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쓰기의 전제
글을 쓰면서 무엇을 왜 쓰는가에 대해 착각하고 쓰는 일이 많다. 그것은 글을 쓰는 도중에 그 목적을 잠시 잃어버리고 쓰기 때문이다.
무엇을 어떻게 쓸 것인가가 올바르게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글을 쓰다 보면 엉뚱한 글을 쓰게 된다. 처음에 쓰고자 하는 글이 되지 못한다. 다시 말해서 호랑이를 그리려다가 토끼를 그리게 된다.
글을 쓰려면 먼저 좋은 소재와 제재를 찾아야 하고 그것을 어떻게 구성하여 쓸 것인가를 정하고 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좋은 글을 쓸 수 없다. 의외로 수필은 붓 가는 대로 쓰는 글로서 누구나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수필만큼 쓰기가 어려운 글도 없다.
수필은 대개 A4지 2장을 그 양으로 하는데 적당한 기승전결의 구도가 필요하다. 따라서 서두에 쓰고자 하는 글의 내용과 목적을 간단명료하게 암시하는 도입 부문을 써야 한다. 간결하면서도 독자가 그 의도를 알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서두에 너무 많은 이야기를 쓰게 되면 사전에 모든 것이 드러나게 되어 곧 흥미를 잃게 된다.
따라서 도입 부문은 글을 쓰려고 하는 내용과 그 목적이 표출되어야 하고 간결하게 전제되어야 한다. 서두에 너무 긴 내용을 전제하면 독자가 다소 흥미는 느끼겠지만 이내 무엇을 쓰려는지 알게 되어 바로 싫증을 느끼게 되어 읽지 않게 된다. 따라서 도입부문은 간결하면서도 초점을 요약한 글을 써야 하며 독자가 흥미를 가지고 읽어보려는 동기 유발을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내 싫증을 내고 읽기를 포기하게 된다.
그리고 쓰려고 하는 것이 전제되면 그 전제된 것에 대하여 의미 부여를 하고 작가의 사상관이나 생각을 집약하여 쓰고 요약한 결론을 써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의미 부여 부문을 과대하게 쓰거나 길게 쓰면 너무 문장의 구성이 한쪽으로 편중되어 진다.
설명식의 글이 되어 아무 뜻이 없는 수필이 되고 인용을 많이 하거나 관련 자료를 많이 사용하면 좋은 글이 되지 않는다. 어떤 내용에 대해 설명하는 말이 많으면 백과사전이나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는 글이 되기 때문에 그러한 것을 수필이라고 볼 수 없다.
그래서 수필 쓰기는 어렵다. 혹자들은 수필은 붓 가는 데로 쓰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수필만큼 쓰기가 어려운 글도 없다. 그래서 아무나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잘못이다. 어떤 글이나 다 쓰기가 어렵지만 매우 쓰기가 어려운 것이 수필이다. 너도나도 형식이 없는 글을 쓰고 모두 수필이라고 하지만 시나 소설을 제외한 모든 글을 수필이라고 볼 수는 없다.
수필을 제대로 쓸 줄 아는 사람들은 비전문가가 쓴 글을 몇 줄만 읽어보아도 그 글이 어떤 글인지를 금방 알 수 있다.
붓 가는 대로 쓰는 글은 잘못하면 서한문이나 일기가 되기 십상이고 잡문이 되기 쉽다. 수필 속에는 작가의 서정성과 미학이 있어야 하고 사상관이 있어야 한다.
무엇인지 은은한 감칠맛과 작가의 품위가 살아서 숨쉬어야 한다. 아름다운 단어를 골라 써야 하고 표준어를 될 수 있는 한 써야 하며 쌍소리나 기호 숫자를 많이 섞어서 쓰는 것도 곤란하다고 본다.
또한 결론 부문을 쓰면서도 독자를 훈계하려고 하거나 교육시키려고 해서는 안 된다. 자기의 의견을 이야기할 뿐이어야 하고 독자에게 무엇을 강요하는 글을 써서는 안 된다.
교훈적인 말을 많이 쓰고 남의 좋은 말을 너무 많이 인용하면 부끄러운 글이 되고 남의 글이 된다. 그 뜻도 잘 모르면서 필요치 않은 곳에 인용하면 오류를 범하게 되고 산만한 글이 된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 보면 수필은 아무나 쓸 수 있는 글이 아니다.
좋은 수필을 쓰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왜 쓸 것인가를 분명히 해야 하고 쓰고자 하는 내용에 대한 제재를 올바르게 선택하여 아름다운 말로 표현할 수 있는 단어 골라 쓰기를 해야 한다.
또한 자기 스스로를 높이거나 자랑하는 글을 쓰면 바보 같아 보이고 독자를 우롱하는 것이 된다. 따라서 자기 자랑을 하는 내용을 많이 쓰면 좋은 글이 되지 못한다.
객관적 입장에서 생각하고 파악하여야 하며 독자를 무섭게 보아야 하고 항상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는 글을 써야 한다. 그러한 이유는 글을 쓰는 사람보다 독자가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다 아는 이야기를 장황하게 쓰면서 혼자만 아는 체 하고 글을 쓴다든가 너무 길게 나열식으로 쓰면 식상하게 되여 독자가 절대로 읽지 않는다. 아무리 잘 쓴 글이라도 독자가 읽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 글이 된다.
