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잠에서 깨어나면
나는 꽃을 보내고 남은 나무가 된다

혼( 魂)이 이렇게 하루에도 몇번
낯선 곳에 혼자 남겨질 때가 있으니

오늘도 뒷걸음 뒷걸음치는 겁 많은 노루꿈을 꾸었다

꿈은, 멀어져가는 낮꿈은
친정 왔다 돌아가는 눈물 많은 누이 같다

낮잠에서 깨어나 나는 찬물로 입을 한번 헹구고
주먹을 꼭 쥐어보며 아득히 먼 넝쿨에 산다는 산꿩 우는 소리 듣는다

오후는 속이 빈 나무처럼 서 있다

 

 

 



 

짧은 낮잠 / 문태준

 

 

 

 

 

 

 

 

 

 

 

 



 

 



 

 

 

 

 

 

 

 


 

 

 

 


 




 

 

 

 

출처 : 아트힐
글쓴이 : 꽃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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