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은 지금

                       

전주안골노인복지회관 수필창작반 김세명 

 

 얼마 전 고향을 가던 중 어릴적 친구 집이 생각나 차를 세우고 둘러 본 일이 있다. 그 집은 을씨년스런 폐가가 되어 있었다.

 

 친구의 안부도 모른 채 우두커니 바라 보고 있노라니 그 옛날 이 집에서 뛰놀던 친구와 '오디'를 따먹던 생각이 났다. 폐가 울타리 옆에 자리한 늙은 뽕나무는 여전히 '오디'를 매달고 있었다.

 

 "떠나는 농촌! 농촌은 희망이 없다. 어린애 우는 집이 없고, 노인들만 사는 적막강산이며, 학생이 없으니 학교는 폐교가 되었다. 농촌에서 자랐기에 늘 한여름 밤 모깃불을 놓고 별을 헤며 멍석에 누워서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행복했었다. 지금 생각해도 아름다운 추억이다.

 

 지붕에는 박이, 담장에는 호박이 주렁주렁 열렸다. 겨울 초가지붕에 눈이 쌓이면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인정이 넘치는 세상이었다. 명절이 오면 멀리 떠났던 가족이며 친척들이 고향을 찾으니 무척이나 즐거웠었다. 그러나 지금은 농약과 비료로 농사를 지으니 땅속에는 생명체가 살지 않고 천적이 사라져서 정취도 없다.

 

 내 친구들도 농촌에서 살다보니 나이에 비해 더 늙고 쇠약해 보인다. 예전에는 농기구라야 재래식으로 소가 일을 하고 운송수단도 도로가 여의치 않아 지게로 지고 다녔다. 그땐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며 농업을 제일로 여겼다. 그러나 지금은 농기계로 편리하게 농사를 짓지만 돈벌이가 되지 않아 아쉽다.

 

 그 시절에 비하면 엄청난 경제발전이다. '새마을운동'은 농민의 사기를 올려주어 근대화의 초석을 깔았고, 통일벼로 녹색혁명을 이룩했지만 사실 그때부터 농약과 비료를 쓰기 시작했었다. 초가집도 없애고 농로도 넓혔다. 수출은 공산품이요, 수입은 농산물이라 농사를 지어야 가격이 폭락하니 농촌은 농가부채에 시달리고, 젊은이는 농촌을 떠나 명절 때나 늙은 부모를 찾는 실정이다.

 

 외국농산물과 경쟁하려고 시설농을 한다. 농기계를 구입하여 생산해 보아야 외국농산물과는 경쟁이 되지 않는다. 시설농으로 생산한 농산품은 기름값과 이자도 못갚아 빚만 불어난다. 농민은 대부분 고령자에다 친환경을 강조하지만 희망이 없다. 농민들은 정부의 정책을 신뢰하지 않고 개선책도 없다. 추곡수매제도가 폐지되어 농민을 더욱 어렵게 한다.

 

 나라는 발전하는데 농촌은 늙어가니 '농자천하지대본'은 옛말이다. 농촌총각은 베트남이나 필리핀여성과 국제결혼하여 다문화가정(多文化家庭)이 늘어가고 있다. 사람 사는 곳도 '정글의 법칙'이 통용되나 보다. 1%의 국민이 전 국토의 52%를 소유하고 있다니 우리 사회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난하게 산다는 뜻일 게다.

 

 나는 오늘도 젊은 농촌! 환경이 쾌적한 아름다운 농촌! 평화가 깃든 곳! 누구나 한 번쯤 자연을 벗 삼아 쉴 수 있는 곳, 돌아오는 농촌이 되기를 빌어본다.

 

 

출처 : 박샘의 "배꾸마당이야기"
글쓴이 : 박종국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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