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 전봉건
- 저는 꿈이라도 좋아요 : 알리엣 오드라
부드러움을 한없이 펴는 비둘기같이
상냥한 손을 주십시오.
빛나는 바람 속에서 태양을 바라
꽃피고 익은 젖가슴을 주십시오.
샛말간 들이랑 하늘이랑 …… 바다랑
그런 냄새가 하는 입김을 주십시오.
불타는 사과인 양
즐거운 말을 주십시오.
오 !…… 나에게 내 자신의 모습을 주십시오.
- 1950년 1월 '문예'지에 서정주 추천.
사월
무언지 눈이 부신 듯
수줍어만 하는 듯
자꾸 마음이 안 놓이는 듯
바쁘고 그저 바쁜 듯.
마치 새 옷을
입으려고
다 벗은 색시의
샛말간 살결인 양!
- 1950년 3월 '문예'지에 서정주 추천
축도 祝禱
말끔히 문풍지를 떼어 버렸읍니다.
언덕 위에 태양을
거리낌없이 번쩍이게 하십시오.
풋색시의 젖꼭지처럼 부풀은
새싹을 만지게 하십시오.
어느 나뭇가지 우묵한 구멍에서
꾸불거리며 나오는 새파란
버러지를 보게 하십시오.
그리고 이제 사람들에게 꽃병을 하나씩
마련할 것을 명하십시오.
나는 흙으로
빚어 만드리다.
그리고 파아란 바람을 보내시어
그 속에 꽃들을 서광처럼 솟아오르게 하시어
쌍바라지도 들창도 유리창도
집마다 거리마다 ……
모다
맑은 미소같이 풀리게 하십시오.
☆
오! 수없는 나비와 꿀벌의 나래를
이제 온 주위에서 서슴지 말고 펴십시오.
꽃향 무르녹은 나무 사이사이에
펄럭펄럭
승리의 깃발처럼 치마폭
휘날리시어
종다리처럼 나의 푸름을
오! 소스라쳐 오르게 하십시오.
- 1950년 5월 '문예'지에 김영랑 추천
-1928년 평안남도 안주 출생. 1945년 평양 숭인중학교 졸업,
1959년 제3회 한국시인협회상, 1980년 대한민국문학상,
1984년 대한민국문화예술상 등 수상.
1988년 6월 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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