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어원은] 양고기를 파는 척 하며 개고기를 판다, ‘양두구육’(羊頭狗肉)
사자성어 양두구육의 뜻과 그 유래
김영호 기자
| 기사입력 2021/04/08 [09:49
양두구육(羊頭狗肉)은 ‘양머리를 걸어 놓고 실제로는 개고기를 판다’라는 뜻이다. 이는 ‘겉보기만 그럴듯하게 보이고, 속은 변변하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이다. 겉과 속이 다르다는 뜻으로도 사용되며, 판매자가 구매자에게 사기를 치는 예로도 사용된다. 양두구육은 출전을 ‘안자춘추’(晏子春秋)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안자춘추는 중국 춘추 시대 제나라 안자(晏子, ?~기원전 500년, 본명은 안영晏嬰)의 언행을 모아 후세 사람이 기록하여 편찬한 책이다. 안자는 당시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고, 상대의 잘못까지 바로잡아주는 재치와 말솜씨를 가진 사람으로 유명했다. 양두구육이 등장한 시기는 춘추시대 제나라 영공(靈公)때의 일이다. 영공은 궁궐 안에서 시중드는 미녀들을 남장을 시키고 감상하는 것을 좋아했다. 영공이 총애하는 첩인 융자 역시 남장을 하고 다녔다 전해진다. 그러자 이 풍습은 궐 밖의 민간으로도 퍼지게 되었고, 제나라 전체가 남장 여자들로 넘쳐났다. 자신의 취향이긴 하나, 세상이 이 풍습으로 덮여버리자 놀란 영공은 궐 밖에서 일반 여자들이 남장을 하지 못하도록 엄한 금령을 내렸다. 그러나 엄한 금령에도 불구하고 유행은 사라지지 않았고, 거리는 여전히 남장여자들로 넘쳐났다. 엄한 금령에도 민간에서 남장 풍습이 사라지지 않자 답답해진 영공은 재상인 안영(안자)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안영은 이렇게 말했다. “왕께서는 궁중에서만 여자에게 남장을 허락하시면서 백성들은 못하도록 하셨습니다. 이것은 소 대가리를 대문에 걸어놓고 안에서는 말고기를 파는 것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습니다. (猶懸牛首于門而賣馬肉于內也) 왕께서는 남장하는 것을 왜 궁중에서는 금하지 않습니까? 궁중에서 금한다면, 밖에서도 남장하는 여자는 찾아볼 수 없을 것입니다.” 영공은 안영의 말을 듣고 궁중에서도 남장을 하지 못하도록 하였다. 그러자 안영의 말대로, 금세 제나라 전국에서 남장하는 여자를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일화에서도 공개되었듯, 양두구육의 원래 형태는 ‘우수마육’(牛首馬肉)이었다. 소의 머리를 걸어놓고 말고기를 판다는 뜻이다. 아마 당시에도 소고기는 비싼 고기였을 것이다. 이는 후대에 구전되며 ‘양두구육’이라는 사자성어로 굳어졌다고 한다. 송나라 시기의 책 오등회원(五燈會元)에서 소고기가 양고기로, 말고기가 개고기로 바뀌었다는 설이 있다. 양두구육의 ‘양’(羊)은 염소를 의미한다. 당시 염소는 고기가 비싼 것에 비해 찌거나 삶아서 수육으로 만들면 식감이 개고기와 비슷했다고 한다. 따라서 판매자가 고기 옆에 염소의 머리를 놓으면 맛으로 보나 무엇으로 보나 염소고기로 구매자들은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염소와 개가 맛이 비슷하기 때문에 ‘우수마육’이 ‘양두구육’으로 바뀌었다는 설도 있다. 공자는 이 일화를 두고 안영을 찬양했다. 안영을 보고 공자는 겉과 속이 같은 사람이라고 말을 했는데, 여기서 고사성어 ‘표리일체’(表裏一體)라는 말이 생겼다. 남에게 조언을 했을 때 조금이라도 맘에 들지 않으면 ‘꼰대’가 되어버리는 이 세상에서, 안영의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잘못을 바로잡아주는 재치와 인품은 본받을 만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북라이브=김영호 기자] <저작권자 ⓒ 북라이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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