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문학 입문 4강
생각 비우기와 변죽 울리기
수필을 쓰고자 하는 의미는 무엇일까. 스스로 쓰고자 하는 의미가 무엇인가를 일단 생각해 보아야 한다. 즉, 남이 읽어서 의미가 있겠느냐 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의미란 가치관과 윤리관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내용이 독자에게 얼마만큼 공감을 주겠느냐 하는 것을 말한다.
글을 쓰는 행위는 지극히 개인적인 작업이지만 일단 쓰여진 글은 '나의 글'에 그치지 않고 '우리'라는 확대된 의미의 존재 가치를 지닐 수 있어야 한다. 좋은 수필을 쓰기 위해서는 여과된 감정, 응축된 감동은 물론, 주변의 범상한 사건에서 진실의 요체를 밝혀내는 안목이 필요하다. 또한, 시대와 유리된 수필 작품은 공감대와 설득력을 갖기가 어렵기 때문에 자기고백의 차원을 넘어 현실을 진단하고 비판할 수 있는 확고한 자기 세계가 필요하다.
수필의 제재는 일상적인 신변잡기로부터 지성적이고 철학적인 사색, 비판적인 문제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하다. 심지어 수필의 글감이 우주의 삼라만상 모두에 걸쳐 있다는 표현조차 가능하다. 그런데 다양한 제재들을 무조건 쓸어 담는다고 수필이 되는 것은 아니다. 삶에 대한 깊은 사색과 자기 성찰을 바탕으로 하지 않으면 바람직한 수필이 될 수 없다. 홍수처럼 쏟아지는 출판물 속에서 신변잡기에 가까운 잡문들이 수필의 문학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수필은 평범한 일상사를 참신하게 해석 - 사색, 관조, 해학, 기지, 비평 - 하는 과정에서 문학성을 획득한다.
좋은 수필은 우선 문장의 맛깔스러워야 한다. 가수는
음성이, 화가는 색채 감각이 좋아야 하듯이 수필가는
문장을 다루는 힘이 기본적으로 갖추어 있어야 한다.
불확실한 단어, 호흡이 끊어진 문장, 문단 나누기의
오류 등이 반복되는 글을 끝까지 인내하고 읽어줄 독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또한, 시인이 시어를 발굴하듯 수필을 쓰는 사람은
수필어의 채광부가 되어야 한다.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든 간에 그것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하나의 말만 존재한다.(一物一語說) 단 하나의 적절한 말을 찾기 위한 노력을, 깊은 굴속에서 금을 캐는 광부와도
같은 자세로 임해야 한다.
수필의 소재가 대부분 신변의 기록이다 보니 문학적 형상화를 위해 억지로 교훈적으로 끌고 가는 경우가 더러 있다. 교훈적인 글은 자칫 잘못하면 어떤 사실을 단정하여 훈계하기 쉽다. 억지로 교훈을 주려고 하다 보니 남들을 가르치려고 하게 된다. 수필은 가르치는 글이 아니라 느끼게 하는 글이다. 머리를 굴려 재치 있게 쓰려고 하지 말고 가슴을 느낄 수 있게 써야 한다. 수필을 읽고 나서 마음속에 잔잔한 물결이 일고 오랫동안 가슴 울림을 경험할 수 있다고 해보자. 문학의 정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수필을 쓸 때 생각은 많이 하고 쓰기는 쉽게 하라고 했다. 많은 생각 중에서 꼭 남아야 할 것만 남길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생각을 비우는 작업은 바로 꼭 필요한 것만 남기는 것이다. 아주 힘들게 얻은 단어 하나, 문장 하나는 너무나도 소중한 것이지만 그것이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과감하게 버릴 수 있어야만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글을 쓰면서 가장 어려운 것은 이런 불필요한 욕심과 고집을 버리는 일이다.
문학적인 글의 형상화에는 토끼몰이식 접근이 필요하다. 주제를 향해 바로 돌진하는 것은 무모하기 짝이 없는 행동이다. 멀리서 둥둥 북을 치고 변죽을 울리면서 그 울림으로 다가가야 한다.
수필은 자신이 주체가 되어 자기 내면 세계를 고백하는 글이다. 그러므로 수필은 '진실함'이 드러나야 좋은 글이 될 수 있다. 물론 생활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도 쓸만한, 읽을 만한 소재라야 한다. 수필을 쓸 때는 쓰는 사람이 자기 글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대개 감정을 승화시켜 자기 이야기를 남 이야기하듯 쓰는 것이 좋다. 그렇게 함으로써 글이 여유를 갖게 된다. 여유가 있어야 '부드러운 즐거움, 번뜩이는 기지, 날카로운 비평 정신'을 담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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