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종/김진수



저보다 더 큰 입이 어디에 있으랴! 하늘로 향하면 욕심이 커질까 당초문 치맛단 아래 없는 듯 숨기고 세계를 품는다.

저물녘, 새벽에 풀어 놓았던 것을 불러드려 다시 품는다. 밤새 품은 세계가 소리가 되는

한밤중, 귀 기울이면 생황, 수공후* 소리 들리는 듯 들리지 않아 요사채 문고리는 몇 번이고 달그락거렸다.

 

새벽녘, 밤새 품어 숙성시킨 세계를 풀어 놓는다. 퍼져나가

하늘이 하늘 되고,

바람이 바람 되고,

새가 새 되어 날갯짓하는

하루.

 

귓전에 맴도는 소리 한 움큼 잡아 맛을 본다.

밤새 문밖이 자그락거리더니 저 종도 나와 같이 잠을 설쳤는지 덜 익어 떫다.

 

새벽을 밟아 달마산** 넘어가야 하는 걸음은 헉헉거리고

큰 입 아래 묻혀있는

작은 항아리 속에는 소리가 되지 못한 마음만 그득하다.

 

* 범종 몸체에 새겨진 비천상이 연주하는 악기

** 전남 해남군에 있는 산. 미황사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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