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웃는다 / 이상국

 

 

아무리 못난 사람도

화를 내거나 우는 사진은 없다

 

서럽고 쓸쓸한 시를 쓰는 시인도

시집 한구석에서 희미하게 웃고

 

무정한 세상을 근심하는 노스님도

지상(紙上)에서 이를 드러내고 웃는다

 

어느 상가(喪家)에 가더라도 고인은 웃는다

 

그의 여정이 즐거웠던지

혹은 고달팠더라도

한번도 울어본 적이 없는 사람처럼

환하게 웃는다

 

우리는 모두 웃고 싶다

그것이 자신에 대한 예의이든

사람은 가도 사진은 남기 때문이든

우리는 울고 싶어도 웃는다

 

나에게는 즐거운 시가 없다

그래도 웃는다

모두 어디가 조금 모자라거나 불편한 것들 뿐인데도

그런 시를 세상에 내놓을 때마다

나도 딴사람처럼 웃는다

 

- 이상국 시집  < 달은 아직 그 달이다 > 2016

 

 

 

 

출처 : 淸韻詩堂, 시를 찾아서
글쓴이 : 동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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