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詩[8]
찔레꽃 송찬호
그해 봄 결혼식 날 아침 네가 집을 떠나면서 나 보고 찔레나무숲에 가보라 하였다
나는 거울앞에 않아 한쪽 눈썹을 밀면서 그 눈썹 자리에 초승달이 돋을 때쫌이면 너를 잊을 수 있겠다 장담 하였던 것인데,
읍내 예식장이 떠들썩 했었다 신부도 기쁜 눈물 흘렸겠다 나는 기여이 찔레나무 숲으로 달려가 덤불 아래 얹으놓은 하얀 사기 사발 속 너의 편지을 읽긴 읽었던 것인데 차마 다 읽지는 못했다
세월은 흘렸다 타관 떠돌이 어언 이십 수년 삶이 그렇게 징소리 한번에 화들짝 놀라 엉겁결에 무대에 뛰어 오르는 거 어쩌다 고향 뒷산 그 옛 찔레나무 앞에 셨을 때덤불 아래 그 횐 빛 사기 희미한데.
예나 지금이나 찔레꽃은 하앴어라 벙어리처럼 하앴어라 눈썹도 없는 것이 꼭 눈썹도 없는 것이 찔레나무 덤불 아래서 오월의 뱀이 울고 있다. <2006년> 일러스트=이상진 "타임캡슐"에 묻힌 엣 사랑의흔적 한때 타임캡슐이 유행했다. 그것에 역사적 자료를 담아 보관하는 공적인 행사도 많았지만, 모름지기 타임캡슐이란 개인의 추억 속에서 빛을 발하는 법. 저마다의 인생에서 타임캡슐을 묻는 시점은 유행을 타지 않는다. 송찬호(49) 시인이 불러낸 타임캡슐은 머언 먼 찔레 덤불 아래 엎어놓은 하얀 사기 사발 속 너의 편지. 아릿해라. 여자애가 딴 사람에게 시집을 가며 남자애에게 하얀 사기 사발 타임캡슐을 남긴다. "찔레나무숲에 가보라" 하였지만 훗날 가보라는 것인지 당장 가보라는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아무튼 아득한 마음이 불을 지펴 마음에 담아두고만 있지 못할 무엇인가 사기 사발 속으로 흘러 들어갔으니, 그것은 먼 후일 시인이 된 남자애가 기어코 시로 다시 불러내게 될 타임캡슐 속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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