ‘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우리’라는 따뜻한 말이 사라지는 세상이 되고 있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우리’가 절실한 때이다.
꾸중과 원망, 질책은 사람을 변화시키지 못한다. 사랑으로 곱게 양념한 용서만이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다. 내가 먼저 실천하는 조그만 사랑이 나를 바꾸고, 내 주위를 바꾸며, 나아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 그런 신념을 가진 사랑을 하고, 그런 삶을 살아가는 사람만이 미소 지을 수 있다. 그는, 우리들 가슴에 북소리를 울려주는 영혼의 음악가가 될 수 있다.
어쩌면 우리 삶은 단 한권의 책과 같다. 일생을 통하여 단 한 번밖에 읽지 못하며, 다시는 앞장으로 되돌려 읽을 수 없는 책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한정된 이 삶의 책을 읽으면서 작은 기쁨에 너무 달뜨고, 작은 아픔에 너무 쉽게 절망한다. 지레짐작으로 모든 것을 너무 쉽게 포기한다. 사소한 일에 얼굴 붉히고, 자잘한 일에 쌍심지를 돋운다. 시기하고 질투하는 일이 잦다. 생각을 담지 않고 말을 함부로 한다. 언행일치가 잘 안 된다. 눈알 부라리며 싸우는 일이 많다. 정말이지 이러한 일들은 어깨 죽지 힘 빠지는 일이다.
사물의 껍데기는 자기를 보호하고 감추는 기능은 있지만 그 속의 진실은 껍데기와 관계가 없다. 중요한 것은 외모나 옷차림처럼 눈에 보이는 것들보다 그 사람의 마음이며,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렇기에 보려 하는 사람에게 더 잘 보이고, 들으려 하는 사람에게 더 잘 들리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더 잘 느껴진다.
아름다움은 일부러 꾸미고 변화시키려고 할 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모든 것들이 가장 아름다울 때는 있을 자리에 있고 사람다운 향기가 담뿍 묻어나는 순간이다. 좋은 향기를 지닌 사람으로서 자신의 모습에 만족하여 스스로의 삶에 충실할 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남들이 먼저 그 아름다움을 느끼게 된다. 그대다울 때 가장 아름답다는 말이 예사롭지 않다.
하루를 살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무심코 던진 말로 상대방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독화살 같은 말은 없었는지 한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물건이나 돈을 잃어버렸을 때는 찾으려고 애를 쓰면서도 왜 잃어버린 자신의 마음을 찾으려고 애쓰는 마음이 덜한 것인지. 보다 아름답게 살려고 한다면 매일 자신의 손과 얼굴을 씻듯 자신의 마음을 정갈히 가다듬는 데 인색하지 않아야겠다. /2010. 09.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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