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도종환
한평생을 살아도 말 못하는 게 있습니다.
모란이 그 짙은 입술로 다 말하지 않듯, 바다가 해일로 속을 다 드러내 보일 때도 해초 그 깊은 곳은 하나도 쏟아 놓지 않듯,
사랑의 새벽과 그믐밤에 대해 말 안하는게 있습니다.
한평생을 살았어도 저 혼자 노을 속으로 가지고 가는 아리고 아픈 이야기들 하나씩 있습니다.
한평생을 살아도 말 못하는 게 있습니다.
들에 피는 꽃들도, 언덕을 넘어가는 바람도, 부딪히는 파도도, 서쪽하늘로 넘어가는 노을도. 그렇게 말못할 사연 한 가지씩 있습니다.
한 평생을 살아도 말 못할 사연 한 가지씩 있습니다.
어찌 보면 우리네 사는 삶이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닮은 듯 합니다.
계절이 바뀔때마다 사연 하나씩 가지고 가듯. 내가 지나온 시간들속에 사연 하나씩 가슴에 품고 옵니다.
그렇게 한 평생을 살았어도 저 혼자 노을 속으로 가지고 가는 아리고 아픈 이야기들 하나씩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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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ssangyou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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