따라서 이러한 점을 모두 고려해 보면 수필 쓰기가 매우 어렵다. 모든 장르의 글이 다 어렵지만 A4지 2장에 작가의 사상관이나 우주관을 은은한 배경으로 깔고 적당한 구도를 유지하며 독자에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과 여유를 줄 수 있는 글을 써야 한다.
다 읽고 나서 참 잘 썼다는 생각을 갖게 해야 하며 다시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어보려는 욕구가 많이 생겨나는 글일 수록 좋은 글이 된다. 그래서 수필 쓰기는 매우 어렵다.
수필뿐만 아니라 좋은 글은 아무나 쓸 수 없다. 항상 독자를 의식하고 써야 하지만 너무 치우치면 주체성 없는 글이 되고 무게가 없는 글이 된다. 따라서 적당한 공간과 간격이 유지되는 글을 써야 한다.
또한 너무 형식에 치우쳐 그것을 따르다 보면 뻔한 글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앞에서 강조했듯이 무엇을 왜 쓰는가, 그리고 어디에 중점을 두고, 어떻게 구성하여 쓸 것인가를, 사전에 생각하고 써야만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딱딱한 중수필보다는 서정성이 있는 그리고 부드러움이 있는 모두에게 감흥을 줄 수 있는 글이 좋은 글이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름다운 단어를 골라 써야 하고, 자기중심적 글보다는 독자 중심의 글이 더 좋은 글이 되며, 객관성 유지가 있는 글이 되어야 모두의 사랑을 받는 글이 된다.
그래서 수필은 붓 가는 대로 쓰는 글이 아니며 수필만큼 쓰기가 어려운 글이 없다.
○ 무엇을 쓸 것인가의 사전계획을 수립하고 글을 쓴다.
○ 좋은 소재와 제재 찾기를 우선하여 한다.
○ 글쓰는 사람의 사상이나 철학, 우주관이 있어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 기승전결의 구도가 없는 글은 서한문이나 일기장이 된다.
○ 서정성과 미학이 있어야 한다.
○ 독자를 훈계하려고 하거나 교육시키려는 글을 써서는 안 된다.
○ 자기의 의견만을 제시하는 선을 유지하고 해답은 독자에게 맡긴다.
○ 글쓰기에서 자기를 높이면 그 반대가 되어 독자가 읽지 않는다.
○ 때로는 독자가 더 많은 알고 있을 수 있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 비표준어, 은어, 쌍소리, 기호, 숫자 같은 것은 되도록 삼간다.
○ 설명식의 글은 백과사전이 되기 쉽다.
○ 일반적인 수필 쓰기의 분량을 지켜서(A4지 2장 내외)써야 한다.
문장은 간결하고 뜻이 분명해야 한다. 내용이 확실한 근거는 구체적으로 확실하게 표현해야 한다. 주장이 분명한 글에서 말을 빙빙 돌리면 자신이 없어 보인다. 문장 끝을 돌린다는 것은 확신이 서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이중부정 문장은 자기 뜻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
예1)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 정말 고맙다.
예2) 그것은 신의 축복이라 아니할 수 없다. ⇒ 그것은 신의 축복이었다.
예3) 더욱 지혜롭게 판단하시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 더욱 지혜롭게 판단하시기 바란다.
예4) 그런 일은 대학 연구소가 적당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그런 일은 대학 연구소가 적당하다.
예1)과 예2)는 자기 생각을 바로 드러내지 못했으며 예3)은 자기 글에 자신이 없을 때 사용하는 것이며 예4)는 여운을 남기며 읽는 이에게 판단을 미루었다.
수식어를 피수식어 가까이 붙여 놓기
우리말은 관형어와 부사어가 다른 말을 꾸며 주면서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넉넉하게 해준다. 관형어가 체언을 꾸며 줄 때는 꾸며 주는 말(수식어)이 꾸밈 받는 말(피수식어) 바로 앞에 놓여서 관형어가 어떤 말을 꾸미고 있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새 책'과 '학교 건물'이라는 단어에서 '새, 학교'가 그 다음에 오는 말을 꾸미고 있다. 부사어는 어느 특정한 말을 꾸며 주면서도 놓이는 위치가 자유롭다. 예를 들어 '학생들이 학교로 다시 돌아갔다.'라는 문장에서 '다시'는 '돌아갔다'를 꾸며 주는 말인데도 아무 곳에나 옮겨 놓을 수 있다.
하지만 글에서 수식어가 피수식어와 멀리 떨어져 있으면, 수식-피수식 관계가 모호해진다. 그러므로 논리를 펴는 글에서는 수식어를 덜 쓰는 것이 좋으며 수식어가 있을 때는 수식어를 피수식어 바로 앞에 놓아야 한다.
예1) 자동 커피 판매기 ⇒ 커피 자동 판매기
예2) 최근 법원의 보수적 분위기와 관련이 깊다. ⇒ 법원의 보수적인 최근 분위기와 관련이 깊다.
예3) 이런 경찰의 주장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 경찰의 이런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예4) 하루에도 사치와 향락에 빠져 수백만 원씩 쓴다. ⇒ 사치와 향락에 빠져 하루에도 수백만 원씩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